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징네는 스케쥴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 길임.
무대의 여운을 그대로 가지고 벤에 올라타서인지 이어폰 꽂고 다시 노래를 들으면서도 몸이 저절로 들썩들썩거려짐.
그만큼 무대 위에서 느끼는 기분은 정말로 황홀함을 넘어서 짜릿했음.
그 와중에 너징 뱃가죽이 장렬하게 전사해버리고 말았음.
-꼬르르르ㅡ....
얼마나 배고파서 힘도 딸렸던지 다 울리지도 못하고 사그라드는 소리에 너징은 깜짝 놀라서 얼른 배를 부여잡고 주위를 살폈는데,
너징 옆자리에서 참하게 자고 있는 줄 알았던 막내의 입이 씰룩씰룩 거리는거림.
너징이 민망할까봐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입을 앙 다물고 웃음을 꾹 참는 모습이 고맙고 귀여웠지만,
"푸하하, 소리 완전 커! 오빠, 우리 언니 배고픈가봐!!!"
뒷자리에 있던 둘째가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막내의 배려는 쓸모가 없었다고 한다...
둘째가 난리를 피우자 그나마 너징처럼 조용히 음악을 듣고 있어서 못들었던 셋째까지 알아차리고 웃으면서 언니 배고파요? 하고 묻길래,
매니저 오빠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임.
"시간이 너무 늦었는데..."
매니저 오빠가 시계를 확인하며 망설임.
하지만 동생들이 너징보다 더 매니저 오빠에게 매달리기 시작함.
"우리 언니가 배고프다잖아요.."
"언니.. 오늘 점심도 많이 못먹었단 말이에요.."
"오빠, 그러지말고 간단하게라도 먹자! 응응?"
왜 다들 날 가지고 그래... 물론 내 배가 아주 우렁차게 밥을 요구하긴 했지만...
딱히 배고프다고 떼 쓸 생각이 없었던 너징은 민망하면서도 동생들 마음씀씀이에 고마워서 가만히 있음.
매니저 오빠도 동생들의 간곡한 부탁에 거의 넘어왔는지, 그럼 뭐 먹을 건데? 하고 물어봄.
동생들 일제히 너징에게로 고개를 돌림.
ㅇㅅaㅇ...?
"언니 뭐하고 있어? 오빠가 뭐 먹고 싶냐잖아!"
"응? 내가 정해야 해..?"
"당연하지! 누구 먹이려고 이러고 있는건데!"
"아..."
결국 메뉴결정권까지 갖게되어버린 너징.
잠시 생각하다가 역시 그거밖에 없나? 하고 말하려고 하는데,
"그럼 난 치ㅋ.."
스치듯이 떠오르는 기억에 말을 끝내지 못하고 다시 다물어버림.
응? 치킨?? 둘째가 확인 차 물어보지만 너징은 아니라면서 고개를 저음.
결국 간단하게 떡볶이나 먹자고 함.
차에 탄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방송국 근처 분식집으로 가게됨.
매니저 오빠가 자주 오던 곳이었는데, 방송국 근처였지만 골목 사이에 위치한 곳이라 사람은 많이 없었음.
분식집에 앉자마자 전투적으로 주문을 한 뒤 너징은 먼저 앞에 놓여진 노란 단무지를 아그작아그작 씹음.
막내와 셋째는 저들끼리 얘기하면서 꺄르르 웃어대고, 둘째는 폰만 들여다보고 있음.
그새 하나를 다 먹고 또 단무지를 콕 찍으면서 둘째한테 물어봄.
"둘째, 연애해?"
"갑자기 무슨 헛소리야?"
아니.. 계속 폰만 쳐다보고 있길래...
너징의 질문에 둘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콧방귀를 낌. 아니면 아닌거지... 나 왜 쫄음..??
사실 너징은 둘째가 무서움. ;ㅅ; 둘째가 워낙 사납게 생겨서 정색하면 나쁜 뜻이 아닌 걸 알면서도 움찔하게 됨.ㅋㅋㅋ
괜히 입술을 삐죽거리며 포크로 장난을 쳐대고 있는데 켜져있는 티비에서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옴.
"어?!"
너징은 물론 동생들까지 귀가 쫑끗.
얼마 전의 음악프로그램 재방송이었나 봄.
티비 속에서 레드슈즈가 요리조리 춤을 춰가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음.
너징들은 한동안 멍하니 화면을 올려다보다가 무대가 끝나자마자 머쓱하게 다시 고개를 제자리로 돌림.
모니터는 항상 해오던 일이지만, 이런 곳에서 보고 있으려니까 신기하면서도 부끄러움.ㅋㅋㅋ
얼마 안 돼서 주문했던 떡볶이랑 튀김이랑 김밥, 순대 등등 줄줄이 테이블에 올라옴.
옆테이블에 앉아 라면 하나 시킨 매니저 오빠는 기겁하다가도 하루 뿐이라면서 풀어줌.
너징들은 그런 오빠에게 짱이라며 엄지 척, 올려주고 미친듯이 흠입하기 시작함.
