나에게는 친구가 하나 있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지금까지 쭉 친하게 지내온 오랜 소중하고 또 소중한 친구. 내 거지같은 성격에도 우리에게는 싸움 한번 일어나지 않았다. 그 아이가 매우 착했기 때문에. 너무 착해서 그 애는 남에게 화를 내는 방법같은건 모른다. 그저 속으로 참고 또 참는다. 그래서 나는 그 애를 보면 항상 마음이 아프다. 사람들은 말한다. 남녀 사이에 친구란 없다고. 그리고 우리에게도 말한다. 너희도 마찬가지일거라고. 그 말에 내가 그냥 웃어버리면 그 애는 말한다. 아니라고. 우리는 정말 친구라고. 맞다. 우리는 정말 친한 친구다. 적어도 그 아이에게 만큼은 말이다. 나에게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 그리고 나는 5년째 그녀를 짝사랑 중이다.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이다. 내 친구들은 그런 내 지고지순한 마음을 알고 그래서 내게 병신같다며 이제 그만 좀 하라고 말한다. 나도 그만하고 싶다. 이 지긋지긋한 짝사랑 좀 그만하고 싶다. 그런데 나는 그러지 못한다.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도,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도 없다. 거짓말에 서툰 내가 들켜버려 내 주위 사람들은 다 아는데, 그녀만 모른다.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녀만 모른다.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 그녀도 나를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좋아하는 이유는 많이 다르다. 나에게 그녀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자다. 그녀를 보면 손을 잡고 싶고 꽉 안아 쓰다듬으며 입맞추고 싶다. 나는 그렇게 그녀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나는 친구, 그냥 정말 친한 친구일 뿐이다. 그래서 난 또 멀리서 그녀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녀를 사랑해줘요. " 내가 그 날따라 너무 피곤해서 버스에서 깜빡 졸았던 거야. " " 거짓말. 너 버스만 타면 맨날 졸잖아. " " 아씨! 아무튼 눈을 떴는데 내가 내려야하는 버스 정류장이어서 엄청 서둘러서 내렸거든? " " 응. " " 근데 내려서 걷다보니까 손이 허전한거야. 그래서 가방이랑 막 뒤졌는데 지갑이 없는거야. 버스는 이미 떠난지 오래고. " " 그래서? 또 지갑 잃어버렸어? 내가 새로 사준지 얼마나 됐다고? " 조금 높아진 내 언성에 그녀의 얼굴이 시무룩해진다. 그냥 해본 말인데. 그렇게 속상해할 필요 없는데. 그녀의 풀죽은 표정을 보자마자 애타는 마음이 들어 빨리 다음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그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며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어 내게 보여준다. 짠!하는 소리와 함께. " 아니지롱. 이번에는 안 잃어버렸어. 나 잘했지? " " 응응. 잘했어. 근데 어떻게 된거야? " " 아, 그래서 내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내 어깨를 톡톡 쳤어. 저기요, 지갑 두고 내리셨죠? " " ... " " 내가 맞다 하니까 남자가 나한테 지갑을 내밀더라고. 버스에서 계속 불렀는데 못 들으셨나봐요. 전해드려야 할 거 같아서. " " ... " " 아니 세상에, 나한테 지갑 전해주려고 날 따라내린거 있지? 진짜 요즘 그런 사람이 어딨어. " " 응. 고마운 사람이네. "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맞장구를 쳐주자 그녀의 얼굴이 더 밝아진다. 그러면서 신발코로 바닥을 툭툭 치며 말을 이어간다. 