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일이
외려 그대에게 힘겨운 짐이
되지 말게 하소서
짐, 이정하
그림자
구준회
글을 배워본 적이 없었다. 그는 천하게 태어났다. 부모는 언제나 나약했고 힘이 없었다. 아버지는 시장에서 부잣집 귀인들의 짐을 도맡아 나르는 일을 했고 어머니는 가끔씩 양반 댁으로 불려가 음식을 해주고 돈 대신 식구가 먹을 수 있는 곡식을 가지고 왔다. 한 번도 배가 부르게 먹은 적이 없는데 그는 또래들보다 키가 컸고 가진 힘이 억셌다. 준회는 모든 그 나이 또래처럼 웃음이 헤펐지만 그건 많은 사람들 앞에서만 나왔다. 홀로 있을 땐 외로움과 가난에 허덕여 지내는 게 그의 주된 일상이었다.
권력이 없다는 건 떳떳할 수 없다는 걸 의미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언제나 모두에게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그도 그래야 했다. 나약함은 거스를 수 없었고 찰거머리처럼 후손들에게 유전됐다. 양반 집 꼬맹이들에게 높임 말을 써가며 일하는 부모를 보면서 그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자존심 상할 일은 아니었다. 한참 나이가 많은 어른들에게 귀한 대접을 받으며 아무 걱정 없이 자라나는 그 애들은 그저 좋은 운을 타고난 것뿐이었다. 그 팔자는 잘못됨이 아니었으므로 준회가 어떤 말을 할 처지는 되지 못했다. 하지만 비참했다. 이 약함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참을 수 없이 비참했다.
"네가 좀 더 좋은 집에서 태어났더라면 분명 훌륭한 무사가 되었을 것인데."
"……."
"미안하구나."
어머니는 대뜸 그렇게 말했다. 그가 가진 골격이 도드라지고 신체의 선이 나날이 날렵해지던 때였다. 아무 것도 아닌 혼잣말처럼 뿌려진 그것에 준회는 살짝 가슴이 욱신했다. 돈이 없어 자주 끼니를 거르고 항상 추운 방에서 잠을 자게 되는 이런 삶을 부모의 탓으로 여긴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자꾸만 미안하단 말만 했다. 마치 그렇게 하면 가난이란 죄악을 변명할 수 있다는 것처럼. 준회는 침침한 방 안에서 고된 침선을 하고 있는 어머닐 멀거니 쳐다봤다. 초에 불을 붙일 수 없기에 캄캄한 어둠 속에서만 바늘과 실을 꿰어 비단을 수선하고 있는 어머니는 가히 위태롭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손을 떨고 있었다. 준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다음 날부터 가벼운 심부름을 다니기 시작했다. 남들이 무겁다고 하는 것은 준회에게 살짝 어깨가 뻐근한 정도로 그쳤다. 여럿이 모여도 들기 힘든 짐들을 거뜬하게 쥐는 그를 쳐다보는 눈길들이 신기함에 어른거렸다. 준회는 그렇게 지내면서 꽤 좋은 수입을 만졌다. 준회를 부르는 건 주로 섬에 살고 있는 상인들이나 넉넉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젊은 청춘들이었다. 간혹 어린 것이 고생한다면서 머리통 어딘가를 살살 쓰다듬어주는 높은 집 어른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코 끝이 찡했다. 그는 이 일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처량하다고 느끼지 않으려 무던히도 노력했다. 가세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집들보다 약간 더 아래였고 그래서 준회가 거들지 않으면 쌈짓돈이 생겨나질 않았다. 준회의 유년은 거칠었고, 때로는 다 허물어져 위태롭게 흐물거리기도 했다. 가난한 사랑은 바로 옆에 있어도 포만감이 없었다.
백성들의 삶이란 다 그런 것이었다. 그저 힘들어 죽지 않을 만큼의 노동을 하고 배고파 죽지 않을 정도의 품삯을 받고, 또 자식들에게 죽지만 않을 양의 안쓰러움을 느끼면 되는 것이었다. 그걸 계속 대물림하면 되는 것이었다.
"궁에서 친히 내려온 명이오! 이튿날 당장 짐을 꾸려 입궐하시오."
이렇게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맞닥뜨리게 되어도 아무런 힘을 쓸 수가 없는 것, 이었다. 이게 바로 백성이었다. 백성이고 조선의 나락들이었다. 궁의 영조사로부터 명을 전달하러 온 사람은 굳이 무섭게 말하면서 어머니의 작은 어깨를 더 작게 만들었다. 어머니는 낡은 치맛단을 애처롭게 쥐면서 호소했다. 아버진 저잣거리에서 짐을 가지고 올 귀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준회는 빼꼼 고개를 빼서 허름한 마당을 한 번 쳐다봤다. 어머니는 거의 빌고 있었다.
"어이구!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나랑 바깥양반은 얼마든지 가줄 테니 제발 우리 준회만은 그냥 두게 해주시오, 예?"
"아니, 이 여편네가……."
팔을 붙잡고 애원하는 어머니를 그는 매섭게 떼어냈다. 어머니가 마당 어딘가로 나가떨어졌다. 준회는 급히 신을 신으면서 앓는 소릴 내고 있는 어머니에게로 다가갔다. 천한 것들이 주접이군. 그는 한 마디 쏘아붙이더니 이내 쾌자와 비슷한 나장복을 펄럭거리며 마당을 나갔다. 준회는 이런 취급을 받은 게 분해서 부릅 눈을 뜨고 몸을 떨고 있었다. 그의 어머닌 아직 어린 아들을 붙잡고 울기 시작했다. 준회는 어머니의 눈물이 그리 낯설지 않았지만 심장이 단번에 아래로 처박히는 기분이 들어서 왜인지 지금 이 모든 게 난생 처음인 것처럼만 느껴졌다. 그는 서툰 동작으로 어머니를 껴안고 등을 토닥거렸다. 본래 살갑지 않은 성격은 어떤 위안도 건넬 수 없었다. 쓸쓸한 바람이 부는 마당 안에서 모자母子는 서로의 살 냄새를 한가득 음미하고 있었다. 무력의 냄새였다.
그 날 소식을 듣게 된 아버지는 의외로 담담했다. 약간의 짐을 챙겼을 뿐이다. 그것 말고는 어떤 일도 없었다. 오로지 어머니만, 이런 처지를 만들어내서 준회에게 감당할 수 없는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준회는 부모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방을 빠져나와 마루에 걸터앉았다. 너무 낡아 금방이라도 폭삭 주저앉을 듯한 마루는 준회의 복잡한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만 했다. 별마저 잠들었는지 하늘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준회는 무엇도 반짝이지 않는 밤 하늘을 쳐다보면서 자신을 동정했다. 이렇게나 넓은 하늘 아래에 어째서 하나의 보금자리도 허락되지 않는지가 너무 야속했다.
다시 여기로 돌아올 수 있겠지. 모두 함께. 그는 홀로 중얼거렸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도 이상하게 생각 어딘가가 불길해졌다. 준회는 그 불길함을 떨치기 위해 일부러 많은 짐을 챙기지 않았다. 얼마가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꼭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준회는 스스로 생각하고 속으로 외쳤다. 궁으로 가게 되면 아무 것도 모를 마을 철부지들이 부러움에 찬 눈을 보낼 거란 생각에 잠시 웃음이 났다. 준회는 손바닥으로 두 눈을 덮었다. 무엇도 힘든 건 없다고 믿고 싶은 밤이었다.
날이 밝고 마을의 몇 여염집들이 짐을 어깨에 올리고 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흡사 전쟁을 피해 안식처를 찾아 떠나는 피난 길을 연상케 했다. 실상은 그 반대였지만 누구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준회는 힘든 기척도 없이 보따리 두 개를 짊어지고 걷고 있었다. 궁으로 가는 길은 멀었고, 벌써부터 이유 모를 피로에 젖어들고 있었다. 준회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보폭을 맞췄다. 언제까지고 놓치고 싶지 않은 손이었다.
중건을 위해 모인 인수는 자그마치 몇 백에 달했다. 거기서 준회는 나이가 어린 축에 속했다. 그리고 그걸 첫 눈에 알아보는 이는 얼마 없었다. 또래보다 한참 성숙한 체구를 가진 탓이다. 준회는 조용히 일했고 하라는 것에 토 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만 하면, 계속 버티게 되면 한동안은 끼니 걱정으로 눈물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은 보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중건에 참여한 모두가 보수로 몇 가마의 곡식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준회는 전보다 좀 더 거칠어진 손으로 벽돌을 잡아 지정된 보관고로 향했다. 등 뒤로 느껴지는 무게는 마치 자신의 신분 같았다. 벗어서 부러뜨리고 싶었지만 너무도 무거워서 그럴 수 없었다. 감히 떼어낼 수 없었다. 준회는 행렬을 따라 벽돌을 옮기면서 잠시 입술을 씹었다.
쓰지 못하는 창고 쯤으로 보이는 곳에서 사람들은 잠을 자고 밥을 먹었다. 특별할 게 없었다. 자리를 잡아 누우면 그게 잠이었다. 다 뜯어진 멍석으로 만든 바닥은 시간을 불문하고 추웠다. 기분 탓이라고 믿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하는 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어머니가 치맛단에 무엇인가를 숨기며 조심조심 걸음을 옮겨 다가왔다. 어머니가 치맛단에서 꺼낸 것은 야참인 보리 경단 몇 개였다. 준회는 둥글게 만들어진 경단을 쳐다보다가 슬쩍 옆으로 시선을 피했다. 아버지는 땀 젖은 저고리를 입고 코를 골며 고달프게 자고 있었다.
"…어디서 가져오셨어요?"
"아까 속이 좀 불편해서 끼니를 한 번 건넜더니 챙겨가라고 주더구나. 어민 괜찮으니까 어서 먹거라, 응?"
"……어머니 드셔요. 지금 허기 없어요."
준회는 거절했다. 어머니도 거절했다. 어머닌 여전히 불쌍하고 미안하기만 한 아들의 손을 직접 잡고 그 안에 경단을 올려주었다. 제게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필히 훌륭한 인재가 되었을 존재. 어머닌 아들이 언제나 가련했다.
맞닿은 손에선 노약의 상징인 주름이 느껴졌다. 그렇게 패여 있는 곳을, 자신의 살을 도려내서라도 메워주고 싶었다. 준회는 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는 시간의 크기를 원망했다. 어머니의 시간은 언제나 빠르고 날쌔게 지나갔다. 어머닌 어려서부터 많은 일을 하며 살림을 꾸려오느라 이미 지쳐 있었다. 준회는 말 없이 손바닥 위에 놓인 경단을 쳐다보았다.
