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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3이에요, 다음 작품 투표! | 인스티즈

 

 

 

 

 

another A

 

 

 

 

  "핸드폰 좀 바꿔, 제발. 그게 뭐냐? 완전 골동품이네."

  "네가 사줄 거 아니면 입 다물어."

  "나도 너랑 카톡이란 걸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넌 대한민국 고딩이 돼서 페북 계정 하나 없고, 대체 뭔 낙으로 사는 거냐."

  "엄마한테 효도할 생각으로 산다, 왜."

  "으이구, 이 엄마바보……."

 

 

 

 

  방학식은 교장 선생의 지루한 연설을 뺀다면 나름 기분이 좋은 행사였다. 오전에 이렇게 한가롭게 친구와 시내를 걸을 수도 있고.

 

 

  대수능을 일 년 앞둔 수험생의 입장에서 시험 성적이나 각종 고민 걱정들을 훌훌 털어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열 여덟에 맞는 마지막 방학식이었다. 아무 의미 없이 보내기엔 왜인지 아까운 느낌이었고, 우리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모든 유흥을 정리하고 공부에 매진하자고 서로에게 약속했다. 정찬우는 내 가벼운 타박에 잠시 웃었다. 가벼운 소리였다. 목도리로 한껏 얼굴을 감쌌는데도 잇닿는 바람이 찼다. 아까 골목을 돌 때 정찬우가 잔뜩 생색을 내며 손에 쥐어준 호떡은 기름이 너무 많았다. 생각하며, 나는 어느 건물 하나를 가리켰다. 여기야. 정찬우가 느린 눈으로 건물 외벽을 확인했다.

 

 

  알고 지낸 건 자그마치 팔 년이었다.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우리는 쉽게 말하자면 소꿉친구 정도로 정의가 가능한 그런 사이였다. 정찬우는 다른 또래 남자아이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정찬우는 여느 남고생들처럼 취미로 게임을 하지도 않았고 축구를 즐기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험한 욕을 입에 달고 살지도 않았다. 그런 면에서 정찬우는 특이했다. 남들 다 하는 걸 하지 않았고 항상 착실한 편이었다. 물론 나랑은 가끔 투닥거리지만. 친해서 그런다는 걸 알아서 그게 심각한 말 싸움으로 이어진 적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늘 속 좁게 토라지는 건 내 쪽이었고 어른스럽게 두 손을 들고 항복을 외쳐주는 건 정찬우였다. 우리를 두고 사람들은 간혹 이런 말을 한다. 너희 이러다가 대학까지 같이 가는 거 아냐? 동반 입대라면 몰라도 대학은 좀 무리다. 왜냐면 정찬우는 공부를 잘하니까.

 

 

  건물은 총 이 층이었다. 일 층이 동물병원, 그리고 그 위가 헌 책들을 모아 파는 중고 서점이었다. 나는 건물에 들어서기 전, 대뜸 정찬우를 붙잡고 물었다.

 

 

 

 

  "나 지금 어때? 괜찮아?"

  "뭐가?"

  "뭐긴, 얼굴 말이야. 괜찮냐고."

  "평소랑 똑같아."

  "예쁘다는 거네. 좋았어, 오늘은 기필코, 아저씨의 전화번호를……."

  "착각은 자유니까."

 

 

 

 

  정찬우가 어깰 으쓱였고 난 그런 그의 등판을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평균 이상의 키는 기장이 긴 코트 때문에 더 커 보였다. 이 옆에 있으면 항상 난쟁이가 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찬우는 과장스럽게 꾀병을 부리면서 아야, 아야, 했다.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몸통으로 유리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딸랑거리는 종 소리가 울렸다. 아직 정오를 지나지 않은 동물병원 안은 한산했다. 미세한 소독 약 냄새가 났다.

 

 

 

 

  "어, 학생. 또 오셨네요."

  "아, 네. 안녕하세요."

  "원장님 지금 안  계시는데. 잠깐 출장 가셨거든요."

  "아…. 그래요? 안 계시는구나……."

  "네. 어떡해요, 학생. 서운하겠다."

  "아, 아니요. 괜찮아요. 원래 바쁘신 거 알고 있으니까……."

  "이따 오시면 꼭 말씀드릴게요. 학생 왔었다고."

 

 

 

 

  친절한 미소가 인상적인 여자는 이 곳의 간호사였다. 간호사가 말을 마치고 싱겁게 웃었다. 나는 어색한 미소 끝에 꾸벅 고개를 숙였고 옆으로 팔을 뻗었다. 그렇게 정찬우에게 이만 나가자는 신호르 보내려고 했는데, 손이 잡히질 않았다. 뭐야, 얘 어디 갔어.

 

 

 

 

  "진짜 귀엽다. 어떡해. 이름이 뭐야?"

 

 

 

 

  물어본다고 대답해줄 것 같냐. 정찬우는 어느 틈엔가 동물병원 로비에서 하얀 치와와를 붙잡고 대화를 시도 중이었다. 간호사가 그걸 보며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남자친구에요? 둘이 잘 어울려요."

  "아, 아, 아니에요! 그냥 친구에요."

  "요즘 고등학생들은 친구끼리 목도리도 같은 색으로 맞춰요?"

  "아, 이건…. 어렸을 때 서로 선물해준 거라서……."