저러는건 그녀의 버릇인데 신발 닳는다고 내가 그렇게 말려도 절대 안 고쳐진다. " 그래서 내가 진짜 감사해서 사례를 하고싶다고 하니까 괜찮다고 하는거야. 근데 어떻게 그냥 가. 진짜진짜 고마운데. " " ... " " 나는 막 절대 안된다고 하고 그 남자는 진짜 괜찮다고 하고 한참을 그러다가 내가 그냥 번호 줘버렸어. " " ...어? " " 그 남자 핸드폰 뺏어서 내 핸드폰으로 전화 걸었어. 그냥 막무가내로. " " ... " " 그 남자가 완전 황당하다는 듯이 보길래 그랬어. 뭐 먹고싶은거 생기면 아무때나 전화하라고, 그럼 내가 사주겠다고. " " ... " " 나 잘했지? 그치? 응? " 그리고는 내 두 팔을 붙잡고 물어온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올려다보면서. 나는 그녀의 그 표정에 제일 약하다. 그래서 마음 같아서는 아니라고, 당장 그 번호 지우라고 하고 싶은데 순수하게 물어오는 그 표정에 그러질 못한다. 그래서 나는 그냥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 근데 사실 전화 안 올거 같기도 했거든. 그냥 착한 일 한 셈 치고 내 번호 지워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 " ... " " 아까 전화가 왔어. " " ... " " 먹고싶은거 생겼다고. 오늘 만나서 사달라고. " 근데, 그러지 말걸 그랬다. 마음이 약해져도 그냥 꾹 참고 단호하게 아니라고, 연락와도 만나지 말라고 할걸 그랬다. " 그래서 이따 만나기로 했어. " " ... " " 근데 나 왜 이렇게 떨리지? 아까도 떨렸는데 지금까지도 떨리는거 같아. " " ... " " 아무튼! 그래서 나 오늘은 집에 같이 못 가. 우리 정국이 나 없다고 심심해하지 말고 집에 잘 들어가세요~ " 그녀는 두 볼이 조금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웃으며 손을 흔든다. 결국 나는 그녀를 잡지 못하고 그저 웃으며 그녀를 따라 손을 흔들 뿐이다. 내게서 뒤돌아선 그녀가 조금씩 멀어져간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작게 쓰라린 숨을 내뱉는다. 나는 늘 늦고나서야 뒤늦게 후회를 한다. 고등학교 2학년때 그녀를 처음 만났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던 무더운 여름,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러 나가자는 열정이 넘치는 친구들을 피해 나는 도서관으로 숨어들었다. 잠이나 자려했건만 도서관에는 내 생각보다 애들이 많았고 나는 책장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바닥에 앉아 책꽂이에 기대어 잠을 청했다. 자세가 참 뭐했지만 온 몸이 나른했기에 나는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귓가에 자꾸만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결국 내가 그 소리에 눈을 떴을 때 마주한 광경은 심히 당황스러웠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여자 아이의 다리에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두 눈을 감고 대체 어찌된 상황일까 머리만 굴리고 있는데 다시 한번 귓가에 누군가의 한숨이 닿았다. 그 소리의 근원을 따라 슬며시 고개를 들어 눈을 떴을 때 내 머리 위쪽에서 한 여자 아이가 팔을 뻗은 채로 끙끙대고 있었다. 책을 꺼내려는 듯 팔을 쭉 뻗었지만 닿기에는 한참 역부족인 것 같았다. 여자 아이는 입을 앙 다물고 팔을 뻗었다가 실패하고 숨을 내뱉기를 반복했다. 대체 얼마나 저러고 있었던 걸까. 그냥 나를 깨웠으면 될걸. 떡하니 책꽂이를 가로막고서 자고 있는 내가 뭐가 예쁘다고 저렇게 힘들게 저러고 있을까. " 저기. " " 어? 