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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전체글ll조회 1865l




소년 브레이브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날 이였다. 그날따라 루한은 폐가의 처마 끄트머리에 서서 어디서 난지 모를 담배를 한모금 들이 마시고 있었다. 꾹꾹 뭉쳐진 수증기 위로 담배 연기가 눅눅하게 피어 올랐다. 루한은 자신이 왜 이 곳에 온지도 모르겠고, 왜 비가 오는지도 모른다는 눈치였다. 단지 근처 창고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와 비명소리가 신경쓰여서 온 것이라면 그게 전부였다. 다시 한 번, 루한의 입술로 담배 필터가 빨려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다. 연기가 눅눅하게 뭉쳐져서 공중으로 퍼지지 않았다.
 폐가에서 딱 다섯걸음. 그 안에선 소위 말하는 왕따라는 것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무도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약자는 약자니까 강자에게 당해야만 해야 하는거라고. 그래서 이유없이 괴롭혀서 재밌잖아요 라고 말할수 있는 거라고. 강자들의 희생양이 된 약자인 민석은 오늘도 이유없이 인적이 드문 창고로 끌려와 그냥 맞고만 있었다. 처음엔 발악도 해봤고, 경찰에 신고도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모두 부질없는 짓 이라는 허탈감만 들었다.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가 없는 감옥 같았다.
 그렇게 민석이 창고 위 아스팔트에서 굴러다니고 있을 무렵에 루한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신발로 짓이겼다. 중국계 한국인. 전학을 온 첫날부터 루한에 대한 소문은 진실과 거짓이 섞여져 더이상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루한만의 영역을 만들게 되었다. 싸움을 잘 한다던가, 함부로 건들면 그날로 병신이 된다던가. 루한은 알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해명한다고 해도 안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였다.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창고로 다가간 루한은 기습적으로 육중한 철제 문을 열어 젖혔다. 빗소리가 더욱 세차게 들렸고, 민석을 신나게 밟고 있던 패거리들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엷은 갈색 머리의 소년이 문 앞에서 고개를 비스듬히 틀고 있자 패거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낄낄 웃으며 발길질을 멈추었다. 팔을 교차로 틀어 몸을 말아 보호하고 있던 민석은 발길질이 멈추자 패거리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시선을 고정했다. 빨간 스니커즈. 어렴풋이 기억에 남았다.

 "어? 이거 우리학교 전학생 아니신가. 여긴 왠일이래?"
 "아아. 너도 이새끼 밟으러 왔냐?"

 우두머리의 옆에 있던 남자가 민석의 배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루한의 미간이 살짝 구겨지는 듯 했다. 험악하게 돌아가는 상황도 모른 채 패거리는 루한에게 점점 깝죽거리기 시작했다.

 "어쩌나. 우리가 이미 따놔서 말이야-. 다른데 찾아가 봐라."

 낄낄거리며 웃는 우두머리의 얼굴에 루한의 주먹이 꽂힌건 1초라는 시간안에 일어난 일이였다. 남자는 그대로 나가 떨어졌고, 루한은 신경도 쓰지 않은채 창고 안에 있던 패거리들을 모두 상대했다. 1대 다수여서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던 패거리는 루한의 주먹에 모두 나가 떨어져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을 가버렸다. 세차게 내리던 비가 좀 잠잠해 지는 것 같았다. 창고 안엔 곰팡이내와 습기가 섞여 눅눅한 내음을 풍겼고, 루한은 머리를 헝클이며 아직 바닥에 구르고 있는 민석을 보곤 앞으로 다가가 쭈그려 앉았다.

 "...야."
"...ㄱ,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제발. 제발요."
 "...걔네 갔어. 일어나."

아아, 감사합니다. 민석은 아스팔트 바닥을 짚고 힘들게 일어났다. 루한이 살짝 어깨를 잡아주자 힘겹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민석."
 "...절 아세요?"
 "전교에 소문 쫙 났던데. 김철형네 패거리 깔이라고."

 그런건 아니에요. 그냥 약자일 뿐인데. 민석은 루한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깔이라니. 소문이 너무 돌아서 막장으로 간듯해 골치가 아파졌다. 아니면 마는거고. 슬슬 다리가 저려오는지 루한은 벌떡 일어서 민석을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안일어나?"
 "다리에 힘이 안들어가요."

 아, 그러냐. 루한은 멀뚱히 있는 민석에게 손을 내밀었다. 잡아. 희고 가는 손을 눈 앞에 둔 민석은 이게 뭐냐는 듯 루한을 올려다 보았다. 그냥 잡으래도. 루한의 입에서 쯧 소리가 나오자 그제서야 손을 잡고 일어나는 민석이였다. 교복 바지에 검은 먼지가 얼룩 덜룩 묻어 있었다. 얼굴엔 잔 상처가 많이 나 있어서 루한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민석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다. 민석이 놀라 뒤로 물러나자 루한은 그때 짧은 탄식을 뱉으며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근데, 너 나랑 동갑 아니야? 말 놔."
 "어? 어어..."