 

 

 

 

  거짓말이 아니었는데 간호사는 내 말을 변명 쯤으로 듣고 있는 듯했다. 간호사는 무턱대고 나와 정찬우의 사이를 단정짓고 있었다. 이런 착각은 익숙해서 괜찮았지만 왜인지 불길했다. 만일 이 오해가 그대로 아저씨한테 닿는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 이상은 여지를 남겨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빨리 이 곳을 떠나야 했다. 나는 아직도 치와와한테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정찬우를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가자. 정찬우는 내 말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지 이번엔 치와와에게 우르르 까꿍을 시전하고 있었다. 이 새끼가 진짜. 다시 한 번 찔러봐도 정찬우는 어쩜 이리 예쁘게 생겼냐면서 이상한 작업 멘트를 날리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짙은 푸른색 목도리 사이로 목덜미를 꽉 꼬집을 때까지 정찬우는 치와와와 정말로 입이라도 맞출 기세였다. 정찬우는 내 손에 이끌려 동물병원을 나왔다. 그는 한동안 아쉬운 눈을 지우지 못했다.

 

 

 

 

  "네가 짝사랑하는 그 분은?"

  "아까 못 들었어? 출장 가셨다니까 나중에 다시 오자."

  "아깝네. 남자는 남자의 눈으로 봐야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데."

  "네가 평가할 필요 없어. 아저씬 객관적으로 잘생겼거든. 너보다 훨씬!"

  "야, 우리 영화 보기 전에 잠깐 안과 좀 가자. 사거리에 새로 생긴 데 있다던데."

  "안과는 갑자기 왜?"

  "나보다 잘생긴 사람이 있다잖아. 그게 말이나 돼? 너 시력 검사 좀 받자."

 

 

 

 

  이 새끼가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힘껏 정강이를 차자 정찬우가 휘창였다. 정찬우의 까불까불한 입이 고통으로 다물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영화관이 있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걸어서 십 분 거리에 있는 영화관은 근방에서 가장 컸다. 어렸을 때, 엄마한테 혼나거나 다른 우울한 일들이 있을 때 정찬우와 손 잡고 가곤 하던 그런 곳이었다. 기름 범벅인 호떡을 몇 번 씹어 삼키고 우리는 조용히 걷기만 했다. 언제 처음 하게 됐는지 모를 파아란 목도리로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들에게서 연인이라는 오해를 샀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여자친구가 아주 예쁘게 생겼네, 남자친구가 여기서 돈 좀 써야겠는데. 거리에서 각종 악세사리를 파는 아주머니가 소리쳤다. 정찬우는 별 말 없이 웃기만 했다.

 

 

  영화관 앞 시계탑은 변함이 없었다. 그저 어렸을 땐 하늘에 닿을 것처럼 거대하던 게 지금은 아주 약간 작게 보일 뿐이었다. 고등학교에 와서 정찬우와 영화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우리는 각자의 아주 개인적이고 사사한 이유로 바빴고, 서로를 챙길 여유가 없었다. 오랜만에 같이 시간을 보내는 정찬우는 예전과 다를 게 없었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아주 낯선 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정찬우는 미묘하게 변했다. 물론 키가 크면서 살이 빠졌다거나 옷 입는 스타일이 달라졌다거나, 하는 외적인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편의점 좀 갈래? 아직 영화 시간 많이 남았는데. 가서 군것질이라도 좀 하다가 들어가자."

  "…아, 그래. 그러자."

 

 

 

 

  이 눈에 관한 것이었다. 정찬우의 눈은 전과는 다르게 사근스러워졌고 따뜻해졌고 부드러워졌고, 아무튼 변해 있었다. 날 바라보는 눈이 그랬다. 나는 정찬우의 말에 순순히 고갤 끄덕이면서 걸음을 틀었다. 바람은 여전히 추웠고, 몇 가닥 올이 풀린 목도리가 그 힘에 못 이겨 나부끼기 시작했다.

 

 

  편의점은 컸다. 사람이 많았지만 그렇게 북적이게 느껴지진 않았다. 나는 늘 먹던 초코 빵을 골랐고 정찬우는 시시하게 막대 사탕 하나를 집었다. 사실 영화도 정찬우가 보여주는 거라서 이런 건 내가 내려고 했는데 패딩 주머니 사이로 지갑을 찾는 사이에 그는 이미 입 안 볼록하게 사탕을 굴리고 있었다. 내 또래로 보이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정찬우에게 잔돈을 건네며 살짝 고개만 숙였다.

 

 

 

 

  "웬 일이야, 돈을 아주 펑펑 쓰시네."

  "이게 무슨 펑펑이야."

  "그래도. 감사합니다, 찬우 오빠!"

  "징그러."

 

 

 

  정찬우가 얼굴을 찌푸렸다. 입은 즐거워 보였다. 나는 초코 빵의 포장을 뜯었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건 그 때부터였다. 그렇지 않아도 첫 인상이 별로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았다. 어떤 남자의, 어딘가가 불편한 듯한, 그런 뒷모습이 보였다.

 

 

 

 

  "…저는 팔 천원을 받아야 하는데요."

  "드렸다니까요."

  "죄송한데 제가 받은 건 사 천원이에요."

  '저기, 앞 못 보시는 손님. 사 천원이 아니라 오 천원 한 장, 천원 세 장, 그렇게 해서 총 팔 천원 맞아요. 귀찮게 하지 마시고 그냥 가세요."

  "…아닌데요. 이거, 분명 천원 네 장인데……."

  "손님이 떨어뜨리셨나 보죠. 계산 밀렸으니까 가세요, 그냥."

