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방탄소년단
(한꺼번에 듣기 말고 차례대로 들는 게 상황에 잘 맞아요)
[방탄소년단/전정국] 이과 왕자님이 날 좋아할 때의 대처법 06 (부제: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산이 가까워질수록
산을 모르겠다.
네가 가까워질수록
너를 모르겠다.
멀리 있어야 산의 모습이 또렷하고
떠나고 나서야 네 모습이 또렷하니
어쩌란 말이냐. 이미 지나쳐 온 길인데.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인데.
벗은 줄 알았더니
지금까지 끌고 온 줄이야.
산그늘이 깊듯
네가 남긴 그늘도 깊네.
너의 의미-이정하
[전정국이 보고 싶다, 오늘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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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뭐 하느라 늦게 오는데? 민윤기 점마 농구 다 끝났다이가"
"어? 뭐 얘기 좀 하다가"
어찌나 열심히 응원을 한 건지 땀에 젖어 목소리가 다 쉬어버린 김석진의 질책 아닌 질책을 뒤로 하고 반티가 한껏 더럽혀진 채로 저 멀리서 날 주시하는 은승조에게 시선을 꽂았다. 왠지 모르게 그 애 근처의 공기가 묵직하고 슬퍼 보였지만 당한 게 있으니 쉽지 동정하지 말자며 내 자신에게 채찍질을 했다. 민윤기네 반은 고작 예선전이지만 승리를 거뒀다. 헤어밴드를 손으로 쥐어짜면 1.5L 생수병은 거뜬히 채울 것 같을 정도로 땀으로 샤워한 듯한 민윤기의 헥헥대는 숨소리와 입을 벌린 꽤 야시시한 모습에 홀랑 넘어가는 배주현을 보며 혀를 끌끌 차던 정수정이 나를 보고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옆에 김남준이 있었으니까.
전정국이 내 팔꿈치를 툭툭 쳤다. 주머니에서 꺼내 내게 건네준 녹차 킷캣은 전정국의 체온 탓에 녹아 있어 적잖이 당황한 그 애의 모습을 내게 전해주었다. 난 초콜릿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나도 우리 집 가보 할게, 이거"
전정국이 놀란 듯한 표정으로 날 빤히 바라봤다. 그러더니 내 손을 잡아 자신의 볼을 쿡쿡 찌른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간다는 전정국 특유의 능글거리는 말투. 전정국은 유한 간 형을 만나러 일주일 간 중국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오늘 저녁 비행기를 탄다며 급작스레 전달된 소식은 날 슬프게 했다. 생각보다 긴 일정에 조금은 당황했지만 애써 쿨한 척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왠지 모르게 찜찜한 이 기분을 지울 순 없었다. 이제서야 전정국을 향한 내 마음에 확답을 내렸는데 당분간 만나지 못 한다니 아쉬움 그 자체였다. 오늘 저녁엔 다 같이 놀자며 종례 끝나면 자신의 집으로 모이자는 정호석의 말을 끝으로 각자 반으로 향했다.
"아까 매점에서 전정국이랑 뭐 했나?"
"하긴 뭘 해. 그냥 이것 저것 얘기 같은 거나 했어"
"에이, 둘이 꽁냥댐서 막 웃드만"
"잘...못 봤겠지...?"
"니 그 빙시 같은 말툰 또 뭔데 ㅋㅋㅋㅋ"
배주현의 예리한 추궁에 아니라는 말만 내놓았다. 분명 맞다며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쉽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평소보다 일찍 종례를 마친 선생님께서는 월요일이니 쓸 데 없이 놀지 말고 공부 안 할 거면 집 가서 잠이나 자라는 잔소리를 하셨고 다들 대충 대답했지만 종례가 끝나고 하교하는 아이들로 가득한 중앙 현관은 예선전의 기운이 덜 가셨는지 시끄러웠다. 배주현이 앵두 같은 입술을 쭉 내밀고 시끄럽다며 삐약거리다가 학생부장의 눈을 피해 실내화를 신고 후문 쪽으로 열심히 달렸다. 핸드폰하며 우릴 기다리던 정호석이 한껏 웃으며 우릴 반겼고 같은 반인 정수정은 종례 끝나니 없길래 당연히 집에 간 줄 알았건만 김남준 옆에서 유튜브로 웃긴 영상을 보고 있었다. 버려진 나와 배주현이 있는 힘껏 노려보자 민윤기가 배주현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머리 쓰다듬어줄 전정국, 나도 필요한데.