 난 루한이야. 알지? 응. 민석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제 됬다는 듯 루한은 몸을 돌려 창고를 나가려 했다. 비가 서서히 그쳐 그냥 맞고 가도 될 수준의 잔비가 내리고 있었다. 민석은 그런 루한을 멀뚱히 쳐다 보다가 황급히 그 뒤를 따라 나갔다. 그럼 이제 루한이 내 친구 인건가. 민석은 희망을 바랬다가 이러면 안된다는 듯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자신은 용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저 이러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이후에 루한과 민석이 다니는 학교에 소문이 파다하게 버진건 안봐도 뻔한 일이였다. 루한이 민석을 구해줬다는 원제에서 출발해 종국에는 민석이 루한에게 몸을 대주고, 그래서 루한이 민석을 보호해준다는, 말도 안되는 결론이 도출되는 말들을 듣고도 루한과 민석은 서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패거리는 더이상 민석을 건드리지 않았고, 루한은 학교에서 더욱 견제를 해야 하는 학생이 되었다. 그러던지 말던지. 루한은 귀찮아서 가만히 있었다.
 최근 며칠 동안 민석이 보이지 않았다. 약간 신경이 쓰이기라도 한듯 루한은 복도에 지나가는 학생을 아무나 붙잡아 김민석이 몇반이냐고 물었다. 학생은 소문을 들었는지 긴장을 바짝 해서는 6반이라고 알려주었다. 루한은 10반이였는데, 한 층을 두고 떡 벌어져 있는 교실이였다. 빨간 스니커즈를 끌며 민석의 반으로 가 문을 열자 그 반은 찬물을 부은듯 분위기가 사악 가라앉았다. 김민석 있어? 루한의 말에 어떤 학생이 자고 있는 듯한 민석을 흔들어 깨우곤 누가 널 찾는다며 대강 알려주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눈을 부비며 민석이 일어났을 때, 루한은 무표정으로 손을 들어 까딱거렸다. 아아. 민석은 황급히 일어나 루한의 뒤를 따라 나갔다.
 학교 뒤 소각장으로 민석을 데리고 간 루한은 익숙한 듯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필터를 입에 물었다. 민석은 앞에 서서 멀뚱하게 루한만 바라볼 뿐 이였다. 뭐하냐. 루한은 민석을 살짝 보며 말을 걸었다. 흠칫. 민석의 몸이 잘게 떨렸다.

 "그...저기..."
 "뭔데?"
 "우리... 친구, 맞는거야?"

 민석은 루한에게 말하고 싶었다. 친구가 되자. 얘기가 하고 싶은걸 이라고.

 "넌 날 괴롭히지 않는거지?"

 민석은 루한에게 작은 희망과 용기를 걸고 조심스레 말했다. 글쎄. 눅눅한 연기를 뿜어내던 루한은 잠깐 고민했다.

 "친구. 해. 그거."
 "...진짜?"

 신난다. 큰 미소는 아니지만 살짝 미소를 짓는 민석의 얼굴을 보며 루한도 피식 웃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루한이 학교에서 소문을 들은 것 중에서는 민석이 환하게 웃었다는 소문은 돌지 않았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친구. 까짓거 하던가. 루한이 무심하게 손을 내밀자 민석은 자신의 손으로 덥석 잡아 악수를 하는 자세를 취했다. 소년은 그날 매우 행복했다.


 루한은 담배를 물고 멀끄러미 교문 앞에 서 있었다. 이윽고 교문에서 민석이 나오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민석의 앞에 서서 걷기 시작했다. 뭉글뭉글 피어 오르는 담배연기와 툭툭 걸어가는 빨간 스니커즈가 민석의 시야에 잡혔다. 민석은 제멋대로 루한에게 이해를 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루한은 그걸 눈치채지 못하는 듯 했다. 그래도 좋았다. 처음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약자가 아닌 입장으로 바라봐 주어서. 가방끈을 꼭 쥐고 민석은 루한의 뒤만 따라서 하염없이 걸었다.
 이제 민석은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다. 여전히 파도처럼 밀려오는 무관심은 존재했지만 그래도 성나고 거친 파도가 아닌 잔잔하고 낮은 파도 같다고 느껴지고 있었다. 친구. 그거. 해. 아직도 생생하게 들려오는 세 마디가 민석의 마음에선 힘이 되고 있었다. 루한이 걷다가 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마 민석이 안전하게 잘 따라오나 확인을 할 모양이였으리라. 난 괜찮아. 민석이  씩 웃으며 손을 들었다. 그럼 됬고. 루한은 다시 고개를 돌려 걷기 시작했다.
 장마철이여서 그런지 비가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비가 내리자 루한은 뒤에 있던 민석의 팔을 잡고 냅다 지붕이 있는 곳으로 뛰었다. 하나 둘 떨어지던 물방울은 이내 거대한 장대비로 변하여 세상의 모든 것을 먹어 치우고 있었다. 성난 괴물 같은 장마는 도로를 짙게 적셔갔다. 얼마나 뛰었을까. 이름 모를 상가의 간판 밑에 도착한 루한은 가픈 숨을 내쉬며 민석의 상태를 확인했다. 머리가 약간 젖어서 그런지 축 가라앉아 있었다. 김기, 걸릴라. 루한의 큰 손이 민석의 머리를 흩트렸다.