 

 

 

 

  곳곳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역시 첫 인상만큼이나, 혹은 생긴 것만큼이나 싸가지가 없었다. 괜한 오지랖이 발동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남자의 곁으로 다가가 그가 쥐고 있는 지폐를 확인했다. 파란 지폐 네 장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괘씸한 마음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다.

 

 

 

 

  "저는 떨어뜨리지 않았어요."

  "아, 장님 새끼가 진짜……."

 

 

 

 

  그리고 그 중얼거림을 들었을 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알 수 없는 정의감에 불탄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소리쳤다.

 

 

 

 

  "저기요, 말이 좀 심하시네요."

  "네?"

 

 

 

 

  놀라 되묻는 게 아닌 비웃으며 뱉는 말이었다. 나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옆에서 정찬우가 타이르는 소리가 들렸다. 넌 좀 닥쳐. 내 한 마디에 그는 정말로 입을 닥쳤다.

 

 

 

 

  "손님이 무슨 상관이세요?"

  "…상관 많다, 씨발아. 내 남자친군데 상관이 없겠냐?"

 

 

 

 

  얼떨결에 내 애인이 되어버린 남자가 움찔 어깨를 떨었다. 사람들의 눈이 이 곳으로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아르바이트생은 나한테서 대놓고 욕을 들은 게 분한지 잠시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말하는 꼬라지를 보니까 넌 초등학교부터 다시 다녀야겠다. 어른한테 이게 무슨 짓이야. 이거 범죄야! 너 내가 여기서 신고하면 바로 경찰서 가, 알겠냐?"

  "씨발. 진짜. 별 좆 같은 게. 야. 말 다 했냐? 손님이면 다야? 그냥 가던 길 가라고."

  "아니, 다 안 했는데? 그리고 내가 왜 좆 같냐, 지금 좆 같은 건 넌데."

  "……."

  "거스름돈 제대로 드리고 사과도 제대로 해."

  "싫다면 어쩔 건데."

  "뭘 어째, 점장 불러. 병신아."

 

 

 

 

  남자는 한 손에는 커피를, 다른 한 손에는 지폐 네 장을 꾹 쥐고 입술을 깨물었다. 아르바이트생은 벙찐 표정이었다. 정찬우가 옆에서 웃음을 참고 있는 게 보였다.

 

 

 

 

another B


 

 

 

  "사람을 쐈나요?"

  "……."

  "아까부터 피 냄새가 나서요."

 

 

 

 

  진환이 곧바로 변명하듯, 그러나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검은 차체의 창문 밖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한 노을이었다. 익숙하게 주차를 하고, 잠시 뒷자석으로 시선을 돌리던 윤형은 그의 감긴 눈을 보고 차 키를 뽑았다. 덜덜거리던 시동이 꺼지고 주변은 고요 그 자체였다. 꼭 아무도 살지 않는, 혹은 그런 적 없는 사막의 오아시스 바닥을 찾아온 느낌이었다. 윤형은 그가 볼 수 없게끔 환하게 웃었다.

 

 

 

 

  "도련님, 한국에서 총기 소지는 불법이에요."

  "…아버진 그런 걸 좋아하잖아요."

  "그렇긴 하죠."

 

 

 

 

  윤형은 간단하게 대꾸했다. 유난히 발달된 청각은 그가 짤랑거리는 차 키를 주머니에 넣고 차 문을 열고, 닫고, 하는 것을 가만 듣고 있었다. 진환은 곧 그가 자신의 바로 앞에 서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승합차 뒤편에서 허리를 숙이고 진환의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있었다. 그건 아주 잠깐 동안 이뤄졌지만 훅 끼치는 피 냄새는 불쾌했고 역겨웠다.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진환이 미간을 좁혔다. 윤형이 별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고 차 문을 닫았다. 그의 발자국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진환은 홀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윤형이 다시 차 문을 열어준 것은 몇 분 후였다. 아까보다 더 심해진 피 비린내는 견디기가 힘들었다. 진환은 최대한 내색하지 않기 위해 혓바닥을 잘근 씹고 있었다.

 

 

 

 

  "…트렁크에서 짐을 좀 빼느라. 이제 갈까요?"

  "……피 냄새가 나요."

  "실은 코피가 났어요. 그게 셔츠에 살짝 묻은 모양이에요."

 

 

 

 

  말투는 적당히 신사적이었다. 윤형의 목소리는 조근조근했고 다른 남자들보다 충분히 부드러웠지만 그래서 태평하게 거짓말을 하기엔 약간의 무리가 있었다. 코피 따위로는 이런 짙은 피 냄새가 나지 않는다.

 

 

 

 

  "걱정 마세요. 아까 도련님이 사오신 커피 있으니까, 그거 마시면 이젠 코피 같은 거 안 쏟아도 될 거에요."

  "…아버지가 시키는 일이, 많이 힘들어요?"

  "아니요."

 

 

 

 

  진환이 손을 더듬었다. 그 손을 윤형이 잡았고, 몸을 일으켜주면서 그는 짧게 대답했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일은 힘들지 않았다. 더러울 뿐이었다. 진환은 그의 손을 잡고 마침내 차체에서 빠져나왔다. 여전한 피 냄새, 그리고 익숙한 집 내음이 느껴졌다. 오늘 아침 지팡이가 부러지지만 않았더라면 윤형이 손을 잡아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진환은 그가 손을 잡아주고 부축해주는 게 영 어색해서 자꾸만 혀로 입술을 축였다.