[다녀와서 저거 해줄게 내가]
혼잣말도 아니고 그냥 생각만 했을 뿐인데 마치 내 뇌리를 꿰뚫어본 것 마냥 갑자기 울린 전정국의 카톡 알림에 당황스러워 주윌 두러번거리자 사복으로 갈아입은 전정국이 손을 흔들며 정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미치겠다 내가 진짜. 궁예야? 아님 선수야? 정국아 너 진짜 뭐 하는 애야? 정신을 차리고나니 안 따라오고 뭐 하냐며 내 팔을 잡아 이끄는 김태형이 시야에 가득했다. 정호석네 집으로 가면서도 전정국 생각을 놓을 수가 없었다.
"합!"
이렇게 하면 되는 거냐며 물을 뿜는 김석진 주위로 모두가 자지러졌다. 잘 웃지 않는 민윤기도 바닥을 쳐가며 웃었고 정수정도 울다가 눈물을 찔끔 짜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30분 전으로 돌아가면 알 수 있다. 홍삼 게임 같은 단순한 게임을 못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오늘이 홍삼 게임 처음이라던 민윤기에게 '홍삼 게임 아다'라는 다소 직설적이고 민망한 별칭을 붙여준 김석진은 정작 본인이 걸려서 페이스북에 업로드될 영상을 찍어야만 했고 영상의 주제는 아침 드라마로 선정됐다. 배주현이 민윤기에게 화를 내고 김석진이 배주현을 말리다가 뺨 맞고 물을 뿜는 그런 유치한 설정이었다. 소파에 앉아 껄껄대며 연기를 감상하는데 배주현과 민윤기의 설정이 게이랑 바람난 민윤기 혼내는 배주현이라 볼만 했다.
"마... 마, 니 뒤... 뒤질래...?! 바람질 재밌나...? 장... 난하나...!"
"아니, 허니. 내 말 쫌 들어ㅂ..."
"큽..."
생각보다 더 이상한 설정에 당황한 배주현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럽단 눈빛으로 배주현을 바라보며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민윤기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참다가 결국 터진 박지민의 입술을 단체로 때렸다. 박지민 뿐이 아니었다. 혹시 영상에 웃음 소리가 안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어 확인했는데 카메라 담당이었던 김태형이 웃음을 참으며 핸드폰을 부르르 떠는 바람에 대체 누가 주인공인지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어지간히도 답답했던 정수정과 김남준이 박지민과 김태형을 정호석 방에 가두고 다시 영상을 찍게 됐고 필요없어진 나와 정호석도 함께 갇혔다. 너희 때문에 쓸 데 없이 우리도 갇혔다며 박지민과 김태형의 등을 발로 밟다가 심통난 박지민 탓에 박지민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정호석과 함께 편의점으로 나선 끔찍한 귀찮음은 덤.
편의점까지 가는 5분 간 정호석과 셀카도 찍고 이것 저것 재밌는 얘길 많이 했다. 정호석이 핸드폰을 보다 말고 웃길래 고개를 들이밀었더니 방금 정호석과 같이 찍은 사진을 프로필로 올려놓자 바로 확인한 전정국이 정호석과의 카톡방에 욕을 잔뜩 보낸 화면이 눈 앞에 가득했다.
[니 뭔데]
[프로필 사진에 김탄손 뭔데]
[호석 님~~ 저와~~ 맞짱 각?]
[씨!!!! 팔!!!!!!!!! 오밤중에 둘이 어디 가노;]
[설마 실시간?]
[뒤진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추 뜯는다 니]
[내 왜 안 한국?]
[어무니 저는 비행기가 싫어요]
[아 전정현 때문에 존나 가기 싫은 중국 가는데 카톡은 이 또 뭔 꼬라진데]
[프사 원상복귀]
[빨리;]
[씨발롬아 안 바꾸고 뭐 하는데;;;]
[읽었으면 답 쫌 해라 ㅈㅔㅂ라]
[제발]
"정국이 금마가 니 많이 좋아하는갑다"
"그러게"
평소 같았으면 개소리 말라며 튕기던 나였을 텐데 그러게라니. 정호석도 놀랐을 거다. 아무런 말이 없길래 눈치보며 쳐다보니 놀랐다는 듯 입을 틀어막고 장난스런 눈빛으로 날 보며 웃었다. 언제부터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 거냐며 특유의 장난끼 넘치는 말투도 날 부끄럽게 만드는 데에 한 몫 했다. 사귀는 건 아니라며 아이스크림 두 개를 집어 계산대 위에 올려놓자 정호석이 계산과 동시에 수다를 떠는 멀티 플레이어 기질을 보이며 나와 전정국의 관계에 대한 것들을 조잘조잘 물었다. 사귀는 '건' 아니면 뭐냐는 식의 질문이었지만 말 토씨만 조금씩 바꿔서 말이다. 어지간히도 궁금한 모양이었지만 더 궁금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편의점 문을 열고 정호석 집 쪽으로 걷자 정호석이 전정국이 안달나서 자신에게 전활 걸었으니 먼저 들어가라고 한 후 전화 받는 모션을 취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골목길을 걷는데 으스스한 기운이 들어서 괜히 무서웠다. 걸음을 재촉하고 또 재촉하고. 5분이 이렇게 길었나? 아까 정호석이랑 편의점 가는 길은 엄청 짧았던 것 같은데...
