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온도 05 (부제:그 남자의 첫사랑) " 내가 비밀 하나 말해줄까? " 김태형은 의자를 끌어다가 나를 제 옆에 앉혔다. 그리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나를 두고 웃으며 눈을 감았다. 내 시선에도 불구하고 눈을 뜨지 않는 김태형에게서 시선을 거두었을 때, 김태형이 문득 말을 꺼냈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김태형에게 고개를 돌리니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그대로였다. " 뭔데? " " 이 카페 이름 있잖아. " " 어. " " 그거 내가 지었다? " 내가 에? 하고 멍청한 소리를 내니 그제야 김태형이 눈을 뜬다. 놀라 벙찌고 있는 나를 쳐다보며 김태형이 얇고 긴 손가락을 제 입에 가져다댄다. 그리고 나역시 어느샌가 김태형을 따라 내 손가락을 입에 대었다. " 비밀이야. 너만 알고 있어. " " ..진짜야? " " 응. " 라이크 어 스타. 그냥 카페 이름 치고는 꽤나 독특한 이름이라 뭔가 얽힌 사연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김태형이 그 사연의 주인공일거라고는 꿈에도,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결국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나는 김태형에게 그 이름에 대해 더 말해달라고 졸랐다. 처음에는 단호하게 안된다던 김태형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 애원을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굳게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 아, 이거 비밀인데. " " 말해줘- 응? " "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어. " " ... " " 정말 너무 잠깐이었는데 느낌이 묘했어. 그래서 그 느낌이 잊혀지지가 않아서, 다시 만나야할 그런 사람이 있었어. " " ... " " 근데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 한참 기다려도 나타나질 않았어. " " ... " " 그래서 예전에 난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어. 스타가 되고싶다, 뭐 이런거. " " ... " " 그러면 어디선가 날 알아보고 찾아오지 않을까. 내가 찾지 못해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 " ... " "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터무니없는 생각인데 그런 생각을 해서 별처럼, 라이크 어 스타 그냥 그렇게 지은거야. 나 엄청 단순하거든. " 말을 마친 김태형이 살짝 입꼬리를 들며 웃어보였다. 그런데 그 웃음은 그동안 내가 봐왔던 웃음과는 사뭇 달랐다. 아이같이 천진난만했던 웃음이 아닌 어딘가는 조금 아련하고 차분해보이는 그런 웃음이었다. 여태껏 보지 못했던 김태형의 그런 표정에 나는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그런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 김태형은 이제 나가서 일해야겠다며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 ..보고싶어? " " 어? " " 그 사람.. 보고싶어? " " ... " " ..첫사랑이야? " 문앞까지 다다른 김태형의 발걸음을 붙잡은건 무의식적으로 텨져나온 내 목소리였다. 그의 슬픈 표정이 진한 그리움을 말하는 것만 같아서 나도 모르게 내 질문은 그렇게 터져나왔다. 그리고 내 질문에 살짝 당황한 김태형은 문고리를 잡았던 손을 놓고 나를 바라보며 질문에 대한 대답을 건넸다. " ..응. " " 아직도.. 기다리는 중이고? " " 응, 기다리고 있어. " " ..다시 올거 같아? " 김태형에게 또 다시 질문을 건네자 초조한 기다림이 나를 반겼다. 입술이 마르고 심장이 빨리 뛰는게 아무래도 바짝 긴장한 것 같았다. 김태형이 기다리는 그 사람이 돌아올까봐, 그러면 앞으로 더이상 김태형이 나를 봐주고 웃어주고 옆에 있어주지 않을까봐. 