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전쟁-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정국] 이과 왕자님이 날 좋아할 때의 대처법 03 (부제: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익들아 너희라면 어떨 것 같아? N ㅣ 잡담
(1분 전 (2015.10.18 15:36) l 조회 30 l 현재
처음 만난 남자 애가 만난 지 하루도 안 돼서 좋다고 막 그러고...
적극적으로 치대는데 너익들은 한 번도 남자한테 관심 가져본 적도 없고 그래
처음엔 그냥 호감이어서 애초에 연애 제대로 할 거 아니면 싹을 자르자 싶었단 말야
그래서 일부러 정 떨어지는 행동도 하고 했는데 걔는 변함이 없음... 존나 강적...ㅋㅋㅋㅋ
근데 자꾸 치대니까 얘가 좀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잘은 모르겠는데 아 막 헷갈린다
걔가 내 이상형에 충족되는 애도 아니고 성격도 좀 특이해서 또라이 같거든?
근데 왜 막 좋은 것 같지? 좋으면 안 되는데... 나 누구 좋아해본 적 없어서 매우 몹시 당황스러움
아으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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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피곤했던 주말 탓에 팅팅 부은 몰골로 거울을 향해 선 채 폭풍 양치질을 하던 와중 핸드폰에 카톡 알림이 떴다. 귀찮아서 확인을 안 하는데 연달아 세 번으로 알림이 울리자 시끄러웠는지 초딩 남동생이 짜증을 내며 내게 핸드폰을 던졌고 딱딱한 화장실 바닥에 떨궈지기 전에, 난 칫솔을 흔들던 두 손으로 핸드폰을 잡아냈다.
[일곱 시까지 공동 현관 앞으로 갈게 - 010-6666-6666]
[늦지 않게 나온나 - 010-6666-6666]
[늦으면 뒤진다 - 010-6666-6666]
누군지 알 것도 같았지만, 아니 누군지 알지만 액정을 향해 썩소를 날리고 씹었다. 지금 시각 여섯 시 사십 분. 어제 머리를 감고 잤으니 됐다며 양치와 세수만 하고 나가려고 했지만 전정국이 혼자 정한 약속을 깨기 위해서 다시 한 번 머리를 감고 샤워를 했다. 씻고 나와서 선크림이나 틴트 같은 것들을 얼굴에 대충 문질러대고 교복을 입은 후 시계를 보니 10분을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책가방을 메고 목에 교통카드가 끼워진 무민 카드 목걸이를 걸었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상쾌한 걸음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꽤 쌀쌀해진 날씨 탓에 사복을 허용하지 않는 학교에서 교복 가디건을 잃어버린 나 자신에게 욕을 한 바가지 먹여주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하품 한 번 찍 날리며 열리는 문 사이로 몸을 빼내는데 누군가의 어깨에 턱- 막혀 넘어질 뻔 했다. 아 씨이... 하며 얼굴을 확인하는데, 지져스. 이 새끼 아직 안 가고 나 기다리고 있었네...?
당황한 얼굴로 한참 바라보기만 하자 전정국은 기가 찬다는 듯 내 머리에 꿀밤 한대를 먹였다.
"니 내가 늦으면 우짠다 캤제?"
"뒤진다고"
"지금 몇 신데?"
"오늘은 날씨가 춥네? 하하"
어색한 종종 걸음으로 자연스럽게 전정국을 지나쳐가려고 하자 전정국이 내 손목을 잡고 몸을 휙 돌렸다. 그러더니 자기가 하복 위에 입고 있던 가디건을 벗어 내 팔에 억지로 끼우는 거다. 개새끼, 아침부터 헷갈리게 하지, 또.
멀뚱멀뚱 가디건을 입혀주는 손길을 피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자 전정국이 등을 툭툭 치며 '가자-' 했다. 미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이건 뭐지 싶은 이상한 기분에 멍을 때리며 전정국의 발걸음을 따라 하염없이 쫓아가는데 전정국이 갑자기 멈추더니 빨리 오라며 잔소리를 해댔다. 난 멍청이 같이 어... 하는 대답을 하고 전정국 옆에 서서 걸었다.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느그들은 아침부터 또 뭔데?"