짙은-고래
"마"
"은승조?"
"얘기 쫌 하자. 제발"
미성년자 주제에 술을 꽤나 거하게 마셨는지 얼굴이 빨개진 채 발음이 제법 꼬인 은승조가 손짓하고 있었다. 미친년... 머리는 또 존나 길어요, 귀신인 줄 알았네. 아이스크림 녹을 텐데- 걱정하면서도 은승조의 곁으로 다가갔다. 술 마셨냐 묻자 고개를 푹 숙이다가 웃는 은승조다.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애 바로 옆자리에 앉아 시시콜콜 사랑 얘기나 나누다니.
이 감정은 은승조도 마찬가지겠지.
"마, 전정국이 니 존나게 좋아하는 건 인정해주께"
"뭔 소리야 갑자기"
"그래도 내가 니보다 걔 오래 좋아했거든... 씨발년아... 아 존나 얄밉다 닌 진짜 썅년"
많이 취한 건 아니었는지 대화 몇 번에 금세 평소 말투로 돌아온 은승조가 온갖 욕을 섞어대며 전정국에 대한 얘기를 했다. 안쓰러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화장실이나 학교 건물 옆에서처럼 손찌검을 하려들거나 위협적인 표정을 짓진 않았다. 그냥 편한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았고 평소의 은승조는 이렇구나 싶어서 더 좆 같았다. 센 척 모드에서 폭력만 뺀 거네. 평소 성격도 참 좆 같기 그지없는 년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오랫동안 전정국 좋아해왔단 얘기를 들으니 같은 여자로서 조금은 안쓰럽길래 그냥 무시하고 정호석네 집으로 갈 수가 없었다. 아이스크림 녹을까 걱정하며 봉지 한 번, 은승조 눈 한 번 바라보는데 은승조가 손톱을 물어뜯더니 말을 걸어왔다.
"아이스크림 녹겠다"
"안 그래도 정호석네 집에서 놀다가 나온 건데 박지민이랑 김태형이 기다리고 있어서 들어가야 돼"
"안 들어가고 뭐 하는데? 미친, 얘기한 지 십 분은 됐는데 다 녹았겠다 똘구년아"
"얘기하잘 땐 또 언제고? 정신머리 없는 년을 다 봤나"
내 몸을 어거지로 일으켜세운 은승조가 어깨를 밀며 정호석 집 쪽으로 끌고 갔다.
"사실 내 전정국 무리 아들이랑도 되게 친하게 지내고 싶었거든"
"...근데 뭐"
"니 좋겠다고 미친년아. 존나 부럽다 이거잖아... 누군 몇 년 매달려도 안 되는 짓, 몇 주일만에 속전속결로 진행하는데 내가 닐 좋게 볼 수가 있나?"
"좋게 봐달라고 한 적 없어. 아 뭐 좆 같이 굴라고 한 적도 없지만"
"한 마디도 안 진다, 니 진짜"
은승조가 인상을 찌푸리며 정호석네 대문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골목길 어귀로 사라졌다. 뒷모습이 처량했지만 정신차려야 된다는 걸 알고 있다. 저렇게 불쌍한 척해놓고 언제 좆 같아질지 모르는 년이니까. 현관문을 열어놨길래 슬리퍼를 툭툭 벗어놓고 들어갔다. 아직도 영상 촬영이 안 된 건지 부엌 끄트머리에서 입에 물을 한가득 물고 있는 김석진의 표정과 배주현의 여전히 어색한 연기력에 박수를 치며 김태형과 박지민에게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던졌다. 봉지를 벗겨내자 연두색 물이 뚝뚝 떨어지는 메로나를 보고 모두가 기겁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나갔다 온 보람을 느꼈다. 전정국과 통하하던 정호석이 뒤늦게 집에 돌아올 때쯤엔 영상을 찍어 페이스북에 업로드한 후 피곤해서 단체로 누워 티비를 보다가 저녁잠에 들어 있는 모습으로 환영 인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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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이 없는 학교는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배주현 정수정과 붙어 다니다가 이과반 근처를 지나가면 전정국네 무리 애들과 인사를 주고받았고 은승조는 그날 일이 꽤나 쪽팔렸는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레이저를 쏘아댔다. 이틀 정도 지나자 여자 애들 사이에선 전정국이 중국 여행 갔다는 말이 나돌았다. 이과반 소식이 이틀만에 문과반까지 퍼지다니 역시 인기가 많다. 전정국이 학교에 없다는 사실이 귀에 들어갔는지 은승조는 전정국의 눈을 피할 필요없이 대놓고 나에게 꼽주기를 시전했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물건을 떨어트리고 지나가는 등 유치한 짓들이라 참았지만 나도 부처는 못 되는 성격이라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언제 은승조 년 한 번 건드려야지- 하고.
