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봄-로꼬&유주
[방탄소년단/전정국] 이과 왕자님이 날 좋아할 때의 대처법 08 (부제: 우리 이제 괜찮아?)
김석진 님이 회원님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3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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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님이 회원님이 나온 사진에 댓글을 남겼습니다 1분 전
미친, 선생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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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김탄손 니 오늘 뭐 입노?"
"갑자기 뭔...?"
"니 대가리가 암만 멍청해도 오늘 수학여행 가는 건 알고 있을 줄 알았제... 빙시야"
"미친, 오늘 수학여행이야?!"
지금 시각 일곱 시, 미쳤다. 어제 너무 정신이 없고 경황도 없어서 전정국이 집에 데려다주자마자 작별 인사만 하고 씻지도 않은 채 바로 뻗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가야지...했는데 생각해보니 오늘은 평소보다 30분은 먼저 등교해야 하는 수학여행 날인 거다. 뭘 입을지 생각도 안 해놨지만 일단 화장실로 달려갔다. 양치하고 있던 남동생을 안방 화장실로 밀어넣고 문을 꼭 닫은 후 폭풍 샤워하며 첫째 날과 둘째 날, 셋째 날, 그리고 마지막 날의 코디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둘째 날에 치마를 맞춰 입자는 배주현과 수면 잠옷을 입고 날밤을 까자는 정수정의 제안이 떠올랐다. 내게 수면잠옷 같이 귀여운 옷이 있을 리가... 씻고 나와서 멍청하게 교복을 입을 뻔하다가 대충 짧은 반바지와 큰 박스티를 걸쳤다.
[야 배주현 나 수면잠옷 없는데 남는 거 하나만 빌려줘]
[좀 유치한데... 개안나? - 배추]
[상관없어]
[알았다 늦게 오지나 마리 ㅋㅋㅋㅋㅋ - 배추]
대충 카톡을 보내놓고 간만에 고데기를 했다. 머리 끝에 웨이브도 넣고 내가 씻는 동안 이미 등교한 쿨가이 남동생의 빈 방에 들어가 지갑에서 신사임당 한 장을 빼왔다. 미안하다, 누나가 다녀와서 치킨 사줄게... 내 지갑에 있는 돈까지 합쳐 대충 7만원 정도가 모였다. 수학여행 4일 동안 겨우 7만원만 쓸 리 없다. 기념품을 사온답시고 엄마에게 3만원을 겨우 구걸해냈다.
"서울이 무슨 경주냐? 기념품 사오게?"
"알면서 돈은 왜 줬어? 흥이다"
만 원짜리 세 장을 건네는 엄마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난 한국 여고생의 힘을 발휘해 돈을 삭- 빼왔다. 돈을 주고 나서도 괜히 찝찝했는지 잔소리가 시작됐고 대충 가방을 싼 후 나는 엄마를 약올리며 집을 나섰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 준비했더니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음에도 평소와 비슷한 시각에 집에서 나왔다.
[어디고 - 또라이]
[알아서 뭐 하게]
[말 쫌 예쁘게 하자 - 또라이]
[엘베 기다리는 중입니다]
캐리어를 질질 끌며 손에 쥔 상태로 어깨엔 크로스백을 멨다. 짧은 바지가 익숙치 않아 다리를 꼿꼿이 붙이고 서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어흥 소리를 내며 날 껴안았다. 안 봐도 나오는 각, 전정국이겠지 뭐. 무덤덤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자 반응이 재미없다는 듯 시시한 표정을 짓는 전정국이 보였다.
"너 왜 여깄어?"
"니가 엘베 기다린다 캤잖아"
"너 7층 살잖아"
"어"
"여긴 12층이고"
"와 ㅋㅋ 문제 있나?"
"왜 굳이 올라왔어? 어차피 엘레베이터 타면 볼 거"
"쫌 더 일찍 보면 좋다이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내젓고 표정을 굳혔지만 기분은 좋았다. 어쩜 저런 멘트만 쏙쏙 골라서 하는지 진짜 선수일지도 모른다. 도착한 엘레베이터에 올라타자 전정국이 1층을 눌렀고 내가 닫힘 버튼을 눌렀다. 너무 자연스러운 찰떡 호흡에 벌써 전정국과의 등교가 익숙해졌나 싶었고 엘레베이터에 사람이 하나 둘 차자 배주현으로부터 언제 오냐는 전화가 왔다. 전정국과 엘레베이터에 있다고 말하자 배주현이 자신은 방금 아파트 건물에서 나왔다며 제발 1단지 앞에서 조금만 기다리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고 핸드폰으로 흘러나온 배주현의 목소리가 제법 컸는지 엘레베이터 안에 있던 사람들이 흘끗 흘끗 우릴 쳐다봤다.