 "루한. 우산은 있어?"
 "아니."
 "그럼 여기서 집까지 얼마나 걸려?"
 "...모르겠는데."

 대책없게. 민석은 자신도 모르게 루한의 등을 살짝 눌렀다. 군청색의 교복이 살짝 바르르 떨린 것 같기도 했다.

 "넌 어떨대 보면 참 무신경한 것 같아."
 "별로."

 루한의 어꺠가 으쓱했다.

 "그래서. 넌 집에 어떻게 갈껀데?"
 "너는?"
 "난 우산이 있어."

 오늘 아침에, 우리 할머니가 허리가 쑤시다고 해서 혹시 몰라서 가져왔는데. 신통방통하네. 가방 안에서 우산을 꺼내는 민석을 보며 루한은 그렇구나 라고 대충 대답했다. 함박 웃음을 짓던 민석의 눈이 이젠 루한에게 고정되었다. 걱정되는데. 라고 중얼거리며.

 "... 난 괜찮으니까, 얼른 가."
 "그게 아니잖ㅇ,"

 간다. 민석의 말을 자르고 루한은 쏟아지는 장마의 속으로 사라졌다. 우두두두 소리를 내며 비는 사납게 굴고 있었다. 그랬다. 자신은 지금 비에 맞은 성난 개를 안고, 그 개에게 이해를 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답은 하지 않는데, 무작정 자신의 말을 퍼부으며 손을 잡고 대답을 원한다는 눈치. 내가 좀 이상했나. 빨간 우산을 펼치며 민석은 루한을 시야에 두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죽어버려라. 넌 이상해. 사라져버려. 왠지는 모르겠지만 민석은 이유없이 그런 말을 많이 들으며 살아왔다. 처음엔 서러워서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하냐며 사람들을 상대로 악을 쓰고 성질이라도 내 보았지만 모두 모래처럼 바스라져 바람에 실려 날아갔다. 이제는 면역이 되여서 괜찮다. 뭔가에 감염이 된 것 같아서 못난 말을 들어도 저절로 마음을 닫아버리게 되었다. 민석은 덤덤했다. 의외로.
 루한은 그런 민석을 알지 못했다. 창고에서 두드려 맞고 있던 민석을 도와준 이유는 그냥 '신경쓰여서' 였다. 그 외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고, 민석이 하자던 친구도 받아주지 않으면 민석의 눈에서 곧잘 홍수가 터져 나올 것 같아서 말을 했었다. 이제는 친구니까, 잘 지켜줘야 한다는 사명감 아닌 사명감에 사로잡혀 방과후에 하지도 않던 짓을 하고 있으니. 루한도 이런 자신이 조금 낯설기도 했다.
 학교에선 쉬는 시간 마다 민석의 반에 찾아가 그 옆에 앉은 짝을 쫒아내고 같이 있다가 오기도 했다. 수업 종이 치면, 루한은 반으로 갈 때도 있었고, 옥상이나 소각장으로 가 수업을 종치는 때도 있었다. 거의 후자에 가까운 루한의 행동을 학교에서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민석은 그런 루한이 반갑고 고맙기도 했지만, 미안함이 더 많은 구석을 차지했다. 무작정 미안하고 고마웠다. 민석의 가슴 한 구석이 욱신거렸다.

 '난 거절당했어.'

 언젠가, 둘의 사이에 조금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 민석이 루한에게 넌지시 말을 꺼낸 적이 있었다. 

 '죽어버리라느니, 나를 속이자느니, 진짜 싫다드니, 더럽다느니.'

 더이상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는데도, 나는 그들에게 거절당했어. 민석이 하늘을 보다가 자신의 신발 끝에 시선을 두었다. 루한은 느겼다. 어딘가 느껴지는 증오와 서글픔을.

 '그 사람들이, 누군데?'

 루한의 입에서 연기를 마저 뿜어낸 담배가 흐들흐들 거리다가 이내 사라졌다.

