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가요 이사원"
나를 이사원, 하고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 봄
대리님들은 거의 항상 ㅇㅇ씨, ㅇㅇ씨, 하고 부르시니까 차장님일 줄 알았음
따라나온 건 다름아닌 이대리님이었음
"저 혼자가도 괜찮아요"
"나도 졸려"
그리곤 한 껏 피곤한 표정을 지으심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혼자 갈게요 들어가셔도 괜찮아요"
"내가 혼나"
"? 누구한테요 ?"
"누구긴 누구야 빨리 가자"
커피사러 다녀오는 길에 대리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음
원래 차장님은 말 수가 적으신지, 다들 여자친구는 있으신지 등등
"남자친구 없지?"
"있냐고 물어 보셔야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없네 없어"
"대리님은 있어요?"
"우린 다 있어"
"세분 다요?"
"차장님만 빼고"
하긴 박대리님 성격에 여자친구가 없을리 없었고
이대리님도 여자친구한테 잘 할 것 같긴 했음
나는 차장님이 여자친구가 없는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을 해 봄
차장님은 자기사람 정말 잘 챙기시는데 막상 받는사람들은 거의 눈치를 못 채는 듯
워낙 무뚝뚝하고 말 수도 없으셔서 그런가,
일에서 온 스트레스 때문인지 담배를 유독 많이 하시는 것 같아 보이긴 했는데, 또 다른사람한테 담배냄새 풍기는 건 싫어하신다고 하심.
특히 여자한테는 더
그래서 항상 혼자 사라지셨다가 양치까지 하시고 나서야 입을 여심
생각해보니 저번에 식당에서 말고는 나도 느낀 적이 없었음 ㅇㅇ
그리고 팀원들한테는 정말 돈이고, 관심이고 할 것 없이 아끼지 않으신다고 함
그건 신입인 나도 확실이 느낌 부분임
느릿느릿 회사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박대리님이 왜 안오냐고 전화하셔서 후다닥 뛰어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착했는데 차장님이 한 손으로 턱 받히고 졸고 계셨음
내가 '커피 왔습니다' 하고 조용히 자리위에 올려 뒀는데
인기척 듣고 눈을 뜨심
충혈된 눈에 내려온 머리 낮은 목소리로
"고마워요"
하시는데 진짜 처음으로 와.. 멋있다.. 느꼈음
-
어느날 대리님들은 둘이 외근나가시고 차장님이랑 나랑만 둘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게 됨
밥 먹다가 메세지 알림음이 울림
차장님 휴대폰 = 내 휴대폰 ㅇㅇ 메세지 알림음이 같음
둘 다 밥 먹다가 주머니 뒤적 뒤적 함. 차장님 아버지 문자 였음
보자마자 갑자기 한숨을 쉬심
선 보라는 문자라고 함 ㅋㅋㅋㅋㅋㅋ
"결혼 할 나이구.. 뭐.."
내가 조심스래 말을 꺼냄
"누군지 아는데내 스타일 아니야"
중얼 거리셔서 잘 못 들음
"네?"
"아니라고요 내 스타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지하게 말해서 너무 웃겼음
"내 아내를 골라와야지 왜 아버지 며느리를 골라오냐고"
"시아버지 스타일이 어떠신데요"
"시아버지요? 나한테 시집오게?"
내가 실언을 했다.. 실언을 했어..
내가 ㅇㅁㅇ 이러고 아무 말도 안하니까 혼자 입꼬리 씰룩거리시면서 웃으심
한창 열심히 밥을 먹고 고개를 들어 앞을 봤는데 나 혼자 먹고있었음,, 내가 밥을 느리게 먹나?
다 드시고 팔짱끼고 그냥 나를 쳐다보고 계셨음
"이제 갈까요?"
"ㄴ..네"
차장님이 커피 사주셔서 같이 카페 다녀옴
17층에서 내렸는데 또 먼저 들어가라고 하시길래
조심스래 손짓으로 담배피는 시늉을 함
그랬더니 인상을 쓰심
잔뜩 쫄은 얼굴로 쳐다보니까 여자는 그런 거 따라하는 거 아니라고.... 혼남
울상 지으니까 또 입꼬리 움찔움찔 하시며 눈썹도 같이 씰룩 하시곤 닫힘 버튼 누르고 올라가심
ㅡ
얼마 뒤에 회사 홈페이지에 공고가 하나 뜸
'ㅇㅇ네트웍스 최고의 부서를 찾습니다'
대회?는 아니고,, 맞나 ?
실적이 아니라 팀 분위기랑 단합을 보는 거라는데 베스트 포토 콘테스트 & 사연 대회 그런게 있었음
상품은 추후 공개라고 써져있는데, 승부욕이 넘치는 우리 부서 남자직원들은 당연히 나가야 한다며 ㅋㅋㅋㅋㅋ
결국 두개 다 나가게 됨
베스트 포토 콘테스트는 팀 별로 밥 먹는 사진, 자전거 타는 사진, 일하는 모습 등을 찍은 사진을 모아 앨범을 제일 잘 만든 팀을 뽑는 거였음
그래서 주말에 다같이 놀러가서 사진을 찍기로 함
사연 올리는건, 글 솜씨는 내가 제일 나을 거라고 나보고 쓰라고 하심...^^
같이 의자끌고 모여서 얘기를 하는데
"저.."
다 나를 쳐다 봄
"자전거를 못 타요"
부끄럽다... ^^ 결국 자전거는 당일에 박대리님한테 배우기로 함
ㅡ
자전거도 배우고, 사진도 다 찍고 같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음
"ㅇ아악-"
맨 뒤에서 자전거타고 천천히 따라가다가 제대로 넘어짐
대리님들도 자전거 세우고 오심
"괜찮아??"
아픔 반 창피함 반으로 주저앉은채로 고개숙이고 개미소리로 네.. 하고 대답함
차장님도 오고 계셨음
내가 계속 고개숙이고 있으니까 박대리님이 내가 우는 줄 아셨나 봄
"차장님 막내 울어요"
차장님이 급하게 뛰어오심
"ㅇㅇ씨 울어요?"
"아니요....."
"고개들어요 나 좀 봐"
"그...게.... 지금 너무 창피해서.... 제가 ... 잘 일어나서.. 따라면 안 될까요"
"알겠어, 가자"
다 간 줄 알고 일어났는데 차장님이 서 계심
"괜찮은가, 안 다쳤어요"
"네 괜찮아요!"
자전거를 끌고 가려고 잡았는데 팔에 힘이 안들어감
"으윽"
"다친거 같은데 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맞아요 다쳤습니다
대리님께 전화드리고 병원에 다녀옴.. 팔을 못 써서 차장님 차타고 다녀옴
병원에 갔는데 인대가 늘어났다고 해서 깁스함... 다행히 왼팔
진료받는 동안에 차장님이 후시딘이랑 밴드를 사오심
차장님이 얼굴에 후시딘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심
민망해 죽을 뻔
그렇게 얼굴엔 밴드를 왼 팔엔 깁스를 하고 밥을 먹으러 가기 위해 차장님 차를 탐
또 안전벨트를 못 해서 낑낑뎀
"안다쳤을 때나 지금이나 벨트 못하는 건 똑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