나는 그게 두려웠다. " 아니. 잘 모르겠어. " " ... " " 근데 아마 못 올거 같아. " " ... " " 아직까지도 나를 기억 못 하는거 같거든. " " ... " " 어쩜 그럴 수가 있지? 진짜 너무하지 않아? " 김태형의 대답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작은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옆에서 김태형이 뭐라 덧붙여 말하던 그저 다행이라는 생각에 가로막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단지 그 김태형의 아니라는 말만 귓가에 맴돌다가 문득 내 귓가에 살포시 내려앉은 말은 다시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 그래도, 날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 " ... " "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 " " ... " " 내가 너를 이만큼이나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게, 그 날이 꼭 왔으면 좋겠어. " 나는 옅은 미소를 남기고 문을 열고 나가는 김태형을 더이상 잡을 수 없었다.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얼굴을 두 손에 묻었다. 울고 싶다, 딱 그 심정이었다. 누군가 툭 건드리기만 하면 눈물이 바로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알고 싶지 않았다. 김태형의 첫사랑이던 전여친이던 그런건 궁금하지 않았다. 알아봤자 결국에 내게 남는건 상처일것 같았기에 모르고 싶었다. 지금 김태형의 옆에 있는 사람은 나니까 그런건 아무 상관없었다. 그런데 알아버렸다. 김태형의 기억 속에 진하게 남은 그의 첫사랑인 그 사람의 존재를 알아버렸다. 그것도 김태형의 입으로 직접 말이다. 보고싶고 아직도 기다린다는 그런 확인사살까지 내 입으로 직접 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난 상처 받았다. 새삼 내가 바보같이 느껴져서 참고 있던 결국 눈물이 터져나왔다. 김태형이 미웠다. 정말 미웠다. 처음으로 그동안 내게 보여줬던 김태형의 마음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뭘 한거지. 같은 마음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내가 보았던 것은 그의 진심이 아니었나. 난 도대체 김태형에게 뭘까. 라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그 생각을 하자 나는 가슴 한켠이 저릿하게 아파왔다. 뜬금없이 얘기를 꺼내기 시작해서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왜 내게 알려줬는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물었던건 나였지만 그건 마지막에 또 다른 궁금증을 낳았고 상처를 남겼다. 그런 김태형이 미웠지만 유치하게도 내가 느끼는 감정은 질투였다. 누군지도 모르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그리고 앞으로도 보고 싶지 않은 그 사람에게 나는 질투를 하고 있었다. 김태형에 대한 야속함과 그 사람이 대한 부러움 섞인 질투와 나를 향한 자책이 섞여 마음이 무거웠다. 모든 것이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것 같아 나는 자꾸 눈물이 나왔고 두 손에 더 깊숙하게 얼굴을 파묻을 수밖에 없었다. 감기 기운이 있어 컨디션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고 원래 집에 가는 시간보다 일찍 가게를 빠져나왔다. 남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불타는 금요일이었지만 맛있는걸 먹거나 친구와 놀고 싶은 그런 기분이 아니었기에 나는 그냥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서 빈자리에 앉았다. 늘 혼자 타고 다니던 버스인데 요 며칠 김태형과 같이 타고 다녔다고 새삼 옆자리가 휑하게 느껴졌다. 