"배주현이가?"
"어. 건물 앞에서 좀만 기다리래"
"윤기랑 있을 텐데?"
아 그래?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공동현관에 도착한 엘레베이터에서 내렸다. 건물 앞에 서자 대구타운 1단지라는 큰 글씨가 보였고 저 멀리서 헥헥거리며 뛰어오는 토끼 같은 배주현과 느긋하게 걸어오는 민윤기가 보였다. 배주현의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딱 봐도 민윤기와 단 둘이 있는 게 부끄러워서 같이 가자고 한 게 틀림없다. 전정국도 대충 눈치를 챘는지 걸음을 재촉하며 날 끌고 앞으로 최대한 빨리 걸어갔고 배주현이 잉잉거리며 결국 우리 쪽으로 뛰어오는 걸 포기했다. 민윤기가 제법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다가 도도도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배주현의 포니테일 끝부분을 손에 쥐었다. 배주현의 귀가 붉어지며 특유의 당황한 표정을 남발했지만 민윤기의 손바닥 위였다. 전정국이 핸드폰 액정을 내게 들이밀었다.
[마 내 지금 주현이랑 등교 같이 하는데 김탄손 그 가시나한테 학교 같이 가자 전화했거든 걍 니들끼리 먼저 가라 - 민]
[그 가시나? 뒤질래? 아가리 터는 뽄새 봐라;]
[ㅈㅅㅈㅅ 먼저 안 갈 시 민윤기한테 후드리챱챱 처 맞음 알간? - 민]
카톡에서 단내가 났다. 둘이서 오붓하게 등교 데이트를 즐기고 싶은 민윤기와 아직은 부끄러운 배주현의 케미가 뿅뿅 솟아올랐다. 언제쯤 둘이 친해질 것 같냐 묻자 전정국은 일단 우리부터 더 친해지자며 느닷없이 손을 잡아왔다. 진작에 잡았던 손이지만 너무 갑작스러웠던 탓에 부끄러운 표정을 숨길 수가 없어 아랫 입술을 꽁 물고 눈동자를 빼꼼빼꼼 돌렸다. 전정국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내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한참을 쳐다보다가 좋아 죽겠다는 특유의 눈빛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려 웃었다. 그리고는 큰 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고 말했다.
"진짜 확 볼따구 깨물어버릴 수도 없고 참"
"...킁"
어색한 마음에 코를 킁- 삼키자 전정국이 귀엽다는 듯 검지로 코 끝을 짓눌렀다. 부끄러워서 얼굴을 뒤로 쭉 빼자 가던 길 마저 가자며 다시 손을 잡아 이끄는 모습에 오늘 하루도 한 번 더 반하며 학교에 다다랐고 도착한 운동장엔 버스 여러 개가 즐비해 있었다. 학교 인원수가 많아 학년에 따라 수학여행 날짜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15개 반에 맞게 15개의 버스가 아닌 16개의 버스가 도착해 있기에 의구심을 품었다. 나머지 버스는 뭐지? 선생님들 타시는 건가? 보통 담임 선생님이 버스 맨 앞자리에 앉고 그러시던데.... 벤치에 앉아 게임만 하던 전정국에게 물었지만 알 리 없다. 전정국의 손목을 잡고 이끌어 학년과 반이 기재되지 않은 버스 내부를 둘러보자 선생님들의 짐이 좌석의 반 정도 차 있었다. 이 버스는 빈 버슨가?
[학생부입니다. 작은 가방은 각 반의 버스 짐칸에 보관하고 캐리어와 같이 큰 짐은 학년과 반이 기재되지 않은 빈 버스의 내부와 짐칸에 보관하여 주세요 - 053-0000-0000]
하긴, 한 반 30명당 3박 4일 동안 지내기 위해 가져올 많은 짐들을 버스 하나의 짐칸에 다 넣기가 힘들 것 같긴 했다. 전정국이 게임을 끄고 느닷없이 내 옆구리를 푹 찌르길래 등짝을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때렸다. 아악! 소리를 내는 전정국의 입술을 잡아 손가락으로 꼬집었다.