 

 

  외진 곳에 세워진 저택은 진환이 볼 수 없을 만큼 컸다. 긴 현관 앞에서 제이의 부하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그의 아들, 그러니까 제이의 하나뿐인 자식 진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형이 말한 짐은 물론 시체였다. 하반신이 잘린 시체는 몸 곳곳이 피 딱지로 가득했다. 윤형은 그걸 정말로 짐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깨로 짊어지고 걷고 있었다. 어느 부하 하나와 눈짓을 주고 받았고, 현관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진환도 그를 따라 조심조심 움직이던 다리를 멈췄다. 진환은 그동안의 외출로 몇 발자국을 걸어야만 집에 도착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럼, 들어가서 쉬세요."

 

 

 

 

  윤형이 속삭였고 진환은 고갤 끄덕였다. 그는 이제 누구의 도움도 없이 태연하게 계단을 밟아 길고 긴 저택의 복도 모퉁이로 사라졌다. 진환이 눈 앞에서 사라지고 윤형은 서서히 입에 걸치고 있던 미소를 지워냈다. 부하 여럿이 달라붙어 윤형의 어깨에 있는 시체를 확인했다. 목표물이 맞았다. 좌안에 정확히 명중이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수고하셨습니다, 를 연발하면서 윤형의 기분을 풀어주려 애썼다. 윤형은 사람을 죽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총을 쏘는 일에 재능이 있었고 그래서 그걸 직업으로 삼은 것뿐이었다. 윤형은 자신이 방아쇠를 당기기 전까지, 죽도록 맞아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중년의 애원하는 눈을 기억해냈다. 어린 딸이 있다며 계속해서 빌던 그 왼쪽 눈에 망설이지 않고 총알을 박아넣은 건 누구도 아닌 자신이었다. 그런데도 왜인지 믿기가 힘들었다.

 

 

 

 

  "그런데요, 형님. 이 새끼 다리는 다 어디 갔습니까?"

  "원래 불구던데? 그래서 그냥 트럭으로 밀었어. 그랬더니 그냥 흐물거리면서 사라지더라구."

 

 

 

 

  윤형과 가장 친밀하게 지내는 동생 민우가 수긍하며 고갤 끄덕였다. 윤형은 부하들이 반만 남은 시체를 소각하기 전까지 저택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잠시 몸 곳곳을 확인했다. 피가 튀긴 곳은 없었다. 다시 한 번 확인했지만 조금이라도 혈흔이 묻은 곳은 없었다. 윤형이 유난히 지쳐 보이는 뒷모습의 민우를 잠시 불렀다.

 

 

 

 

  "민우야. 도련님 말이야, 아직도……."

  "예?"

  "아니, 아니다."

  "에이, 싱겁게 뭡니까. 형님."

  "…지금 나한테서 피 냄새가, 많이 심한가? 확 싫을 만큼?"

  "예? 글쎄요, 전 잘 모르겠는데……."

 

 

 

 

  윤형이 알았다는 의미로 손짓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방으로 가니 시간은 저녁 때를 훨씬 지나 있었다. 밥을 먹을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시간이 그토록 빨리 지나갔다는 것은 좀 신기했다. 그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서 손가락 하나하나로 얼굴을 덮었다. 금방이라도 잠에 들 듯 무거운 눈꺼풀에 신경질이 났다. 총을 쏘는 건 적성이었지만 쏴서 사람을 죽이는 건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이었다. 윤형은 살아야 했고, 그래서 시작한 일이 언제부턴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콩처럼 작은 총알들이 고작 속도를 얻었다고 해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게 끔찍했다.

 

 

  몇 명을 죽였을까. 헤아릴 수 없었다. 기억할 수 없었다. 윤형은 그게 괴로웠다.

 

 

  조직의 기밀을 브로커들에게 넘기고 새 인생을 출발하려던 그는 제이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제이는 윤형을 신뢰하며 총알 몇 발을 넘겨주었고, 윤형은 그에게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어린 딸이 있다는 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작은 월셋방 구석, 커튼으로 몸을 숨긴 채 벌벌 떨고 있는 작은 그림자를 보았으니까. 윤형은 소음기를 장착한 총을 잠시 커튼 뒤로 겨누었다가, 중년의 왼쪽 눈으로 틀었다가를 반복하면서 고뇌했다. 누구를 죽일지 선택하는 게 아니었다. 누굴 먼저 죽일지, 선택하던 중이었다.

 

 