"어미가 너한테 해준 거라곤 아무 것도 없는데, 이렇게 틈 날 때마다 먹이기라도 해야지……."
"……."
애처롭게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길은 느끼고 있어도 그리운 것이라서 그만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준회는 이번엔 망설이지 않고 경단을 목 속으로 넣었다. 이상하게도 알맹이가 씹히질 않았다. 그는 억지로 꾸역꾸역 그것을 삼켜내고, 종일 무거운 것을 옮겨 피곤한 다리를 핑계로 살짝 신음했다. 앓는 소리에 담긴 건 모성에 대한 경애였다.
그 후로는 모든 일상이 반복되었다. 무거운 짐을 나르고 기둥을 세울 때 필요한 벽돌들을 정리했다. 가볍게 인사할 수 있는 사이의 사람들이 늘어났고 어머니는 어기지 않고 점점 늙었다. 준회는 수삭 전보다 키가 좀 더 컸다. 그렇게 크게 걱정할 일 없는 평화로운 나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어제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늦은 시간에, 사람들은 모두 잠에 들지 않고 각자 중년에 대한 앞으로의 향방을 떠들고 있었다. 준회는 눈을 감고 벽에 기대서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월이, 그 어린 것이 아비마저 그리 되면 어떡하누. 조선 천하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누가 신문고라도 한 번 울리게 해주면 좋을 것을. 설마 정녕으로 집행을 하기야 하겠는감? 암, 주상전하가 어떤 분이신데. 가만히 계시진 않을 것이야. 엄마, 월이가…. 월이가 불쌍해서 어찌해……. 새벽이 다 지나가도록 사람들은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중년과 평소 약간의 친분이 있던 아버지도 심각한 얼굴이었다. 어머닌 중년의 딸인 월을 걱정했다. 모두가 이 자리에 없는 중년의 무사를 바라고 있었다.
궁에 새로 얹을 기둥에 쓰일 기다란 목재가 부러진 채 발견된 게 상황의 시초였다. 그저 단순한 실수로 넘어갈 뻔한 일이었으나 유난히 악독한 성미를 지닌 한 관리사에 의해 그것은 궁의 직속에게까지 퍼지게 되었다.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았던 목재는 값이 비쌌고 만들어지는 기한이 길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짓이 아니라고 손을 저었고 끈질긴 추궁에 결국엔 범인이 잡히었다. 근방에 살아 몇 번 마주칠 일이 있었던 맘씨 좋은 중년이었다. 그의 딸인 월은 옥에 갇히기 위해 끌려가는 아버지를 향해 서럽게 울다가 지쳐서 방금 막 잠에 들었다.
그 날 느꼈던 불길이 지금 이것을 상징하는 것이었나. 준회는 생각했다.
아닐 줄 알았지만 중년은 다음 날 아침에 정말로 탄형에 처해 묶여 있었다. 그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 모두가 탄식에 찬 소리를 냈다. 중건은 잠시 중단됐다. 월은 몸을 떨고 있는 부친을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울고 있었다. 형을 집행하기 위해 무장한 복장의 사내가 큰 소리로 죄목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해는 멀쩡하게 떴고, 잘못된 건 없었지만 모두가 흐느끼고 있었다. 궁 외각에선 많은 소리들이 교차되었다.
"죄인은 내 말을 모두 새겨 들어라. 함부로 궁의 물건을 험하게 다룬 죄로, 지금 바로 탄형에 처한다."
준회는 미간을 좁혔다. 어머니는 옆에서 안타까운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약하게 손을 떨고 있었다.
칼날이 중년의 손가락을 앗으려는 순간에 돌 하나가 공중을 날아들었다. 반항의 표시로 돌을 던지고 씩씩거리는 숨을 내뱉고 있는 그는 월의 삼촌이었다.
"…이 악랄하고 못된 놈! 이런 막된 짓을 하고 감히 조선의 수발이라 말할 수 있느냐! 지금 당장 내 형님을 풀어주어라! 내 형님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단 말이다!"
그는 잔뜩 노해서 소리쳤다. 사람들은 중년을 닮아 평소 온순하던 그가 이렇게 싸한 모습을 보이는 걸 보고서 조금 놀란 눈치였다. 정강이 언저리를 치고 지나간 돌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사내가 인상을 쓰며 그에게로 다가왔다. 문득 칼을 뽑으려는 자세에 사람들 모두가 아우성했다. 준회가 불미스런 광경이 일어날 것을 미리 예지해 큰 손으로 어머니의 눈가를 덮었다.
"죄악은 본시에 모두 법으로 다스려야 하는 것…. 천한 것이 지금 감히 이 순리를 거스르고자 하느냐."
그는 목 밑으로 뻗어오는 칼날을 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자리에 몸을 묶인 중년은 동생의 처지를 알아채고 발악하기 시작했다. 죄수들의 생사를 관장하는 전옥서의 사내는, 얼마간 조선의 새 거처를 위해 일해온 그에게 미련 없이 칼을 꽂았다. 피는 복부에서 터졌고 곧 입 아래로 쏟아져 내려왔다.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의 몸이 고통감에 아래로 굴렀다. 사내의 지시에 병졸 몇 명이 중년의 손가락에 망설이지 않고 칼을 내렸다. 단숨에 손가락을 잃게 된 중년은 거칠게 몸부림하면서 아픔을 표현했다.
누군가가 월의 눈가를 가려주고 있었다. 월, 외자의 소녀가 혈육이 도륙 당하는 것을 낱낱이 지켜보지 않았음에 그는 아주 작게 안도했다. 준회는 그렇게 작은 소녀를 쳐다보고 있었고 한참이나 사내를 향한 매서운 눈을 치우지 않았다. 잔인한 짓을 벌이고 있는 그에게 사람들이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사내는 단단한 돌을 맞아내며 소리쳤다.
"…이 천한 것들! 이 천한 것들이, 불쌍해서 귀한 일손을 얻게 해준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는단 말이냐!"
그럼에도 눈물과 원망이 섞인 돌질은 멈추지 않았다. 준회는 돌이 아닌 흙만 한 줌 쥐어 싸늘하게 떨었다. 이걸 사내의 뼛가루로 믿고 있었다. 으깨버리고 싶은 감정이었다. 그는 흙이 섞여 더러워진 손바닥을 굳이 문질러 닦지 않았다.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건물을 세울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고 기초적인 작업을 앞둔 며칠 사이 사람들에게 약간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준회는 그 시간을 잠을 자는 데에 모조리 소진했다. 무료하게 눈가를 비비고 있는 준회에게 어머닌 월을 데리고 왔다.
월은 긴장한 표정으로 준회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머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들의 등을 몇 번 떠밀면서 말을 꺼내었다.
"준회야, 네가 이제부터 이 애 오라방 노릇을 좀 해야겠구나."
"……."
"…이 애 사정을 너도 잘 알지 않니, 쌀쌀히 굴지 말고 좀 예뻐해주거라. 응? 어미가 부디 부탁하는 거야."
월은 어느 틈엔가 두 볼을 붉히고 있었다. 어머니의 청에 준회는 대답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월의 삼촌은 기적적으로 살았지만 한동안 전처럼 다리를 편히 쓰지 못했다. 준회는 천천히 걸었다. 뒤에서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월의 아버지인 중년이 그 후로 정신이 이상해진 것을 알고 있다. 가족이라곤 그 둘이 전부인 월이 불쌍하단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월에게 다정한 마음을 쏟아줄 이유는 없었다. 귀찮은 건 질색이었다. 준회는 가능하면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원하지 않는 일에 휘몰리는 건 바라지 않았다. 분명 월과 어울리게 되면 사소하더라도 해를 입게 될 일이 생겨날 게 뻔했다. 준회는 어머니가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게 싫었다.
별 다를 것 없는 날들이 지속됐다. 짧았던 휴식이 끝났고 새로운 일을 도맡게 되었다. 무거운 것을 등에 지고 나르는 것 대신에 이제부턴 직접 벽돌을 쌓고 그 위를 단단히 만드는 작업을 시작해야 했다. 준회는 설계에 대한 복잡한 설명을 듣고 있다가 대충 고갤 끄덕였다. 그러다가 주변의 나뭇잎을 쓸고 있는 월과 눈이 마주쳤다. 눈 맞춤은 길게 늘어졌다. 누구도 먼저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 둘은 그렇게 가끔 말 없이 서로의 눈을 쳐다보고는 했다.
"준회야."
"예. 아버지."
"돌아가면, 원래 있던 낡은 것을 헐고 새 집을 지을 생각이다. 네가 아비를 좀 도와주겠느냐."
"…예."
"훗날에 네 혼기가 차면 방이 하나 더 필요하지 않겠느냐."
아버지는 다정하게 웃으면서, 공활한 미래를 약속하며 아들의 손을 잡았다. 그 손 역시 주름이 많았고 험한 흔적들이 있었다. 부모의 손을 보고 있노라면 왜인지 자꾸만 가슴이 미어졌다. 준회는 어색한 척을 하며 그 틈에서 손을 빼내었다. 부모의 손들을 다시 예전처럼 곱게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다. 시간은 결코 역행되지 않는다. 아들을 위해 한 몸 바쳐 일해온 노고 역시 역행될 수 없었다. 없던 일이 될 수는 없었다. 준회는 또 눈물이 찰 것만 같은 감정을 노력해 숨기느라 애를 먹었다.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부모의 손은 언제나 눈물을 나게 했다.
궁으로 불려와 일을 시작하고 꼬박 육 개월이 다 되었다. 의외로 집에 대한 향수는 심하지 않았다. 고된 일을 하면 피곤해서 집 생각도 모두 잊게 되었다. 준회는 평소보다 늦게 눈을 감으며 오랜만에 꿈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불쾌한 냄새가 났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떴다.