전정국이 아침을 안 먹었다며 편의점에 들르자고 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전정국을 따라 들어간 편의점 안에는 김남준과 박지민이 있었다. 내게 말을 건네는 김남준의 손에는 불닭볶음면이, 옆에서 볼을 우물대며 무언가를 먹고 있는 듯한 박지민의 손에는 카카오 빵이 들려 있었다. 음식 하나로 본인 성격이 다 표현되다니 신기하기 그지없다. 그것도 능력이라고 해두자.
박지민이 내 머리를 헝클이며 전정국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네, 어쩌구 할 동안 전정국은 샌드위치와 삼각김밥 사이에서 고민했다. 할 게 없어서 배주현에게 전화를 걸고 학교 앞 편의점으로 오라고 했더니 방금 막 잠에서 깼는데 뭔 소리냐며 성질을 부리길래 민윤기도 있다고 거짓말을 하자 바로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으으, 부질없는 민윤기 빠순이 같으니라고.
"넌 아침부터 불닭 먹으면 속 안 아프냐?"
"내는 유전자가 좀 이상한갑다. 캡사이신 뭐 그런 거 드간 거 뭇는데도 속 한 개도 안 아프던데"
삐빅- 소리를 내는 계산대에서 결제를 마친 김남준이 라면 통에 뜨거운 물을 받았다. 고심하는 듯하던 전정국은 결국 샌드위치1+1 짜리 하나와 컵라면 두 개를 샀다. 저렇게 많이 먹는데 살이 안 찌는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입을 열기가 귀찮아서 말았다. 계산대 쪽에서 김남준과 나의 대화를 엿듣던 박지민은 빵을 급하게 삼키고는 실내 테이블 의자에 앉아 있는 내 앞에 앉아 김남준에 대한 얘기를 했다.
"점마 중학생 때 화성인 바이러스 나간 적도 있다이가. 대구 불족발남으로"
"아 진짜?"
"졸업식 날이었나? 우리끼리 불족발 무러 갔었거든. 근데 전정국이랑 점마랑 대결 붙어가지고 둘이서 막 캡사이신 불족발을 3인분이 넘어가게 뜯은 기라"
"변함없이 병신들이었네"
"진짜 돌았제 ㅋㅋㅋㅋ 결국 5인분 넘어가기 직전에 전정국이 쿨피스 시키면서 점마가 이기긴 했는데 그 때 사장님이 화성인 함 나가보라 캐서 나갔다"
한참 웃으며 과거 얘기를 하는데 들려오는 전정국의 목소리.
"뭔 얘길 그래 하는데"
샌드위치의 반을 한 입에 넣고 우물대는 전정국이 컵라면을 비비는 김남준과 함께 다가왔다. 박지민이 웃으며 화성인 바이러스 일화를 꺼내자 전정국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어댔다. 김남준이 어느새 다 비빈 불닭볶음면을 입에 넣고 우물대자 띠링-하고 문이 열리며 얼굴에 온갖 치장을 한 배주현이 들어왔다.
심하게 헥헥대는 숨소리를 듣자하니 민윤기가 있단 소리를 듣고 집에서부터 뛰어왔음이 분명하다. 저 운동 부족 지각쟁이 년이 어떻게 대구 타운 맨 끝단지부터 학교 앞 편의점까지 5분만에 뛰어올 수 있는 걸까. 배주현의 민윤기 사랑에 박수를 치며 감격에 젖을 때 쯤 편의점을 둘러대며 존재하지 않는 민윤기의 행방을 찾던 배주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내 등짝을 파바박 때렸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웃자 이번엔 또 웃었다고 팔뚝을 찰싹 찰싹 때렸다. 그러다가 내 팔에 입혀진 가디건을 보고는 날 이상하게 쳐다본다.