  윤형은 저택 안에서도 몇 번 얼굴을 마주친 적 있는 중년이 제 다리를 붙잡고 애원할 때 이상한 동정심을 느꼈다. 그러나 작은 감정 같은 것이 임무를 방해할 순 없었다. 근본적으로 윤형은 시간을 아껴야 했다. 차에서 진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을 알았기에 그렇게 해야만 했다. 제이가 아끼는 자식은 저도 맘을 다해 아껴야 했다. 윤형은 중년의 눈에 총알 한 발을 쓰고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커튼이 물결치고 있었다. 윤형은 한참 고민하다가 총알을 더 장전하지 않았다. 목격자는 죽이라는 명령이 없었으니 굳이 총알을 더 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뿐이었다. 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는 그대로 방을 빠져나와 시체를 트렁크에 싣고, 그 사이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들고 돌아온 진환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어쩌면 진환이 느끼는 피 냄새는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진환은 감긴 눈으로 윤형보다 많은 해를 살아왔다. 그는 어느 순간 눈이 멀어버린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는 취미로 그림을 그렸다. 점자로 된 책을 읽지 않았고, 그저 책장을 넘기는 일을 좋아했다. 그 행동이 궁금해 언젠가 물어봤을 땐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좋다,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윤형은 진환과 그리 친하지 않았다. 서로의 이름만 대강 기억하고 있는 게 다였다. 제이는 늘 피를 묻히고 살면서 결벽증이 심했고, 한겨울에 임박했다는 걸 이유로 저택에서 대청소를 강요했다. 친하지도 않은 둘이 종일 같은 차를 타고 서울을 활보한 것은 그 탓이었다. 진환의 방은 깨끗했지만 청소 대상에서 제외되진 못했다. 제이는 제 아들이 또 공원에서 물감을 붙잡고 있는 것보단 윤형의 차 뒷자석에서 바깥 바람을 쐬는 게 좀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 일을 붙잡고 있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한 번은 경찰에게 덜미가 잡혀 평생 교도소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그런 여생을 생각해본 적 있었다. 어디까지나 상상이었다. 제이는 철저한 사람이었고, 일에 단 한 번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며 그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돈은 쉽게 만질 수 있었다. 조직이 커지는 동안 경찰과 대면해본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윤형은 그 생각에서 순간적으로 웃었다. 벗어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비명이 들린 건 선잠에 들었을 때였다.

 

 

  윤형은 눈이 뜨임과 동시에 본능적으로 총을 가슴팍에 숨겼다. 문을 열고 복도를 나가서, 다시 계단 몇 개를 밟아 상황을 확인했다. 코는 짐승적인 감각으로 불길한 냄새를 맡았다. 안면 있는 얼굴들이 경악에 물들어져 찌그러져 있었다. 윤형은 모두가 시선을 모으고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것이 괴상한 소릴 내며 울부짖고 있었다. 그것은 꼭 사람 같기도 하면서, 사람 같지 않은 게 보는 사람에게 이상한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저택의 로비는 금방 소란스러워졌다. 누군가가 그것의 목덜미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피가 튀기고, 그것은 여전히 괴상한 목소리로 울고 있었다. 괴물이었다. 괴물도, 아픈 걸 느끼는 걸까. 아프다고 느끼는 걸까. 잠시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이 들었다. 윤형은 꼼짝하지 않는 다리가 원망스러워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누구보다 험한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떨고 있었다.

 

 

  그것은 곧 사람의 목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6233이에요, 다음 작품 투표! | 인스티즈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운동가여, 단결하라! 군대와 헌병을 철수하라! 동양 척식 주식회사를 철폐하라! 일본 물화를 배척하라! 일본인 직공은 총파업하라! 언론, 집회, 출판의 자유를!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운동가여, 단결하라! ……

 

 

  흐릿한 흑백 사진에 담겨 있는 외침에 가슴이 들끓었다. 그걸 빤히 바라보고 있는 청년의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1919년, 강우규. 1920년, 박재혁. 1921년, 김익상. 1923년, 김상옥. 1924년 김지섭, 그리고…."

 

 

 

 

  깊은 두 눈이 인상적인 청년이 흑백 사진을 살살 쓰다듬었다.

 

 

 

 

  "……이것, 만세 운동이 벌어지던 해. 같은 해, 1926년, 나석주. 내가 고작 열 다섯일 때 이들은 폭탄을 만졌소."

  "……."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 같소?"

  "희생자가 아닙니다. 그저 애국지사일 뿐이지요."

 

 

 

  청년의 옆에서 작게 이르던 그는 얼마 전 새로 맞춘 안경을 고쳐 썼다. 투명함을 덧대어 바라보는 세상은 한결 깨끗했고 정확했다. 그렇게 보이는 청년의 옆 얼굴이 몹시 근심에 젖어 어두웠다. 지현은 청년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강 알아차렸다. 애국지사일 뿐이지요, 하던 지현의 표정이 미세하게 떨리던 것을 청년은 고뇌하는 중에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 같았다.

 

 

  지현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지하실 안에서도 곧장 일본인들이 들이닥칠 것을 염려하는 그였다. 좁고 구불구불한, 지상과 연결되어 있는 유일한 계단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던 지현이 이만 고개를 돌렸다. 청년은 진흙 빛깔 일본 군복을 입고 있으면서도 조선을 걱정하고 있었다.

 

 

 

 

  "질문을 바꾸지."

  "……."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를 내 눈으로 지켜볼 것 같소?"

  "……."

  "언제까지,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소?"

 

 

 

 

  약간의 분노, 혹은 슬픔을 안고 있는 목소리였다. 지현은 거기서 잠시 말이 막혔지만 그렇다고 입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이우를 모릅니다. 왕자님의 이름을 모릅니다."

  "……."

  "…고작 망국의 왕자 아니십니까. 제가 평생 모시기만 하면 아무 탈이 없는 그런 조선의 왕자가 아니십니까."

  "……."

  "그러니 부디 건강하셔야지요……. 예?"

 

 

 

 

  흑백 사진이 구겨졌다. 청년이 한참 손에 쥐고 있던 다 찢어진 사진 하나는 그렇게 형편 없이 죽어가고 있었다. 청년이 사뭇 붉어진 눈으로 지현을 쏘아봤다. 일본인들이 선망하는 군복을 단정히 갖춰 입고 있는 청년은 그 모습이 언뜻 어울리다가도, 그렇지 않은 것이 완전한 모순이었다.

 

 

 

 

  "일은 예정된 것으로 진행하지."

 

 

 

 

  그 단호한 표정을 보았을 때 지현은 진심으로 울고 싶어졌다.