"아아아아! 아프다!"
"어딜 찔러 미친놈아!"
"으바바바아! 놔봐! 쫌 놔라고!"
"놓긴 뭘 놔! 넌 맞아야 돼!"
계속 투닥대는데 저 멀리서 정수정과 김남준이 아침부터 웬 부부 싸움이냐며 내 손을 전정국의 입에서 떼어냈다. 손을 허공에 두고 어버버거리자 전정국은 바람 피워서 혼나는 설정이라며 큭큭 웃었고 째려보자 눈썹을 꿈틀거리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렇게 설레는 짓만 골라 하는데 화낼 수도 없고, 진짜. 김남준이 이 버스는 뭐냐 묻자 짐칸 버스라고 대답하는 전정국에 정수정이 좋은 생각이 있다는 듯 헤벌쭉 웃었다. 각자 반에서 타고 가면 가는 동안 재미없다며 선생님들 몰래 출발 전에 짐칸 버스로 옮겨 타자는 계획이었다. 김남준과 정수정이 하이파이브를 했고 전정국이 내게 하이파이브를 시도하자 난 유치하게 가위를 내밀었다.
"그런 노잼 개그로 내 이기니까 재밌나?"
"네 얼굴만큼 재밌는데"
"뭐라노; 개노잼"
배주현이 나와 전정국을 향해 얄밉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야! 소리치다가 삐약대며 짧은 다리로 잘도 걸어왔다. 아 물론, 아파트 앞에서 만났을 때와 다름없이 뒤에서 배주현의 포니테일을 손에 쥐고 있는 민윤기와 함께 말이다. 오자마자 내 팔뚝을 찰싹 때리려는 배주현의 제스처에 전정국이 배주현의 손목을 잡고 이러면 안 되제- 하며 웃어 보였고 민윤기가 어딜 잡냐며 전정국의 손을 배주현의 손목에서 탁- 소리나게 밀쳐냈다. 뒤이어 김태형과 박지민이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장난치며 모였고 김석진과 정호석은 그마저도 같이 오지 않아 정문과 후문으로 따로 오는 모습이 참 외로워 보였다.
"야야, 낸테 좋은 계획 하나 있다"
"좋은 계획? 뭔데"
인원이 다 모이자 운동장 계단에 앉아 아까 짜둔 버스 계획을 말하는 정수정의 표정이 신나 보였다. 정수정이 웃으며 말하는 모습을 넋나간 듯 아빠 미소로 바라보는 김남준의 팔꿈치를 콕 찌르자 김남준이 날 쳐다보더니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굳이 김남준과 내 사이에 끼어들며 사이 벌려놓는 전정국까지 내 감정에 가세해 완벽하게 달달하고 행복한 아침이었다.
:::
정수정의 버스 작전은 각 반의 버스에서 짐칸 버스로 옮기는 와중에 들켰지만 가는 길에 시끄럽게 하지 않고 짐만 건드리지 않으면 봐주겠다는 인심 좋은 4반 선생님의 말씀에 쾌재를 불렀다. 버스 내부는 다른 버스보다 조금 독특했다. 의자 등받이가 길어서 뒤를 돌아보기 힘든 기존의 고속버스와는 조금 달랐다. 왠지 크기도 조금 크더라니 일반 자동차처럼 의자 시트를 뒤로 젖힐 수 있어서 최대한 젖히고 다들 돗자리에 앉듯이 빙 둘러 앉았다. 게임하기에 딱 좋은 대형이라며 신나하던 김태형이 발 사진을 찍자며 다들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 상태로 다리 대형을 둥글게 모아 원 모양의 사진을 찍었고 사진을 찍자마자 멀미를 하는 탓에 난 창가가 큰 쪽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전정국은 당연하다는 듯 내 옆에 앉았고 주머니에 대충 쑤셔넣은 딸기맛 껌을 입 안에 넣고 우물거리는데 옆에 앉은 정호석이 애교를 부리며 껌을 달란다. 주려는 순간 애교가 더럽다며 정호석에게 주려던 껌을 자기 입으로 받아 먹는 전정국 덕에 마지막 껌은 동나고 말았다. 전정국이 내 손에 있는 껌을 입으로 낚아채는 순간 손가락에 전정국의 타액이 조금 묻어났다. 아빠다리 자세로 앉은 전정국의 허벅지에 손가락을 비비며 벅벅 소리나게 닦아대자 당황한 전정국이 씁, 그런 데 만지는 거 아니라며 손가락을 깨물었다. 그리고 한다는 말이,
"존나 달다"
"...세상 천지에 너 같은 또라이가 또 있을까"
전정국이 눈을 접고 헤실거렸다. 휴게소까지 대략 한 시간 정도 남았으니 일단 자자며 다들 드러누웠고 배주현은 귓속말로 얼굴 퍼진 모습을 민윤기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며 얼굴 가릴 담요를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웃겨서 담요 안 챙겨왔다는 거짓말로 대충 둘러대자 배주현이 어쩔 수 없다며 시무룩해하더니 의자 등받이를 올려 앉아서 잘 준비를 했다. 그 모습을 보던 박지민이 큭큭대며 페이스북에 민윤기를 태그하고 글을 하나 올렸다. 박지민의 글을 보기 위해 얼마 전 정수정의 권유로 가입했지만 활동한 적도 없는 페이스북을 켰다.