김태형에게 벌써 익숙해져버렸나. 괜히 씁쓸한 기분이 밀려와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냅다 침대에 몸을 던졌다. 푹신한 침대에 누우니 오늘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것만 같아 잠이 쏟아졌고 결국 몰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한 나는 스르르 두 눈을 감았다. 몇 시간이나 잔건지, 울리는 핸드폰 문자음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두 눈을 몇 번 깜빡였다가 반사적으로 팔을 뻗어 핸드폰을 확인했다. [ 자? ] 도착한 김태형의 문자 한 통에 정신이 확 들어 몸을 일으켰다. 고작 한글자뿐인데 나는 제자리에 굳어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한참을 핸드폰 화면만 쳐다보다가 답장을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자판을 치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무슨 말을 보내야할지 모르겠어 머뭇거렸다. 나의 미련함에 한숨을 내쉬었을 때 익숙한 소리와 함께 또 하나의 문자가 왔다. [ 많이 아파? ] 눈꼬리를 내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보는 김태형의 얼굴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것 같아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누구때문에 아파하는데 그렇게 물어보면 원망도 못하잖아. 아무 말도 못하잖아. 결국 아니라고, 괜찮다고 그렇게 심심한 문자를 보내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여러가지 심란한 생각에 정말 머리가 아파오는거 같아 다시 눈을 감았다. 오늘은 그냥 자야겠다며 다시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문자음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핸드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꽤나 길게 들려왔다. " 여보세요. " - 어? 받았네? 몸은 좀 괜찮아? " 응. 괜찮아. " - 목소리는 안 괜찮은데? 완전 가라앉았어. " 잠깐 자서 그래. 진짜 괜찮아. " - 자고 있었어? 내가 깨운거야? " 아니야. 그냥 일어나 있었는데 문자가 온거야. " - 그래? 타이밍 짱이네! 핸드폰 너머로 쫑알쫑알 이어지는 김태형의 수다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고작 몇분 전까지만 해도 그를 원망하고 있었으면서도 기분 좋게 들려오는 김태형의 말로 인해 터지는 웃음을 이기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쉬운여자였나. - 그럼 지금은 별로 안 졸려? " 응. 방금 자다 깨서 하나도 안 졸려. " - 그러면 있잖아. " ... " - 잠깐 나올래? " ..어? " - 나 지금 너 집 앞인데. 김태형의 말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집 앞이라고? 아니 어떻게? 아, 전에 집 갈때 물어봐서 알려줬지. 근데 그걸 기억한거야? 그렇다고 해도 왜? 이렇게 뜬금없이 왜? 지금 내 머릿속에서 하고 있는 모든 생각을 다 묻고 싶었지만 가장 근본적인 질문부터 물어봤다. " 어? 아니 왜? " - 그냥. " ... " - 잠깐만 나와봐. 1층이야. " 지..지금? " - 응응. 어리둥절해하며 전화를 끊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다가 거울이 비친 내 얼굴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자다 깨서 머리는 부스스하고 울어서 눈이랑 얼굴은 부었는데 이러고 나가려고? 제정신이야? 경악을 금치 못하며 머리를 빗고 애를 썼지만 달라진건 별로 없었다. 어떻게 해야하나 이리저리 발만 동동 구르다가도 기다리고 있을 김태형 생각에 결국 체념을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나가기전에 모자를 푹 눌러쓰는 것은 잊지 않았다. 