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나 나올 것 같았던 상황이었다.
처음엔 몇 번 스치는 것처럼, 그리고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처럼. 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말을 붙이기는 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는 사이었다고 한다. 뭐 그래, 그게 당연한 거지만. 여기까지는 무난했으나 내가 언급한 '드라마에서나 나올 것 같았던 상황' 은 바로 어제 일어난 일이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늦게 눈을 떠 허겁지겁 준비를 하고 집에서 뛰어 나오던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같은 길을 지나가는 그를 미처 피하지 못 하고 그대로 몸통 박치기를 시전했고, 바닥에 그대로 넘어져서 빨갛게 얼굴을 익히던 나를 그가 이건 뭐냐는 것처럼 쳐다봤다. 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가까이서 본 그의 모습은 생각보다도 더 멋졌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내 스타일.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일단 나를 일으킨 그는 단정하게 정장을 입은 모습이었다. 몸에 딱 맞춘 듯한 핏에 한 번 더 반했던 나는 미안하다는 사과는 어디로 날렸던 건지 빤히 그를 쳐다보기만 했고, 결국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그가 뭐가 그리 신기해서 쳐다보냐고 입을 열고 나서야 시선을 황급히 돌릴 수 있었다. 여자는 남자의 교복과 수트에 약하다던데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기도 하고. 뭐 이런저런 부과 설명이 길어지기는 했지만 우리는 그 사건 뒤로 근근히 말을 섞는 사이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90% 는 전부 내 노력이었지만. 아침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종알거리는 나에게 시끄러워 고딩, 닥쳐 고딩, 저리 좀 가라 고딩 등등의 짧은 대답만 내놓던 그도 며칠이 지나서는 고개까지 끄덕여주는 성의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게 얼마나 눈물 겨운 진도일까! 가끔 문득 떠오르는 이 생각에 뿌듯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면 혀를 끌, 차면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은 이제 습관과도 같았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 아저씨는 역시 내 운명이 맞는 것 같다. 고딩 주제에 직장인에게 눈이 돌아가는 상황은 절대 없을 거라고 믿었더니 나도 시각적 자극에 약한 여고생인지라 마음이 흔들거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았나, 이런 느낌을 첫 눈에 반한다고들 한 것 같은데. 아무튼, 작업 아닌 수작을 건 지도 어언 6 개월. 반 년의 시간은 짧지 않았는지 이제는 차를 뽑은 그가 나를 학교에 데려다 주기도 하는 신기한 일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안전 벨트도 제대로 못 잡아서 어버버거렸지만 이제는 아, 이 아저씨 나한테 반한 거 아니야? 하는 착각을 하는 것도 당연지사. 그래도 아저씨 나 좋아하죠 하는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나 또 헛소리 한다 고딩, 뿐이었다. 아무튼, 무드라곤 눈꼽만치도 모르는 아저씨였다.
오늘도 그렇게 아저씨 차를 얻어 타고 학교에 등교하는 길이었다. 차에서는 늘 은은한 박하 향이 풍겼다. 눈을 감고 향을 잠시 맡고 있으면 습관처럼 아저씨의 손이 코로 다가왔다. 내가 변태처럼 남의 차 냄새 맡고 있지 말랬지.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무뚝뚝한 말이었지만 내 입꼬리를 올리기엔 충분했다. 아, 맞다.
"아저씨, 코 길어지는 느낌 안 나요?"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왜 저랑 같은 건물에 사는 거 말 안 했어요?"
"잠이 덜 깼지, 고딩."
나는 매일 아침 똑같은 길 걷고 차도 얻어 타는데 몰랐던 네가 더 신기하다. 방실방실 웃는 나를 어이 없다는 듯이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운전을 시작하는 그의 손 움직임을 따라서 자동차도 부드럽게 움직였다. 어제는 친구들이랑 어디를 갔고 뭐를 했고 어땠고 주절주절 늘어놓는 내가 이제는 귀찮지 않은 건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나의 말을 듣고 있는 모습이 새삼 멋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에 떨리는 호흡을 간신히 고르고 다시 아저씨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항상 그랬던 것처럼 상대의 시선은 닿지 않았다. 아니 그래, 운전 중이니까! 아쉬운 마음이 가득 들고 있는데 금방 도착한 학교는 야속하기만 했다. 왜 우리 학교는 먼 곳에 있지 않는 걸까. 아무래도 내가 전학을 가야겠어.