"니 가디건 샀나? 잃어버렸을 때 돈 아깝다고 안 산다 칼 땐 언제고"
"안 샀어"
"뭐카노? 그럼 이기 마이가? 가디건이제"
"내 끼다"
"뭐?"
"내 끼라고, 고거"
쌀쌀한 날씨에도 가디건 없이 하복만 입은 전정국의 굵은 팔뚝을 보던 배주현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벌써부터 연애질이냐는 말에 세차게 고개를 내젓는 내 머리통을 고정시킨 전정국이 웃으며 배주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연애질이야, 연애질은. 속으로 반박하고는 전정국이 손으로 뜯어 입에 구기듯 넣어주는 샌드위치를 받아먹었다.
아침 같지 않은 소량의 식사를 끝내고 편의점을 나서는데 문을 열자마자 춘추복을 입은 정수정을 만났다. 나와 하이파이브를 마치고 김남준 옆으로 가서 춘추복의 디자인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전정국이 내 볼을 꼬집으며 나도 정수정처럼 말 좀 하란다. '말' 이라는 같잖은 대답을 돌려주고 이어폰을 꼽았는데 영 못마땅했는지 내 이어폰을 압수하겠다며 귀에 꼽힌 이어폰을 앗아간 전정국은 유유히 자기 교복 바지 주머니에 내 이어폰을 쏙 넣었다. 야자 때 꿀잠을 도와주는 소중한 이어폰인데... 시무룩해있자 전정국이 웃으면서 어노잉 쌀떡이라며 놀려댔다. 그 놈의 좆 같이도 오글거리는 쌀떡 소리는 참 질리지도 않나.
배주현은 민윤기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며 분노에 찬 것 같았다. 나를 노려보던 배주현을 향해 박지민이 웃으며 배주현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장난스레,
"마, 다 커플이라 서러워서 못 살겠드나? 오늘 등교 짝꿍은 팍취미니 오빠가 해주께 ㅋ"
하자 배주현은 됐다며 팔을 뿌리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수정은 간만에 빵 터졌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다 우리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다 우리 쳐다본다"
"어쩌라고"
"말 쫌 예쁘게 해라"
"내가 왜"
"어유, 이 화상"
전정국이 내 입술을 툭툭 치며 잔소리를 했지만 난 무시했다. 그냥 이어폰을 좀 받고 싶었다.
:::
"마, 니 어제 카톡 상메 뭔데?"
"뭐가?"
"정국이 어쩌구 했다이가"
교실에 들어서자 친하지 않은 애들이 온통 내 주변에 쏠려서 전정국과의 관계에 관한 쓸 데 없는 것들을 물었다. 아무런 사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전정국에게 호감인지 뭔지 모를 감정은 조금은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한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계속 엎드려 있던 정수정이 자는데 방해된다며 날카로운 신경질을 내자 입술을 뾰루퉁하게 내민 여자 애들은 자리로 돌아갔다. 정수정이 고개를 숙이고 다시 잠을 청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여자 애들 몇 명은 정수정의 신경질이 두렵지도 않은지 다시 돌아와 내게 전정국과 사귀냐는 질문을 했다.
정수정은 짧은 시간에 꽤나 깊은 잠에 들었는지 시끄러운 틈 속에서도 쿨쿨 잘만 잤다. 소극적인 성격에다 친하지 않으면 대화도 제대로 못 나누는 나만 토끼 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할 뿐이었다. 당장이라도 김남준이나 민윤기 같은 애들을 불러서 어떻게 좀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9반부터 15반까지 이과로 구성된 반은 3층에 쏠려 있기에 1반부터 8반까지 문과로 이루어진 2층, 게다가 구석에 위치한 7반 학생인 내가 부를 순 없었다. 멀기도 멀고, 부탁하기에도 미안하고... 결국 전정국과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말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입을 떼려는데 배주현이 한 발 빨랐다.
"전정국 금마가 지금 우리 탄손이 꼬시느라 난리긴 하제"
"..."
"느그들 그거 가지고 아 건들기만 해라. 내가 아니라 전정국이 느그들 머리채 잡을 걸?"