 '...마음이. 거절당했다고 마구 두들겨,'

 그래서 내가 현실이랑 동떨어 진건지, 아니면 약자의 입장에 서게 된건지. 어느 순간부터 민석의 말이 굉장이 횡설수설 해지기 시작했다. 루한의 손이 민석의 어깨로 올라오려다가 이내 뇌에 의해서 저지당하고 말았다. 그렇구나 라고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루한도 의외로 진지한 구석이 있구나. 민석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그런게 아니라며 발끈하는 루한이였다. 괜찮아. 원래 다 그래.

 민석은 체념을 했다는 듯 말했다. 루한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루한. 너는 어때? 민석의 질문에 루한은 손가락만 굴리며 입을 웅얼거렸다. 자기는 체념하지 않았고, 그냥 겉만 맴돌았을 뿐이였다.

 '... 난 그냥 현재 상태야. 과거로 파고든다거나, 미래를 꿈꾼다거나, 그런건 없으니까.'

 아마도. 루한은 살짝 자신이 없어 보였다.
 
'그렇구나.'

 이번엔 민석이 대답했다.

 '그런게, 제일 행복한거야.'

 둘이 서 있는 장소에,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와 머리를 한번씩 휩쓸고 지나갔다. 바람이 사납네. 하늘을 보며 웃는 민석을 보면서 루한은 왠지 모를 오한이 들었다. 더 신경을 써야 하나. 친구, 그런 거라면서. 맞나. 처음 느껴보는 복잡함에 루한은 자신의 머리를 헝클였다. 민석이 왜 그러냐고 묻자, 루한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이상하기는. 이내 민석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운동장 저편. 아카시아 나무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간 이후에 그들의 괸계는 전진을 했다기 보다는 루한이 민석에게 더 관심을 가진다는 결론을 낳았다. 민석은 부담스러웠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천국을 맛본다는 생각으로 루한을 열심히 따라다녔다. 교내에서도, 방과후에도, 저녁에도. 패거리는 민석을 보고도 시비만 걸었지 직접적으로 때리지는 않았다. 괜찮았다. 맞지 않는다는 행복감에 민석은 흡족해했다.
 그렇게 둘은 적당한 선을 그은 채로 그 안에서 살았다. 학교에선 둘이 사귀냐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루한과 민석은 입을 열지 않았다. 게다가 남고에, 상대가 루한인지라 말도 안되는 소문은 금방 묻혀버리고 말았다. 여전히 루한은 담배를 피고, 민석은 루한의 뒤를 따라다녔다.


 사건의 발단은 김철형의 패거리에서 시작되었다. 루한이 민석을 감싸고 도는지라 한동안 잠잠했던 패거리는 시간이 갈 수록 루한이 민석에게 신경을 꺼 가는 때에 이르자 이때다 싶어 민석을 잡아다 다시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 날, 루한이 자신을 구해준 날 처럼 항상 비가 내리고, 창고 안은 눅눅하고 습했다. 둔탁한 소음과 발자국들이 깊게 눌러지는 소리. 이번엔 루한이 오지 않는다. 아아. 민석은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감으며 탄식을 내뱉었다. 아파서인지, 섭섭해서 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섭섭해하면 안되는데. 그냥 자신이 일방적으로 루한에게 다가선건데. 막무가내로 이해를 구한건데. 뭔가를 루한에게서 바라면 자신은 폐가 되는 것이였다. 조용히 있자. 조용히. 저 멀리 수증기가 아른거리는 광경을 어렴풋이 보면서, 민석은 눈을 더욱 감았다.
 교문에서 민석을 기다리던 루한은 시간이 지나도 민석이 나오지 않자 다시 학교로 들어갔다. 그리고 허겁지겁 뛰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평소에 가만히 있던 민석의 반 학생이 김철형네 패거리에게 민석이 끌려갔다는 소리를 듣자 마자 앞 뒤를 가리지 않고 그냥 나와 달리는 루한이였다. 어디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짐작이 가서 황급히 그 곳으로 달려갔다. 장마철이여서 우산을 들었다. 귀찮고 걸리적 거리지만 민석이 보면 착하다고 루한을 칭찬해 줄 것 같아서, 루한은 파란 우산을 함부로 버리지 못했다.
 장마가 내리고, 육중한 철문에선 녹슨 쇠 냄새가 풍겨왔다. 역시나, 루한의 예상이 맞은 듯 철문 뒤에서는 욘갖 욕설과 폭언과 더불어 발길질 소리가 났다. 작은 사건의 서막에 불과한 외설적인 소리들. 우산을 접어 손에 말아 쥔 루한은 막무가내로 문을 열고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도 패거리는 도망쳤다. 저번과는 다르게 두고 보자는 여유를 가지고. 패거리는 쉽게 물러섰다. 루한이 주먹질을 몇 번 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도망갔다. 뭔가 불안했다.