불길이다. 불 길이었다. 준회는 타들어가는 공기 속에서 매운 기침을 몇 번이나 토해냈다. 온통 검은 것으로 가득찬 시야에 그는 생경한 공포를 느끼며 느리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마음이 급해졌다. 어머니, 어머니를 찾아야 했다. 당황에 물든 사고는 정상적이지 않았다. 준회는 캄캄한 연기가 가득한 그 곳을 정신 없이 헤집으며 어버이의 모습을 찾으려고 애썼다. 바로 옆에 있어야 할 부모는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검은 것들이 잔뜩 뒤섞인 곳은 혼잡했고, 이유를 모르게 낯설었다. 호흡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준회는 시끄럽고 난폭한 소리들을 들으면서 죽어가고 있었다. 달리는 두 다리가 굼떴다. 끝내 어머니의 행방을 찾지 못한 그는 거의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
탄 냄새가 가득 들어차게 된 폐로 준회는 힘겨운 숨을 내쉬고 있었다. 흐릿한 시야 안으로 어둡게 가라앉은 인영 하나가 보였다. 구석에서 쪼그려 앉아 떨고 있는 월의 모습이었다. 준회는 뜨거운 연기가 출렁이고 있는 입을 차마 열지 못했다. 거기에 있으면 죽어. 말해야 하는데 다 타버릴 것만 같이 뜨거운 입술은 마음을 따라 움직여주지 않았다. 순간 월의 곁으로 불이 붙은 나무 더미가 떨어졌다. 애처로운 비명이 퍼졌고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은 화마에 중독되어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손이 준회의 뺨을 때렸다. 그 손찌검은 곧 죽을 것처럼 미약했고 어쩐지 조금 익숙했다. 잠에 빠지려는 준회의 정신이 퍼뜩 깨어났다. 쑤시는 몸을 떼를 써서 일으켜 구석으로 다가갔다. 월은 떨면서 머리를 감싸 고개를 아래로 박고 있었다. 준회는 그 몸집에 살며시 손 대며 재촉했다. 나가야 해. 하지만 두려움 섞인 공황에 빠진 월에게 그 속삭임이 들릴 리 없었다. 어디선가 접합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와 같은 나무 더미가 우르르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월의 손을 잡고 일으켜 불이 붙은 그 곳을 빠져나왔다. 활활 타는 불이 붙은 더미 하나가 준회의 턱과 뺨을 잇는 곳을 치고 떨어졌다. 준회는 살이 익고 피가 터지는 아픔도 느끼지 못하고 월의 손을 꾹 잡았다. 주름이 없고 부드럽기만 한 그 손은 계속해서 준회로부터 잡혀 있었다. 화염을 이기지 못해 쓰러지기 시작한 폐허 밖으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목숨들이 검게 그을린 채 괴로운 숨을 터뜨리고 있었다. 준회는 어지러운 정신 속에서 어버이의 모습을 찾았다.
처음으로 닿은 손은 여전히 꽉 잡고 있었다. 준회는 분주히 눈을 굴리다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부모의 모습에 이내 포기하며 고개를 숙였다.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들었다. 연기를 마신 속이 울렁거렸다.
"이게 대체 무슨 날벼락이람……."
"…멸화군, 멸화군을 불러라! 어서 멸화군을 불러!"
"순돌아, 눈 좀 떠보거라. 응?"
"안에 아직 내 부인이…. 아이고, 부인!"
검게 변한 그들이 각자의 보물들을 부르며 울고 있었다. 월은 떨고 있는 준회의 옆을 천천히 쳐다봤다. 그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준회는 사소한 바램이 이루어졌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모든 것이, 그저 짧게 지나가는 꿈의 한 순간으로만 느껴졌다. 참사는 쉽게 믿기지 않았다. 정말로 꿈 같은 일이었다. 준회는 어중간한 새벽에 활활 타버리고 마는 그것을 지켜보며 잠에서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용 없는 짓이었지만 준회는 혼잣말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머리를 다 쥐어뜯었다.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란 말이야……. 그런 준회의 곁에서 월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유독한 것이 너무 많이 들어간 준회의 속이 순간적으로 뒤집혔다. 준회는 기우뚱거리던 몸집에 의구심을 품을 틈도 없이 아래로 넘어졌다. 충격으로 눈이 감겼다. 월이 간신히 돌아온 정신으로 그를 붙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그는 쉽게 눈 뜨지 않았다. 화염에 데인 상처가 정밀하던 턱선 바로 밑에 생겨나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말고도 주변에 쓰러진 사람들이 많았으며, 궁은 한참 후에야 내의원으로의 입장을 허락하였다.
며칠 후에 합동 장례가 있었다. 상조차 허락되질 않았다. 흰 천으로 검게 탄 몸을 감싸고 그 위를 또 다시 장막으로 덮었다. 비가 왔다. 다 늦은 비였다. 비는 아주 약하게 내리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울음 소리는 계속해서 커졌다. 너무 많은 이들이 죽었기에, 부정을 막고자 중건은 영영 멈추게 되었다. 궁은 죽은 사람들을 두려워하면서 정작 그들을 진정으로 위해주지 않았다. 쓰레기 같은 짓이 아닐 수 없었다. 준회는 하얀 것 밖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검은 손을 보고 무릎을 꿇었다. 비를 맞는 건 등이었는데 정작 아픈 건 속내 어딘가였다. 속이 아팠다. 죽을 것처럼 아팠다. 준회는 그 아픔을 참지 못하고 처음으로 엉엉 울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월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곳에 매장하기 위해 돌돌 말아지는 몸들을 보고 있는 준회의 곁으로 월이 다가섰다. 월은 손 뒤로 숨기고 있는 것을 힘껏 쥐고 있었다. 이내 소녀를 바라보는 준회의 눈에서 증오감이 올라왔다.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이 뒤엉켜 있었다.
"…이거……."
"……."
"받아주시면 안 됩니까, 오라버니."
월은 끝 말을 하면서 조금 떨었다. 내밀고 있는 것은 자수가 새겨진 입 가리개였다. 준회는 비틀어지게 웃었다. 비웃음이었다. 이걸 만든답시고 손가락에 자잘한 상처를 달고 있는 게 우스웠다. 준회가 사랑하는 손은 이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쩌자고 네 손을 잡아 나왔는지 모르겠다."
"……."
"왜 내 눈에 보였어, 왜! 너만 아니었으면 내 어버일 찾아 잡을 수 있었는데……. 너 때문에 내가…."
모진 말에 월은 금방 눈에 울음을 매달았다. 준회는 약해지는 마음을 애써 다스리며 비를 맞고 있었다.
"…받아주세요. 저를 구하시느라 입가에 나쁜 흉이……."
"가리고 다니길 원하느냐?"
"……."
"원한다면 가려주마. 내 눈을 모조리 다 가려주마."
"……."
"……너를 보지 않을 거야."
눈물 섞인 애원에도 준회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월을 그대로 지나치기만 했다. 월은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쏟아 완성한 그것을 들고 한참 서 있었다. 불행을 맞아 죽게 된 이들의 유족이 그 근처를 서성이며 소녀의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월은 움직일 수 없었다. 월의 뺨에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름이라도 불리기를 바랬다. 그의 입에서, 월아, 하는 단 두 글자만 나와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여기 없었다. 평생을 다해 원해도 다신 만나지 못할 연이었다. 살아도 기쁘지 않은 목숨에 소녀는 힘겹게 눈물을 참았다. 언젠가부터 품 속에 챙기고 있던 단도 하나를 사그라지도록 떨며 쥘 뿐이었다.
그래도 계집애한테 너무 심하진 않았는지와 같은 죄책의 생각이 들었다. 준회는 집을 향해 걷다가 무심코 뒤를 돌아보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비는 거세졌다. 한 순간에 전부를 잃게 된 그가 계속해 비틀거리면서 이 쓰라린 상황을 아물게 할 방법을 강구했다. 뭘 해야 할까.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준회는 문득 자조적으로 웃었다. 이 힘듦을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이 세상은 그가 얼마나 깊고 얼마나 아프게 추락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마련된 너무나도 나쁜 외딴 섬 같았다. 무인도였다. 준회는 앞으로 자신의 안에 아무도 들일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빗물에 섞이기 시작하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준회야, 이리 오거라."
"……."
"어느 까닭으로 그리 울고 있는고? 이 아제가 연고를 발라줄게, 울지 말거라."
마음을 다스리고 있을 때 문득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궁을 벗어나기 전이었다. 준회는 느리게 고갤 돌렸다.
온화한 인상의 송 씨가 단령을 두른 채 말하고 있었다. 단령은 저번 새벽 밤에 보았던 것과는 달랐다. 검은 색이었다. 준회는 그 반짝반짝한 옷감을 보면 우선적으로 혐오의 마음이 들어 무엇보다 앞서서 표정을 구겨야 했다. 살며시 비에 젖어 흔들리고 있는 저 천 표면을 찢어버리고 싶고 불에 태워 재로 만들어버리고 싶었다. 준회는 더 이상 송 씨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음에 이만 가던 길을 재촉하려고 했다. 그러나 팔목을 잡혔다. 송 씨는 가볍게 웃고 있었다.
"비를 맞았구나, 우모를 빌려줄까?"
"……."
"앞으론 편하게 송 씨 아저씨라 부르거라."
준회는 그 팔 잡힘을 뿌리쳤다. 빗물이 둘 사이를 가르며 지나가고 있었다.
단지 송 씨가 궁의 사람인 것 하나로도 준회는 충분히 이 상황을 외면할 이유가 있었다. 준회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어의에게 눈조차 맞춰주지 않았다. 그저 미련 없이 걸음을 돌렸을 뿐이다.
송 씨는 그 뒷모습을 천천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 날의 화재로 적지 않은 소란이 일어 내의원 역시 임해야 하는 환자의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됐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준회였다. 송 씨는 제 아들과 비슷한 또래가 그간 중건을 위해 고된 일을 해왔다는 사실에 놀랐고, 턱 밑에 달고 있는 험한 상처에 다시 한 번 더 놀랐다. 준회는 현재의 의술로는 도저히 지울 수 없는 크기의 화상을 입고 있었다. 송 씨가 그 날 준회에게 해준 것이란 열을 식히는 약초를 얹고 상처를 아물게 할 연고를 몇 번 덧발라주었음이 전부였다. 준회는 상처의 크기를 좀 더 가라앉히기 위해 앞으로 재차 연고를 발라야 했지만, 송 씨가 알지 못하는 사이를 노려 내의원을 떴다. 송 씨는 그 빈 자리를 보고 이상한 적막을 느꼈다. 정말 이상하게도 어린 소년의 상처를 꼭 낫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어린 나이에 어미를 잃은 것이 아들인 윤형과 쏙 닮은 처지여서, 그만 가련한 동정심이 일어 그랬던 것일까. 송 씨는 그 후로 준회에 대해 무엇도 알지 못했다. 그저 곡식을 챙겨 퇴궐하라는 수장의 말에 어린 소년이 행패를 부릴 뻔했다는 소문 하나만을 들었을 뿐이다.