"..."
"지금 상태로 자리 갈래, 아님 정수정 인나서 입 털면 그 때 쫄아서 갈래?
하나 같이 툴툴대며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이 뾰루퉁하기 그지없었다. 간만에 터진 배주현의 말빨에 흐뭇하게 쳐다보자 고마우면 딸기우유 사라는 말을 남긴 배주현은 간만에 일찍 일어나서인지 평소엔 잘 자지도 않던 쪽잠에 들었다. 선생님께서 조례를 시작하겠다며 출석부로 교탁을 쿵쿵- 치자 그제서야 잠에서 깨 귀신 같이 긴 머리를 정리하는 모습이 웃겨 큭큭댔다.
"이번 달에 체육대회 있는 건 알고들 있제? 오늘 오후 수업에 축구랑 농구 예선이라 수업 뺀다"
"오오!!!"
"아싸 수업 뺀다"
"조용히 안 하나?! 점심 시간 끝나모 반장 따라 운동장으로 나온나"
선생님이 예선 알림표를 알림판에 붙이고 교실을 나서셨다. 아, 곧 체육대회구나. 그러고보니 처음 만난 날, 자기소개를 할 때 전정국이 자기를 축구부 주장이라고 소개했던 것 같기도 하다. 뜬금없이 떠오른 전정국의 생각을 치우려고 노력했지만 축구하며 땀에 쩔은 전정국의 모습이 자꾸만 눈 앞에 그려졌다. '아, 진짜 그러지 말자...' 누군가를 좋아하고 생각하는 일이 자꾸만 부담스럽고 어색하기만 했다. 아니라고 부정해봐도 이미 기울어진 마음이 돌아올 리 없지. 전정국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김탄손 니 무슨 생각을 그래 하는데?"
"어? 그냥 멍때린 건데"
"들었제? 내 민윤기 농구 예선 보러 갈 낀데, 니도 쫌 같이 가도"
"어?"
당연히 전정국이 뛸 축구를 보려고 했는데 민윤기가 뛸 경기를 보러 가자는 배주현의 말에 조금 당황했다. 민윤기가 10반이고 전정국이 11반이었나. 평소 같았으면 그러려니 하고 같이 갔을 텐데 오늘의 상황은 좀 다르다. 어쩌지 싶어서 고민하는데 정수정이 알림판에 붙여져 있던 예선 알림표를 가져온다.
[제 18회 체육대회 예선 알림표]
※홀수반으로 인해 부전승으로 뽑힌 반은 7반입니다※
19일
5교시 남자 축구: 1반 VS 11반
5교시 남자 농구: 2반VS 10반
6교시 남자 축구: 2반VS 10반
6교시 남자 농구: 1반 VS 11반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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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축구 끝나자마자 농구 경기를 보러 가면 전정국의 축구 경기와 민윤기의 농구 경기가 아슬아슬하게 겹치지 않을 것 같았다. 배주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배주현은 벌써부터 농구하는 민윤기의 모습이 상상된다며 두 손을 모으고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정수정은 그 모습을 보고 웃기에 바빴다. 배주현에게 그렇게 좋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한다는 말이,
"당연한 거 아이가? 다른 반이라 체육 시간에 민윤기 농구하는 거 못 보는 게 평생의 한인데... 드디어 본다고 내가!!!"
"맞나? 평생의 한일 줄은 몰랐네"
"...엄마야"
언제 온 건지 배주현 뒤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민윤기에 배주현이 쓰러질 듯이 내게 기대며 엄마야! 소리를 했다. 정수정이 당황한 듯 웃으며 문과반에는 웬일이냐고 물었고 민윤기는 내 옆에 붙어 어찌할 줄 모르는 배주현을 보고 웃다가 말을 이어갔다.
"김탄손, 전정국이 축구 뛸 때 니 오라카든데"
"그거 말하러 여기까지 온 거야?"