뒷짐을 지고 하늘을 올려다보던 김태형은 내 인기척이 느껴졌던지 나를 쳐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밤에도 여전히 잘생긴 그 모습에 지금 내 꼴이 더 초라하게 느껴져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아직도 웃고있는 김태형에게로 걸어가 물었다. " 왜 왔어? " " 뭐 줄게 있어서. " " 줄거? " " 응. 이거. " 김태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뒷짐을 지고 있던 손을 내게 내밀었다. 김태형의 큰 손에는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내가 이게 뭐냐는 얼굴로 김태형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보지 김태형이 내 손을 잡아 비닐봉지를 내게 건네었다. 꽤나 묵직한 무게에 내가 비닐봉지를 열어보았을 때, 비닐봉지를 한가득 채운 약들에 나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 아프다길래. " "... " " 그래서 아까 약 사러 갔었는데 니가 이미 갔더라. 아저씨도 가야된다고 하셔서 카페에 있느라 지금에야 주네. " " ... " "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몰라서 이것저것 다 사왔어. " " ... " " 밥은 먹었지? " " ..응. " " 다행이다. " 내 손에 들린 약들을 내려다보았다. 김태형의 말대로 정말 여러가지가 섞여있는 비닐봉지에 나는 시선을 빼앗겨버렸다. 덧붙여 뭐라 말하는 김태형의 말이 하나도 귓가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자를 썼어도 뜨거워진 눈시울을 들킬 것만 같아 한참 후에야 내 말은 김태형의 말을 끊고 터져나왔다. " 김태형. " " 어? " " 고마워. " " ... " " 진짜 고마워. " " ... " " 너때문에 벌써 다 나은거 같아. " 알고 있었다. 원래부터 나 혼자 마음대로 시작한 마음이라는걸, 짝사랑이라는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투정을 부리고 질투했던 것이다. 말도 못하면서 내 짝사랑을 알아달라고, 나를 봐달라고 그렇게 투정을 부렸던 것이다. 그래도 욕심부리고 싶지 않았다. 김태형의 옆에 있고 싶었지만 김태형의 마음 속 누군가까지 질투하고 미워하다가 김태형까지 미워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김태형을 좋아하는 내 마음에 상처가 될 뿐이었다. 김태형이 지금처럼 나를 생각하고 봐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내가 김태형을 보면 되니까, 생각하면 되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그제야 김태형을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여러 생각에 지끈거리던 머리가 정말 다 나은듯이 아프지 않았다. " 진짜? 다행이네. " " 응응. " " 나 잘했지. " " 응. 완전 잘했어. " " 그러면 내 부탁 들어줘! " " 부탁? 뭔데? " " 나 집 좀 데려다주라- " " 어? " " 올 때는 잘 왔는데 여기서 어떻게 가야하는지 모르겠어. 응? 나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주라. " 풀죽은 목소리를 내며 강아지마냥 낑낑대는 김태형때문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왜 웃냐는 김태형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 끄덕임에 언제 그랬냐는 듯 김태형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런 김태형때문에 나는 한번더 웃음이 터졌고 우리는 같이 걸음을 옮겼다. 나란히 걷던 김태형은 언제부터인가 걸음을 조금씩 늦추더니 어느새 내 뒤에서 조금 떨어져 걷고 있었다. 내가 걷고 김태형이 내 뒤를 따라 한 줄로 걷는 그런 모습이었다. 옆으로 오라고 해도 싫다고, 앞에서 이끌어달라는 엉뚱한 소리를 하길래 결국 포기하고 그냥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따라오던 김태형이 천천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 내가 비밀 하나더 말해줄까? " 갑자기 들려온 김태형의 말에 나도 모르게 긴장을 했다. 