송 씨는 오늘 참사의 장례가 있다는 것을 전해듣고 상복을 입었다. 내의원에서 덕과 예를 갖춰 검은 옷을 입은 건 송 씨 한 명이 끝이었다. 그리고 준회를 만나게 될 거라는 예감에 일찍부터 내의원 앞을 지키고 있었다. 아침엔 보이지 않았던 비가 일순간에 내리기 시작했고 준회는 예상처럼 그 앞을 지나갔다. 그리고 준회는, 끝내 송 씨의 손길을 받지 않았다.
"…송 판관! 거기서 무얼 하는가, 지금 한바탕 소동이 일어 난리인데. 글쎄, 어떤 소녀 하나가……."
"응? 이보게, 자네. 자네가 그런 창백한 낯을 하고 있으니 내가 영 어색해서 견딜 수가 없구만. 그래. 무슨 일인가? 무슨 일이기에 그리 호들갑이야. 또 약재가 제 때 도착하지 않은 것인가? 거, 약재는 얼마든지 있으니 그만 표정 좀 풀음세. 보기에 안 좋구려."
"……지금 그런 태평한 농이나 주고 받을 때가 아닐세! 지금 소녀 한 명이 궁의 뜰에서 자진해 난리가 났어."
"……."
풀어지며 웃던 송 씨의 얼굴이 단번에 굳었다. 송 씨는 황급히 걸음을 떼며 또 다른 참사가 일어난 곳으로 향했다. 상복 위로 빗물이 후두둑 번지기 시작했다.
그 참사의 현장이 멀리서도 잘 보였다. 사람들이 뒤숭숭한 기색으로 다들 한 곳에 몰려 있었다. 송 씨는 오늘 상복을 입은 것에 후회했다. 괜히 없을 일을 자초한 것만 같았다. 남자는 딱딱한 표정으로 소녀의 몸을 확인하였다. 편히 감긴 눈은 초면의 것이 아니었다. 준회의 곁을 지키며 내내 간호하던 바로 그 소녀였다. 좀처럼 깨어나지 않던 준회를 바라보던 눈길이 애틋했기에 기억에 남던 존재였다. 칼로 찢긴 손목이 너덜했고, 차갑지는 않았으나 굳기 시작했다. 시체가 되려는 징조였다. 송 씨는 옆에서 준비된 흰 천을 그 위로 덮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뒤에선, 친족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서럽게 울고 있었다. 월아, 월아. 네가, 네가 형님을 따라 이리 허무하게 간단 말이냐……. 삼촌이 꼭 네 설욕을 다 갚아주마……. 월아! 월아……. 남자는 고심해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기억 한 편에 숨어있던 하나를 떠올려냈다. 화재가 났던 날 내의원으로 업혀 왔던 바로 그 자였다. 그를 업은 채 사방으로 탄 냄새를 풍기던 중년은 동생에게 치료 순서를 양보하다 살아날 때가 늦어 그만 죽었다. 송 씨는 악바리 같은 울음을 듣다가 이내 착잡한 심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참사로 한 쪽 눈을 잃게 된 그는 번뜩이면서, 한참을 번뜩이면서 계속 울고 있었다. 단 하나뿐인 그의 눈에서 계속해서 절망의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 불미는 필히 퍼지게 될 것이었다. 송 씨는 죽은 소녀의 안위를 걱정하다가 옆으로 다가서는 어느 한 소년을 보았다. 소년은 장승처럼 키가 컸다. 그리고 울먹거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저……."
"……."
"조선의, 어의이십니까?"
"……."
"…아니면…. 조선의……."
소년은 말을 끝까지 다 하지 못했다. 송 씨는 생각이 많은 눈으로 그런 소년을 쳐다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내게 무얼 부탁하고 싶은 것이냐?"
"……제 벗의 마지막 말을…. 월의 유언을 부탁 드리고 싶습니다."
"……."
"월이 불과 몇 분 전 제게, 이것을 오늘 홀로 상복을 입고 오신 어의께 전해드리라 하였습니다."
"…내게?"
소년은 가만히 고갤 끄덕였다. 소년이 내밀고 있는 것은 선명한 자수가 새겨진 입 가리개였다. 모양이 오밀조밀한 게 누가 보아도 수제였다. 송 씨는 그것을 묵묵히 쳐다보다가 불현듯 스치는 생각에 아주 잠깐 탄식했다. 준회가 가져야 할, 오로지 처음부터 준회의 것이었다.
비는 그쳐 있었다. 사람들은 연속으로 일어나는 참사에 더 이상 쏟을 눈물이 없는지 안타까운 표정들이었다.
"네 벗이 죽는 것을 지켜보았느냐."
"…아니오. 같이 있었지만 잠시 다른 곳에 정신을 팔린 때에……."
"……그래, 너만은 상처 받지 않아 다행이구나."
"……."
"네 벗의 유언을 잘 간직해주겠다, 걱정 말거라. 명복 또한 잘 빌어주겠으니 너무…. 너무 걱정 말거라."
송 씨는 소년에게서도 왠지 모를 아들의 향기를 느끼고 있었다. 소년이 아픈 눈으로 여전히 울고 있는 월의 삼촌과 흰 천이 덮어진 곳을 교차해 바라보았다. 월이, 그 속에서도 이름이 불리길 희망하고 있는 듯했다.
여생을 혼자 살아가야 할 집은 너무나도 컸다. 크지 않았지만 컸다. 앞으로 계속 혼자이기에, 그렇게만 느껴졌다. 준회는 부모와 함께 눈 감던 이 낡고 허름한 방에 들어가 익숙하지 않은 느낌에 깊게 몸서리쳐야 했다. 이 끔찍하고도 잔인한 적막이 싫었다. 부모의 죽음은 쉽게 믿길 것이 못 되었다.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어머니가 예전처럼 나타나 포근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만 같았다. 준회는 그 환영을 보지 않기 위해 질끈 두 눈을 감았다. 어쩌자고 이렇게 망가졌을까. 부르짖어도 돌아오는 건 없었다. 어쩌자고 이렇게 태어났을까. 돌아오는 건, 없었다.
준회는 며칠을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로 흘려 보냈다. 무얼 먹고 싶은 욕구가 찾아오지 않았다. 그저 괴롭기만 했다. 이대로 눈을 감게 되도 그리 억울할 것 같진 않았다. 차라리 좋을 것 같았다. 빨리 숨이 끊기고 하늘에서 부모를 만나고 싶었다. 부모의 손이 그리웠다. 준회는 그렇게 시간의 법칙을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자고 눈 뜨며 지내고 있었다.
무심코 신경을 긁는 소리에 준회는 아침 잠을 깨고 마당으로 향했다. 이 곳을 찾을 사람은 없었지만 문을 두드리고 있으니 열어주어야 도리였다. 준회는 문환을 돌려 잡았다. 그리고 보인 것은, 상상 밖의 얼굴이었다. 송 씨가, 선비 옷을 입고 허락도 없이 마당에 들어서고 있었다. 준회는 어안이 벙벙하기 전에 기가 막혀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송 씨는 집의 전체적인 그림을 쳐다보다 준회에게 말했다.
"준회야. 오랜만이구나. 조식은 먹었느냐?"
"…나가주세요."
"이 아제도 아직인데, 우리 같이 겸상이나 할까?"
얼마 남지 않은 인내심과 예를 이용해 건넨 말에 송 씨는 태연히 웃었다. 준회는 주먹을 쥐었다. 빠른 눈치로 그것을 쳐다보고 있던 송 씨가 잔뜩 섭섭한 체를 하며 중얼거렸다.
"내 주변의 눈을 그다지도 열심히 피해 이른 새벽부터 궁을 나와, 물어 물어 헤맨 뒤에 이 곳에 달했는데 어찌 그렇게 서운한 태도를 보이느냐."
"…누가 와달라 했습니까! 저는 이제 궁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입니다. 썩 물러가지 않으시면 아무리 어른이어도 손을 올릴 겁니다."
"소리치지 말거라, 상처가 아프게 욱신할 터인데."
준회는 씩씩거리며 뜨거운 숨을 뱉어냈다. 송 씨는 동요하지 않으며 품 속에서 부탁 받은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걸 확인하던 준회의 눈이 일순간에 커지고 흔들렸다.
"…그걸 왜……."
"죽은 소녀가 주었다."
"……."
"월이."
담담히 쏟아진 말에 준회는 떨리는 속을 애써 감췄다. 송 씨는 평온했고,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그가 들고 있는 물건은 너무나도 속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준회가 빠르게 입을 감싸고 몸을 떨기 시작했다.
남자는 준회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칼날에 살이 다 쓸리는 것만 같았다. 어디선가 마주치고 싶지 않은 감정이 느껴졌다. 지독한 싫음이었다. 더 이상 누군가가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준회는 빠르게 굳어지는 안면 위로 절망과 온갖 죄책감을 떠올리고 있었다. 구역질이 올라왔다. 어지러웠다. 회피하고 싶은 상황에 저절로 머릿속이 캄캄해졌다. 월의 모습은 떠올리고자 해도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 기억이었다. 준회는 그 얼굴을 기억하는 대신에 작고 부드럽던 손을 어두운 머릿속으로 포개었다. 그 손을 잡아 나왔던 게 과연 그렇게 몹쓸 짓이었을지 준회는 더 이상 고민할 수 없었다.
준회가 남자가 내밀고 있는 월의 유언을 두 눈으로 똑똑히 쳐다보았다. 그렇다고 확실하게 느낄 틈도 없이 세상이 흐려졌다. 준회는 몹시도 이상한 슬픔을 느끼면서 무너지고 있었다.
"궁에서 내려온 곡식을 끝끝내 포기했다고, 그렇게 들었다."
"……."
"…이 아제와 함께 궁으로 가자, 숨을 쉬러 가자. 네게 주어진 남은 자리가 있어. 앞으로 무엇이라도 해야지. 네 상처를 다 치료하러 가자. 아제가 꼭 모든 것을 지워줄게."
준회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에 송 씨는 신던 신을 마구잡이로 벗으며 낡고 헤진 평상에 몸을 뉘였다. 그걸 바라보는 준회의 눈물 묻은 표정에 드물도록 생동감이 있었다. 송 씨는 이제 아주 목에 팔까지 받쳐가며 나른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네가 입 열 때까지 여기 있을 것이다. 여기서 꼼짝도 하지 않을 것이다. 준회야. 우리 새 집을 지을까? 내가 여기서 지내려면 방이 하나 더 필요하지 않겠느냐."
"……아버지…."
"…그래, 아버지라 부르거라. 아제 소리를 듣는 것보다 한결 낫구나."
"아버지……. 아버지……."