"아니 뭐, 볼 얼굴도 있고 캐서 겸사 겸사? ㅋㅋ"
민윤기가 입동굴 드러내며 웃자 정수정이 배주현 쓰러진다며 적당히 하란 재치있는 잔소릴 했다. 처음 보는 훈훈한 남자의 등짝과 낮은 목소리에 뒷자리에서 흘끔흘끔 민윤기를 쳐다보는 여자 애들의 시선에는 우리를 향한 부러움이 어려있었다. 그러고보니 민윤기 목소리가 좋은 편이구나, 듣는 내내 편안하단 생각은 여러번 했는데... 민윤기가 꼭 오라는 말과 함께 반을 나섰고 배주현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1교시인 문학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사물함으로 가는데 익숙한 얼굴이 내게 말을 건다. 누군가 싶어 암만 보는데도 알 듯 말 듯한 게 누군가 싶었는데, 소개팅에서 전정국에게 개쪽을 당한 사납게 생긴 애였다.
"마"
"어?"
"니 내 쫌 보자"
"왜?"
"몰라서 묻나? 따라온나"
사납게 생긴 얼굴 만큼이나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혹시 저번에 전정국에게 개쪽 당하고 자꾸 내게 치대는 모습을 보니 열불이 나서 나 때리려는 건가. 다굴이라도 당할까 싶어 마음 졸인 채로 따라가는데 다행히도 둘만 얘기하잔 의도였는지 목적지는 아무도 없는 화장실이었다. 본인이 불러놓고 아무 말도 없이 손만 씻는 태도에 뭔가 싶어 이상하단 눈빛을 보내니 거울을 통해 썩소를 한 방 먹여주고는 내게 뭔가를 묻는다.
"정국이가 니 좋다니까 좋드나?"
"갑자기 뭔...?"
"불여시 같이 쫌 하지 마리. 와 불렀는지 다 앎시롱"
생각보다 당돌한 질문에 한 방 먹은 기분이었다. '씨발, 알면 뭐 어쩌라고!!! 좋더라!!! 좋아!!! 전정국이 치대니까 호감 생기고 그러더라 못된 년아!!!' 라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애써 모른 척하자 그 애는 말로 심장을 쿡쿡 찔러대며 날 꼬셨다. 그런데 좆 같은 건, 세게 말하고 싶었지만 참으려 했는데 말하는 싸가지가 바가지라 순순히 엎드려 길 수만은 없는 노릇인 거다.
"내 정국이 좋아하는 건 알제? 니가 사람이고, 사람이 눈치가 있으면 그 정돈 알아야제"
"그건 티가 너무 나서 모를 수가 없더라"
"가시나 말이면 단 줄 아나? 기분 드럽다, 설치지 마라."
"그런 식으로 말하는데 내 기분은 안 더럽고?"
금방이라도 뺨을 때리려는 듯 손을 올리는 모습에 움찔했다. 명찰에 적힌 이름을 보아하니 이름 한 번 독특하게 지어놨다. '은승조' 존나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 이름이다. 부모가 잊혀지지 말라고 노렸네 노렸어. 네이밍 센스 한 번 개 구리다. 어쩜 이름을 한 번 들으면 안 잊혀질 정도로 이상하게 지어놨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은승조가 팔을 내리며 내 볼을 툭툭 건드렸다. 전정국한테 관심 꺼주면 나도 예전처럼 모르는 사이로 지내주겠다는 인터넷 소설 악녀 같은 대사도 잊지 않은 채로. 오글거려서 웃음이 나올 뻔한 걸 참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별로 무섭지도 견제되지도 않는데 왠지 모르게 찝찝하고 삘이 안 좋았다. 에라, 모르겠다. 반으로 가려는데 2층으로 가는 계단 앞을 지나자 전정국이 불쑥 튀어나와 찹쌀떡! 하고 소리친다. 복도에서 장난치던 애들의 이목이 집중되니 부담스러워서 내 얼굴이 붉어지는 게 느껴졌다.
"민윤기가 말했제? 축구 오라고"
"...어어, 말했어. 아 존나 놀라게 뭐야. 갑자기 문과층엔 왜 왔어?"