깼어? " 내 목소리에 아이가 내게서 나와 책꽂이에서 한 발자국 떨어졌고 나는 그 틈을 이용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서관에는 에어컨이 틀어져있어 시원했지만 아이의 두 볼은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그런 아이를 보며 길을 막아서 미안하다고 말을 하려는 순간 나보다 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 미안해. 자고 있었는데 내가 깨운거지? " " ... " " 안 깨우려고 엄청 조심했는데 결국 깨웠네.. 미안해, 진짜. " 정작 미안해야할 사람은 나인데 왜 너는 내게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과 함께 정말 미안한 목소리로 내게 먼저 사과를 건네는 것일까. 너는, 어떻게 그렇게 착할 수가 있을까. 아이의 사과에도 내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 나때문에 내가 화가 난줄 알고 아이의 표정은 더 시무룩해져갔다. 그냥 물끄러미 아이를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책 제목이 뭐야? " " 어? 아,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이거.. " 책 제목까지도 참 너답다고 생각했다. 몸을 돌리고 팔을 뻗어 어렵지 않게 책꽂이 맨 위쪽에 책을 꺼냈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서 아이에게 책을 건네니 아이의 입에서 작은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 우와... " " ... " " 나도 키크고 싶다. 너 방금 되게 멋있었어. 진짜. " " ... " " 아무튼 고마워! 너 덕분에 쉽게 꺼냈어! " 거짓말. 나 때문에 한참을 끙끙대고 있었으면서 지금은 또 해맑게 웃으며 쉽게 꺼냈다고 내게 고마움을 전한다. 나는 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얼굴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런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다가 아이는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 다급하게 목소리를 낸다. " 저기! " " 응? " " 이름... 이름이 뭐야? " 이름이라도 알고 싶어서. 그냥 이름만, 그것만이라도 알고 싶어서 나는 목소리를 낸다. " 아. " " ... " " 난 ㅇㅇㅇ이야. " 아이는 자기의 이름을 말하며 수줍게 웃는다. 그리고 다시 뒤돌아 총총 걸어가는 그 뒷모습을 보며 나는 작게 중얼댄다.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나는 그녀의 이름을 읊조린다.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날 위해주던 그녀의 배려에, 나에게 해준 그녀의 칭찬에 그리고 수줍게 웃던 그녀의 웃음에 내 길고 긴 짝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다음 해인 고3이 되었을 때 나는 그녀와 같은 반이 되었다. 게다가 첫 짝이 되었고 둘 다 친한 친구 없이 떨어진 탓에 그녀와 나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런데도 난 그녀와 친구로 지내던 1년 내내 고백 한번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아직은 안 친하다는 이유로, 중간에는 수능이 코 앞이기에 그녀를 혼란스럽게 할 수 없어서, 수능이 끝난 후에는 여기서 차이면 더는 그녀를 볼 수 없을 것만 같아 무서워서 나는 그렇게 핑계를 댔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새로워진 여러 생활에 적응하느라 바빠진 그녀를 배려한다는 핑계로 고백하기를 미뤘다. 그냥 미루고 미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꾸만 불안해져 갔다. 