눈치가 빠른 민윤기는 이따금 카톡을 보내며 전정국 없는 틈 타서 은승조가 건들면 말하라고 했다. 고마웠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바를 수 있었기에 고맙다는 이모티콘 하나로 답을 대신했다. 김석진도 괜히 걱정됐는지 민윤기와 함께 이동 수업이 아닌 쉬는 시간마다 문과반 복도를 어슬렁거리며 괜히 우리 반을 흘끗 쳐다보고 그랬다. 민윤기는 뭐 나도 보고 다른 누구도 볼 겸 왔겠지만.
"할 얘기 있다. 끝나고 주차장"
일방적인 통보를 귀에 흘려놓고 내 자리 근처를 유유히 떠나는 은승조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술에 취했을 때보다 더 거만해지고 재수없는 말투였기에 단단히 마음먹었다. 오늘 저 년 족칠 거라고. 종례 시간까지 잠만 잤다. 은승조가 몸으로 싸우는 타입인진 잘 모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엔 잠자면 기운이 도는 편이라 간만에 돌려차기 한 방 먹일 걸 생각하니 푹 자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였다. 태권도를 배운 보람이 있었다. 나름 일진이랍시고 당당하게 다니는 애들을 한 번도 무서워했던 적이 없으니 말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기 위해 가방을 교실에 두고 하교했다. 내일 학생부 서기 전에 등교하면 걸릴일 없겠지 뭐. 핸드폰만 달랑달랑 들고 주차장으로 가자 은승조가 보였다. 병신, 시비걸 것 같은데 저번에 발려놓고 머저리 같이 1:1로 불렀다. 보통 멍청한 대가리가 아니다.
"왜 불렀는지는 알겠나?"
"싸우자 이거 아니야? 꼽 주는데 나도 눈치란 게 있지. 저번에 발려놓고 혼자 오는 깡은 어디서 난 건데?"
은승조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코웃음을 쳤다. 같잖은 센 척이 또 시작됐네. 정호석네 집에서 논 날, 잠깐이나마 은승조의 뒷모습이 처량하다고 느꼈던 내 자신을 한껏 때리고 싶어졌다.
"낸 깡 없다"
"좀 알아듣게 말을 해봐"
내 말이 끝나자마자 자동차 뒤에 숨어 있던 여자 둘이 나왔다. 다른 학교 교복인 걸로 보아 은승조의 빽 정도 되는 것 같다. 하나 같이 말라깽이에 키도 작아서 별 위화감이 없었지만 은승조는 제법 뿌듯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화장 떡칠해서 냄새나는 얼굴은 여전하다. 일부러 켁켁대며 웃자 은승조가 손바닥을 들어올렸고 저번과 같이 팔을 꺾었는데 여자들이 내게 달려들어 머리채를 붙잡았다. 유치하게 쪽수 싸움이라니. 아무리 체력과 스킬이 좋은 나라도 실제 싸움에서 세 명과 붙는 건 무리 아닌 무리였다. 아니, 이미 팔 꺾인 은승조는 바닥에서 혼자 엄살피우고 구르고 있으니 두 명이랑 붙는 건가.
태권도에선 고급 스킬을 배웠다. 이건 그냥 유치한 개 싸움이고.