"와, 쌀떡이 모르는 척 지렸다"
"뭘 모르는 척해, 내가?"
"문과층에 우리 쌀떡이 보러 오는 거 빼고 이유가 뭐가 있겠나?"
"그 쌀떡이 소리 안 징그러워? 오글거려, 하지 마"
"내가 홍길동이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 하고, 찹쌀떡을 찹쌀떡이라 부르지 못..."
"맞는 게 취미야?"
"아가리 닫겠슴다, 누님"
얄미운 말투가 거슬려 이마에 딱밤을 놓자 뭐가 그렇게 좋은지 헤실대는 전정국이 어이없어서 실소가 나왔다. '이럴 때 보면 전정국이 참 한심하고 유치하다고 생각되는데 말야. 어쩜 전정국이 없을 땐 계속 생각이 나는 건지. 누가 정답을 좀 알려주면 좋겠다. 내가 얘를 좋아하는 건지, 아닌 건지'
그대로 복도에 서서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누는데 화장실에서 나온 은승조가 내 손에 쪽지 한 장을 꾹 쥐어주고는 살기 어린 눈빛을 쏘고 지나간다. 그 모습에 어이가 없어 입꼬리만 한쪽 올린 채 썩소를 짓자 전정국이 와- 소리를 내더니 '우리 쌀떡이 방금 존나 섹시했어' 란 지랄을 떤다. 놀고 있네.
"친하나?"
"오늘 말 처음 해봤는데"
"점마 와 우리 쌀떡이한테 쪽지 주고 막 친한 척하는데? 열 뻗치네"
"넌 정수정에 이어 쟤한테도 질투하는 거 보면 좀 확실히 이상한 애야. 존나 싸이코"
"이제 알았나?"
능글거리는 말투로 웃던 전정국이 종소리를 듣고 손을 흔들며 계단에 올라섰다. 두 칸씩 열심히 올라가는 그 애의 허벅지 근육 탓에 찢어질 것 같은 하복 바지에 자꾸 시선이 가서 변태가 된 기분이었다. 아 맞다, 은승조가 준 쪽지. 반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며 쪽지를 펼쳐보는데, 참 유치하기 짝이 없다.
[복도에서 한 그 짓거리는 지금부터 니 건드려도 된단 뜻으로 알아들을게. 김탄손 우리 함 잘 지내보자]
드라마 주인공에 발탁된 것 같았다. 엄마한테 딸래미 배우 됐다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녀도 좋다고 말해줘야지. 아예 전국민 드라마로 만들어서 악녀를 패가망신 시켜버리고 싶은 그런 기분이었다.
워낙 소문이 안 좋은 애라 쫄리긴 했지만 애써 괜찮게 생각했다. 때리면 맞고 욕하면 듣지, 뭐. 서울 적응 못하고 사투리 때문에 왕따 당하던 이력이 있는데 겨우 이딴 경고로 쉽게 기죽으면 내 자존심 게이지에도 스크래치다. 내가 과연 평범한 드라마 여자 주인공처럼 울면서 마냥 당하고만 있을지 한 번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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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새로운 편이 업로드 될 때마다 바로 전 편을 기준으로 등록됩니다!
안녕하세영, 안녕하세영입니다. 넘나도 오랜만이에요. 공연이랑 봉사 등등 뭔가가 많이 겹쳐서 거의 일주일 만에 돌아왔어요 흑...
두 글 모두 초록글에 올랐답니다... 저 감동 먹었어요 얌냠...
이번 글에는 나쁜 년이 하나 등장하죠? 다음 편부터 슬금슬금 만행을 저지를 텐데 제가 워낙 약하기만 한 여주를 싫어해서 꿋꿋하고 당당한 여주 설정할 테니 심각한 발암물질도 조금만 감수하고 봐주세요 ㅋㅋㅋ (유치하지만 은승조는 초딩 꼬꼬꼬꼬꼬마 시절에 저와 싸웠던 친구의 이름...^^ ㅋㅋㅋㅋㅋㅋㅋㅋ)
사투리는 여전히 자연스럽게 쓰려고 노력 중이에요... 친구 중에 부산에 살던 친구가 있는데 많이 물어봐야겠네요.