참고 참았던 울음이었다. 그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 의술이 쌓여 갈라진 손으로 송 씨는 준회의 등을 몇 번 쓸었다. 준회는 송 씨를 붙잡고 한참이나 오열했다. 이 거칠고 아늑한 냄새가 나는 품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었다. 아직 어리고 어린 소년임을 증명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실은 끼니를 거르고 추운 방에서 자던 그 고달픈 삶이 힘들었다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준회는 송 씨에게서 오랫동안 아버지의 형상을 확인했다.
무과 시험을 거치지 않고, 준회는 찰나의 선택으로 조선의 호위무사로 향하는 길을 걷게 되었다. 입궐을 앞두고 있는 어느 날이었다. 비가 왔다. 준회는 비가 오는 날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눈을 뜨고 있으면 월이 비 젖은 몸으로 나타나 싱긋 웃어버리는 환영이 보였고 눈을 감으면 정겹던 부모의 장면이 그려졌다. 그것들을 피하기 위해선 준회는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했다. 생각을 비우고 숨도 쉬지 말아야 했다. 그리고 준회는 오늘 처음으로 그 버릇을 어겼다. 간혹 이 집을 들락거리던 송 씨가 마지막으로 놓고 간 물건을 준회는 조용히 잡아 쥐면서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준회가 쥐고 있는 것은, 빨간 우모였다. 송 씨는 제 아들이 몇 번 쓴 적이 있는 그것을 멋대로 가지고 와 준회에게 주었다. 장마를 지낼 준회의 몸이 형편 없이 젖게 될 것을 우려해 그런 것이었다. 준회는 검게 가라앉은 눈으로 집을 나섰다. 월의 선물이자 유품이 그의 입 주변을 가리고 있었다.
그가 내딛는 걸음마다 비 젖은 바닥이 첨벙했다. 준회는 어쩐지 아려오는 가슴 통증에 중대한 죄를 짓는 기분이 들어 불안한 눈빛을 숨길 수 없었다. 그의 머리를 가린 우모 위로 빗물이 함빡 젖었다. 준회는 한양의 외곽을 향해 걸으면서 누구와도 부딪치지 않으려 걸음을 신중하게 뗐다.
"……왔구나."
월의 삼촌, 묘목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묘목이 가진 눈은 탁했다. 준회는 그걸 바라보며 도마 위에 오른 값싼 생선의 죽은 눈깔을 연상했다. 비밀스레 조성된 그 곳에 발을 들이며 준회는 마른 침을 한 번 삼켰다. 그에게 친히 휘장을 걷어준 묘목은 전과는 다른 살의적인 분위기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묘목이 준회마저 이 곳에 도착한 것을 확인하며 음흉한 표정으로 입을 열 준비를 했다. 준회는 다 젖은 우모를 살포시 내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익숙한 얼굴들이 많았다. 월과 가끔씩 말을 주고 받으며 놀던 소년도 이 곳에 있었다. 의외의 존재는 아니었기에 준회는 잠자코 있었다. 언젠가 일으킬 난을 위해 모인 이들은 모두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검은색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 사이로 준회의 살랑살랑한 입 가리개가 눈에 띄었다.
"다들 잘 들어라. 우리는 후에 조선을 멸하기 위해 모였다. 앞으로 궁의 모든 사람들을 죽일 것이다. 단 한 사람도 남김 없이 모두."
그렇게 말하고 있는 묘목이 의미심장한 낯빛으로 조그맣게 웃었다. 준회가 스스로 자신을 진정시키며 떨리는 손을 뒤로 감추었다.
"준회야."
"…예, 대장."
"너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겠다. 이제부터 궁의 사람이 되는 건 여기서 네가 전부니……."
"……."
"앞으로 우리와 교신하며 그 곳에서 세자를 찌를 맘을 다짐해야 할 것이야."
"……."
"다짐할 수 있겠느냐?"
"……예."
그럴 수 없어도 그렇다고 답해야만 했다. 준회는 그을린 부모를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묘목이 묻는 것은, 기꺼이 목숨을 버리고 제물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묘목은 여기 있는 이들의 동일된 소원을 충족할 것을 바라고 있다. 준회는 그것을 실질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자 열쇠였다. 묘목은 어렵게 어렵게 긍정의 답을 마치는 준회의 떨고 있는 얼굴을 쳐다보며 끈적하게 웃었다. 준회는 희생양이 될 것을 약속하면서 입 가리개 안으로 불안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는 그 순간부터 주비의 종합적인 희망이 됐다. 또 하나의 원수, 의금부 지사의 가문은 지원이가 알아서 처리하게 될 터이니 모두들 걱정할 건 없다. 일전에 편지를 보냈으니. 묘목이 난의 사세한 것을 마지막으로 입을 다물었다.
준회의 입 가리개는 단 한 번도 벗겨지지 않았다. 소년이 그 익숙한 가림막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정당한 방법이었다. 그들로부터 무언가를 잃게 됐으니, 그들 또한 무언가를 잃게 만들어야 하는 게 맞았다. 이건 틀리지 않았다. 이건 잘못되지 않은 방법이다. 준회는 끊임 없이 합리화했다. 주비의 거처를 빠져나오며, 준회는 다시 붉은 우모를 썼다. 그 뒷모습을 붙잡으려던 소년이 점차 작아지는 것만 같은 그의 몸집에 뻗고 있던 손을 다시 내렸다. 월이, 나의 벗이, 당신을 사랑한 건 그야말로 진심이었다고. 입술은 달싹이다가 이내 다물어졌다.
가볍고 별 게 아니었던 비는 이제 우물을 반대로 뒤엎을 기세로 쏟아지고 있었다. 준회의 머리통을 가린 우모가 그 세찬 기상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거렸다.
마음 속 어디선가 벌써부터 죄책감이 자리 잡히고 있었다. 준회는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리고 달렸다. 집으로 가는 길이 길고 멀었다. 쏴아아악, 하며 비가 울었고 준회는 그 곡 소리를 들으면서 참방거리는 물 구덩이를 밟고 달리고 있었다. 이렇게 달리면 마음 속 응어리들을 모두 지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건 착각이었다. 응어리는 크기를 불려 자라나고 있을 뿐이었다. 결코 지워질 수는 없을 것이다. 준회는 어떤 가책을 느끼면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달리느라 뻐근해진 가슴께가 아팠다.
궁에 들어간 뒤 준회는 정말로 바빠졌다. 칼 같은 일과를 지켜야 했고 어디서도 헛된 실수는 용납되지 않았다. 매일 매일 고된 훈련을 반복했다. 준회는 그 숙달의 기간에서 단 조금도 틀어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동료들은 준회를 향한 못마땅한 기색을 좀처럼 지우지 않았다. 시험도 통과하지 않은 채 어린 나이에 궁으로 들어온 그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예상하고 있던 것이기에 준회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신경이 쓰이는 건 다른 쪽이었다.
"준회! 준회야! 이거 봐, 아까 검술 연습하다가 다친 거. 보이느냐?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저리 가라."
"그러지 말고 좀 보래도!"
준회는 치근덕대는 동료를 향해 사나운 눈을 했다. 부쩍 친한 척을 하는 그는 곤이었다. 부르기 쉬운 이름이었지만 준회는 좀처럼 그걸 소리내어 읽지 않았다. 곤은 생긴 것과 다르게 붙임성이 좋았고 유독 준회에게만 그 재능을 넓게 발휘하였다. 곤은 준회와 함께 무사들 중 나이가 어린 축이었다. 키는 컸지만 하는 짓은 아직 애 같아서 모두가 그를 두고 웃음을 지우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곤은 힘이 세면서 준회와는 다르게 근본적인 우울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바로 그 점이 준회가 그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준회는 곤이 어려웠다.
끝끝내 자신을 봐주지 않는 모습에 곤은 입술을 삐죽 내밀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의 시선이 어느 틈엔가 준회의 입 가리개로 닿았다. 곤은 준회의 성격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그것이 낯설면서도 궁금해 살짝 웃었다. 준회가 여전히 인상 쓴 눈으로 그를 흘겼다. 뭘 웃냐는 식의 행동이었다. 곤은 준회와 오랜만에 눈이 마주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았다. 그는 과장스럽게 앓는 소리를 내며 멀끔한 피부에 생긴 상처를 만지작거렸다.
"진짜 아프다니까, 깊숙하게 찔릴 때 바로 내의원에 가는 건데."
"……."
"준회야, 너 내의원에 절친한 분이 있다며. 그 분한테 나 좀 데려다줘."
"싫어."
"…허, 참. 네 놈은 하는 말이 매일 그것밖에 없냐?"
"싫어."
"됐다, 됐어! 나 혼자 가련다."
"그래."
"사내 놈이 말야, 그러면 안 된다구. 응? 좀 유순할 때도 있고 그래야지. 그러니까 다른 무사들이 널 싫어하고 그러는 거 아……."
"……."
"흠, 방금은 실언이었어. 용서해줄 거지? 대신에 난 너를 좋아하잖아."
곤은 말 실수에 대한 당황한 내색을 감추려 많은 노력을 했다. 반면에 준회는 아무렇지 않아 했다. 느리게 눈을 깜빡이고 있을 뿐이었다.
내의원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준회는 의외로 순순히 그를 뒤따라갔다. 그런 준회를 발견한 곤이 문득 헤프게 웃었다. 이럴 줄 알았어, 솔직히 너도 나 좋아하지! 천진난만하게 구는 곤의 목소리가 준회에게로 바짝 다가왔다.
"난 있지, 내 나라에 내 모든 걸 바칠 거야."
"……."
"지난 흉년 때 궁에 계신 높은 어른께서 곡식을 많이 빌려주셔서, 무사하게 한 해를 넘긴 적이 있거든. 그 분 은혜가 아니었으면 나, 진작에 죽었을 거야. 내 동생들도."
"…그래."
"열심히 칼을 연습해서 언젠간 꼭 저하의 곁을 지킬 거야."
곤은 말을 마치고 빙긋 웃었다. 준회는 남의 꿈을 듣는 게 얼떨떨해서 가만히 있었다. 따지자면 곤은 준회와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가난하지만 가족이 있는 집이 있고, 적어도 거짓으로 다른 사람을 속이는 짓은 하지 않았다. 준회는 거짓으로 덧칠된 자신의 삶이 문득 징그럽게 느껴졌다. 그는 다른 이들처럼 나라를 지키기 위해, 혹은 태양을 보필하고자 방대한 꿈을 가지고 이 곳으로 온 것이 아니었다. 그는 곤이 지키려는 사람의 숨을 앗아버리기 위해 이 곳으로 왔다. 준회는 거짓을 덮어쓴 그림자였다. 곤이 자신의 캄캄한 속내를 알게 돼도 이렇게 옆을 지키며 웃어줄지 궁금했다. 그러나 준회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너도 꼭 그렇게 하자."