예쁘고 착한 그녀를 주위에서 가만 둘리 없었고 그녀에게 향하는 다른 남자들의 시선에 나는 불안해졌다. 물론 그녀는 다른 남자들에게 철벽을 치고 있다고 했지만 착한 성격 탓에 그녀는 그렇게 모질지 못했다. 자꾸만 불안해져갔기에 나는 마음을 먹었다. 그녀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기로 용기를 냈다. 정말 이제는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겠노라고 다짐했는데 할 수 없었다. 군대영장이라는 내 발목을 잡는 무거운 쇠사슬에 나는 내 마음을 다시 접어야했다. 정말 미친듯이 불안해서 군대 가기를 미룰까, 하는 생각도 했다. 어떡해야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영장이 왔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녀가 내게 말했다.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더 멋진 남자가 되어서 돌아오라고. 그녀의 말에 나는 군대에 가기로 결심을 했다. 뭘 그렇게 쉽게 결정하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내게 그녀의 말보다 더 큰 격려는 없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정말 더 멋진 남자가 되어 돌아오겠다고. 물론 그 후에는 너에게 꼭 고백하겠다는 마지막 말은 꺼내지 못하고 꾹 삼켜야 했다. 군대에 있던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하루종일 그녀를 그리고 생각하고 상상했다. 그녀가 여자친구가 없는 나를 위해 여자친구 대신 써준다던 그녀를 닮은 예쁜 편지지에 적힌 편지 글자 하나하나를 꼼꼼히 봤고 몇날 몇일을 설레하며 잠을 설쳤다. 군대에 있는 동안 오로지 그녀였고 나는 제대를 했다. 기필코 고백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녀에게 이제라도 내 마음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네 옆의 빈자리를 내가 채우고 싶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없는 사이 누군가가 그녀의 옆자리를 채웠다. 내가 그렇게 원했던 자리였지만 나는 가질 수 없었다.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의 연인이 되어있었다. 내게는 몇 번이나 기회가 있었지만 나는 그 많던 기회를 모두 날려버렸다. 저 멀리 사라져가는 기회를 보면서도 나는 그저 우두커니 서서 바라볼 뿐이었다. 버스는 이미 떠났고 떠난 버스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멍청하게 기회를 놓친 나에게 다시 주어지는 기회는 없었다. 그래서 진짜로 늦어버린 나는 또 다시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 그렇게 좋아? " " 응? 야, 뭘 그런걸 물어. 쑥쓰럽게. " 그 때 말릴걸 그랬다. 그녀가 지갑을 주어준 그때 그 남자를 만나러 간다 했을 때, 필사적으로 말릴걸 그랬다. 그랬다면 지금 그녀의 곁에 있는 사람이 그 남자가 아닌 나일수도 있었을텐데. " 그 사람이 왜 좋은데? " " 몰라. 그냥 다 좋아. " " ... " " 어쩐지 처음 봤을 때부터 느낌이 묘하다 했어. 결국 이렇게 되려고 내가 지갑도 두고 내린건가봐. 운명인가? " 아니,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말렸어도 그녀의 곁에 나는 영원히 서있을 수 없을 것이다. 너에게 나는 그냥 친구니까. 슬프지만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내가 그녀의 곁에 있을 수 있는 순간은 그녀의 친구일 때, 그 순간만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그녀의 곁에 좋은 친구로 남을 뿐이다. 그녀가 행복하길 바랬다. 정말 그러길 바랬다. 