박지민 님이 민윤기 님과 함께 있습니다.
방금 전
야 배주현이 니한테 볼살 퍼진 모습 보여주기 싫다고 앉아서 잔단다 ㅋㅋㅋㅋㅋㅋㅋ 누워서 얼굴 퍼진 것도 예뿌게 쫌 봐주리 ^^ 평소에 못생겼다고 을매나 갈궜으면 ^^
13명이 좋아합니다.
댓글 20개
배주현
ㄴ아! 쫌! 박짐!! 니 죽을래!!!;;;
박지민
ㄴ배주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죽고 싶으면 니나 쪽팔려서 죽든가 ㅋㅋㅋㅋ
민윤기
ㄴ배주현 볼살 안 놀릴 테니까 그냥 옆에 와서 자라 ㅋㅋㅋ 갑자기 혼자 막 가서 놀랐다이가 가시나야
전정국
ㄴ아들아 나는 김탄손& 얘랑 동침 좀 할 테니까 건들지 마라nbsp;
김남준
ㄴ정수정 자니까 조용히 쫌 해라 느그들 알림 소리 겁나 크거든;
김석진
ㄴ정수정
김석진
ㄴ정수정
김석진
ㄴ정수정
김태형
ㄴ김석진 미친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남준
ㄴ태그하지 마라 아 깬다 ㅡㅡ
배주현
ㄴ아 진짜... 내 겁나 창피하다고... 개새끼야... 박지민
민윤기
ㄴ귀엽다
정호석
ㄴ우웩
전정국
ㄴ탄손아 자자
김탄손
ㄴ전정국 내가 너랑 왜
전정국
ㄴ씨빨... 존나 튕긴다 또 좋으면서
박지민
ㄴ김탄손 별로 안 좋아 보인다에 한 표
전정국
ㄴ응 지민아 니만 ^^
정수정
ㄴ쫌 자자
김남준
ㄴ아가리 여물어
페이스북으로 한바탕 난리를 피우다가 은승조가 누른 좋아요를 봤다. 사람이 눈치가 있어야지, 우리끼리 왁자지껄한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싶을까? 대단한 태도에 발로 박수를 쳐서 전달하고픈 심정이었다. 가뜩이나 멀미 때문에 4시간 동안의 긴 버스 여정이 걱정돼 죽을 것만 같은데 은승조 생각을 하니 또 골치가 아팠다. 본인 좀 다쳤다고 남동생과 남동생 친구까지 불러서 날 개 꼬라지 만든 앤데 기분 나쁘다고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르니까. 은승조의 페이스북 홈이 켜진 채로 한참 멍을 때리자 전정국이 뭐 하냐며 내 핸드폰 액정을 바라봤고 은승조 이름 석 자가 적혀 있는 페이스북을 보자마자 멋대로 어플을 강제 종료시켰다. 당황해서 쳐다보니 이런 애 신경쓰지 말라며 검지로 이마를 꾹- 찍었다. 은승조한테 이마 손찌검 날릴 때는 되게 무서워 보였는데 막상 내가 당하니 또 달달하기만 하다.
"전정국"
"와"
과자를 먹으며 이곳 저곳 앉아서 기어다니던 전정국이 내 목소리 한 번에 바로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 결국 정수정도 깨고 모두가 페이스북 얘기를 하니 나와 전정국만 고립된 것 같았다. 우리 둘의 분위기만 달았고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우리 이제 괜찮아?"