입을 열지, 않았다.
막 정오가 지난 내의원 안은 한산했다. 병자가 없다는 것에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할 일이 없음에 따분한 표정을 지어야 할지 송 씨는 고민하면서 턱을 괴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주친 반가운 인영에 송 씨는 서둘러 일어섰다. 늘 혼자 찾아오다가, 웬 일인지 오늘은 옆에 벗으로 보이는 누군가도 함께였다. 송 씨는 점점 궁 생활에 적응해가는 듯한 준회가 기특했다. 곤은 그를 보고 예의 있게 고갤 숙였다. 간단한 인사가 오고 가고, 칼에 찔린 상처 위에 연고를 바르기 위해 송 씨는 잠시 자리를 떴다.
"친절하시네. 괜히 어의 소릴 듣는 게 아니구나."
"……."
"근데 누구셔? 친척인가? 전부터 궁금했는데."
"…아빠야."
"아빠?"
"누가 네 놈 아빠냐, 난 너처럼 징그러운 아들 둔 적 없다."
어느 틈엔가 자리로 돌아온 송 씨가 웃음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 곤은 궁금증을 풀지 못한 채 애매한 얼굴로 고갤 끄덕였다. 투명한 연고는 따가웠다. 살짝 미간을 좁히고 있는데, 어딘지 모를 곳을 응시하고 있는 준회의 옆 모습이 보였다. 그는 집요하게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곤은 그 낯선 느낌에서 좀처럼 벗어나질 못했다. 그가 죽은 것과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퍼뜩 들었다. 이상한 직감이었다. 곤은 다 되었다는 송 씨의 말에 얼른 표정을 고쳤다.
"준회랑 살갑게 지내거라. 아제가 부탁할게."
"예, 그럼요……. 당연한 말씀을…."
전과는 다르게 말 끝이 흐렸다.
"부탁드릴 게 있어요."
"…나중에 얘기하자꾸나."
둘 사이에선 무어라 정연하게 설명할 수 없는 기류가 흘렀다. 곤은 그걸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선 나올 수 없는 것이리라고 감히 예상했다. 괜히 홀로 손가락 장난을 했다. 침묵은 계속됐고 의미 없는 손가락질도 끝나지 않았다. 내의원을 나선 건 누군가가 송 씨를 급하게 불렀을 때 즈음이었다. 곤은 아까와 미묘하게 달라진 얼굴 표정으로 고갤 숙였다. 살갑게 지내거라, 하는 말이, 왜인지 보통의 부탁 같이 들리지 않았고 일찍부터 못을 박는 행위로 느껴졌다.
그 아득한 날을 회상하던 곤의 눈이 피곤하게 감겼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알아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는 제 벗이 밤 늦게 밖을 배회하는 이유를 알았다. 그럼에도 섣불리 다그칠 수 없는 건, 간혹 보이고는 하던 그 미아 같던 두 눈이 떠올라서였다. 준회는 항상 인파 속에서 엄말 잃어버린 듯한 눈을 했다. 향수에 잠긴 시선이었다. 곤은 아주 가끔씩, 일상에서 잊히지 않을 만큼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그의 눈에서 견딜 수 없는 상처를 보곤 했었다. 첫 말을 막아버리는 듯한 아스러지는 절벽이 그의 눈 안엔 있었다.
곤은 줄곧 말을 아꼈다. 그에게 많은 것을 말했고 많은 것을 묻지 않았다. 그 주고 받음에서 곤은 불만을 갖고 있진 않았다. 하지만 늘 궁금했다. 어째서 입을 가리고 있는지, 혹은 무엇 때문에 궁으로 오고자 했는지에 대한 아주 근본적이고 사사한 것들. 송 씨가 궁을 떠나던 날과 관련된 그 둘의 비밀스런 대화들. 그리고 좋지 못한 소문들. 어쨌거나 곤은 의심의 끈을 놓아버릴 수가 없었다. 곤은 마침내 어둠 속에서 나타난 벗을 천천히 응시했다. 몇 년간 매일 같이 살을 붙이며 살았지만 한 번도 이런 식의 눈 맞춤을 한 적은 없었다. 질긴 시선이 교차됐다. 아무도 숨 쉬는 것 같지 않은 착각을 일으키는 궁의 담 바로 아래에서 둘은 한참이나 조용히 서로를 마주선 채 있었다.
"하지 마."
"무엇을?"
돌아온 대꾸는 간단했다. 곤은 말문이 막힌 채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준회는 평소와 같았다. 지나친 감정을 담지 않았고 불필요한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그리고 여기서 그는 일말의 희망을 느꼈다. 그는 평소와 다른 게 없었고, 그저 근래에 들어 외출이 잦아진 것뿐이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단지 훈련을 빠지고 누구도 알지 못하는 어딘가를 다녀온 것뿐이었다. 괜한 오해를 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랬을지도 모르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곤은 이 이상 입을 열지 말라는 신호로 어중간한 눈 깜빡임을 했다.
"무엇을 하지 말란 건데."
"…됐어, 됐으니 가서 쉬어라."
"죽이지 말란 것이냐? 아니면, 그걸 뒤로 조금 미뤄달라는 것이냐."
"……."
"확실하게 얘기하거라."
순간 철렁한 가슴에 곤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추라는 뜻으로 검지를 입으로 가져다 댔다. 그 모습에 준회는 가볍게 눈을 휘고 웃었다. 심박이 빠르게 뛰었다. 제어할 수 없는 속도였다. 곤은 이제 친구에 대한 배신감이나 공포, 궁금 따위보다도 이젠 그 이유가 미치도록 궁금해졌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가 알고 싶었다.
준회는 자칫하면 큰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을 하고도 멀쩡한 모습이었다. 곤은 그가 장난으로 이런 말을 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정리하자면 모두가 사실이었다. 그간 차곡차곡 쌓이던 불신들이 모두 다, 착각 아닌 사실이었던 것이다. 곤은 여기서 물러설 수 없었다.
"…찌르거라. 그게 네 뜻이라면 그렇게 해. 말리지 않아…."
"……."
"하지만 나도 찌를 것이다."
선포는 그렇게 정답지 않았다. 먼저 걸음을 뗀 건 준회였다. 곤은 멀어지는 그 뒷모습을 쳐다봤다. 어둠에 휩싸인 몸은 캄캄하게 섞여 잘 분간이 되질 않았다. 친구를 잃었다. 친구를 죽여버렸다. 죽여버리고 말았다. 곤은 어떤 죄책감에서 쉽게 헤어나올 수 없었다.
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의 표정이 쉽사리 연상되지 않은 탓이다. 준회는 자꾸만 주변을 엇돌고 싶은 마음을 애써서 참았다. 무사들이 머무는 곳으로 조용히 찾아가 어제처럼 눈을 감고 요를 덮었다. 잠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는 한참 후 곤이 들어서는 소릴 듣고 가만 눈을 감았다.
같은 공간,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서로의 불안한 흐느낌을 느끼며 그 둘은 그렇게 위태로운 새벽을 보냈다.
원하지 않아도 아침은 언제나 찾아왔다. 준회는 강렬하고 밝은, 너무나도 선명해서 어쩌면 실명할 듯한 그 느낌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밝은 것을 길게 바라보지 못했다. 그것이 가진 순수가 자신의 어둠마저 정화할 것만 같아서 겁이 났다. 그렇게 되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마음이 들었다. 영영 희게 변하지 못한다는 걸, 누구보다 뚜렷하게 알고 있으면서, 그랬다. 준회는 가끔 그렇게 까무룩한 생각 안에서 불시착했다. 하루의 시작은 그에게 적지 않은 짐으로 다가왔다.
그의 부름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준회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그 짧은 찰나에 곤과 눈이 마주쳤지만 그건 정말로 일시였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고개를 돌리고 각자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틀었다. 준회는 암담한 눈 앞을 최대한 침착하게 다독였다.
차가운 겨울 바람은 허공을 찢고 나무를 흔들면서 격동했다.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 한기는 조선을 설국으로 만들 것처럼 강했고 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회는 묵묵했다. 그저 묵묵하게 동궁으로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느린 걸음을 걷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준회야, 그 덤불은 들어갈 곳이 못 되느니라. 냉큼 나오거라, 어서!"
어쩐 일인지 한적한 동궁 마당에서, 붉은 용포는 어딘가를 향해 꾸짖고 있었다. 준회는 멀뚱하게 서서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세자는 잔뜩 무릎을 굽힌 채, 애가 타는 목소리로 무성한 가시 수풀 사이를 손짓했다. 준회야, 이 못된 것. 자꾸 그렇게 속을 썩일 테냐. 이리 나오래도….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름에 준회는 눈썹을 꿈틀했다. 잘못 들었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그가 부르고 있는 것은 필시 자신의 이름이 맞았다. 왜 정반대에서 자신을 찾고 있는지 그는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준회는 그의 뒤로 살금살금 다가섰다. 그림자가 짙게 피어나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태양은 여전히 무엇인가 때문에 안절부절이었다.
"이 녀석! 작은 몸이 불쌍하여 보살펴주었는데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는단 말이냐. 고약한 것! 거기 그렇게 웅크리고 있으면 가시 때문에 피부가 상한단 말이다!"
"……."
"에잇, 괜한 이름을 붙였구나. 어째서 이 세상 모든 준회는 다 고집불통인 게냐……."
포기하고 돌아서던 진환의 눈이 커졌다. 자신의 뒤에 바짝 붙어서 아무 말도 않고 있는 무사의 모습에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진환은 서둘러 몸을 일으키고 비단 주변에 묻은 흙먼지들을 털어냈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게 하면 지금의 상황이 무마될 줄 아는 것 같았다. 준회는 고개를 빼서 어렵지도 않게 그의 등 너머를 쳐다봤다. 어수선하게 엉켜 있는 작은 수풀 사이,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귀를 내리고 경계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준회는 그걸 보고도 무덤덤했다. 그저 이유를 알고 싶었다. 진환이 굳이 저 작은 짐승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까닭을 알고 싶을 뿐이었다. 준회는 그 대답을 듣고 싶어 빤히 진환을 쳐다보았지만 그는 어색한 얼굴로 이리 저리 눈을 굴리기에 바빴다.
"저하, 엄동설한에 밖에서 무얼 하시는 겁니까."
"…으응, 그게."
"천한 것을 만져서 이리 용포가 더러워지신 것 아닙니까. 나인들이 욕할 겁니다."