그가 내게 들려줄 또 다른 비밀이 나를 아프게 할까봐 무서워서 그랬던거 같다. 고개를 가로젓고 싶었지만 내 의사와 상관없이 이미 시작된 그의 말에 나는 결국 잠자코 김태형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 언제지. 정확히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 " ... " " 나 예전에도 이렇게 너 따라걸었던적 있어. " " 어? " " 그 때는 이렇게 얘기하면서는 아니고 내가 조용히 너 뒤에서 따라갔지. " " 왜? " " 안돼. 비밀이라고 했잖아. " 언제 어디서 어떻게 봤냐고 알려달라며 징징대도 비밀이라고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 김태형 때문에 조금 토라진 나는 다리에 힘을 주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간격이 벌어지자 뒤에서 뛰어오는 김태형의 발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손가락으로 내 등을 쿡쿡 찔러온다. " 삐졌어? " " 아니. " " 삐졌네. " " 안 삐졌다니까. " 단호한 내 대답에 김태형은 알았어, 그럼. 하고 대답한다. 설마 안 삐졌다고 해서 그대로 믿는건 아니겠지. 워낙 맑고 순수한 애라 내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은 아닐지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작은 한숨을 내뱉고 그래도 그냥 나는 여전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버스정류장까지 가는길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 있었다. 다른 길보다 가로등이 적어 더 깜깜하지만 그 덕분에 하늘에 별이 더 잘 보여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었다. 밤이 어둑할 때, 별이 잘 보여서 좋지만 무서워서 자주는 못 지나다녔는데 오늘은 함께 김태형이 있었기에 나는 그 길로 향했다. 그 길로 들어서자 확실히 주위가 어두어졌고 하늘이 별로 가득차 반짝거리는게 느껴졌다. 기분이 좋아진 내가 고개를 올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걷고 있는데 김태형이 그런 내게 말을 걸었다. "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 " 뭔데? " " 너 유학 왜 갔어? " 뜬금없는 질문에 의아했던 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김태형에게 살짝 고개를 돌리니 김태형이 고갯짓으로 다시 앞을 보라고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다시 고개를 돌린 나는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시작했다. " 그냥. 좋은 기회가 생겼었어. 근데 안 가기 아깝잖아. 그래서 갔지. " " ... " " 그래도 가기 전까지 고민 많이 했어. 내가 원래 좀 외로움을 잘 타서 많이 힘들거 같았거든. 한편으로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 " " 근데 너 가기 싫어했잖아. " " 그랬지. 사실 나 가기 전날까지도 고민했다. " " 가기 싫다고 울기까지 했으면서.. 왜 간거야? " " 그야 부모님도 갔으면 좋.. 어? " 한순간에 발걸음이 멈추었다 내 발걸음이 멈추자 내 뒤로 일정하게 들려오던 김태형의 발소리도 함께 멈추었다. 김태형의 물음에 내 사고가 정지된 기분이었다. 조금 경직된 목소리로 내가 김태형에게 물었다. " ..너 나 가기 싫어서 울은거 어떻게 알아? " 당황스럽고 놀라서 조금은 딱딱하게 나간 내 목소리에 우리 주위가 차분히 가라앉는거 같았다. 들려오지 않는 대답에 김태형을 쳐다보려고 했다. 살짝 돌리려던 고개를 김태형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면서 그냥 다시 앞을 향해 유지했다. 내 질문에 대한 답을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김태형의 말은 전혀 다른 엉뚱한 내용이었다. " 예전에 내가 버스를 타고 어딜 가고 있었거든. 