"그래서 준면이가 나한테 그랬다니까~"
"에이, 웃기시네. 완전 뒤에 있었는데 준면이가 널 어떻게 보냐? 그나저나 백현이 오늘 진짜 귀여웠어..ㅠㅠ"
... 응? 한참 떡볶이를 찍어 입에 쑤셔넣고 있을 때 분식집 안으로 교복입은 두명의 여자아이가 들어옴.
신경도 안쓰고 모두 사라지기 전에 하나라도 넣으려고 용을 쓰다가 두 아이의 대화에 멈칫.
동생들은 못들었는지 여전히 폭풍흡입하느라 정신이 없음.
너희 아까 그렇게 내 이름 팔더니.. 너희도 배가 많이 고팠나봐..☆★
잘못 들었나? 하고 방금 들어온 여자아이들을 쳐다보면 아이들 손에 들려있는건...
ㅇㅂㅇ!!!
내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백현아. 라고 적혀있는 것 같은데.
미친!! 다른 아이의 부채에는 김준면의 얼굴이 똬악.. 맙소사. 그녀들은 엑소의 팬이 확실하구나..
순간 조용히? 떡볶이 먹고 가려다가 엑소팬들에게 머리채잡혀 기사나는 상상을 해봄.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일이지만, 너징 애써 마음은 진정시킴.
저 애들은 엑소의 팬일 뿐이야. 당연히 우리를 싫어한다는 보장도 없고. 모른 척 잘만 넘기면 무사히 나갈 수 있을거야.
너징의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정신이 안드로메다행을 각오할 때 쯤, 사건이 터짐.
"어? 야, 쟤네 레드슈즈 아니야?"
"뭐래. 레드슈즈가 왜 여기 있ㄴ.. 어?"
와우, 바로 알아차렸네.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낀 너징은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분식집을 빠져나가려고 함.
괜히 여기서 소란이 일어나면 아주머니께도 민폐고, 신경 쓸 게 한두개가 아니니까.
하지만 갑자기 애들보고 재촉하며 일어나라고 하니까 시간이 자꾸 지체가 됨.
너징의 속은 타들어가는데, 결국엔 분식집을 나가기 전에 두 여자아이들이 너징쪽으로 다가옴.
"저기요..."
"...ㄴ,네?"
당황한 너징, 엉겁결에 대답했지만 아차 싶음.
마스크라도 챙겨올 걸.. 하지만 먹으로 오는데 누가 마스크를 챙기겠어.
우리 얼굴을 정면으로 본 아이들의 눈에 확신이 찬 것 같음.
이젠 빼도박도 못하게 생김.
"레드슈즈 맞죠?!"
"맞네, 맞아!!!"
"아.. 저기.. 저희가 이제 가야해서.."
이렇게 가면 안되는 줄은 알지만.. 어쩔 수가 없음.
소심하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너징은 한 아이에게 손을 덥썩 잡힘.
너징은 물론 동생들과 매니저 오빠까지 흠칫하고 놀람.
"저희 언니들 팬이에요!!"
"... 네?"
"와~ 진짜 이쁘다!! 얼굴이 주먹만해 진짜~~~"
에...???????
순간 너징들의 표정이 다 얼이 나감.ㅋㅋㅋㅋㅋㅋㅋㅋ
셋째가 조심스럽게 저희 팬이라고 했냐고 다시 물으니까, 두 여자아이가 강렬하게 고개를 흔듬.
이번엔 막내가 부채를 들고 엑소선배님들의 팬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꺄르르 웃으면서 맞다고 함.
근데 왜... 마지막으로 내가 중얼거리자 엑소팬 중에서도 레드슈즈 좋아하는 사람 많다고 대답함.
아직도 너징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고 있으니까 엑소팬들에 대해서 해명하느라 애씀.
"언니들 악플 때문에 많이 속상하시죠.. 그래도 언니들 응원하는 사람 많으니까 힘내요!"
"맞아요! 언니들 노래 진짜 짱 좋아요!!!"
그렇게까지 말해주니까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나려고 함.
애써 모른척 했지만 이미 마음속에서는 엑소팬=레드슈즈안티팬 이라는 공식이 박혀있었나 봄.
근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되니까 수많은 감정들이 벅차올라서 어떻게 반응해야할 지 모르겠는거.
다행히 둘째가 먼저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고, 얼른 정신차린 너징은 아직 잡고 있던 손을 꼭 잡아주면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함.
아이들이 끝까지 웃으면서 응원해줌..ㅠㅠ
분식집에 나와서도 눈시울이 빨게진 너징은 동생들에게 놀림을 당하면서도 바보같이 헤헤, 하고 웃음.
덩달아 웃던 동생들하고 손을 모아 다시 한 번 파이팅!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음.
-
많이 늦었죠..? ;ㅅ;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한동안 오질 못했어요ㅠㅠ
앞으로 꾸준히 올 수 있다는 것도 장담하지 못하겠네요..
그래도 틈틈히 써서 꼭 마무리 짓고 싶네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ㅠㅠ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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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진 사람 있으면 꼭 얘기해주기ㅠㅠ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