 "...루한이야?" 

 응. 민석. 얼굴에 피가 번진 민석의 손을 잡아주며 루한은 대답했다. 상처가 흉했다.

 "어떻게 알고 왔어... 그냥 지나가도 되는걸."
 "... 내가 바보냐."

 하긴, 우리 루한은 바보가 아니니까. 민석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웃었다. 웃지마. 상처 벌어진다. 루한은 애써 표정에서 웃음을 지웠다.

 "우산 들고왔네? 안가지고 다니더니."
 "그냥, 너 생각나서 들고왔어."

 사실은 네 칭찬을 듣고 싶었어. 루한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억지로 내리 눌렀다. 아까부터 가슴이 욱신거렸다.

 "잘했어. 우리 루한."

 민석에 앞에 쭈그려있던 루한의 머리에 작은 손이 내려앉는 것이 느껴졌다. 쓰담쓰담. 마치 작은 것을 정성스레 다루는 듯이. 민석은 다시 웃었다.

 "민석,"

 응?

 "네가 하지는 친구가 이런거면, 난 그냥 그만할래."

 루한.

 "친구면, 뭐든 말해주고, 뭐든 상의할 수 있는게 친구 아니야? 타오가 그러던데."

 루한.

 "나는 네가 나한테 이해를 구한다는게 이런건줄 몰랐어."

 그런게 아닌데.

 "친구면. 날 친구답게 대해줘."

 "... 루한."
 "...그게 훨씬 더 나으니까."

 이제야 속이 후련하네. 루한은 속으로 흡족하게 웃었다. 타오가 그랬다. 친구라면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고. 항상 열려있는 길이라고. 민석이 혼자서 이상한 상상 하는게 싫어서 말해주는 거야. 무덤덤한 얼굴로 민석을 보던 루한은 뒤로 돌아 앉아 민석에게 등을 보였다. 
 업혀.
 루한의 등을 멀뚱히 보던 민석은 뭐해, 안업혀? 라는 재촉에 못이겨 루한의 등에 어거지로 엽혔다. 한 손에는 파란 우산을, 등에는 민석과 민석의 가방을 들쳐 엽고 퀴퀴한 내음을 풍기는 창고를 나섰다. 왠지 모르게 루한은 등이 홀가분 하다고 느껴졌다. 민석. 응? 날이 갰어. 봐바. 그렇네. 루한의 말에 하늘을 같이 올려다 보던 민석은 오묘한 느낌을 받았다. 안도감과 불안감이 섞인 상태. 민석이 살짝 떨자 루한은 위로라도 해주려는 듯이 괜찮아 라는 말을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루한의 나긋한 말을 들으며 민석은 지쳤는지 이내 숨소리가 고르게 퍼졌다. 다행이다. 루한은 웃으며 민석을 다시 들쳐 업었다. 근데, 어디로 가지. 도로 한 가운데에 멈춰서 루한은 잠시 고민했다. 어쩔수 없지. 그리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뒤에서 우직하게 서있던 신호등이 빨간 불로 바뀌었다.


루한이 민석과 몇달 몇날을 같이 지내갈 무렵에, 자꾸 심장이 욱신거리는게 이상해 타오를 불러냈다. 타오, 막 민석만 보면 가슴이 아프고 답답해. 그리고 눈물이 나려고 해. 왜 그런거야? 루한이 술술 풀어놓자 타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루한의 말에 대답했다.

 "너 민석을 좋아하는구나."

 좋아하는 거? 친구로는 좋아하는데. 아니야 이 둔탱이야. 이성대 이성으로 좋아한다 이런 뜻이지. 그런가. 루한은 평소처럼 밍밍하게 굴었다. 저 답답이. 타오는 가슴을 탕 치며 놓여있던 주스를 들이켰다.

 "시원하게 말해. 내가 너 좋아하니까, 앞으로 나만 보라고. 민석이 그걸 이해하지 못 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지금 민석 디스하냐. 아니야. 예민한 이야기에 루한은 타오를 째려보았다. 사실은 그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라서.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무는 루한을 보며 타오는 유독 이상한 분위기를 풍긴다며 의문을 품었다. 별로. 루한은 평소의 자신처럼 행동했다. 물론 항상 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쉽게 하면 된다. 하지만 민석의 말을 가만히 들으면서 느낀건 '함부로 건들면 안된다' 는 것 이였다. 마음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자신을 그러인으며 이해를 구하는 민석에게 좋아해 라는 세글자는 너무나도 어렵고 먼 단어였다. 그렇게 쉬웠으면 벌써 해결했지. 민석을 떠올리며 루한은 한숨을 쉬었다. 넌 날 괴롭히지 않는거지? 이젠 화살이 되어 루한의 가슴에 박혀버린 말을 생각하며 애꿎은 머리를 헝크렸다.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루한은 민석을 봐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고, 민석도 평소처럼 루한을 따랐다. 선은 여전히 그어져 있고, 둘은 지워버릴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마치 지금 이 세계에 안주한다는 듯이 무심하게. 일기 예보에서는 장마가 거의 끝나간다고 캐스터가 중얼거렸다. 그래도 아직 곳곳에 소나기가 내릴 꺼라면서, 태풍이 올지도 모른다면서 조잘조잘. 리모컨을 들어 티비를 끄면 조용한 빗소리만 들릴 뿐 이였다.