밖을 보면서 가다가 우연히 고개를 돌렸는데 거기에 어떤 여자가 앉아있었어. " " ... " " 그런가보다하고 고개를 돌리려고 했는데 그 여자가 울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눈물만 또르르 흘리다가 점점 더 울먹이는거야. " " ... " " 근데 왜인지 거기서 눈을 떼지 못하겠더라고. 그래서 계속 쳐다보다가 손수건이라도 빌려주려고 다가갔는데 그 여자가 그냥 갑자기 내려버렸어. 완전 쌩하게. " 김태형이 말하는 내용이 내 눈 앞에 그려졌다. 마치 내가 겪은 일인 것처럼 생생하게 말이다. 점점 선명해지는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깨닫는다. 김태형과 내가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오랜 시간동안 고민을 하다가 유학을 가기로 거의 마음이 기울었던 날,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창 밖으로 동네의 풍경이 보이자 갑자기 앞으로는 더이상 못 본다는 생각이 들어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참으려고 훌쩍이다가 결국 못 이기고 급하게 버스에서 내렸다. 아무데나 내렸기에 어딘지 몰라 내리고 나서 한참을 길을 헤메었다. 눈물은 흐르고 길은 모르겠고 그렇게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돌아다니고 있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액정에 뜬 그 이름을 보자마자 주체할 수도 없이 눈물이 터져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창피하지도 않은지 나는 정말 엉엉 울었다. 손에 핸드폰을 꽉 쥐고 그렇게 울고 있는데 그런 내게 조금씩 차가운 물이 닿아왔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다가 끊임없이 닿아오는 물에 잠깐 눈물이 멈추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차가운 비가 주륵주륵 내리고 있었다. 이제 장마가 시작된다고 우산을 꼭 챙겨다니라는 엄마의 말은 듣지 않았었다.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나서 또 눈물이 터져나왔다. 이미 몸은 다 젖었고 우산은 없고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계속 눈물을 쏟아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를 괴롭히던 차가운 빗물이 느껴지질 않았다. 사방에서 빗소리가 들리는데 내 주위만 조용했다.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무릎 사이에서 고개를 들었을 때, 바로 앞에 축축히 젖은 운동화 한 켤레가 보였다. 길게 이어진 다리를 따라 눈물을 훔칠 생각도 못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 내 앞에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남자가 뻗은 손에는 우산이 들려 있었지만 남자는 나처럼 이미 온 몸이 젖은 상태였다. 남자의 우산은 내 위로 펼쳐져 있었고 나는 그 덕분에 더이상 비를 맞지 않았다. 나를 향해 괜찮냐고 물으며 남자는 아주 환한 웃음을 지었다. 웃는 모습에 너무 예뻤기에 나는 미처 자리에서 일어나 고맙다는 말을 해야한다는 것을 까먹고 멍하니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비맞으면 감기 걸린다고 말하던 그 목소리를 내가 잊고 살았다. 자기도 쫄딱 젖었으면서 나를 먼저 걱정하던 그 마음을 잊었었다. 뒤늦게 건넨 고맙다는 내 말에 웃던 그 남자의 웃음을 내가 잊고 살았다. 다시는 그런 환한 웃음은 못 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이미 몇 차례나 보았고 그 웃음에 설레어 밤잠도 여러번 설쳤지만 나는 기억하지 못했었다. " 내가 왜 울었냐고 물어보니까 그 여자가 그랬다? 곧 있으면 유학을 가는데 갈지 말지 고민이라고. 