"뭐가"
"...은승ㅈ"
"니는"
"어?"
"닌 괜찮나?"
"나는 뭐 괜찮은데 혹시 니가 화나거나 그럴ㄲ..."
"니 괜찮으면 내도 괜찮은 기라. 아나?"
전정국 특유의 다이렉트식 화법 덕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무 대답 못 하고 고개만 끄덕이다가 푹 숙이고 말았다. 아 진짜 나도 널 어쩌면 좋을까 정국아. 그건 네 고민만이 아니야, 나도 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애꿎은 손가락만 앙앙 깨물었다. 손 끝에 피가 쏠려 복숭아빛으로 물들 때쯤 전정국이 물었다.
"존나 찹쌀떡 같이 달겠다"
"어?"
"니 자꾸 깨물잖아"
"아 이거 어릴 때부터 버릇"
"그럼 내도 오늘부터 이거 버릇"
물어봤다는 뜻의 물다가 아니라 내 손가락을 잡아 뜬금없이 덥석 물었다는 거다, 한 마리의 강아지처럼. 너무 놀라서 눈 앞에 있는 전정국만 멍하니 쳐다보는데 어디선가 찰칵- 소리가 들렸다. 뭔가 싶어서 고개를 돌리니 어색한 표정으로 셀카 찍는 김석진이 보였다. 쟤야 뭐 일상이 어색인 애니까... 잡생각을 치우고 전정국의 이마를 꾹 눌러 밀었다.
"니 내랑 똑같은 짓 한다"
"뭐가"
"이마 눌러서 미는 거"
"...어쩌라고"
"사랑하면 닮는대"
"아 존나 토나와"
"좋으면서"
전정국이 능글거리며 웃었고 나도 안 웃을 수 없었다. 안 좋아할 수가 없어, 진짜. 버스에 가속이 붙었고 슬슬 잘 때가 된 것 같아서 눈을 감는데 갑자기 페이스북 알림이 떴다. 뭔가 싶어 핸드폰 홀드키를 켜자 알림 여러 개가 와 있었다.
김석진 님이 회원님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3분 전
배주현 님이 회원님이 나온 사진에 댓글을 남겼습니다 2분 전
전정국 님과 민윤기 님이 회원님이 나온 사진에 댓글을 남겼습니다 2분 전
김태형 님이 회원님을 동영상에 태그했습니다 2분 전
정호석 님과 정수정 님이 회원님이 태그된 동영상에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2분 전
김석진 님과 김남준 님이 회원님이 태그된 동영상에 댓글을 남겼습니다 1분 전
박지민 님이 회원님이 나온 사진에 댓글을 남겼습니다 1분 전
방시혁 님이 회원님이 나온 사진에 댓글을 남겼습니다 1분 전
미친, 선생님까지... 이게 뭔 일인가 싶어 제일 처음 뜬 김석진의 알림을 누르자 전정국이 내 손가락을 깨무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셀카 찍는 표정이 어색했던 게 셀카 찍는 척하느라 그랬던 거야? 그래, 그러고 보니 일상이 어색인 김석진도 셀카 하나는 어색하지 않게 찍었던 것 같다. 왜 우리 사진 찍은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당장 지우라고 할 걸... 이미 눌린 좋아요수 24개를 보고 한숨만 나왔다.
김석진 님이 전정국,김탄손 님과 함께 있습니다.
방금 전
(사진)
또라이 새끼들 공공 버스에서 뭔 짓이고
24명이 좋아합니다.
댓글 4개
배주현
ㄴ 한 마리의 개새끼 커플 납셨다
전정국
ㄴ 배주현 맞고 싶어서 안달났나 볼살 년아 내가 개여도 김탄손 개 아인데; 주인인데
민윤기
ㄴ 전정국 누굴 때려 미친 새끼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지민
ㄴ 쌤 여기예요 방시혁 좋아요 3개
ㄴ 방시혁 느그들 이래 문란하게 놀라고 버스 허락한 적 없다 ㅋㅋㅋㅋ
김태형이 태그한 동영상 알림도 눌렀다. 심쿵이라며 강아지가 주인의 손을 깨무는 동영상이었다.