많이 맞았는데도 아픈 건 잘 모르겠더라. 운동하며 단련된 맷집이 내 자존심을 세우는 데에 한 몫 했다. 내가 제법 센 선방을 날릴 때마다 잔뜩 쫄아서 눈 크게 뜨는 계집들은 아무리 때려도 내 반응이 썩 시원찮자 흥미를 잃은 듯 수위를 점점 낮추기 시작했다. 머리채를 잡는 걸로 시작해서 얼굴 몇 번 할퀴다가 옷깃 흔드는 정도. 이 때를 놓칠만큼 순발력이 없다면 운동 때려치워야 한다. 아직도 취미로 체육관을 드나드는 내 순발력은 과연 어떨까? 키 작은 여자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주먹으로 등을 내리꽂았다. 나머지 한 명이 더 달려들기에 슥 피하니 속도를 주체 못 하고 허공에서 휘청이다가 발로 머리를 한 번 툭 차니 그대로 아아! 소리를 내며 날 노려본다.
그대로 무시하고 집에 가려는데 슬슬 상처들이 쓰라렸다. 큰 상처는 아니였다. 잔뜩 엉킨 머리카락과 입술 한 군데가 아주 조금 찢어졌고 눈 근처를 손톱으로 할퀸 은승조의 친구 년 탓에 눈을 감았다 뜨며 눈가를 움직이면 찌릿했다. 아, 씻을 때 또 거슬리겠네. 짜증내며 터덜터덜 집 쪽으로 걷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붙잡아 몸을 반쯤 돌린 후 날 구석으로 거세게 끌고간다. 남자였다. 명찰에 적힌 성씨 '은'을 보니 은승조의 오빠 아님 남동생이겠네. 남자는 무리다. 게다가 이미 체력 빼놓은 상태에서 남자와 싸우는 건 진짜 무리다.
그대로 질질 끌려가서 바리게이트에 머리를 박은 채 주차장 구석에 쓰러져 있었다. 정신은 있었지만 체력이 없는 데다가 상황 파악도 안 되는 마당에 그 남자를 째려보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은승조는 자존심도 없이 자기 빽만 부르고 도망간 모양이다.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주차장엔 남자와 나 뿐이었다.
"니년이 내 누나 바르고 다니는 그 년이제?"
"네 누나가 날 벼르고 다니겠지"
"어디서 말을 까는데? 맛 갔나?"
"어린 주제에 초면에 반말질인 너도 존나 고상하고?"
내가 은승조를 바르고 다닌다고? 동생에게 구라 한 번 재미나게도 친 모양이다. 부러진 바리게이트 다리를 남자에게 던졌다. 어차피 질 거 아니까 선빵이라도 내가 때리고 싶었다. 퉁- 소리와 함께 남자의 상방신에 명중한 바리게이트는 달그닥거리며 떨어졌다. 짜악-하는 소리와 함께 내 뺨이 두어 번 돌아갔다. 처음 주차장 간 상태라면 있는 힘 다 썼다고 가정할 때 비등비등하게 싸울 수 있었을 텐데... 비겁하다. 아프기도 하고 서럽기도 한 마음에 괜히 머저리 같이 찔찔 짰더니 남자는 여자라 봐주는 거라며 뺨 몇 대를 더 때리고는 서서 있는 가오 없는 가오를 다 잡으며 담배를 피워댔다. 껏해봐야 열일곱 살 주제에 담배라니. 같잖은 허세는 은 씨 집안 내력이라고 생각하며 비웃음을 흘렸다.
내게 다가와서 얼굴 이곳 저곳에 난 상처를 보고 비웃는 남자의 이름은 은승현이었다. 이름과 얼굴을 똑똑히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만나면 급소라도 한 대 쳐야겠다 마음먹었다. 벨소리가 울렸다. 전정국에게서 걸려온 전화. 받으려고 핸드폰을 건드는데 은승현이 핸드폰을 앗아갔다. 멍한 상태로 은승현을 바라보니 재밌다는 듯 얄미운 표정을 짓는다.
"김탄손 내랑 있는데 와 ㅋㅋ 니 새끼 누군데? 니가 내 누군지 알아서 뭐에 쓰게? 아가리 쌉치고 김탄손 니 여친이면 관리 쫌 잘해라. 좆 같이 굴어서 사람 개빡치게 만들지 말고 인마"
"폰 줘"
"그래 씨발. 때렸는데 와? 뭐 때리면 닳나?"
내 말을 개무시하고 계속해서 전화만 하는 은승현에 기가 찼다. 그나저나 뒷감당을 어찌 하려고 저럴까. 저 친구 지금 전화 상대가 전정국인 건 알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내가 전정국 이름을 또라이로 저장해두긴 했는데. 뺨이 얼얼하고 서러운 와중에 훗날 은승현이 전정국 무리에게 치킨에 양념 바르듯 개발리는 장면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은승현은 날 또라이로 봤겠지. 쳐 맞고서도 헤실헤실 웃는데.