 여전히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였다. 루한은 민석을 볼 수록 가슴이 아팠고, 민석도 어딘지 모르게 우물쭈물 하는 티가 많이 났을 무렵이였다. 작은 불씨가 크게 타올랐고, 기어이 화마는 둘을 집어 삼켜 버렸다. 아직은 아무도 몰랐다.


 민석은 루한의 앞에만 서면 괜히 부끄러워지고 숨어버리고 싶어졌다. 평생을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에 민석은 당황했다. 자신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할머니와 루한 뿐이여서 민석은 더욱 우물쭈물 거렸다. 당사자한테 털어놓을 수도 없는지라 애가 탔다. 할머니는 며칠새 몸이 안좋아 지셔서 방 안에만 누워계시니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것 같지도 않았고. 괜히 학교에 퍼졌던 소문들이 생각나 손으로 두 볼을 감싸고 머리를 휘휘 저었다. 그런게 아닌데. 진짜로.


 날이 갤 때는, 루한과 민석이 같은 발자국으로 같이 한 걸음 나아간다.


 김철형 패거리는 자신들에게 치프를 가한 루한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민석과 루한이 사는 동네에는 큰 강이 흘러가고 있었다. 차들이 지나다닐 정도의 큰 다리의 밑엔 아찔할 정도로 낮은 강물이 소용돌이 치는 악마의 강. 이거다. 패거리는 계획을 세우며 킬킬 웃었고, 강물이 불어나는 날, 정확히는 며칠 후에 자신들을 엿 먹인 루한에게 복수의 칼을 찔러 넣어주겠다는 다짐을 했다. 자신들의 유일한 낙이였던 민석을 구렁텅이에서 꺼내간 것이 매우 괘씸했다.
 불씨가 일어나 타고 있던 며칠 후. 루한이 잠시 자를 비운 사이에 민석은 패거리에게 잡혀 억지로 질질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민석이 루한의 이름을 크게 부를세라 입에 청 테이프를 붙여 막아버린 패거리들의 손에는 금방 식은 땀이 가득 찼다. 이래도 되는거야 대장? ㄷ, 닥치고 내가 하라는대로 해. 너희도 루한이라고 하면 치가 떨리잖아. 아니야? 김철형도 약간 긴징을 하기는 했는지, 침을 목으로 넘기는 소리가 우울컥 들렸다. 민석은 그러려니 했다. 다시 그 창고려나. 그럼 루한이 날 구하러 와주겠지 라는 안도감으로.
 하지만 현실은 매정하게도 패거리는 민석을 데리고 강의 위에 있는 다리로 데려갔다. 그리고 난간에 민석을 몰아붙이며 금방이라도 저 아래로 떨어뜨려 주겠다는 듯이 마구 밀어댔다. 전날 온 비로 강물은 몇배로 불어나 있었고, 물살도 매우 빨라져있어 자칫 잘못하면 죽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써 숲으로 도망쳤는데, 다시 끌려 나와버렸다. 민석은 불안함에 눈만 이리저리 굴렸다.

 "루한이 너 감싸고 다니니까 네 편이 생긴줄 알지?"
 "정신차려. 그건 그냥 겉치레일 뿐이야."
 "착각하지마. 병신."
 
 죽어버려.
 사라져.
 널 속이는거야.
 이새끼는 더러워.

 면역력이 생겼다. 아주 강한 면역력이여서, 험한 말을 들어도 민석은 아무렇지 않았다. 괜찮다. 자신은.
 한편 그 무렵에 루한은 민석을 미친듯이 찾아 다니고 있었다. 어디 간거야. 민석이 밥먹듯 맞던 창고에도 가봤지만 텅 비어있어 루한은 허탈감을 느꼈다. 숨이 턱 끝까지 차도록 루한은 계속 달렸다. 아마도 그 패거리들이 끌고 간 것이다. 대강 짐작을 하며 루한은 계속 달렸다. 동네 구석구석을 뒤지고, 사람들에게 물어도 봤지만 얻는 것은 모른다는 대답들 뿐 이였다. 애가 탔다. 자신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 뜯었다. 초승달 모양의 상처가 깊게 패이고, 피가 스멀스멀 배어 나왔다. 민석. 민석, 아. 김민, 석. 그의 이름을 드문드문 끊어 외치면서.
 