 

 

  청년은 작전을 예고하며 눈을 감았다.

 

 

  같은 시각, 조선. 안공근의 집.

 

 

 

 

  "기노시타 쇼조.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나?"

  "선생님, 나라를 구하는 일에 제가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 제가 작년에도 말씀드렸었지요. 인생의 목적이 쾌락이라면, 서른 해가 넘도록 육신의 쾌락은 대강 맛보았으니, 이제는 영원한 쾌락을 꿈꾸며 우리 독립에 헌신하고 싶다구요."

  "…그래, 그랬었지. 쇼조."

  "제 꿈은 아직 바뀌지 않았습니다. 백범 선생님."

 

 

 

 

  이 순간마저 활짝 웃는 쇼조에게 김구는 더 이상 타이를 수 없었다. 쇼조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이제 무엇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작전의 성공을 비는 의미로 선서를 하기로 했을 때 잠시 숨을 참고 기도한 것이 그 전부였다.

 

 

 

 

  "나는 적성으로서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회복하기 위하여 한인애국단의 일원이 되어 적국의 수괴를 도륙하기로 맹세하나이다."

 

 

 

 

  주변은 고요했다. 나라에게 헌신을 약속하는 쇼조의 눈이 가볍게 휘어졌다. 태극 앞에 서 수류탄을 쥐고 있는 쇼조는 잠시 예전을 회상했다.

 

 

  그의 또 다른 이름, 이봉창이었다.

 

 

 

 

 

 

***

 

 

 

 

 

 

  "이유 없이 관공서의 소환에 응하지 아니한 자. 30항 위반. 경찰 관서에서 특별히 지시 또는 명령한 사항을 위반한 자. 32항 위반."

  "…."

  "모두 두 항을 어기셨네, 이 양반아. 경찰범 처벌 규칙 제 1조에 의거, 서署로 동행해주셔야겠네."

  "…임선 동지. 자네가 나한테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편히 살겠다고 우리들을 배반해? 어찌 이럴 수 있어, 어찌! 제 발로 일본 경찰을 찾아가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입 다물게. 반역자 동지. 인생이 원래 다 이런 거 아니겠어."

  "……."

 

 

 

 

  임시로 세워진 연락소가 발각되었다. 제복을 갖춰 입은 경찰들이 그 일대를 샅샅이 뒤지며 수색했다. 독립을 위해 모금을 기획하고 총기를 사들인 것이 수포 몇 방울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임선을 경멸스럽게 쳐다보는 구준회의 눈이 참으로 아득했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나라도, 희망도, 꿈도, 몸도, 독립도, 그러니까, 모든 것들이 죽어버렸다고 생각했다. 간혹 들리는 일본어가 이토록 싫은 적은 없었다. 점심 끼니를 사러 나간 스즈키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비열한 웃음의 임선이 이를 보이며 낄낄거렸다.

 

 

  오늘 새벽, 서로에게 하던 약속이 생각나 구준회는 아직도 현실을 믿지 못하였다. 누구보다 독립에 힘쓰며 살아온 존재였다. 임선은 나라를 버리고 권력 앞에 복종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쉽게 말하자면 부정하고 싶었다. 구준회는, 절친하던 자가 조직을 배신했다는 것이 견딜 수 없게 슬펐고 또 걱정되었다. 모두가 잠들었던 새벽에 임선은 나라를 되찾으면 하고 싶은 일들을 중얼거리다가 결국엔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오랜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가 있었고 이 곳에서의 일을 위해 그 어지러운 생각들마저 지워버린 상태였다. 어머니를 가슴 속에서 덜어내고 나라를 위해 일본을 찾은 그였다. 그랬던 그가 조직의 위치를 발설하고 일본 경찰에게 수색을 부탁하다니 정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본 경찰들은 화가 많았다. 멋대로 태극을 찢고 비밀 기지에 총을 난사해 애꿎은 창문을 다 깨뜨렸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총구가 결국 구준회의 눈을 향하고 있을 무렵, 임선이 태연하게 웃으며 고갤 저었다. 아직은, 이라는 뜻의 일본어가 들렸다. 구준회는 특유 검은 숲 같은 눈으로 임선을 째려봤다. 일본인들은 이제 입고 있는 제복에서 수갑을 꺼내어 조직의 일원들을 차례대로 체포하고 있었다. 그 사이 임선이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구준회 동지. 내 말 잘 들어야 해. 지금이 기회일세. 지금이 아니면 우리의 뜻을 이루지 못해."

  "…무슨."

  "쉿. 나, 임선 아닌가."

  "……."

  "서에 가면 스즈키가 있을 거야. 뻔뻔한 일은 뻔뻔한 사람에게 맡겨야지. 스즈키가 하는 말에 열심히 고개만 끄덕이면 된다네, 자네는."

  "……나라를, 잊지 않은 게지?"

  "당연한 소릴! 나 아직 안 미쳤네. 멋대로 행동한 건 미안하네. 자네한텐 먼저 알린 뒤 시작해도 될 일이었는데."

  "일?"

  "쉿, 저기, 경찰이 온다. 이 곳이 엉망이 된 건 나중에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은……."

 

 

 

 

  다음 말은 듣지 못하였다. 바로 앞으로 경찰이 다가왔음에, 순간적으로 구준회의 멱을 잡아 올린 임선이 금방 짜증 담긴 눈을 했다.