꾸물거리는 나에게 얼른 내리라는 듯이 한 손을 운전대에 얹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 아저씨의 시선에 입술을 삐죽이며 부러 느리게 행동하는데 잠시만, 하고 짧은 소리가 들린다. 아무것도 아님을 분명 알면서도 괜히 드는 기대감에 밖으로 내놓았던 다리를 도로 차 안으로 들이고 그를 돌아보는데 하얀 손이 내 쪽으로 다가온다. 헐, 이거 뭐야. 뻣뻣하게 굳은 채 가만 있는데 내 넥타이를 다시 단정하게 정돈한 그가 다시 자리로 몸을 앉히곤 고개를 까딱, 내리란 신호를 다시 보냈다. 멍하니 빠진 정신은 통 다시 돌아올 생각을 안 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다시 손이 다가와서 내 어깨를 두어 번 톡톡 두들겼다.
"아무튼 손 많이 가는 고딩이라니까."
"헐……."
"헐은 무슨, 얼른 내려라. 고딩 덕분에 지각하게 생겼어."
학교에서 졸지 말고 수업 열심히 듣고, 점심 든든하게 챙겨라. 입을 다물지 못 하고 차에서 내리는 동안에도 잠시 나에게 닿았던 손길이 생생하게만 느껴졌다. 왠지 그 부분들이 간질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하루 종일 수영장에서 둥둥 떠있다가 잠에 드는 그 순간처럼 몽롱하면서도 묘한 느낌에 학교 갈 생각도 못 하고 제 자리에 서있으니 뒤에서 큰 클락션 소리가 울렸다. 고딩, 학교 가라니까 말 지지리도 안 듣지. 가요 간다구요. 짧게 대답하고 애들 속에 섞여 뛰면서도 콩콩 뛰는 심장은 진정되질 않았다. 뛰어서 그런 것이라 스스로 결론을 내리면서도 설레는 마음은 점점 커지기만 했다. 이 아저씨 진짜 나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야? 스스로 던진 질문에 어디선가 아저씨의 대답이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이상한 생각 말고 교실이나 가 고딩. 길게 이어지는 인연에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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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건 또. 학교가 끝날 때까지 채 진정 시키질 못 한 마음은 방금 종소리와 함께 울린 진동으로, 그러니까 휴대폰 화면에 뜬 문자 두 개로 다시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이러다간 정말 심장이 터질지도 모르겠단 멍청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정도면 의심이 아닌 확신이었다. 아무래도 진짜 나한테 관심 있는 것 같은데. 아저씨의 번호로 짧게 보내진 문자는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내용이 바뀌지 않았다. 설마 꿈은 아니겠지 하면서 눈을 비비느라 눈가는 어느새 빨갛게 변해있었다. 야, 아무래도 김탄소 조금 이상해 우리 먼저 가자. 나를 흘기며 교실을 빠져나간 친구들을 잡을 정신도 없었다. 이건 확실한 데이트 신청이다. 야호! 소리 지르고 싶은 것을 속으로 겨우 참으며 가방을 드는 손길은 분주하기만 했다.
엄마 딸도 이제 연애라는 것을 할 건가봐요. 이게 그린 라이트가 아니면 뭐겠어.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가볍게 나서는 지겹던 학교는 오늘따라 예쁘게 보였다. 사람이 기분이 좋으면 뭐든지 긍정적으로 보인다던데 지금 내 상태로는 길에 있는 돌맹이 하나조차도 의미가 있었다. 너는 이런 넓은 도로를 집으로 삼고 자유롭게 사는구나, 참 바람직한 자세야. 누가 보면 병원에 넣어야 한다고 외면할 생각들이었지만 어때, 지금 내가 신나는걸. 지나가던 초등학생이 시비를 걸어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집에 곱게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려올 생각을 안 하는 입꼬리를 유지한 채 다시 꺼내든 화면에는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듯 문자 두 개가 그대로 살아있었다.