광주 출신에 수도권 사는데 어떻게 사투리를 찰지게 쓰냐는 질문이 많았는데요, 제가 응답하라 1997을 너무 재밌게 본 기억이 있어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ㅋㅋㅋ
여튼 이번 편 역시 매우 노잼이네요... 정말 전 어쩜 노잼 같은 내용만 뽑아내는 걸까요...
여튼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리며, 다음 편 스포를 조금 하자면 축구하는 정국이와 농구하는 윤기, 발암물질 승조를 한 번에 만나보실 수 있어요! ㅋㅋㅋ
-암호닉-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아서요, 비회원 분들도 암호닉 받습니다!)
새로 신청하신 분들 중 기존 암호닉과 같은 이름으로 신청하신 분들은 죄송하지만 제외했어요, 다른 이름으로 신청해주세요!
밍디밍디★ 다람이덕 밤이죠아 요괴 초딩입맛 호비의 물구나무 니나노 권지용 REAL 초코송이 ㅈㅈㄱ 아몬드봉봉 민군주님 고답이 민블리 꾸꾸 망고빙수 딸기 스무디 맙소사 마틸다 요를레히 꾸기꾹이 울컥 영고로 트위티 아이스크림 짐니덕후 마음 마시마로 크레이프 지민쓰짝사랑 ☆☆☆투기☆☆☆ 침을태태 삼일 노른자 닭키우는순영 땡스투전정국 빅히트박뿡 전정국(BTS/19) 문과평민 텔정퉬쉘문퉨쉘 양이 덕질인생 0418 웬디 채꾸 쌀떡아 구구마 꽃놀이 부랑이 뿌꾸뿌꾸 초코칩꾸기 창문너머할매 국쓰 체블 산딸기 별처럼 흥탄♥ 소뿡 이부 방탄나라 정국공주 내손종 자몽 쿠야쿠야 희망 이과공주님 정국노래자랑 사이다 꾸가 찹쌀떡 민빠답없 뿌뽀뿌 침침 구리구리 러블리꾹 윤블리 문과왕자님 곰탱♥ 하얀설탕 꼼데 호시기호시기 은하 소금 너를 위해 방치킨 챌리 태태요정 플랑크톤회장 연이 연수 슈팅카트 치즈케익 모찌 양념치킨 boice1004 음소거 음치 티록신 아침짝 만두짱 미니미니 돌하르방 딱풀 퍼플 정국이는나의정구기 대구서울혼혈녀 후엥 침침 비투 콜라 미늉기 용서노노해 눈부신 1230 작가님사랑해여 수액맞는민윤기 뿌야 독자1 슝첸 가으루 복동 마름달 93 전정구기 짐잼쿠 현지짱짱 1014 으앙랑훙헹 슈슈 국쓰 블락소년단 슙큥 론 110221 들레 종구부인 넌나의첫번째 망고마이쩡 태태한 침침이 망고 인연 자몽자몽 정국사랑나라사랑 이과내가간다 시나브로 짐그래 누네 박스 토마토 깨알 미니미니모 방구대왕뿡뿡 히동 밍덕 442 열음 ♥계란말이 소세지빵 꾹아 818 상상 샘봄 근육요정 로렌 두둥실 채꾸 아카쨩 산들코랄 곰 민자몽 지밍지밍 부산갈매기 반짝여보 새별 정국아 ㅈㅁ 페브릭 막꾹수 색시 #원슙 꼬부기 미적2 본시걸 7t 0913 충전기 삼디다스 집밥 흰색 호빗 뾰로롱 퓨어 북극곰 정콩국 슙토끼야 봉봉 디즈니 삼천판다 쿠야 밤비 지하 소녀 딥크 민윤기윤기윤기 김태태 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