무서워서 못 갈거 같다고 그랬었잖아. " " ... " " 그래서 난 그 사람이 유학을 안 갈줄 알았어. " " ... " " 그 날 이후로 내가 엄청 찾았었는데. 매일 그 버스 타고 내려서 그 공원에서 죽치고 앉아있었어. 동네 꼬마 애들이 형 또 왔냐면서 나한테 아는척 할 정도로 맨날 갔었어. " " ... " " 그런데 한번을 안 나타나더라. 유학 갈거라고 그랬는데 바보같이 그건 홀라당 다 까먹고 기다리고 찾아다녔던거지. " " ... " " 그 근처 카페나 도서관 같은데 다 가봤는데 결국엔 못 찾았어. 딱 한번만 더 보게 해달라고 그렇게 바랬는데. " " ... " " 그래서 어쩌면 앞으로는 영영 못 볼거라고 생각했어. 인연이 아니었나보다, 아쉬워도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 어떻게 잊고 살았을까? 한번만 봐도 잊을 수 없을 만큼 예쁜 사람인데. 나는 어떻게 김태형을 까맣게 잊고 다시 만났을 때마저도 그를 기억하지 못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김태형과 나는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기억을 아끼고 그리워하던 김태형과 달리 나는 그 기억을 잊고 살았다. 김태형이 그렇게 열심히 나를 찾아다닌 동안 나는 아무 것도 한게 없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그와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반가워할 수도 없겠다고 느껴질 만큼 나는 김태형에게 미안했다. 정말 고마웠고 아름다웠던 그 시간을 나 혼자 잊은거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나는 돌아서서 김태형을 바라볼 생각도 못한채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 그런데 아니었나봐. " " ... " " 다시 만났거든. " 내 귓가에 내려앉은 김태형의 목소리에 나는 그제야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김태형의 목소리에서 진하게 묻어나오는 반가움에 다시금 죄책감이 밀려와 고개를 푹 숙였다. 계속 내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던 김태형이 그런 나를 보고는 작은 한숨을 내쉬더니 걸음을 옮겨 짠- 하는 소리를 내며 내 앞에 마주섰다. " 찾았다. " " ... " " 내가 드디어 널 찾았어. " " ... " " 많이, 아주 많이 기다렸어. " 김태형의 목소리에 살짝 고개를 들었다가 보기좋게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눈이 휘어지게 웃는 그 눈웃음에 당황한 내가 다시 시선을 피하고 고개를 더 푹 숙여 모자 아래로 숨어버리자 김태형은 주인에게 놀라달라고 칭얼대는 강아지마냥 내게 애원했다. " 왜 피해. 응? 나 좀 봐봐. " 김태형이 모자를 살짝 들어올려 모자 속으로 숨어버린 나를 또 그렇게 찾아낸다. 그러면서 그 큰 두 손으로 내 어깨를 잡고 나와 시선을 맞추려 허리를 숙이고 나를 쳐다보는데 나도 더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고개를 들어 김태형과 눈을 마주하자 언제 시무룩해졌냐는듯 축 쳐져있던 눈꼬리가 다시 휘어지며 환하게 웃는다. 그리고 그런 김태형의 웃음을 바로 눈 앞에서 보자 흐릿했던 기억이 나는 더욱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그 때의 기억뿐만 아니라 느꼈던 느낌과 감정까지 나는 기억해낸다. 시간이 흐르고 흘렀지만 다정하게 전해지던 김태형의 웃음도, 그 웃음에 수줍어 얼어버린 나도 그리고 우리를 감싸던 그 여름의 공기도 변하지 않았다. 그 때도 난 그의 웃음에 가슴이 설레 어쩔 줄을 몰랐다. 마치 지금처럼 말이다. " 안녕. 오랜만이야. " " ... " " 보고싶었어. " 김태형이 웃는다. 비오던 날, 내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두근거림을 느꼈던 그 남자의 웃음이 내가 지금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김태형의 웃음이었다. 어쩌면 난 몇년전 그 여름부터 김태형에게 반했을지도 모른다. 현재 연애의 온도 : 50℃ 안녕하세요 태꿍입니다:) 많이 늦었죠..?