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08
w. 일공공사
[오늘 저녁에 시간 돼?]
수업도중 울리는 핸드폰에 놀라 몸을 파드득 떨었다.
진동으로 해놓아서인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듯 해 조용히 답장을 남겼다.
[네, 여덟시쯤?]
그러자 곧장 오는 답장이다.
[너 수업중이잖앜ㅋㅋㅋ]
[날라리네]
[그럼 이따 석식 쫌만 먹고 여덟시에 학교 앞에 카페에서 봐]
[치즈케잌 시켜놓는다]
메신저를 확인하자마자 주머니에 넣고 칠판을 가리키는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여덟시가 되서야 학교를 나올 수 있었다.
조금 늦을거 같아 전화를 하자 넘어지지 말고 천천히 오라는 그다.
통유리로 된 카페 안에서 손을 흔드는 그를 확인하고 헐레벌떡 뛰어갔다.
마주 앉아 숨을 고르자 손을 뻗어 이리저리 뻗힌 머리칼을 정리해주는 그다.
"오늘도 수고했어."
내 손을 잡아오는 그의 따듯한 손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뜨거운 손가락으로 손목안쪽을 쓰다듬는 손길에 손을 조심스레 빼내려 하자 팔을 아예 당겨버린다.
오돌토돌한 흉터가 자리잡은 손목을 쓰다듬던 그가 별안간 쪽, 하고 그 위에 입술을 눌렀다 떼어냈다.
순간 놀라 바보같은 소리를 내자 귀여워어.. 라고 말하며 볼을 꼬집는 행동에 볼을 부풀렸다.
볼이 띵띵 부풀어오르자 손가락이 볼 위에서 미끄러져나갔다.
"괴롭히는 친구 또 생기면 말하고. 혼자 끙끙대지 말고. 알지?"
어른스러운 그의 말에 고개를 살살 흔들었다.
조그만 치즈케잌을 포크로 뜬 그가 아, 하고 입을 벌리며 내 입 앞으로 그것을 가져다대었다.
달달한 치즈케잌이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나는 네가 나랑 너무 닮아서 걱정이야. 너는 고등학교때친구도 많이 사귀고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도움도 별로 안되는거 같아서, 미안해..."
약간은 슬픈 눈을하고 내 손을 제 볼에 가져다대언 흉터위를 엄지로 슬슬 쓸어내리던 그가 눈을 감고 말했다.
좋다.
케잌이 동나자 카페를 나왔다.
해가 점점 저물어가고있었다.
근처 공원을 말없이 손만 잡고 서성이다 벤치에 앉았다.
무언가 할말이 있는듯 입술을 떼었다 붙였다 하던 그가 결국 입을 열었다.
"사실 오늘,"
내 눈치를 보는 정한에 고개를 끄덕이자 말을 이어간다.
"너한테 고백하려고 했었거든."
이거 봐. 라고 덧붙이며 가방에서 종이로 예쁘게 포장된 작은 꽃다발을 꺼낸 그가 조금 구겨진 포장을 툭툭 쳐 폈다.
"근데, 막상 얼굴보니까 네가 너무 애같아서, 난 어른인데, 넌 아직 어리잖아."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꽃다발을 만지작거리던 그가 고개를 푹 숙이고 내 손을 잡아 꽃다발을 건네었다.
대여섯송이의 노란장미가 피어있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좋아한다. 많이."
평소와 다르게 얼굴을 붉힌 그의 모습에 내 얼굴도 점점 빨갛게 익어가는것이 느껴졌다.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할 지 몰라 장미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술을 깨물고 내 대답을 기다리는 그의 표정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야, 나 진지해..."
울상을 짓는 그의 볼을 잡아 살짝 꼬집고 귀여워서요. 라고 말하고 다시 웃어보였다.
"내가 너 성인되면 다시 고백할테니까 받아줘야해."
"네."
"내 친구들이 나 도둑놈이라고 해도 막아줘야해."
"네."
"나 차면 안돼."
"네."
"좋아해."
"나두요."
그의 스무살은 자신과 닮은 아이의 열일곱과 함께 흘러갔다.
그동안 스무살을 읽어주신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ㅠㅠㅠ
첫 글이라 많이 부족했어요 ㅠㅠㅠㅠ
나중에 또 찾아뵐게요!
[암호닉]
일공공사 지유 악마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