김태형
ㄴ 혹시 니네...? 좋아요 2개
ㄴ 김석진 미칬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김남준 김탄손 그래도 사람 취급은 받네 ㅋㅋㅋㅋ 전정국은 영락없이 개 취급이드만
당황스런 마음에 김석진에게 사진 좀 지워달라고 사정 사정을 했건만 썩소 한 번만 날리고 유유히 잠에 드는 얄미운 행동만 눈 앞에 아른거렸다. 전정국은 김석진의 사진에 댓글을 달고 바로 뻗은 건지 몸을 웅크려 눈을 감고 있었다. 나도 슬슬 자야 하는데... 구석에 기대 목배게를 끼웠는데도 멀미 탓에 속이 울렁거려 잠이 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물도 마셔보고 창문도 조금 열어봤지만 영 효과가 없어 잔뜩 울상이었다. 5분쯤 지났는데도 잠은 안 오고 속은 울렁거리길래 정말 울 것 같았다. 떠들거나 장난치면 좀 괜찮아질 것도 같았지만 다들 자고 있길래 말도 걸지 못 하고 버스 구석 쪽으로 얼굴을 돌려 입술만 꾹 깨물었다. 거울을 보지 않았는데도 안색이 안 좋아짐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웅크린 등 뒤로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누군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왔고 섬유유연제 향기가 나는 걸로 미루어보아 전정국일 것 같았다. 항상 내가 입고 있던 그 애의 가디건에서 나는 향기였다. 언제 깬 건지 아님 계속 자는 척을 했던 건지 예상치 못 한 등장이었다.
"니 많이 아프나"
"...어 좀"
"얼굴 새하얗게 질리가지고 뭐라노. 솔직해지면 예쁠 것 같다 캤잖아"
"지금은 안 예뻐?"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고개를 휙 돌려 지금은 안 예쁘냐 물었더니 전정국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예쁘다고 얼굴을 매만졌다. 그 손길에 놀라 나도 모르게 씹던 껌을 꿀떡 삼켜버렸다.
"사실 좀 많이 어지러워"
"와라 가시나야"
아빠다리를 하고 팔을 벌리는 전정국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천천히 다가가 안기려 하자 나를 확 잡아당겨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다. 전정국의 어깨에 턱을 묻은 채로 숨도 조심스레 쉬고 있는데 전정국의 귀가 빨개진 게 눈에 들어왔다. 검지 손가락으로 귀 끝을 툭툭 건드리며 웃자 당황한 전정국이 내 옆구리를 쿡 찌르며 당황한 목소리로 하지 말란다. 남자가 귀에 예민하다고 예전에 정수정이 알려줬던 것 같은데... 평생 남자에 관심이라곤 정말 하나도 없던 내가 스킬 같은 걸 써먹는 순간도 생기는구나 싶었다. 알았다고 대답하면서도 두어 번 정도 전정국의 귀를 콕콕 찔렀다. 전정국이 자신의 무릎에 여전히 날 앉힌 상태로 팔을 잡아 내 몸만 조금 떼어내더니 진지한 얼굴로 몇 초 동안을 계속해서 바라봤다. 새삼 이렇게 잘생겼나 싶은 순간 전정국이 내 손에 깍지를 끼며 내 새끼 손가락을 자신의 손톱으로 쿡쿡 눌러댔다. 은승현네 무리에게 밟힌 손이었다. 아직도 손톱 옆에 남은 딱지들과 벌어진 상처들이 눈에 띄어 민망했다.
"손 예쁘네"
"뭐가 예쁘냐. 상처 투성이고만"
"닌 내 얼굴에 상처 있다고 안 잘생겨 보이나?"
"어"
"미워 죽겠다"
전정국이 내 새끼 손가락을 앙 깨물었다. 나도 모르게 힉-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빼내 내 등 뒤로 감추자 전정국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이 상황에서 아무도 깨지 않고 잘만 자는 게 더 이상했다. 다들 나 놀리려고 짠 건가? 기사님마저도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마이웨이를 시전하시며 신나게 휴게소를 향한 엑셀만을 밟으실 뿐이었다.