비록 내 곁이 아니더라도 그녀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보내줄 수 있었다. 그 남자 옆에 있으면 그녀가 행복해하니까. 니가 웃는 모습을 보며 괜찮다고, 그렇게 나를 달랬다. " 여보세요. " - ...정국아. "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어? " - ... " 응? 어디 아파? 대답 좀 해봐. " - 정국아. " 응. 왜 그래. 말해봐. " - ...나 힘들어, 정국아. " ... " - 또 안와, 그 자식... 그런데, 그녀가 울고 있다. 내 곁이 아닌 곳에서 그녀가 아파한다. 그리고 나는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게 없다. 내 곁이 아니기에 나는 다가갈 수 없고 손을 뻗을 수 없고 그녀를 안아줄 수 없다. 그런 너를 지켜보는 것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 " 너 지금 어디야. " - ... " 응? 말해. 어디 있어? " - ... " 데리러갈게. " 그녀는 대답 없이 울기만 한다. 그녀의 울음 소리가 내 귓가에 닿는다. 그리고 울고 있을 그녀를 생각하면 내 마음은 찢어진다. 나는 내 상처는 모른척하면서 그녀의 상처를 보듬어주기 위해 너를 찾아나선다. 그리고 나는 곧 익숙하게 그녀를 찾아낸다. 그녀도 나도, 우리가 늘 상처받는 장소에, 너는 여전히 그 곳에 있다. 그 곳에서 울고 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토록 보고싶어 하던 그녀가 바로 내 눈 앞에 있는데도 나는 하나도 기쁘지 않다. " ㅇㅇㅇ. " " ... " " 여기서 뭐해. " " ... " " 바람 아직 차갑다. 너 이러다가 감기걸려. " " ... " " 가자. 데려다줄게. " 나는 머뭇거리다가 그녀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그녀를 일으키려고 하지만 그녀는 내 손을 밀어낸다. 그녀의 손이 내게서 멀어져 힘 없이 무릎에 떨어지자 마치 내 심장도 떨어지는 것 같았다. 따뜻한 온기를 머금던 그녀의 손이 떠나자 내 손에는 차가운 바람만이 스친다. " 정국아. " " 응. " " 왜 안 올까. " " ... " " 오기로 했는데. 분명 오겠다고 했는데.. " " ... " " 너는 이렇게 금방 와줬는데.. 왜 그 자식은 안 올까? " " ...내가. " " ... " " 그 사람 기다리지 말라고 했잖아. " 니 옆에 부르기만 하면 한걸음에 달려올 내가 있는데. 기다려도 안 오는 사람 대신에 바로 너한테 올 사람이 여기 있는데. 너는 왜 그런 나를 못 볼까. " 맨날 안 온다며. 너 두고 가버린다며. " " ... " " 그런 사람이 뭐가 좋다고 너가 이렇게 기다려. 왜 상처받고 아파하고 울어. " " ... " " ...마음 아프게. " " ... " " 니가 그러면... 나 엄청 속상해. " 할까 말까 수백번은 고민했던 내 마지막 말에 그녀는 살짝 웃음을 짓는다. 어느새 그녀의 두 눈에서 흐르던 눈물은 멈추었고 살짝 기분이 좋아진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나는 또 바보같은 희망이 생긴다. 니가 지금처럼 내 옆에서 웃을 수 있다면, 내가 욕심 내도 되지 않을까. 너에게 한번쯤은 내 마음을 고백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바보같은 희망이 생긴다. " 그러게. " " ... " " 뭐가 좋은지 나도 모르겠어. " " ... " " 그 사람 뭐가 좋은지 알면 그러면 그거 안 좋아하려고 노력하면 되는데, " " ... " " 다 좋아. 다 좋아서 안 좋아하려고 어디서부터 노력해야하는지 모르겠어. " 그리고 그 바보같은 희망은 금방 깨져버린다. 부서지고 산산조각나서 사라져 버린다. 그녀는 참 착한데, 가끔 이렇게 나에게 잔인하다. 나는 이 슬픈 비극에 아파하지만 그래도 그녀를 원망할 수 없다. 이 비극의 시작이 나였기에 나는 너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 으, 좀 오글거렸지? " " ... " " 밤이라 그런지 감수성이 터지네. " " ... " " 이제 가자. 