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의 미학 ....자몽? 사고회로가 멈춘 것처럼 몸이 빳빳하게 경직된다. 굳어진 얼굴로 멈칫 서있자 원우선배는 걱정스런 얼굴로 어디아프냐고 물어왔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우리 까페나 갈래요?하고 물었다. 그러니까, 우리 언니랑 나랑 헷갈렸다는 거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구름위를 둥둥 떠다니던 발끝이, 차가운 흙속으로 폭 파묻혀버렸다. 갑자기 시린 마음에 눈가에 주렁주렁 물이 맺혔지만 질끈 감아 털어내고는 씩씩하게 앞장섰다. "저 먹고 싶은 거 있으니까 제가 가자는대로 가야해요!" 언니말투를 따라하면서. 볼에 닿는 햇볕이 따갑다. 원우선배는 나긋이 천천히 가-, 하면서 내 뒤를 따랐다. 머릿속은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지금이라도 말해? 그치만..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사실 답은 정해져 있었는걸. 아직은, 아직은.. 선배랑 조금 더 있고 싶어. 큼직큼직 걷던 걸음을 멈추고 몸을 뒤돌자 날 보며 걷고 있었던건지 원우선배와 곧바로 눈이 마주쳤다. "선배!" "응." "저 선배를 많이 좋아해요." 잘 가다가 말 끝에 물기가 베었다.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왔다. 이상함을 느꼈는지 원우선배의 표정이 조금 미묘했지만 선배는 그냥 미소지었다. "나도."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그에게서 나는 싱그러운 내음에 마음 한구석이 콕콕 쑤셔왔다. "제가, 선배를, 좋아해도.. 돼요?" 결국 말이 뚝뚝 끊기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대로 얼굴을 가리고 주저앉아 울었다. 선배는 곧장 내게로 다가와 내 어깨를 쓸으며, 그 다정한 목소리로 "응. 나 좋아해주라." 내 물음에 대한 답을 해주었다.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할 수 없었다. 그저 끅끅- 소리를 내며 눈물을 멈추려고 안간힘을 쓸 뿐이었다. 손틈새를 비집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서러웠다. 선배는 그런 날 일으키고는 날 빤히 들여다봤다. "...." 부끄러워. 갑자기 일어켜진 몸에 놀라 울음이 멎긴했지만 그 이후의 부끄러움이 견디기 힘들었다. 으휴. 김여주 찐따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우두커니 서있자 원우선배는 내 손목을 잡고 낑낑대며 내 손을 떼어내려고 했다. "뭐해요.." 잠긴 목소리로 뭐하냐며 틱틱대자 운 모습 보고싶어서.하며 계속해서 손목을 떼내려고 한다. 터무니없는 이유에 힘이 빠져 픽 웃으며 손을 스르르 떼어내자 선배가 내 양볼을 잡고 휙 들어올렸다. 덕분에 재껴진 목에, 덩달아 마주보게 된 선배의 두눈. 헉, 깜짝 놀라 숨을 짧게 내쉬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눈물 닦을 새도 없이 얼굴 보면 어떡해요!" 흉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눈을 꼭 감고 틱틱거리자 선배는 푸흡-하고 짧게 웃음을 흘렸다. 양볼을 감싸쥔 손에서 엄지손가락을 내어 내 볼을 흝어주었다. "못생겼어." "...." "못난이." 내 얼굴이 웃긴지 웃음을 참느라고 몸이 가늘게 떨렸다. 젠장.. 오늘이 1일인데 1일만에 별 추태를 다 보이는군. 못생긴 건 사실이라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눈만 감고 있자 선배가 작게 속삭였다. "근데 예쁘다."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뜨자 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선배가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었다. 시원한 웃음, 선배의 뒤로 비추는 강한 햇살, 매미소리, 초록색 나뭇잎. 내가 어떻게 선배를 안좋아하겠어. 체념하듯 스르륵 눈을 감자 감은 눈에 나뭇잎이 떨어졌다. 선배는 조심스레 나뭇잎을 떼어주고는 촉, 이번엔 꽃잎이 떨어졌다. 그리고 마주친 눈동자, 붉어진 귀. 그리고 또, "좋아해." 또 한번 내게 속삭여주는 그. 이젠 모르겠다. 선배가 좋아해도 된다고 한거에요. +) 너무 늦었군요ㅠㅠㅠ여러분.. 죄송해요! 이번편은 다음편을 위한 다리라고 해야하나요..ㅎㅎㅎㅎ 아무튼 여주의 심리로 거의 꽉꽉 채워진 글이네요. 뭐, 전개는 없지만 여러분 원우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