무사에게서 질책 당한 진환의 얼굴이 단번에 화끈했다. 그러나 준회의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의 붉은색 옷은 고양이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흰 색 털 뭉치로 드문드문 뒤덮여 있었다. 진환을 모시는 나인들은 유독 그의 겉 치장에 신경이 날카로웠으므로, 후에 이런 꼴로 그녀들을 지나친다면 분명 좋지 못한 말을 듣게 될 것이었다. 준회의 앞선 걱정을 깨닫고 진환은 말이 없어졌다. 작고 고운 손으로 느리게 비단 위의 흰 털을 만지작대고 있을 뿐이었다.
준회는 그가 듣지 못할 만큼 한숨을 내신 뒤 물었다.
"저하, 꺼내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까?"
꺼내드릴 테니 만지지 않겠다고 약속하셔야 합니다. 준회는 그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성큼성큼 덤불 앞으로 가 섰다. 주변의 가시가 따가워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진환의 속을 썩이고 싶어 그런 것인지 아무튼 고양이는 고고하게 그 틈에서 몸을 말고 있었다. 준회는 뾰족한 가시를 아무렇지 않게 헤쳐냈다. 아직 작은 고양이가 위협을 느끼고 이빨을 드러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건 준회에게 먹히지 않았다. 이내 준회에게 목덜미를 잡힌 고양이가 덤불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와중에 작은 짐승을 꺼냈다는 데에 안심한 진환이 가볍게 웃었다.
날렵한 발톱을 세우고 있는 고양이를 쳐다보던 준회가 말했다.
"조금 더 키운 뒤에 탕으로 올리라고 나인들에게 이르겠습니다."
"무슨 그런 망측한 소릴 하느냐, 내 겨울 동안만이라도 잘 보살펴서 어미에게 돌려줄 것이다."
"……."
"작은 것이 기특하지 않느냐? 추운 날에 몸을 벌벌 떨지도 않고. 그게 꼭 너 같아서 내내 그렇게 불렀다."
온화한 목소리였다. 그는 세상을 봄으로 변하게 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그의 곁에 있으면 주변이 언제든지 꽃밭이 되는 듯하였고 그래서 원인 불명의 기침을 유발하기도 했다. 준회는 그렇게 말하는 진환이 문득 아파서 고갤 숙여 눈을 피해버렸다. 힘이 빠진 손에서 고양이를 놓쳤다. 누가 보아도 작고 연약해 보이는 그것은 우려와는 다르게 사뿐하게 마당 위로 착지해 태연하게 꼬리를 흔들었다. 준회는 고양이가 빠져나간 손 틈을 부드럽게 말아쥐었다. 잡히는 건 없었다.
주변에 만연한 봄 바람을 잡을 수 없었다.
진환은 그의 미약한 손 더듬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속으로 가늠 중이었다. 준회는 보통 때와 같이 아무 말이 없었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바깥 냄새라는 것은 전과는 사뭇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진환은 그래도 웃었다. 그에게 고양이 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 다른 누구보다도 희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밤에 너무 돌아다니지 말거라."
"……."
"혹시라도 감기에 들면 내가 많이 슬플 것 같구나."
암묵적인 말이었다. 준회는 신 맛이 나는 혀를 참아내느라 애를 먹었다. 그가 가진 목소리가 너무 따뜻했다. 어머니의 저고리 같았고 오순도순하던 집 냄새 같았다. 모든 설움을 씻어주는 듯한 느낌에 그는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그간의 힘듦을 토로하고 싶어졌다. 모든 걸 이해해줄 눈을 바라보면서 실은 자신의 삶이 이러했다고, 위로 받고 싶었다. 준회는 그가 보이지 않게 짧은 순간 눈을 감았다가 떴다. 암흑이었다가, 눈을 뜨면 그렇지 않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준회는 이전과는 다른 명도가 겁이 났다.
"…우리, 촉광계를 약속한 사이가 아니더냐."
밝으면서도 강한 그가 겁났다. 힘을 가지고 싶어 밝음을 포기한 자신과는 다르게 그는, 눈이 다 아스러질 듯 밝았고 강했다. 세계는 불공평했다. 약자에겐 한없이 혹독한 것이 신이었고 신은 강자 앞에선 가차없이 흐물어졌다. 신은 그들에게 돈을 내렸고 곡식을 주었고 일상 속 가슴이 뛰는 소소한 행복도 느끼게 해주었다. 준회는 어느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도록, 그들과 같아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건 정말로 자신의 몸 어딘가가 일부 표백되는 느낌을 가지고 왔다. 슬픔은 거기서 나오는 것이었다. 본인만 모르고 있던 불행을 알게 되고 거기서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에서 오는 것이었다.
못하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죽일 수 없다고 뉘우치고 싶었다. 그러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탄 냄새가 폐 안에 가득해졌다. 월이 생각났고, 부모가 떠올랐다. 포기할 수 없었다. 포기할 수 없었다. 포기할 수가 없었다. 월이 내는 소리를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진환이 아무렇지 않게 고양이를 안아들었다. 그에게 안긴 흰 털이 편안해 보였다.
많은 날이 흘렀다. 길었던 겨울 끝에 초봄이었다.
"이름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눈 안에선 검은 밤 바다가 출렁거리고 있었다. 그것 말고는 무엇도 보이지가 않는 곳이었다. 지금 준회의 마음이 그러했다. 보이는 게 없었다. 준회는 그저, 앳된 얼굴, 그리고 얇은 미소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가볍게 부는 바람에도 생채기가 날 것 같은 모습에서 그는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늘에 달조차 뜨지 않은 밤 바다였다. 그것이 곧 흘러넘칠 듯 참방참방 소리를 냈다. 준회는 가만히 있었다. 눈에서 무언가가, 그러니까 밤 바다가 흘러나올 것 같았다.
"이상하십니다."
그가 어렵게 꺼내놓은 건 그게 전부였다. 많은 것을 생략한 문장은 그녀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궁과 이어지는 호수 위, 땅과 땅을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고 시끄러웠다. 그녀는 마악, 그 소음이 자신의 귀를 어지럽혔다고 생각했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이름을 물었는데 돌아온 건 이상하단 말이었다. 무엇이 이상하단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부끼는 바람이 이상하단 건지, 아니면 다리 위 수북하게 쌓이고 있는 이름 모를 꽃잎들이 이상하단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이상하단 건지. 그녀는 알 수 없단 의미로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무엇이요?"
"…마마가요. 마마가 이상해요."
조용한 목소리에 그녀는 귀를 기울였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자동적으로 머리칼이나 턱선 같은 곳을 더듬으면서 헝클어진 곳이 있는지 확인했다. 준회는 그걸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생각 중이었다. 이내 그녀는 분주하게 움직이던 손가락을 멈췄다. 무사가 그런 것을 물은 게 아니었단 걸 깨달았다. 참 이상해요, 준회가 중얼댔다.
"그게 왜 궁금하십니까?"
"알고 싶으니까요."
"…제 이름을요?"
그녀는 가만 고갤 끄덕였다. 준회는 그녀가 정말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죽겠지만, 그래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껏 자신의 이름을 궁금해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몇 해를 살았는지, 그걸 살아오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어떤 것 때문에 힘든 적이 있지는 않았는지, 뭘 가장 좋아하는지, 사랑하는 게 뭔지, 를 궁금해한 이는 없었던 것이다. 준회는 그녀가 의심스러웠다.
산책을 끝낸 세자빈을 데리러 온 호위무사는 무례했다. 세자빈이 될 사람에게 고개를 한 번 숙인 게 다였다. 눈을 맞추지도 않았다. 대답을 듣지 않고 먼저 등을 돌려버리는 무사에게서 그녀는 이유 모를 불안 하나를 느꼈다. 이대로 보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녀는 그의 이름보다도, 가리고 있는 입이 훨씬 더 궁금했다. 가린 것이 아니라 어쩌면 가려졌을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녀는 긴 치맛단을 붙잡고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이내 인기척을 느끼고 걸음을 멈췄지만, 뒤를 돌지는 않았다. 그 둘의 곁을 여러 사람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여전히 등을 돌린 채 먼저 입을 연 것은 준회였다.
"이름이 거칠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예쁜 것만 들으셔야지요."
"괜찮으니 이름을 알고 싶습니다. 그대의 이름이요. 아니면, 나이라도…."
"…제 이름보다 저하가 쓰신 글자 하나를 더 궁금히 여기서야 하는 것 아닙니까?"
"……."
"……준회입니다."
그는 마지 못해 중얼거리고 마저 다릴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를 돌지 않았다. 처량하던 깊은 눈과 가리고 있는 입을 다시 한 번 보여주지 않았다. 준회, 예쁜 이름이었다. 어여쁜 이름이었다. 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웃었다.
고작 가슴 뜀으로 내의원을 찾는다면 웃음을 살 것 같았다. 송 씨는 이미 그 곳을 떠나고 없지만, 준회는 가끔 내의원 생각이 나는 것을 막지 못하였다. 송 씨는 마치 정말로 아빠 같았고, 그래서 자신을 이해해주리라 믿었지만, 그랬기에 더욱 그럴 수 없었는지 그는 결국 궁을 떠났다. 그는 사람을 살리고 고치는 일에 무거운 의무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떠나자 준회는 이 곳에서 정말로 혼자였다. 송 씨는 피가 섞인 아들에게로 갔다. 가슴이 뛰었다. 심장이 빨랐다. 곧 땅으로 곤두박질을 칠 듯 막을 틈도 없이 빠른 박동이었다. 이 현상에 대해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그는 혼자였다. 혼자서 울고 눈을 감고 숨을 쉬는 일을 해결해야 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살살 어루만져봤지만 이마저도 별 효과가 없었다. 뛰고 있는 심장이 진정되지 않았다. 병이라도 걸린 듯했다. 그는 오랜만에 오래 외딴 길을 걸었다.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준회는 거의 매일 진환 혹은 그의 아내 곁을 지켜야 했다.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새벽,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은 곳에서 준회는 편지 하나를 받았다. 그는 이번만큼 편지를 태우지 않고 옷 속 깊숙한 곳에 집어넣었다. 그 날이 오고 있다. 준회는 마른 입술을 한 번 씹었다. 소나기가 올 듯한 하늘이 잔잔하게 검었다.