전화 통화를 대충 끝낸 은승현이 내 핸드폰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줍고 엉덩이를 대충 털었더니 맞아놓고 일어설 기력이 있는 게 신기하다며 내 머리를 한 대 치길래 자존심이 상해서 아직은 멀쩡한 다리로 정강이를 갈겼다. 급습에 놀랐는지 고통이 심했는지 아님 둘 다인지 다리를 잡고 아아... 씨발... 거리는 은승현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천천히 펼쳤다.
"승현아, 나중에 누나 팔팔할 때 만나면 그때 더 제대로 때려줄게. 오늘은 너무 비겁했다"
내가 생각해봐도 난 좀이 아니라 꽤 많이 또라이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전정국 만나고나서 이렇게 된 건가? 아프고 서러운 와중에도 남 약올리면서 여유부릴 성격은 되나보다. 혹시 은승현이 또 찾아올까봐 만만의 준비를 하고 있는 힘껏 세게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뭐가 그렇게 분한지 내가 처음에 던진 바리게이트를 바닥에 던지며 혼자 악을 쓰고 있었다. 남매가 쌍으로 좆 같기도 참 힘든데.
핸드폰 액정으로 얼굴을 비춰보며 상처를 확인하는데 벌써부터 볼이 퉁퉁 부어 있다. 입술 안 쪽이 쓰라려서 혀로 더듬어보니 약간 터진 것도 같았다. 혼자 욕을 읊는데 화면이 밝아지며 전정국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은승현이 던진 탓에 여기 저기 금 간 핸드폰이었지만 전정국의 전화 한 통으로 다 치유된 기분이었다.
"어, 여보세..."
"누구 맘대로 전화 끊으래 씨ㅂ.. 김탄손...?"
"뭔 욕을 그렇게 하시나?"
"야 아까 그 새끼 뭔데? 니 맞았나? 누군데?"
"아 진정 좀 해. 안 그래도 머리 아파"
"왜 맞았는데? 뭔데 그 새끼? 그 새끼가 닐 왜 때리냐고!"
은승조네 남동생이라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아예 개 발려서 서러워 죽고 싶은 것도 아니고 나도 적당히 선방 쳐서 그 쪽에 아예 피해가 안 간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냥 좀 싸운 거라니까 왜 남자랑 싸우냐며 더 화내는 전정국의 목소리에 괜찮으니까 잘 놀라는 말만 전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순간 탁- 소리가 들리고 귀가 멍멍해졌다. 인터넷 소설에서나 본 것 같은 이 장면은 뭐고 또 이 느낌은 뭘까. 눈 앞이 아득해졌다. 눈을 뜨니 아까 그 주차장이었고 은승현의 친구들도 몇 명 보였다. 진짜 나 여자 주인공 감인가? 좆 됐단 생각을 했다. 아마 오늘 상반신 아니면 하반신이 마비가 된 채로 귀가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형! 제 조인트 깐 년이 이 년이에요!"
은승현이 내게 삿대질하며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고 덩치 크고 일진스럽게 생긴 남자가 내 턱을 잡고 얼굴 이곳 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너네 진짜 소설 찍냐? 너무 오글거리고 역겨웠다. 인소 놀이하려면 손에 밧줄도 묶고 방망이도 가져오고 좀 하든가...가 아니라, 방망이는 없어도 손목이 묶여 있음을 순간 감지했다. 밧줄은 아니였지만 노끈인 것 같았다. 와 진짜 소름돋는 새끼들.
"예쁘장하게 생긴 애가 왜 우리 애들을 건들고 그랬어, 응?"
더러운 말투로 내 뺨을 내리친 남자가 실실 쪼갰다. 아팠다. 은승현보다 힘이 두 배는 더 센 것 같았다. 자존심 개나 주고 도망이라도 가려 했건만 주차장 입구를 지키는 남자들과 손에 묶인 노끈을 보고 한숨만 나왔다. 난생처음 남자에게 발로 차여봤다. 드라마에서 보면 여주인공이 맞을 때마다 곧 죽을 것처럼 끅끅대던데 단순 연기라고 치부하던 내가 원망스럽다. 상상 이상으로 아팠다. 뺨은 이미 퉁퉁 부은지 오래였고 배를 몇 번 까이고 나니 이젠 손을 발로 꾹 밟기 시작했다. 성인 남성의 체격에 가까운 그 남자의 모든 무게가 내 작은 손에 한 번에 실리자 금방이라도 핏줄이 터질 것 같았다.