내가 정도가 지나칠 정도로 긴장하거나 부끄러울 때마다 버릇처럼 튀어나오는 행동이 하나 있다. 아랫 입술을 깨물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지 못 하는 것. 전정국이 날 코너로 몰아가는 몇 초 동안 내가 초마다 입술을 몇 번씩 깨물었는지 모른다. 전정국의 눈을 쳐다보지 않은 지 족히 20초는 넘었다고 생각될 때쯤 전정국이 내 고개를 고정시켜 자신을 쳐다보게 했다. 그냥 콱 눈을 감아버릴까 싶다가 용기를 내서 쳐다보니 전정국이 손가락으로 깨물고 있는 내 입술을 살살 풀어놓고 본인의 입술을 갖다댔다. 키스는 아니었지만 그대로 쭉 가만히 있었다. 설레기도 하고 누가 볼까 두근대기도 하고 제 정신이 아니었다. 입술을 떼어낸 전정국이 본인도 첫 뽀뽀라며 책임지라는 등 장난을 쳤고 나도 모르게 전정국의 입술에 한 번 더 입을 맞추게 되었다. 두 번째는 키스였다. 서투르지만 분명 설렜고 종소리는 울리지 않았지만 머리 한 쪽이 아스라지게 울렸으며 딸기맛은 아니였고 전정국이 항상 먹는 사과 사탕맛이 났다. 전정국이 내 손에 깍지를 끼고 한 손으로는 내 등을 감싸안았다.
"전정국"
"와"
"내가 아까 우리 이제 괜찮냐고 물어봤잖아"
"그건 또 와"
"우리 이제 괜찮아"
"어?"
"우리 이제 진짜 괜찮아"
전정국이 웃었고 나도 웃었다. 멀미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그저 설레는 기류만 가득했다. 가을로 변해가는 이 타이밍에도 봄이 올 수 있는 걸까.
"연애하자"
전정국이 간만에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고민되지도 않는 당연한 질문이었으나 나는 전정국에게 미친 대답을 돌려주었다.
"싫어"
"미칬나?"
"연애 말고 결혼"
"...농약 같은 가시나"
전정국이 한 번 더 날 껴안았다. 그 상태로 부둥부둥 몸을 흔들다가 내 등을 토닥이며 멀미는 괜찮아졌냐는 다정한 질문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참 전에 말해서 나도 기억나지 않는 멀미 때문에 어지럽단 얘길 기억해주는 세심함에 내심 설렜다. 그런데 정국아,
"네가 주는 설렘이 너무 당연해지면 어떡하지?"
"그럴 일 없다"
농약 같은 머스마야. 내 세계에서는 너만 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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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발로 박수치고 방귀로 함성 지르십시오 드디어 여주 남주 사귀어요 정국이와 탄손이가 사귀어요!!
저도 쓰는 내내 엄마 미소지으면서 노트북을 자판을 타닥타닥...
여주도 드디어 본인의 감정에 확실해졌고 정국이도 오늘만큼은 잠깐 진지해졌고!
넘나 좋은 것 아닌가요! 뽀!뽀!라니! 키!스!라니! 키스가 이렇게 설렐 일이야? 짜식들아? 고딩들아? 어!?
솔로 작가는 여기서 물러갑니다...
아 맞다! 댓글로 글 재밌으니까 자신감 가지라고 하신 몇몇 분들께 정말 큰 감동 먹었어요 헝헝 ㅠㅅㅠ♥
저 정말 댓글 하나 하나 다 읽고 있답니다 사랑해요 독자분들!
조만간 또 뵈어요!
(삘타서 급 연재한 작가는 바람 속으로 사라진다)
-암호닉-
암호닉은 새로운 편이 올라올 때마다 그 전 편을 기준으로 업로드됩니다!
새로 신청하신 분들 중 기존 암호닉과 같은 이름으로 신청하신 분들은 죄송하지만 제외했어요, 다른 이름으로 신청해주세요!