[고딩 먹고 싶은 거 생각하면서 학교 나와 윤기 아저씨♥ 15:58]
[언제 나오냐 기다리다가 잠들겠네 윤기 아저씨♥ 16:23]
이런 건 보관함에 저장해야 해. 집에 가서 외장 메모리에도 옮겨야지, 캡처도 해야 하고. 팔을 쭉 뻗어서 휴대폰을 위로 올려다 보면서 속으로 소리는 다 지르고 있는데 익숙한 클락션 소리가 한 번 들려왔다. 스르륵 내려가는 창문 속도에 비례하게 아저씨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저씨! 반갑게 부르는 나를 보면서 그는 익숙하게 혀를 또 찼다. 빨리 나오라고 그랬더니 왜 거기서 쇼를 하고 있어, 얼른 타기나 해. 다시 올라가는 창문을 보면서 또 투덜거리고 싶었지만 다시 올라가는 입꼬리에 얼른 발걸음을 옮겨 그의 차에 올라탔다. 다시금 익숙한 박하 향이 폐부에 스몄다. 이 향이 나한테도 깊게 배었으면 좋겠다. 역시 눈을 감고 있으니 아침처럼 코에 그의 손이 와닿았다. 너 또 냄새 맡고 있지. 씨익 웃어 넘기자 이제 상황 넘기는 데엔 도가 텄다며 기분 좋은 타박이 차 안에 울렸다. 이게 정말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뭐 먹을지는 정했냐. 자연스럽게 운전을 하면서 묻는 말에 그를 쳐다보았다. 아무 거나 다 좋아요. 그런 음식은 없어. 아저씨 지금 그거 개그예요? 농담도 오고갔다. 이런 분위기 진짜 좋다니까. 근데 아저씨 오늘 되게 일찍 퇴근했네요. 다시 입을 열기 시작하는 나에게 열심히 대답을 해 준 그는 곧 유명한 레스토랑 앞에 차를 세웠다. 내가 이런 곳에도 다 오는구나. 드라마 뿐만이 아니라 소설 속에서도 보던 뻔하디 뻔한 전개에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이게 바로 연애 루트를 밟는 정석이라니까. 확실해. 괜히 아침부터 단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난리도 아니었던 넥타이를 만지작거리고 어색하게 아저씨를 따라 들어갔다. 입구부터 이어지는 친절한 서비스에 절로 허리가 굽혀졌다. 아, 네네. 안녕하세요. 그런 내 어린 모습에 아저씨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저 아저씨는 왜 웃는 것도 멋있고 난리야. 숨을 후, 한 번 뱉어내고 아저씨의 맞은 편에 앉았다. 깔끔하게 복장을 갖춘 웨이터가 메뉴판을 내려놓고 테이블을 셋팅한다. 익숙하지 못 한 구경에 눈만 도록도록 굴리며 그의 눈치를 보는데 뭐가 그리도 기분 좋은지 연신 웃기만 하는 아저씨. 너 귀여워. 짧은 말이 들리자마자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아저씨 여기서 저 죽으면 어떻게 해요. 물론 이 호화로운 곳에 무덤을 둬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만. 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 음식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하면서 나의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이걸 다 먹고 나면.
"근데 아저씨."
"어어, 왜."
"갑자기 밥은 왜 사 주는 거예요? 그것도 비싼 걸로."
그러게. 입술을 한 번 혀로 축인 그가 시선을 내리고 잠시 입을 꾹 닫았다. 그 모습을 따라서 나도 입술을 혀로 쓸어 축였다. 그냥 신기해서? 이어진 대답은 생각보다 싱거웠다. 내가 신기하다니. 아, 뭐야. 김 빠지는 기분에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머리 위로 큰 손이 턱 덮힌다. 그리고 쓰담쓰담. 이 정도면 귀까지 빨개졌을 것 같다. 어느 행동 하나 빠짐 없이 전부 뜨겁게 닿았다. 아 진짜 심장 터질 것 같네. 좋아서 죽을지도 모르겠어. 민망한 마음에 고기 한 점을 포크로 콕 찍어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데 턱을 괸 아저씨가 다시 입을 열어 말을 시작했다.
"요새 아저씨 좋다고 따라다니는 고딩이 어딨겠어."
고마워서 그렇지. 이 동네 삭막해서 재미도 없었는데 너 보는 재미로 출근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옆에서 열심히 떠들어 달라는 일종의 부탁이지. 많이 먹어라, 이거 뇌물 같은 거니까. 가볍게 웃는 모습에 음식을 열심히 씹던 내 행위가 멈췄다. 겨우 그 이유가 끝이야? 나는 늘 솔직하게 모든 감정을 보였는데 아저씨에게는 내가 고작 옆에서 이야기나 푸는 고딩에 불과했던 거였구나. 들고 있던 포크가 무겁게 느껴졌다. 기분 나빠질 말은 아니었지만 실망이 큰 탓이었다. 현실과 드라마는 역시 차이가 있는 법이었다. 나는 뭘 바라고 있었던 걸까. 배부르다고 말하고 억지로 웃었다. 계산을 마친 아저씨 뒤를 졸졸 쫓으며 이내 생각을 바꿨다. 너무 우울하게 생각하지는 말자 오늘 아저씨와 단 둘이 함께 식사를 한 게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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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신 빼놓고 있지 고딩."
아. 코 끝을 가볍게 치는 그의 행동에 표정을 살짝 찡그리자 얼른 가자며 손짓을 한다. 익숙치 않은 터치에 잠시 멍하게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아저씨 그렇게 스킨쉽 막 하면 안 돼요. 내가 장난스레 말하자 왜? 하고 답이 돌아온다. 놀란 마음에 뱉은 말이라서 딱히 무슨 핑계를 둘러야 적당할지 머리가 영 돌아가질 않았다. 겨우 저런 행동에도 설레서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놀림 받겠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씩 웃으면서 농담 같은 말을 던졌다. 잘못하다간 아청법에 걸릴 수도 있거든요 아저씨. 게다가 저 지금 교복도 입고 있잖아요. 작게 터트리는 웃음이 들려왔다.