 

 

 

 

  "아니, 이 새끼가 자꾸! 감히 조센진 주제에 비겁한 변명이나 나불거리고 있고! そこ(거기)! 이 눈빛 흉흉한 못생긴 조센진부터 붙잡아! 내가 위험하다고 칭했던 자가 바로 이 사람일세!"

 

 

 

 

  연기란 걸 알았지만 그래도 못생겼다고 욕을 들은 건 왜인지 기분이 섭했다. 목을 조이고 있던 손에 힘을 풀고, 임선은 그동안 수련한 능숙한 일본어로 상황을 정리했다. 열 명 남짓한 동지들이 수갑에 묶여 불안한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대열의 마지막은 구준회였다. 그 틈을 일본 경찰들이 채웠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발포할 것처럼, 가지고 있는 총을 만지작거렸다. 구준회는 임선과 일을 작정하고 서에 먼저 붙잡혀 있을 스즈키를 떠올렸다.

 

 

 

 

  "삼촌이 연통제 소속이었던 게 내가 지금 수갑 차고 있는 거랑 대체 무슨 상관이냐구요. 응?"

  "日本語ではな(일본어로 얘기해)."

  "ぼくのなまえは赤花鱸(내 이름은 아카바나 스즈키)! 이 일이랑 진짜 아무 상관 없다고!"

 

 

 

 

  구준회의 상상 속에 있던 스즈키와 서에서의 김동혁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구준회는 뻔뻔하게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친구가 그저 대견스러워 보일 뿐이었다. 험하게 생긴 일본 형사한테서 조사를 받고 있는 김동혁은 잘도 일본 이름을 뇌까리면서 자신의 뭣도 없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허무한 웃음이 나왔다. 대체 뭘 어쩌자는 건지.

 

 

 

 

  "이우 왕자님의 측근으로부터 편지가 왔네."

  "……."

  "…황닉단滉匿團 창설이라네."

 

 

 

 

  임선의 들릴 듯 곧 꺼질 듯한 목소리에 구준회의 눈이 커졌다.

 

 

 

 

 

 

 

*6 10 만세운동- 병인만세운동이라고도 하며 순종 국장일에 시내 곳곳에서 벌어짐. 이 운동으로 약 200명이 체포되었고 전국적으로 1000명이 체포 혹은 투옥됨.

*안공근-안중근의 아우.

*경찰범 처벌 규칙-1912년 3월 25일 제정된 법. 위에 해당하는 조선인은 구류에 처함.

*연통제-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내외 업무 연락을 위한 지하 비밀행정조직.

*황닉단-깊게 숨긴 집단이라는 뜻으로 글 속에서 창작된 완전한 허구임.

*1919년 강우규, 대한인 노인 동맹단 소속으로 조선 총독 마차에 폭탄 던짐.

1920년 박재혁, 부산 경찰서에 폭탄 던짐.

1921년 김익상, 조선 총독부에 폭탄 던짐.

1923년 김상옥, 종로 경찰서에 폭탄 던짐.

1924년 김지섭, 일본 왕궁에 폭탄 던짐.

1926년 나석주, 동양 척식 주식회사에 폭탄 던짐.

 

 

 

 

안녕하세요 6233입니다 ^,^

이렇게 늦은 새벽에 글을 올리는 건 좀 어색하고 그렇네요. 허허허(너털웃음)

 

 

 

사춘주의는 제목만 보면 상큼터지는 풋풋한 10대들의 사랑 이야기일 것 같지만 총 쏘고 죽이고 찢고 막 그러는 좀비물입니다.

분량 때문에 another C가 잘렸지만 아이콘은 다 나오는 글이에요.

지루한 묘사를 벗어날 수 없는 제 망할 필력 때문에 조심스레 노잼 예상해봅니다. ㅎㅎ... ㅋㅋㅋㅋㅋㅋ

약간씩 설레고 약간씩 무서운 그런 글이에요.

 

 

피어나는 근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입니다.

실존했던 인물들과 기록을 통해 글 분위기를 잡았어요.

조선의 마지막 왕자인 이우 왕자와 독립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글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사극 준비하다가 엎고 준비한 글인데 쓰다 보니까 역사에 더 흥미도 생기고 재밌네요!

 

 

강조드리지만 본문에 나온 글들은 그냥 예시로 보여드리는 거에요.

글의 전체적인 흐름과 분위기만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살포시 투표해주시고 댓글에 그 이유도 간략하게 한줄 정도 적어주시면 전 많이 기쁠 거에요...8ㅅ8

둘 다 싫으시면 그냥 투표 참여 안하시고 나가셔도 돼요... ㅋㅋㅋ (강철쿠크)!

투표는 이번 주 금요일까지 이루어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양보다 더 재미있는 글로 뵈어요~(수줍)