(셀프뺨) 일주일은 다들 어떻게 보내셨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임시공휴일이었던 금요일만 보고 버텼는데 어느새 사요나라..☆ 시간 진짜 빨라요ㅠㅠㅠㅠㅠ 늘 댓글 달아주시고 읽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암호닉] 까만색 / 여기봐전정꾸 / 소금 / 까까 / 탷 / 통통 / 태에태 / 토마토마 / 꾸꾹이 / 전국정국 / 침침쓰 / 핫초코 / 초딩입맛 / 그렇게 / 태태뿡뿡 / 모카 / 비비빅 / 누텔라 / 슙끼슙끼 / 한탄 / 꾸꾸 / 망고 / 꿀비 / 모카 / 센빠이안녕 / 반딥 / 틸다 / 포뇨 / 백설기 / 돈까스 / 디즈니 / 달걀8 / 도담 / 소문의김태형 / 단미 / 스키니 / 부쨩뿌쨩 / 햇님 / ☆요다☆ / 마름달 / 꾸루곰 / 눈부신 / 츄파춥스 / 잼잼 / 원 / 민트 / 꾹블리 / 알라 / 민빠답없 / 민슈가 / 연꽃 / 알바생 / 미융 / 젤리 / 윤기모찌 / 봄비 / 정수정 / 태태한 침침이 / 히동 / 라리아 / 아쿠아리움 / 태븅 / 김태태 / 치카치카 / 샴푸 / 소녀 / 마끼 / 정글곰 / 포세이돈 / 아이스티 / 태태라떼 / 꽃반지 / 유채 / 명탐정코코 / 쭈꾸미 / 됼됼 / (태태) / 쀼쀼 / 토토 / 흑장미☆ / 꼬잉꼬잉 / 콩콩이 / goodbye summer / 비타민 / 미소 / 은하수 / 산들코랄 / 김치만두 / 콜라 / 핑슙 / 와다 / 숲 / 침침쓰 / 쀼꾸뺨 / 호빗 / 새우튀김 / 짝짝 / 뀨뀨 / 밍뿌 / ♡태태♡ / 호이윤기 / 연이 / 짐솔 / 꿍야 / 8ㅅ8 / 음향 / 잉여 / 꽃차 / 트롤리 / 김태형 / 버누 / 귤 / 열아홉 / 설레임과자 / 설날 / 윤기야 나랑 살자 / 안티 / 영국 / 론 / 요맘때 / 사설 / 정구기쿠키 / 아이스초코 / 스무살의봄 / 븅븅딱딱 / 둥이 / 슙슙 / 외로운쿠키 / 공중전화 / 김태태 일로와 / 새온 / 랩모네이드 / 내태형 / 망고 / 꾸꾸기 / 민빠답없 / 찍먹파 / 사용안함 / 준회 / 홉부인 / 하늘하늘해 / 현지 / 사과맛오렌지 / 사랑입니다 / 아가야 / 이현 / 요를레히 / 탱탱 / 천상여자 / 낭낭하게 / 윤아얌 / 김까닥 / 라 현 / 전장꾸 / 더럽 / 자몽 / 그냥돼지 / 핑퐁 / 융융융털 / 채영 / 하울 / 펜잘규 / 히라 / 감귤 / 탄뚱탄뚱 / 들러 / 복숭아 / 루비 / 현복 / 푸랑푸 / 윤기워더 / 꺄룰 / 윤기나는윤기 / 딘시 / 쵸니 / 태형아♡ / 김태훙 / 주지스님 / 기린 / 슙두비 / 아카시아 / 너를 위해 / 허니버터잼 / 설레면딸기우유 / 햇살 / 선배님 / 슙슙 / 빠밤 / 설렘쿵 / 집순이 / 망고맹고 / Real V / 카라멜 / 전루살이 / 슈나무 / 망구 / 카페모카 / 눈웃음 / 닥구 / 밤잠 / 김뷔 / 뀨쯉쯉뀨 / 연금술사 / 슙슙 / 레몬녹차 / 나침반 / 파파 / 니나노 / 슈끄 / 정희망 / 코코팜 / 뚱이 / 계피 / 쎄라비 / 코끼리열차 / 프리 / 꿀떡맛탕 / 김데일리 / 찌지지직 / 태태이즈뭔들 / 바떼 / 망고빙수 / 야끙 / 뽀삐 / 세젤예세젤귀 / 음모 / 짱구 / 택배전쟁 / 삥꾸 / 쿨밤 / 뷔글 / 당긴윤기 / 햇살 / 슙 / 요다 / 메르츠 / 알매V / 돈까스 / 예원 / 꿍잉 / 사라다 / 리베♡ / 쿠키 / 9495 / 됴종이 / 0326 / 1600 / 레몬 / 막둥이 / 달달한설탕 / 내윤기야 / 낑투더깡 / 부끄럼 / 뀨류뀨뀨 / 라코 / 0618 / 코코볼 / 꾹이 / 콩콩 / 차녜 / 윤기쑤쑤 / 그린티 / 핑쿠핑쿠 / 침침맘 / 무지개 / 덕쿠빠 / 윤기융털 / 태친 / 폭탄초코 / 졸사 / 셜록 / 눈을감자 / 린월 / 뽀로로 / 1013 / 라온이솔 / 나키 / 끼야아 / 하리보 / 폭염주의보 / 옒 / 식빵 / 가란 / 융융 / 꽃보리 / 박력꾹 / 인사이드아웃 / 헬로키티 / 바람에날려 / 더콩 / 옥수수수염차 / 영감 / 자몽퍼퓸 / 이얏호 / 슙듑 / 수련 / 녹차라떼 / 우린운명이야김태형 / 루이비 / 7358 / 자라 / 1290 / 냐냐 / 반지 / 헤일로 / 화원의 낭자 / 햇살 / 퍼플 / 상상 / 연애학개론 / 지민이와함께라면 / 태형아 / 구리짱짱 / 봄 / 갈매기끼룩 / 자몽 / 슬요미 / 퓨어 / 다굠 / 짜끄리 / 감자깡 / 우리둘이둘리 / 민윤기 코딱지 / 곰씨 / 배꾸 / 집순이 / 0808 / 창문너머할매 / 꾹토끼 / 찡찡이 / 꽃님 / 슈웁슙 / 유로파 / 나사용법 / 마을버스 / 세균맨 / 뷔러먹을 / 공격 / 뚜루루☆ / 밤비 _신청은 받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