"너도 몇 달 뒤면 성인인데 지금 은팔찌 차면 좀 억울하겠다."
"그러니까 잘해요 아저씨."
안 그러면 신고할 거예요, 내 마음에 입주 신고. 누가 그런 깜찍한 말장난 하래. 그건 사실 제가 깜찍해서. 마지막 말은 뱉었다가 괜히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 것 같아서 생략했다. 평소처럼 차에 올라타서 문을 닫고 벨트를 매려고 하는데 아저씨가 잠시만, 하더니 내 쪽으로 몸을 확 기울인다. 넥타이인가 싶어서 고개를 살짝 뒤로 빼는데 생각보다도 훨씬 더 가까이 다가오는 몸 덕인지 살짝 일어나는 바람과 함께 미미하게 풍겨오는 박하 향에 정신이 쏙 빠졌다. 차에서만 나는 향인 줄 알았더니 아저씨한테서도 나네, 세상에. 귀까지 열이 화끈 올라서 경직된 상태로 어정쩡하게 멈춰 있는데 안전 벨트를 탁탁 힘 주어 두어 번 당기더니 내 위로 가볍게 매주는 그의 모습에 그나마 남아있던 사고까지도 정지되는 기분이었다. 아니 방금 이게 무슨 일이지. 숨을 쉬는 방법을 까먹은 것마냥 정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 하고 굳은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아저씨.
무언가 생각을 하고 싶었는데 아무런 생각도 들지가 않았다. 사고 회로가 완전히 멈췄다. 코 끝에서 여전히 박하 향이 맴돌았다. 흔들리는 시선으로 정면만 응시한 채 가만 있는데 어느새 달칵 소리가 이어지고 나처럼 안전 벨트를 맨 아저씨가 차에 시동을 거는 것인지 짧게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왼쪽 귀를 타고 들어왔다가 오른쪽 귀로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속에 단어가 가득 차는 듯했다.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한 번 더 지잉하고 뜨거운 열기가 얼굴 위로 올라왔다. 심장이 터질 수 있었다면 펑하고 터졌을 게 뻔했다.
"며칠 전부터 네 쪽 벨트가 이상하게 뻑뻑하단 말이야."
"……."
"빨리 고쳐야 안 불편할 텐데."
식당에서 느꼈던 서운함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였다. 이제 모든 감정은 설레임으로 변했다. 엄마 있잖아요, 아무래도 나 이 아저씨랑 결혼해야 할 것 같아요. 항상 똑같은 생각을 했으면서 새삼스레 무슨 고백이냐고 하겠지만 이번엔 정말 달랐다. 혹여나 내가 힘이 들까 미리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듬직한 남자라니. 정신이 슬슬 돌아오면서 혼자 속으로 별의 별 상상의 나래를 다 펼치는 동안 어느새 학교에 도착해 있었다. 왜 이리 정신을 빼고 있냐며 머리 위에 턱하니 손을 얹는 아저씨의 행동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그대로 아저씨 회사로 갔다고 해도 몰랐을 것이다. 아아, 내려야지 맞다. 버벅거리며 벨트를 푸르는데 팔을 잘못 꺼내고 꼬이고 난리도 아닌 내 모습을 가만 쳐다보던 그가 다시 웃었다. 요즘 자주 웃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아 오늘 학교에서 수업 듣기는 글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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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고개를 들지 못 한다)
몇 달만에 글잡으로 돌아온 것 같은데 분량 조절 실패
전혀 감이 잡히질 않네요 요즘 날도 추워지고 있는데 다들 잘 지내고 계신지 모르겠어요
오늘 답지 않게 밤을 새고 있는데 끕 눈이 뻑뻑하네요
다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이래놓고 다시 제가 숨는다면 돌을 던지셔도 좋아요 ㅠㅠㅠㅠㅠ
사실 뻔한 핑계라서 댈 것도 없는데 굳이 말하자면 글 쓰는 것에 흥미를 잃어 잠시 일탈을 즐기다가 왔습니다
잠 밥 잠 밥 잠의 연속이었죠 참 잉여롭지 않나요
제 시기에 맞지 않는 행동이지만 힘차게 달려볼까 합니다
그동안 같이 오던 분들이 그대로 계실까 걱정은 많은데 인연이라면 꼭 댓글로 다시 볼 수 있을 거라 믿어요 :-)
누군들 안 그러겠냐마는 저는 독자님들의 댓글을 읽는 걸 좋아해요 본인의 암호닉과 함께 짧은 말이라도 남겨주세요!
우리 이제 또 오래 봐요 제발 제발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