춥다. " 그녀는 두 손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던 나를 지나쳐 뚜벅뚜벅 걸어간다. 난 또 한동안 그녀가 사라진 자리만 멍하니 쳐다본다. 넌 이렇게 내게서 잘 멀어져만 가는데 나는 왜 그러지 못할까, 나는 속으로 그렇게 되뇌인다. " 뭐해? 가자니까. " " ... " " 집에 가자 정국아. " 결국 나는 그녀의 부름에 뒤돌아선다. 나를 향해 웃으며 손짓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다시 그녀의 곁으로 간다. 내가 걸어오는 것을 본 너는 다시 앞으로 걸어나간다. 그리고 나는 서둘러 너의 뒤를 따라 걸어간다. 이 정도가 나에게 허락된 거리다.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은 그런 간격. 그녀의 옆에 있을 수 없다면 나는 가까워져서 옆에 있으려는 노력 대신에 나는 차라리 그녀의 뒤를 택한다. 니가 주저앉으면 일으켜주고 넘어지면 가장 먼저 달려가 달래주고 쓰다듬어 줄 수 있는 그런 너의 뒤를 말이다. 그렇게 이미 익숙해진 너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안심한다. 이렇게라도 너의 옆에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나는 그 사람이 밉다. 미친듯이 밉다. 그 사람에게 화가 나서 미칠거 같다. 도대체 왜 그녀를 아프게하는지, 어떻게 그녀를 울릴 수가 있는지 원망스럽고 싫다. 그래도 내가 만약 그를 만난다면 나는 그에게 이런 내 마음처럼 말할 수 없다. 그에게 따지듯 말할 수도 없고 온 힘을 다해 한대 칠 수도 없다. 그녀가 그 사람을 좋아하니까. 단지 그 이유만으로 나는 그럴 수 없다. 대신 난 그 사람에게 들리기를 바라며 속으로 말한다. 아까부터 유지해왔던 그 간격으로 너의 뒤를 쫓아 걸으며 그 사람에게 너를 부탁한다. ㅇㅇ이는 웃을 때 제일 예뻐요. 살짝 웃을 때보단 환하게 웃을 때가 더 아이같고 예쁘니까 많이 웃게 해주세요. 칭찬도 많이 해주세요. 잘했다고 하면 되게 좋아해요. 그리고 신발코로 바닥을 차는 습관이 있는데 그러지 못하게 해주세요. 그러다가 자주 발톱에 멍이 들거든요. 나중에 아파할 거면서 엄청 못 고치더라고요.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주세요. 조금만 차가운 바람을 맞아도 금방 감기에 들어요. 감기에 들면 호박죽밖에 안 먹으니까 미리 준비해주세요. 아, 제일 중요한건 아프게 하지마세요. 당신이 아무리 못되게 굴고 아프게 해도 너무 착해서 아무 말도 못해요. 그래도 속으로는 엄청 아플거에요. 맨날 참거든요. 진짜 함부로 대하시면 안돼요. 그러면 저 정말 못 참아요. 정말 마지막으로 부탁할게요. 그냥 사랑해주세요. 그녀가 당신 되게 많이 좋아해요. 맨날 당신 때문에 속상해서 울면서도 진짜 많이 좋아해요. 당신 밉다고 하면서도 내 마음같은건 못보고 당신밖에 몰라요. 그니까 다시는 울리지 마세요. 엄청 잘 우는데 울면 저 엄청 속상하거든요. 많은거 안 바랄게요. 사실 다 필요없고 이거 하나면 돼요. 그냥, 나보다 많이 사랑해줘요. 안녕하세요 독자님들(눈치를 보며 들어온다) 아니 기다리던 글은 어디가고 이런 똥글이냐고요? 하하... 정말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ㅠㅠㅠㅠ 뭐가 그렇게 바빠진건지 글 쓸 시간도 없고 그 와중에 잠은 오고... 그래서 제 말은 다음화를 아직 다 못 썼다, 이거에요..ㅎ 그렇다고 아무 말 없이 한주를 넘기기엔 죄송해서 일단 메모장 구석 깊숙이 있던 단편이라도 들고 왔어요 수정할 것도 많고해서 아마 못 올리게 될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올려버린...(두 눈을 질끈 감는다) 이 글은 일단 하동균님의 그녀를 사랑해줘요를 듣다가 쓰기 시작했어요 노래가 너무 좋아서... 혹시 시간이 되시면 자기 전에 한번 들어보시길 추천할게요! 노래 짱짱 좋음! 