듣기 역겨운 음담패설도 들었다. 전정국이 하얀 찹쌀떡이라고 칭할 땐 그저 오글거리기만 했는데 은승현 무리에게 피부가 하얗네 핑크색이네 하는 소릴 듣자 금방이라도 토가 쏠릴 것만 같았다. 다리를 때린답시고 은근 슬쩍 종아리를 만지는 녀석도 있었고 은승현은 배를 때리는 척하며 은근히 가슴 밑부분을 때리기도 했다. 지옥 같았다. 애초에 은승조를 쉽게 보면 안 됐다. 아니, 은승조의 배경을 쉽게 보면 안 됐다. 은승조 하나 정도는 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여러명의 남자들 사이에선 이기긴 커녕 도망가기도 힘든데 말이다. 이렇게 해도 맞고 저렇게 해도 맞을 건데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체념한 것 같다. 살갗이 까져 피가 났다. 망보던 남자애 중 하나가 불쌍하다며 노끈은 풀어주자는 제안을 했고 손이 풀리자 마자 날아오는 바리게이트 다리를 막다가 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엄지 손가락 인대가 늘어났는지 조금만 움직여도 아파 죽을 것 같았다. 배를 몇 번 더 까이고, 팔꿈치에서 피가 질질 흐를 때가 되어서야 하나 둘씩 돌아갔다.
일어설 힘이 없었다. 정신을 잃기 전 멋대로 전화를 끊고 나서 전정국에게 온 연락들을 뒤늦게야 확인했다.
[갑자기 전화 끊는 건 뭔 센슨데? - 또라이]
[와 안 받나 - 또라이]
[걱정되니까 이러는 건데 진짜 너무하네 닌 아직도 내가 그래 귀찮나 - 또라이]
[이제 좀 잘 되겠구나 싶었는데 닌 아닌갑네 또 내 혼자 앞서갔나 - 또라이]
[됐다 가서 보자 - 또라이]
난 이렇게 맞았는데, 이렇게 울었는데. 속상했고 전정국이 미웠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진짜. 찔찔 짜다가 집으로 향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7층과 12층을 동시에 눌렀다는 사실에 더 화났다. 전정국이 사는 7층과 내가 사는 12층. 기분이 거지 같아서 또 삐죽삐죽 울음이 나오는데 그 와중에도 지금 전정국이 내 옆에 있다면 달래줄 텐데- 하는 상상을 했다. 자꾸 생각나서 더 미웠다. 왜 내가 힘들 때 없을까. 내가 보고 싶을 땐 없는 거고.
연극이 끝나고 난 뒤, 극장에 홀로 남겨진 여배우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뺨도 맞고 물벼락도 맞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려지고 다시 사랑을 하고. 그래도 그 여주인공들은 다시 사랑이란 걸 하는데... 내 드라마는 아직 중간 과정인 건가, 아님 이제 중간 과정이 시작되는 걸까. 왜 화만 낼까, 너는.
미워 죽겠는데도 전정국이 보고 싶다, 오늘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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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 주제를 모르고 또 늦었습니다 용서하세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글쓰는 게 요즘 손에 잘 안 잡혀서 독방에 짧은 빙의글이나 썰 쓰면서 훈련 아닌 훈련을 하고 왔어요
그래도 거지 같은 필력과 노잼인 내용은 어찌 할 수가 없더라구요 ㅋㅋㅋㅋㅋ큐ㅠㅜㅠㅜㅠㅜㅠㅜ
오늘 승조 핵발암... 정확히 말하자면 은남매 그냥 핵발암입니다
승조 불쌍하게 쓰려다가 그래도 팬픽은 악녀 보는 맛이 있지! 싶어서 얄밉고 여주를 처량하게 만들었네요
체력 좋고 자존심 센 여주마저 울린 남정네들 ㅂㄷㅂㄷ... 정국아 한국 오면 혼내죠잉 ㅜ^ㅜ
여튼 독자분들 기다려주셔서 감사하고 저번 편에 제가 정말 간만에 와서 일일이 답글 달아드리다가 지쳐서 중도에 포기했슴다 죄송혀요...
