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의 미학 "좋아해." 평소에 말없고 묵묵하기로 소문한 전원우선배가 고백해왔다. 어떡해, 남몰래 맘에 담아 두고 있었던 선배였다. 무서운 인상에 끙끙 앓으면서 말 한마디 건내보지도 못하고 있었던 나였기에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걸로 만족하고 있었는데... 분명 그랬었는데, 세상에, 맙소사! 날 좋아한다니. 숨이 턱턱막히고 폐에서는 물을 끓이는지 더운 숨이 색색 나오고 있었다. 재촉하지 않고 날 내려다보는 선배를 힐긋보니 귀가 새빨개져 있었다. 그 붉은 귀를 보자 미친듯이 실감이 났다. 꿈이.. 꿈이 아니라구! 귀속에선 뎅뎅- 종소리도 울리고 폭죽터지는 소리도 났다. 선배의 긴장한 목울대가 울렁이는 걸 보자 조급해진 마음에 냅다 "저도, 저도 좋아해요!" 하고 소리쳤다. 내 목소리의 다급함을 알아챈 원우선배가 웃으며 내 머리를 꾸욱 눌렀다. 나도, 나도 많이 좋아해. 내가 좋아하는 선배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리고 낮게 흐흥,하고 웃는 소리. 아 행복해. 엄마 아빠 언니! 드디어 여주에게도 남자친구가 생겼어요! * 수업시간에 집중이 1도 되지 않았다. 다만 평소에 수면제같았던 윤리선생님의 목소리가 꿀처럼 달았고, 역사쌤의 듣기 싫은 쇳소리가 매력적인 허스키보이스로 들리는 마법이 일어났달까. 속으로 원우매직! 하고 외쳤다. 내 남자친구라니.. 정말, 날 좋아하는지 하나도 몰랐다구. 원우선배 생각에 수업시간도 금방 지나가버렸다. 쉬는 시간 종이 치자 번쩍 드는 정신, 아! 언니에게 말을 안해줬구나. 부리나케 옆반으로 들어가 문을 확 재끼고 "언니!" 하고 언니를 불렀다. 친구들사이에 파묻혀있던 언니는 고개를 빼고 나를 확인했다. "잠시만." 언니는 친구들에게 잠시만-하고 일러두고는 내게 걸어왔다. "여주가 우리 반도 다오고 이게 무슨일이람. 뭔데?" 내게 와서는 다짜고짜 툴툴대며 비꼬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심 섭섭했나보다. "언니 지금 나 비꼴 상황이 아닐걸~" 말꼬리를 늘이며 베시시 웃자 언니는 내가 이상한지 얼굴을 찌푸리며 뭐야, 무슨일이길래 호들갑이야. 라며 이상한 눈빛을 보냈다. 평소같았음 한대 쥐어박았을 내가 실실 웃기만 하자 이상함을 느꼈는지 왜 그러냐며 호기심을 가지는 언니였다. 주위를 둘러 보고는 언니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자 내 얼굴에 바짝 귀를 대는 언니였다. "그게..." "..?" "나 남자친구 생겼어." 언니는 입을 틀어막으며 진짜? 진짜?하며 재차 물었다. 안믿기는 눈치였다. "뭐야, 지금 언니 너 내말 못믿는 거지?" 입술을 비죽이며 묻자 언니는 아니아니 그런 건 아니구우..하고 말꼬리를 늘이다가 근데 안믿기긴 한다며 말을 바꿨다. 남자친구를 꽤 많이 사겼던 언니를 보며 부러운 시선만 잔뜩 보냈던 나를 아는 언니이기에 내 남자친구 소식이 더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심지어 고백받았다구." 언니는 입을 쩍 벌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놀란 표정만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런 언니에게 난 말해줬다~ 난 간다! 하며 약올렸다. "김여주! 그래서 걔가 누군데!" 얄미운 내 태도에 잔뜩 약이 오른 언니는 그래서 걔가 누군데!하며 소리를 쳤고, 나는 뒤를 돌아 언니에게 혀를 내밀고는 총총 교실로 들어왔다. 김여주!!!!!!!! 복도에서 악에 받쳐 소리치는 언니의 괴성마저 아리아로 들리다니. 역시 원우매직! 사실 장족의 발전이었다. 활달하고 성격좋았던 언니를 둔 나는 늘 비교받으며 살았다고 할까, 아니 나스스로도 언니와 날 비교하곤 했었다. 얼굴은 빼다박은듯 똑같았어도 언니는 친구도 많고 적극적이라 따르는 친구들도 많았던 반면, 내성적인 나는 맘에 맞는 친구들 조금만 깊이 사귀는 편이었다. 둘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늘 주변이 복작복작한, 난 절대 될 수 없는 언니를 보며 동경을 느꼈다. 부럽지 않았다면 솔직히 거짓말이겠지. 난 김여주으로 불리기 보다 김자몽 동생으로 자주 불리었으니 말 다한거지 뭐. 갑자기 입안이 쓴 느낌에 아이스브레이커스 두알을 입에 털어넣으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이제는, 날 온전히 좋아해주는 사람이 생겼으니까. 아이스브레이커스때문인지 입안이 상쾌한 단내음으로 가득찼다. 원우선배가 학교 끝나고 교문앞에서 기다린댔는데, 빨리 끝나라.. 발을 동동구르며 학교가 마치기를 기다리는 내 모습이 웃겼다. 그래도! 좋은걸 어떡해! . . . "원우선배!" 선배가 우리보다 일찍 끝났는지 교문에 기대어서서 날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평소였다면 오늘 하루라도 봤다며 기뻐했겠지만, 지금은 내 남자친구로 날 기다리는 거였다! 정말.. 정말 좋아.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김여주 아주 좋아 죽네 죽어. 혼자 감탄하며 원우선배를 조금 감상하다가 원우선배! 하고 부르자 날 발견하고는 활짝 웃는 그였다. 더불어 날 향해 흔드는 손까지.. 아, 여긴가 내 무덤이. 선배를 향해 달려가자 선배는 미간을 조금 찌푸리며, 천천히 와! 라고 소리쳤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뛰어가는 날 보고 선배는 못말린다는 듯 웃었다. 그런 그앞에 다다르자 선배는 오늘도 수고했어,라며 내 머리를 쓸었다. "선배도.. 오늘 수고하셨어요..." 수줍게 웃으며 답하자 선배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뜻 보면 무뚝뚝해 보일 수 있지만 빨개진 그의 귀가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었기에 부끄러워서 그런 다는 건 손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는 흠흠- 헛기침을 하더니 대뜸 물어왔다. "자몽이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 언니의 이름을 정할 수가 없어 제 필명으로 했어요! 그렇다고 절 미워하진 말아요..8ㅅ8 아, 그리고 생각보다 좋은 반응에 놀랐어요! 따끔한 충고도 달게 듣겠습니다! 암호닉은 따로 언급하지 않을게요 (: 가슴속에 꼭꼭 새겨두고 있으니 잊으셨나하는 염려는 논노! 봐주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