그럼 지금까지 죄송하고 또 죄송한 태꿍이었습니다 항상 감사해요:) +브금 추가했어요 [러블리한 암호닉 분들] 까만색 / 여기봐전정꾸 / 소금 / 까까 / 탷 / 통통 / 태에태 / 토마토마 / 꾸꾹이 / 전국정국 / 침침쓰 / 핫초코 / 초딩입맛 / 그렇게 / 태태뿡뿡 / 모카 / 비비빅 / 누텔라 / 슙끼슙끼 / 한탄 / 꾸꾸 / 망고 / 꿀비 / 모카 / 센빠이안녕 / 반딥 / 틸다 / 포뇨 / 백설기 / 돈까스 / 디즈니 / 달걀8 / 도담 / 소문의김태형 / 단미 / 스키니 / 부쨩뿌쨩 / 햇님 / ☆요다☆ / 마름달 / 꾸루곰 / 눈부신 / 츄파춥스 / 잼잼 / 원 / 민트 / 꾹블리 / 알라 / 민빠답없 / 민슈가 / 연꽃 / 알바생 / 미융 / 젤리 / 윤기모찌 / 봄비 / 정수정 / 태태한 침침이 / 히동 / 라리아 / 아쿠아리움 / 태븅 / 김태태 / 치카치카 / 샴푸 / 소녀 / 마끼 / 정글곰 / 포세이돈 / 아이스티 / 태태라떼 / 꽃반지 / 유채 / 명탐정코코 / 쭈꾸미 / 됼됼 / (태태) / 쀼쀼 / 토토 / 흑장미☆ / 꼬잉꼬잉 / 콩콩이 / goodbye summer / 비타민 / 미소 / 은하수 / 산들코랄 / 김치만두 / 콜라 / 핑슙 / 와다 / 숲 / 침침쓰 / 쀼꾸뺨 / 호빗 / 새우튀김 / 짝짝 / 뀨뀨 / 밍뿌 / ♡태태♡ / 호이윤기 / 연이 / 짐솔 / 꿍야 / 8ㅅ8 / 음향 / 잉여 / 꽃차 / 트롤리 / 김태형 / 버누 / 귤 / 열아홉 / 설레임과자 / 설날 / 윤기야 나랑 살자 / 안티 / 영국 / 론 / 요맘때 / 사설 / 정구기쿠키 / 아이스초코 / 스무살의봄 / 븅븅딱딱 / 둥이 / 슙슙 / 외로운쿠키 / 공중전화 / 김태태 일로와 / 새온 / 랩모네이드 / 내태형 / 망고 / 꾸꾸기 / 민빠답없 / 찍먹파 / 사용안함 / 준회 / 홉부인 / 하늘하늘해 / 현지 / 사과맛오렌지 / 사랑입니다 / 아가야 / 이현 / 요를레히 / 탱탱 / 천상여자 / 낭낭하게 / 윤아얌 / 김까닥 / 라 현 / 전장꾸 / 더럽 / 자몽 / 그냥돼지 / 핑퐁 / 융융융털 / 채영 / 하울 / 펜잘규 / 히라 / 감귤 / 탄뚱탄뚱 / 들러 / 복숭아 / 루비 / 현복 / 푸랑푸 / 윤기워더 / 꺄룰 / 윤기나는윤기 / 딘시 / 쵸니 / 태형아♡ / 김태훙 / 주지스님 / 기린 / 슙두비 / 아카시아 / 너를 위해 / 허니버터잼 / 설레면딸기우유 / 햇살 / 선배님 / 슙슙 / 빠밤 / 설렘쿵 / 집순이 / 망고맹고 / Real V / 카라멜 / 전루살이 / 슈나무 / 망구 / 카페모카 / 눈웃음 / 닥구 / 밤잠 / 김뷔 / 뀨쯉쯉뀨 / 연금술사 / 슙슙 / 레몬녹차 / 나침반 / 파파 / 니나노 / 슈끄 / 정희망 / 코코팜 / 뚱이 / 계피 / 쎄라비 / 코끼리열차 / 프리 / 꿀떡맛탕 / 김데일리 / 찌지지직 / 태태이즈뭔들 / 바떼 / 망고빙수 / 야끙 / 뽀삐 / 세젤예세젤귀 / 음모 / 짱구 / 택배전쟁 / 삥꾸 / 쿨밤 / 뷔글 / 당긴윤기 / 햇살 / 슙 / 요다 / 메르츠 / 알매V / 돈까스 / 예원 / 꿍잉 / 사라다 / 리베♡ / 쿠키 / 9495 / 됴종이 / 0326 / 1600 / 레몬 / 막둥이 / 달달한설탕 / 내윤기야 / 낑투더깡 / 부끄럼 / 뀨류뀨뀨 / 라코 / 0618 / 코코볼 / 꾹이 / 콩콩 / 차녜 / 윤기쑤쑤 / 그린티 / 핑쿠핑쿠 / 침침맘 / 무지개 / 덕쿠빠 / 윤기융털 / 태친 / 폭탄초코 / 졸사 / 셜록 / 눈을감자 / 린월 / 뽀로로 / 1013 / 라온이솔 / 나키 / 끼야아 / 하리보 / 폭염주의보 / 옒 / 식빵 / 가란 / 융융 / 꽃보리 / 박력꾹 / 인사이드아웃 / 헬로키티 / 바람에날려 / 더콩 / 옥수수수염차 / 영감 / 자몽퍼퓸 / 이얏호 / 슙듑 / 수련 / 녹차라떼 / 우린운명이야김태형 / 루이비 / 7358 / 자라 / 1290 / 냐냐 / 반지 / 헤일로 / 화원의 낭자 / 햇살 / 퍼플 / 상상 / 연애학개론 / 지민이와함께라면 / 태형아 / 구리짱짱 / 봄 / 갈매기끼룩 / 자몽 / 슬요미 / 퓨어 / 다굠 / 짜끄리 / 감자깡 / 우리둘이둘리 / 민윤기 코딱지 / 곰씨 / 배꾸 / 집순이 / 0808 / 창문너머할매 / 꾹토끼 / 찡찡이 / 꽃님 / 슈웁슙 / 유로파 / 나사용법 / 마을버스 / 세균맨 / 뷔러먹을 / 공격 / 뚜루루☆ / 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