이제 꾹떡(탄손이랑 정국이 커플 네임이에요 귀엽죠 하하)이 잘 될 일만 남았다고 기대하시던 많은 분들께 사과의 말씀 드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조금의 오해가 생기지 않을까요? 잘 풀어나갈지 더 엉킬지는 탄손이에게 달렸슴다 헤헤 (스포요정)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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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디밍디★ 다람이덕 밤이죠아 요괴 초딩입맛 호비의 물구나무 니나노 권지용 REAL 초코송이 ㅈㅈㄱ 아몬드봉봉 민군주님 고답이 민블리 꾸꾸 망고빙수 딸기 스무디 맙소사 마틸다 요를레히 꾸기꾹이 울컥 영고로 트위티 아이스크림 짐니덕후 마음 마시마로 크레이프 지민쓰짝사랑 ☆☆☆투기☆☆☆ 침을태태 삼일 노른자 닭키우는순영 땡스투전정국 빅히트박뿡 전정국(BTS/19) 문과평민 텔정퉬쉘문퉨쉘 양이 덕질인생 0418 웬디 채꾸 쌀떡아 구구마 꽃놀이 부랑이 뿌꾸뿌꾸 초코칩꾸기 창문너머할매 국쓰 체블 산딸기 별처럼 흥탄♥ 소뿡 이부 방탄나라 정국공주 내손종 자몽 쿠야쿠야 희망 이과공주님 정국노래자랑 사이다 꾸가 찹쌀떡 민빠답없 뿌뽀뿌 침침 구리구리 러블리꾹 윤블리 문과왕자님 곰탱♥ 하얀설탕 꼼데 호시기호시기 은하 소금 너를 위해 방치킨 첼리 태태요정 플랑크톤회장 연이 연수 슈팅카트 치즈케익 모찌 양념치킨 boice1004 음소거 음치 티록신 아침짝 만두짱 미니미니 돌하르방 딱풀 퍼플 정국이는나의정구기 대구서울혼혈녀 후엥 침침 비투 지금당장콜라가먹고싶다 미늉기 용서노노해 눈부신 1230 작가님사랑해여 수액맞는민윤기 뿌야 독자1 슝첸 가으루 복동 마름달 93 전정구기 짐잼쿠 현지짱짱 1014 으앙랑훙헹 슈슈 국쓰 블락소년단 슙큥 론 110221 들레 종구부인 넌나의첫번째 망고마이쩡 태태한 침침이 망고 인연 자몽자몽 정국사랑나라사랑 이과내가간다 시나브로 짐그래 누네 박스 토마토 깨알 미니미니모 방구대왕뿡뿡 히동 밍덕 422 열음 ♥계란말이 소세지빵 꾹아 818 상상 샘봄 근육요정 로렌 두둥실 채꾸 아카쨩 산들코랄 곰 민자몽 지밍지밍 부산갈매기 반짝여보 새별 정국아 ㅈㅁ 페브릭 막꾹수 색시 #원슙 꼬부기 미적2 본시걸 7t 0913 충전기 삼디다스 집밥 흰색 호빗 뾰로롱 퓨어 북극곰 정콩국 슙토끼야 봉봉 디즈니 삼천판다 쿠야 밤비 지하 소녀 딥크 민윤기윤기윤기 김태태 민트 돌고돌아서 올림포스 민슈프림 동동이 이과 우왕굿 고구마 SAY 뚱 태퉤 링가링카 비키트박뿡 뚱이 알몽알몽 무미니 마시마로 꾸뀨♥ 상큼쓰 탱탱 슈가몽 이룬나비 또이 즴니 퓨마 박듀 즌증구기 0622 꾹이 모닝빵 제이 큄 봉봉 ㅇㅇㅈ 경유 슈가슈가룬 포도가시 꽁냥꽁냥 밖에박지민봤지 토토야 빵야 전루살이 태정태세 윤기둥이 디디 괴도 비비빅 승승장구 미스터쿠야 유나 슈몽 코코팜 꽃소녀 오하요곰방와 97꾸 멜랑꼴리 핫코로 호비호비♥ 모히또 바카06090 스윗슈가 빨강이 이리다 팅커벨 스파크 쟈스민 74 ★.★ 웨딩슈즈 우혜 루디 ((95짐니)) 쟉하 밍쩡 동키즈 밍 ♡BTS♡ 큐큐 전정국동공 예봄비 피크닉 공주 뭉실 호올스 세일러비너스 설렘설렘열매 융융 정쿠키 나비 정국혼란 달콤윤기 오레오 꾸꾹이 밍꾹 태태침 지하 차녜 몽실몽실 닥구 꾹꾹이 루디 초코송이 슈탕 민트양 쿠쿠 ♡♡♡♡♡ 쀼르륵 치즈 봉구 태태 크라임탄 침침걸 달님 섹시석진색시 민트초코칩 토실 뿌얌 천상여자 딘시 오투 증원 나연희 허니꿍 프우푸우링 버블버블 갸또 이레네 정국온탑 엔터키 연타 귀여운 찌질이 호시야 진격의정꾹 골룸 쿠앤크 퓽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