밍디밍디★ 다람이덕 밤이죠아 요괴 초딩입맛 호비의 물구나무 니나노 권지용 REAL 초코송이 ㅈㅈㄱ 아몬드봉봉 민군주님 고답이 민블리 꾸꾸 망고빙수 딸기 스무디 맙소사 마틸다 요를레히 꾸기꾹이 울컥 영고로 트위티 아이스크림 짐니덕후 마음 마시마로 크레이프 지민쓰짝사랑 ☆☆☆투기☆☆☆ 침을태태 삼일 노른자 닭키우는순영 땡스투전정국 빅히트박뿡 전정국(BTS/19) 문과평민 텔정퉬쉘문퉨쉘 양이 덕질인생 0418 웬디 채꾸 쌀떡아 구구마 꽃놀이 부랑이 뿌꾸뿌꾸 초코칩꾸기 창문너머할매 국쓰 체블 산딸기 별처럼 흥탄♥ 소뿡 이부 방탄나라 정국공주 내손종 자몽 쿠야쿠야 희망 이과공주님 정국노래자랑 사이다 꾸가 찹쌀떡 민빠답없 뿌뽀뿌 침침 구리구리 러블리꾹 윤블리 문과왕자님 곰탱♥ 하얀설탕 꼼데 호시기호시기 은하 소금 너를 위해 방치킨 첼리 태태요정 플랑크톤회장 연이 연수 슈팅카트 치즈케익 모찌 양념치킨 boice1004 음소거 음치 티록신 아침짝 만두짱 미니미니 돌하르방 딱풀 퍼플 정국이는나의정구기 대구서울혼혈녀 후엥 침침 비투 지금당장콜라가먹고싶다 미늉기 용서노노해 눈부신 1230 작가님사랑해여 수액맞는민윤기 뿌야 독자1 슝첸 가으루 복동 마름달 93 전정구기 짐잼쿠 현지짱짱 1014 으앙랑훙헹 슈슈 국쓰 블락소년단 슙큥 론 110221 들레 종구부인 넌나의첫번째 망고마이쩡 태태한 침침이 망고 인연 자몽자몽 정국사랑나라사랑 이과내가간다 시나브로 짐그래 누네 박스 토마토 깨알 미니미니모 방구대왕뿡뿡 히동 밍덕 422 열음 ♥계란말이 소세지빵 꾹아 818 상상 샘봄 근육요정 로렌 두둥실 채꾸 아카쨩 산들코랄 곰 민자몽 지밍지밍 부산갈매기 반짝여보 새별 정국아 ㅈㅁ 페브릭 막꾹수 색시 #원슙 꼬부기 미적2 본시걸 7t 0913 충전기 삼디다스 집밥 흰색 호빗 뾰로롱 퓨어 북극곰 정콩국 슙토끼야 봉봉 디즈니 삼천판다 쿠야 밤비 지하 소녀 딥크 민윤기윤기윤기 김태태 민트 돌고돌아서 올림포스 민슈프림 동동이 이과 우왕굿 고구마 SAY 뚱 태퉤 링가링카 비키트박뿡 뚱이 알몽알몽 무미니 마시마로 꾸뀨♥ 상큼쓰 탱탱 슈가몽 이룬나비 또이 즴니 퓨마 박듀 즌증구기 0622 꾹이 모닝빵 제이 큄 봉봉 ㅇㅇㅈ 경유 슈가슈가룬 포도가시 꽁냥꽁냥 밖에박지민봤지 토토야 빵야 전루살이 태정태세 윤기둥이 디디 괴도 비비빅 승승장구 미스터쿠야 유나 슈몽 코코팜 꽃소녀 오하요곰방와 97꾸 멜랑꼴리 핫코로 호비호비♥ 모히또 바카06090 스윗슈가 빨강이 이리다 팅커벨 스파크 쟈스민 74 ★.★ 웨딩슈즈 우혜 루디 ((95짐니)) 쟉하 밍쩡 동키즈 밍 ♡BTS♡ 큐큐 전정국동공 예봄비 피크닉 공주 뭉실 호올스 세일러비너스 설렘설렘열매 융융 정쿠키 나비 정국혼란 달콤윤기 오레오 꾸꾹이 밍꾹 태태침 지하 차녜 몽실몽실 닥구 꾹꾹이 루디 초코송이 슈탕 민트양 쿠쿠 ♡♡♡♡♡ 쀼르륵 치즈 봉구 태태 크라임탄 침침걸 달님 섹시석진색시 민트초코칩 토실 뿌얌 천상여자 딘시 오투 증원 나연희 허니꿍 프우푸우링 버블버블 갸또 이레네 정국온탑 엔터키 연타 귀여운 찌질이 호시야 진격의정꾹 골룸 쿠앤크 퓽퓽 막둥이 쌀떡볶이 호시기두마리 토쿠 정국아블라썸 키코 침침보고눈이침침 꾸뭉 정성 찌몬 낑깡 계피 섭징어 스안 레몬사탕 씅 자몽자몽 풀 펄맛 RMJ 아가야 호시기두마리 웃웃웃 뺘ㅏㅏㅏ악 전정쿠키 030901 민트초코칩 복덕방아줌마 미자탈출 뚱이 미자탈출전정국 #쩔어 #미리내 디보이 세젤예세젤귀 뿌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