(손가락 하트)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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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3
욕이 필터링됐길래 수정했어요...(쭈굴) 모두 편안한 밤 되세요! ♡
8년 전
독자1
선택하기는 사춘주의를 하긴 했지만 피어나도 너무너무 좋은 글 같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고르느라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기대하고 있을게요!!
8년 전
독자2
투표했어여! 일단제가한게 지금1위이긴한데 내일봐야 알거같네요ㅎㅎ
8년 전
독자3
피어나요! 사실 저 일제강점기에서 독립까지는 참 흥미로운 소재들이 많잖아요 화가나고 마음아프기도하지만 소재가 많아서좋은것같아요! 또 개인적의견이지만 이우왕자를 제가 참좋아합니다 굉장히 아쉬운인물이기도하고요 살아있었다면 많은것이 바뀌었을거란 아쉬움에 좋아하는캐릭터이기도해서 피어나를선택했습니다!
8년 전
독자4
저는 사춘 주의! 피어나도 나중에 꼭 읽고 싶은 분위기의 글이지만 사춘 주의에 더 끌려서..!
8년 전
독자5
투표했습니다!!! 두 작품 너무 기대되는데 어쩌죠ㅠㅠㅠ 얼마전에 한국사 시험을 봐서 그런지 일제강점기는 너무 마음아파서 사춘주의를... 사실 사춘주의에 있는 찬우가 너무 매력덩어리라.. ㅋㅋㅋㅋㅋ
8년 전
독자7
헐 저도 지금 좀비물 준비하고 있는데!!ㅎㅎ이렇게 반가울수가ㅠㅠ제가 쓴거랑 자연스레 비교가 되는 글솜씨에 눈물을 흘립니다ㅠㅠ 글 되게 잘쓰시는거 같아요ㅠㅠ 저는 another A랑 another B랑 연결 되는지 모르고 이야기가 세개인줄 알았어욬ㅋㅋㅋㅋ큐ㅠㅠㅠ떨고있던 인영이 궁금해서 뽑았습니다! 멋스러운 글 기다리고 있을게요!!기대됩니다 T^T
8년 전
독자8
피어나요!! 팬픽에서는 흔치않은 장르라 ㅠㅠ
그리고 글 분위기가 참 좋은 것 같아서..❤️

8년 전
독자9
아진짜좋네요오ㅜㅜㅜㅜ둘다
8년 전
독자10
사춘주의요ㅎㅎ 좀비물 많이 좋아합니다 사실 뭐가 됐든 작가님글이라면 다 열심히 읽을 거예요♡
8년 전
독자11
저는 사춘주의...처음에 사랑?총?뭐지?했는데 마지막에 좀비!!!!와!!!!기대되네요
8년 전
독자13
사춘주의선택햇습니당 처음에 여주박ㅇ력때문에 밑글이 사실집중이 잘안됐어여ㅜㅠㅠㅠㅠㅠㅠ여주가 말하는거에 확 꽂혀가지구ㅠㅠㅠ
8년 전
독자14
준회
8년 전
독자15
와ㅜㅜ대박 저는 사춘주의를 선택했어요! 여주가 진짜 대박이었어요 너무 인상깊게 남아서..그리고 좀비물이라는 말에 아..이거다!!!!ㅋㅋㅋ추천이연 다음 글도 정말 기대가 만빵이네요 싸라해연
8년 전
독자16
피어나요!!!!!! 뭔가 기대고 재밌을 것 같아요 헤헤
8년 전
독자17
투표했습니당! 다음 작품도 기대할께요!
8년 전
독자18
와 둘 다 재밌을 거 같아요 그래도 저는.. 좀비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사춘주의 했어요 ㅜㅜㅜㅜ 근데 작가님 예시인데.. 퀄리티가.. 예시 퀄리티가... 너무 좋아요.. 다음 작품 기대할게요!
8년 전
독자19
헐....두작품 다 너무 좋아요ㅠㅠ
8년 전
독자20
피어나도 좋지만 좀비물이 보고싶어서 ... (부끄)
8년 전
독자21
와 진짜.. 6233님 소재고 필력이고 다 최고세요. 저 진짜 지금 약간 충격적..! 두 이야기 다 좋지만 저는 일단 사춘주의 골랐어요. 좀비물이 취향이라.. 근데 나중에 꼭 피어나도 보고 싶어요 ㅠㅠ 완전 좋아여 진짜로 엄청!
8년 전
독자22
피어나....♡
8년 전
독자23
진짜 헉하고 가요... 정말이지.. 작가님은 ㅠㅠㅠ
8년 전
독자25
아정말ㅜㅜㅜㅜㅜ작가님ㅠㅜㅜㅜㅜㅜㅠ두개다너무좋잖아요ㅜㅜㅜㅜㅜㅜ이러시면너무감사합니다진짜일단사춘주의를뽑았는데피어나ㅜㅜㅜㅜㅜ놓치고싶지않아요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219.110
헐ㅠㅠㅠㅠㅠ둘다 대박이네여ㅠㅠㅠㅠㅠㅠㅠ저는 역사물인 피어나 투표했어여ㅠㅠㅠㅠㅠㅠ둘다 너무 좋아서 고르기 힘들었어여ㅠㅠㅠㅠ
8년 전
독자26
핫초코에용 이뤈 ㅠㅠㅠ 투표하고 싶었는디 이미 끝났네..?아쉽지만 둘다 좋으니까 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0.225
아... 투표를 못했네요... 빨리 할걸 그랬어요.ㅠㅠㅠ 아쉽네요
8년 전
비회원211.23
작가님 오랜만이에요! 한동안 여기 안 들어왔는데 4일이 지난 지금에 이 글을 보게 됐네요 투표를 하려 했는데 기간이 지났더라구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작가님 필력은 진짜... 더 러브...♡ 진짜 작가님은 글쓰기 말고도 공부도 되게 잘하실 것 같아요 정말 존경스럽군여! 그리고 저 글이 단순히 예시라니... 작가님이 쓰시는 거면 전자든 후자든 저는 다 좋지만 저는 사춘주의가 더 끌리네요! 한양같은 사극을 사랑하지만 사춘주의 같은 글도 매우 기대돼요 1편 업데이트돼 있는 거 방금 봤는데 그것도 보고 댓글 달겠습니다 사랑해여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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