 그거 봤어? 김철형이 김민석 다리에 눕힌거.
 봤어. 걔네 그러다 퇴학 당하는거 아니야?
 
 루한의 귀에 지나가는 소년들의 말이 들렸다. 다리. 다라리면 동네에서 큰 하천이 있는 다리. 순간 민석이 위험하다는 것을 감지한 루한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제발 무사해 달라고. 손톱에 고인 피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것도 모른 채로 계속 달려갔다.
 너의 백마탄 왕자님은 안오냐? 김철형이 낄낄 웃으며 민석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저리 꺼지라는 듯이 민석의 다리가 공중에서 허우적 거렸다. 순간 중심을 잃어 난간에서 떨어질 뻔한 민석은 다행히 금방 자세를 잡으며 위험 천만한 순간을 피할 수 있었다. 입이 답답했고, 청테이프는 거칠거칠 했다. 민석은 그냥 루한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안다. 김철형이 노린건 자신이 아니라 루한이라는 것을. 강물이 철썩이는 소리가 민석의 귓가에 웅웅거렸다. 
 저 멀리서 교복을 입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모습이 보이자 루한은 본능적으로 민석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조금도 숨을 쉴 틈도 없이 다리 위로 곧잘 달려간 루한은 순간 맥이 탁 풀려 주저 앉을 뻔했다.
 민석이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었다. 루한이 달려들려 했지만 김철형의 제지로 인해서 달리던 발이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니네 설마 사귀냐?"
 "... 비켜."
 "더러워서 정말. 남자 새끼들은 어떻게 따던? 뒤에를 손가락으로 뚫나? 어?"
 "..."
 "백마탄 왕자님. 왕자님이 하인들에게 건 태클이 너무 강해서요. 저희가 쿠데타를 좀 일으켰습니다. 네? 이 새끼야."
 
 패거리가 루한과 민석을 비꼬며 다가오자 루한은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한명이 민석을 잡고 있었다. 나머지만 어떻게 잘 해결하면 괜찮을 것이다. 가만히 있는 민석을 한번 본 루한은 차례대로 패거리를 때려 눕히기 시작했다. 하나, 둘, 여러명. 루한의 주먹에 나자빠진 김철형은 안되겠다는 듯이 어디서 구한지 모를 벽돌을 들어 루한의 뒤로 던져버렸다. 놀란 민석의 눈이 크게 떠졌다. 
 피할 수 있었으면 피해 버렸을 텐데. 마음대로 안되네.
 다행히 힘이 없었던 김철형 덕분에 벽돌은 다리에 세게 부딫혔고, 루한이 잠시 휘청하자 다시 일어난 패거리는 신나게 루한을 밟으려 했다. 하지만 다리를 추스르며 일어난 루한은 그들을 다 따돌리곤 민석을 잡고 있던 한 명을 밀어냈다. 민석만 잘 잡아내면 된다. 그럼 무사히 끝나고, 아들은 벌을 받을 것이다. 루한의 계획은 이러했다.
 민석이 뒤로 넘어갔다. 간신히 입에 붙은 테이프는 띁었지만 속수무책으로 불어난 물에 삼켜져 버렸다. 민석. 어디가. 민석. 민석. 민석. 루한이 손을 허우적 거렸지만 빠르게 내려가는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한 마리 가련한 새처럼, 민석은 물에 큰 소리를 내며 빠져버렸다.
 
 "민석!!!!!!!!!!!!"
 
 루한은 무작정 뛰어들었다. 두명 다 강물에 빠져버렸다.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어 간신히 민석을 잡은 루한은 강가로 빠져나가려고 하다가 점점 빨라지는 물살에 안간힘을 써도 안된다는 현실에 절망했다. 민석은 물을 많이 마셨는지 기절했고, 점점 다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민석. 정신차려봐. 민석. 루한이 민석을 부르며 의식을 꺠우려 애를 썼지만 모두 허사였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수도 있나. 루한은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끼며 이를 악 물고 헤엄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이건 희망을 원한 댓가야,'
 '괜찮아. 나에게 주어진 댓가니까.'
 
 민석. 정신차려봐, 루한의 정신도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 민석."
 
 평소라면, 민석이 응 하고 대답을 해 줄텐데.
 
 "... 좋아, 해."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내가 아주 많이 널 좋아한데. 처음엔 호기심이였는데, 이제는 진짜로 널 좋아한다고 하더라.
 
 "꼭, 살아줘."
 