그녀는 말이 많았다. 준회는 늘 듣지 않는 척하면서도 그 말을 경청했다. 그녀가 말하는 건 항상 미래에 관한 것들이었다. 한 번도 일전에 대한 일들을 얘기하지 않았다. 그리 많은 흙탕물을 건넜는데도, 사소한 얼룩 하나 생겨 있지 않은 꽃신이 문득 세자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날 때부터 흰 사람이었다. 그녀는 산책하며 말하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비가 오면 그 취미 생활이 잠시 무뎌지는지 그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거세게 퍼붓는 빗물로 호수가 불어나고 있었다. 대교를 덮을 기세로 무섭게 범람하고 있는 그것은 마치 괴물의 형상 같았다. 때 이른 장마는 불쾌한 감각을 이끌었다. 이유를 모르게 더웠고 습했고, 얼굴에 열이 올랐다. 점차 거칠어지는 비 때문에 다리 위에 사람이라곤 그 둘이 전부였다. 준회는 본래 남의 것이었던 빠알간 우모를 그녀에게 건네고 한참 비를 맞고 있었다. 그녀는 비로 인해 엉망이 된 산책에도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었다.
"오늘은 멀리서라도 강을 꼭 보고 싶었는데…. 나중에 지원이랑 같이 가야겠다."
그녀가 작게 혼잣말했다. 낯설지 않은 이름에 준회가 살짝 미간을 접었다.
궁이 바로 앞이었다. 낙뢰가 내린 듯했다. 순간적으로 모든 세상이 희게 변했다. 귀를 찢을 듯한 날카로운 굉음도 함께였다. 그녀가 놀라면서 손에 쥐고 있던 부채를 놓쳤다. 날짐승 세 마리가 날고 있는,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것이었다. 아마도 그가 선물한 것이리라. 비는 여전히 폭동하고 있었다. 높아진 호수층 위 떨어진 부채를 보고 준회는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붙잡을 틈도 없이 그는 그렇게 했다. 그녀는 빨간 우모 안에서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세자는 자신이 선물한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크게 화를 낼 사람이 아닐 것이었다. 그럼에도 대책 없이 호수 위로 뛰어든 그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준회는 곧 비틀거리면서 호수를 빠져나왔다. 호수가 담고 있는 물은 비와는 다르게 투명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그는 훨씬 더 캄캄해 보였다. 이내 그녀 앞에 선 그는 어떤 말도 없이 부채를 내밀었다. 먹으로 채색 당했을 날짐승들은 이제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부채는 흐물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조심스런 움직임으로 부채를 건네받았다.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하찮게 해주시면 안 됩니까."
"…예?"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비가 내리는 세상 속, 보이는 그는 처음으로 온전한 모습이었다. 항상 그의 입을 지키던 가리개가 보이지 않았다. 호수 안에서 떠밀려간 듯했다. 그의 얼굴 위로 빗방울 몇 개가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건 꼭 그가 흘리는 눈물 같았고, 그럴 리가 없단 생각에 더욱 몸 속 한 켠이 저미는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마주친 그의 살색은 아파 보였다. 그가 처음으로 드러낸 어떤 약점은, 왈칵 안쓰럼이 밀려올 정도로 아파 보였다. 그녀는 잠시 숨을 참았다. 그의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숨을 쉬는 일은 죄악이었다. 비린내가 났다. 물 비린내였다.
"…왜 저를, 소중하게 보십니까?"
"……."
"정말 이상하십니다, 마마는, 마마는……."
그는 말을 다 잇지 못하였다. 미완성된 그의 음절 하나 하나가 그녀에게 닿지 못하고 떨어졌다.
"저를 멸시하지 않으시는 걸 견딜 수가 없습니다."
"……."
"…모두가 그러는 것처럼 저를 멸시해주세요. 말을 놓아주세요."
준회가 간청했다. 그녀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입술이 닿은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녀가 우모를 벗고 작은 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았다. 까치발을 했고, 입술,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아래에서 눈을 감았다. 다른 이의 손길을 받은 적 없는 흉터 위에 따뜻한 입술이 번졌다. 비가 멀어졌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가려드린 겁니다."
"……."
"…가려준 거야. 아플 것 같아서……."
그 외에 나눈 말은 몇 마디 되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의 안부를 묻게 될 사람은 준회가 아니라 그였다. 진환이었다. 진심 같은 건 통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에게 하루 일과를 묻고 젖은 머리칼을 말려줄 이는 한낱 어둔 그림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불쑥 가슴 통증이 찾아왔다. 준회는 그 느낌이 고통스러웠다.
감기였다.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아스라이 들렸다. 그렇게 찬 물을 헤집고 다녔으니, 놀랄 일은 아니었다. 몸이 무거웠다. 입술 위에서 휘날리는 것이 없으니 허전했다.
언젠가 와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사방은 마치 검게 탄 미로 같았다. 거기서 준회는 혼자였다. 걸으면 뒤에서 웃음 소리 같은 게 들렸고, 그래서 등을 돌리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물일까, 아무튼,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그는 곧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내쉬는 숨이 곤란해졌다. 손이 떨렸다.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저기서 달려나오고 있는 것은 분명 불이었다. 도망처야 했다. 준회는 걸음을 틀었다. 그렇게 쉬지 않고 달렸을 땐 공포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살아야 한다는 본능과 그러기 위해선 뒤 돌면 안 된다는 감각이 그를 둘러싸고 놓아주지 않았다.
길은 몇 걸음 앞에서 끝이었다. 준회가 허탈하게 주저앉았다. 불에게 먹힐 마지막을 상상했다. 그러다가 옆에서 보이는 손을 잡았다. 월이라고 생각했다. 나가자, 살 수 있을지도 몰라. 월은 그 말에 전혀 다른 소리를 했다. 눈물이 글썽이는 듯한 목소리였다. 오라버니, 호수에 제 가리개를 버리고 가신 걸 봤어요. 죄송해요. 더 예쁘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오라버니가, 버리지 않을 만큼……. 소리는 점점 희미해졌다.
손이 잡혀 있는 건 그녀였다. 그리고 눈을 떴다. 악몽은 간혹 이렇게 준회를 찾아와 괴롭히곤 했다. 열 기운에 정신이 몽롱했다. 그는 손바닥을 펴 얼굴을 쓸어내렸다. 열에 휩싸인 몸은 추운 것 같기도 하고 더운 것 같기도 했다. 그는 한참 가만히 앉아있다가 초에 불을 붙였다. 작은 불씨는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준회는 희미한 빛 안에서, 며칠 전 아무렇게나 접어 넣었던 편지 한 통을 꺼내었다. 읽고 싶지 않은 글자는 몇 번을 보아도 지워지지 않았다. 준회는 가벼운 숨결로 초를 껐다.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에도 눈을 뜨고 몸을 가져서 말할 수 있게 된다면 부디 평범한 존재이고 싶다. 굳이 사람이 아니라도 좋았다. 살아있지 않은 것이라도 좋았다. 그녀의 머리칼이나 혹은 그녀의 귓바퀴 쯤이 되어도 좋았다. 아무 것도 아닌 먼지 하나가 되어도 좋았다. 지금의 삶만 아니라면, 되었다. 친구를 배신하고 검을 뽑고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 평생의 소망이 되지 않는 삶만 아니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녀가 말하던 미래에 존재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훗날에 보고 싶었다고 고백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좋을 것 같았다. 그녀가 좋았다. 연모였다.
죽을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준회는 눈을 감았다. 탄 냄새, 비린내가 났다. 이게 과연 봄일지 알 수 없었다.
마지막이에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6233입니다. 한국 곳곳에 폭염 경보가 내려졌네요. 날씨가 더워지는 만큼 건강 꼭 잘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백숙 많이 드시고 힘내세요!!! ㅋㅋ 음악은 고희든-꽃이 피면 지듯이와 심규선-그런 계절 중 많이 고민하다가 후자로 선택했어요! 가사 있는 거 싫어하시는 분들은 꽃이 피면 지듯이를 들으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니 바보같은 제가 글쎄 저번 글에서 iKON을 jKON으로 올려놨더라구요...(암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려주신 분 감사해요... 미개한 제가 평생 모를 뻔... ㅜㅠ 제이콘이 대체 누구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실감이 안 나네요. 항상... 이 글이 과연 끝나기는 할까? 라는 마음으로 ㅋㅋㅋㅋㅋ 써왔거든요. 중간에 슬럼프 아닌 슬럼프가 와서 글 후반부가 무너지는 사태가 벌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애착이 가는 글이었습니다. 처음엔 사극이라는 장르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써보고 싶은 마음은 더 더욱 없었기에 이 글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생전 처음 써보는 장르의 글이라서 애를 먹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듯해요. 다른 외전들과는 다르게 준회 외전은 미완성의 느낌을 담으려고 했어요. 뭐야 이러고 끝남? 이런 생각이 드실 수도 있는데 그게 정상입니다(상큼) ㅋㅋㅋㅋㅋㅋㅋ 준회와 세자빈 사이에는 외전에 나와 있지 않은 일들이 많이 있을 거에요. 알 듯 말 듯한, 말 그대로 중간 과정 몇 개가 생략되어 있는 글을 애초에 쓰려고 했어요. 그 생략은 독자 여러분의 상상 속에 맡기겠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낱낱이 써버리는 건 이 글 취지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하하하 2014 서울에서는 윤형이가 나에게 뜬금없이 빨간 우산을 건네주는 장면이 있는데요! 과거에서는 윤형이의 빨간 우모가 준회의 손으로 세자빈(나)에게 건네졌었죠. 미래에서는 윤형이가 직접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ㅎㅎ 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았는데 막상 자판을 두드리다 보니 아무 생각이 없어지네요... 진짜 실감이 안 나요... 홀가분하기도 하고 독자 님들이 이제 날 떠나시면 어쩌나~ 하는 김칫국 드링킹 같은 생각도 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저 떠나지 마세요... 한양이 끝났어도 저희는 데스티니 아니겠습니까(당당) ㅋㅋㅋ 매번 드리는 말씀이지만 댓글은 하나하나 정독하고 있어요! 항상 어쩜 이리 말을 예쁘게 하실까 하는 생각만 가득해요. 다들 학원이라도 다니시는 건가... ㅎㅎ ㅋㅋㅋㅋ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감상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 여러분 댓글 읽을 때마다 진짜 행복해요! 글 쓰는 걸 직업으로 삼고 싶을 만큼이요. ㅋㅋㅋㅋ 언제나 감동받고 있습니다. 2014.11.23.~2015.08.08. 한양 마침.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우리 오랜만에 많은 얘기들을 나눠봐요.(♡) 궁금하신 게 있으면 물어보셔도 돼요~ ^,^ 내일이나 모레쯤, 차기작 투표로 돌아올게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한양아 안녕 독자 님들의 사랑을 가져다줘서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