 이건 내가 너에게 전하는 진심이야. 기억해줘.
 가물가물 해지는 시야를 끝으로 루한마저 끝끝내 눈을 감아버렸다. 동네 근처에 있던 신호등이 여전히 빨간색에서 다른 색에서 바뀌지 않고 있었다. 피물색 꿈. 그 것은 매우 잔혹하고 애달픈 꿈이였다. 환상담의 폭주, 닫혀버린 희망, 열려버린 끝.

누가 죽어버렸고, 누가 살아버렸는지 알 수는 없었다. 단지 한명은 눈을 떴고, 한명은 눈을 감아 버렸을 것이다. 두 예제중 하나라도 아니라면 매우 다행인 거고. 타오는 벤치에 가만히 앉아 그 둘을 회상했다. 경찰에 실종 신고가 들어온 이후부터 온 강변을 쥐잡듯이 뒤져봐도 나오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루한의 빨간 스니커즈 한 짝이 강 하류에서 발견되었을 뿐 이였다. 민석의 할머니는 이 소식을 듣고  쓰러지셨고, 원래 가족이 없었던 루한은 타오만이 회상해 줄 뿐 이였다. 완벽한 행방불명이였다. 루한이 전해준 말 중에 민석이 버릇처럼 말했다던 거절당했다는 마음은 완벽하게 열렀을까. 이제는 유품처럼 되어버린, 루한이 피우던 담배곽을 으스러지도록 쥐면서 타오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다시 쓰던 편지를 이어본다. 김철형 패거리는 학교에서 퇴학을 당해서 교도소에 갇혔고, 학교는 발칵 뒤집어져서 난리가 났었다. 민석이네 할머니는 쓰러지셨고, 루한 너는 나만 기억하고 있다. 경찰이 아무리 찾아도 어디에 있는지는 너희만 알겠지. 하나만 물어보자.
 
 죽었어? 아니면 살았어?
 
 내가 궁금한건 이거 하나 뿐이야. 근데 지금 이것도 모른다는게 답답하고 화만 날 뿐이다. 잘 살고 있어? 어디에서 깨든, 어디에서 보던, 꼭 둘이 붙어있을 것 같은데. 민석은 루한의 고백을 들었어? 그새끼는 너 좋다고 사족을 못쓰던 애야. 원래 귀찮아해서 티를 잘 안내지만 뭐. 사실 민석도 루한을 좋아하고 있었다거나 그런건 아니겠지?
 타오가 분주하게 움직이던 펜 촉이 순간 멈추었다. 광활한 운동장의 위로 겨울을 준비하는 낙옆이 몇 자락 후드득 떨어졌다. 그리고, 순간 타오의 시야에 들어온건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놀라운 것 이였다, 타오는 그제서야 안심했다는 듯이 활짝 웃었고, 고개를 숙여 멈춘 펜 촉을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행복해 보이네. 누구긴 누구겠어, 너희 둘 말이야.
 
 웃고 있었어.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이 되지는 않지만.
 타오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면, 빨간 스니커즈가 즐거운 듯 움직였고, 파란 우산과 빨간 우산이 각각의 손에 쥐어저 있었다는 것 이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칼과, 그 위로 흐드러지는 함박 웃음.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인영 둘. 이윽고 편지를 마무리 지은건지 타오는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쪽지 모양으로 접어 앉아있던 벤치 사이에 끼워 두었다. 언젠가는 와서 보겠지. 긴 다리로 휘적휘적 걸으며 타오는 그 둘을 추억하지 않았다. 이미 행복해서 죽어버릴것 같이 보였으니까.
 이제는 비 대신 화창한 날만 계속 되었다.



 동명의 소재인 소년브레이브 라는 노래에서 소재를 따왔슴니당
루민은 아파하지 말고 평생 행쇼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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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ㅠㅠㅠㅠ 분위기 너무 좋네요! 신알신 하고 가요! 암호닉 받으시나요...?
10년 전
메카
앗 감사합니다! 네 받아요~
10년 전
독자2
달걀찜으로 할게요!!!
10년 전
독자3
헐 작가님 왜 절 울리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아 왜이렇게 분위기도 좋고ㅠㅠㅠㅠ작가님 진짜 짱짱이에요ㅠㅠㅠㅠㅠㅠ신알신걸고 눈물닦으면서 사라질게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4
헐 대박 왜 이런게 좋지 ㅠㅠㅠㅠ 슬프게끝나서아쉬워요 ㅠㅠ 다음엔 해피해피 해주세요 ㅠㅠ
10년 전
독자5
전 비회원이라서 즐겨찾기 해두고 가야겠네요..핰 진짜 이런 잔잔하면서 마지막에 빡 터트리는 거 너무 좋네요. 애들이 행복하다면 좋아요 빨간스니커즈와 우산... 아련하네요. 카톡상메로 해놓든가 해야지. 이대로 놓기 아쉬워요 엉엉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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