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여느 때와 같이 전화로 데이트를 했다. 왜냐하면 내가 나가는 걸 싫어해서..ㅎ....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님.
- 맞아, 자기야.
“왜.”
- 자기는 이상형이 누구야? 강동원? 장동건? 원빈?
김태형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들떠있는 것처럼 들렸다. 표현하자면 간식을 눈앞에 둬 신난 꼬리 흔드는 강아지. 분명 ‘내 이상형은 너지~’라고 말해달라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나는 솔직함을 추구함으로 정말 솔직하게 말했다. 정말로. 솔직하게.
“내 이상형은 윤기 형.”
- 뭐!!!!!?????
윽, 겁나 시끄러움.
“왜, 이상형이 누구냐며.”
- 지, 지짜 이상형 윤기 형이야……?
어, 김태형 발음 샜다.
“어. 아마도? 농구하는 남자가 이상형이었거든. 포지션이 달라서 좀 아쉽지만.”
- 포지션? 무슨 포지션인데???
“나는 포인트 가드들 좋아함. 근데 윤기 형은 슈팅가드니까.”
- 힝…… 그게 뭐야아…….
“그럼 네 이상형은 누군데.”
- 당연히!…….
“할 말 없냐…….”
- 아니, 당연히 내 이상형은 자기지! 우리 이름!
“웃기시네.”
- 진짜라니까!
“됐네요. 어차피 지금 좋아하는 사람은 너니까 이상형 같은 건 그다지 상관없는 거 아닌가.”
- 그래도오…….
“뭐가 불안해서 그래. 나 인간관계 겁나 좁은 거 알잖아. 전화번호부에 사람이 20명도 채 안 돼요.”
- ……나중에 나 버리고 윤기 형한테 가면 안 된다?
“뭐야, 그 문제였어?”
- 아, 빨리 약속해! 윤기 형한테 가면 안 된다!?
“예, 예. 알겠슴다. 윤기 형한테 관심 1도 안 줄게여. 됐어?”
- 응!
진짜 개 한 마리 키우는 기분이다.
9.
음. 앞에서 나와서 알겠지만 직업이 번역가 겸 작곡가임요. 직업에 대한 소개는 이게 끝임. 달리 소개할 게 없음. 정말 번역가 겸 작곡가라서! 아니 이게 요지가 아니여..
때는 바야흐로 4월. 벚꽃이 흩날리고, 커플들은 손을 잡고, 나는 방에 콕 박혀 있고. 그냥 일정하게 들어오는 수입으로 놀고먹고 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 예상치도 못한 전화를 받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인맥이 좁은 편이라 전화가 울릴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전화가.. 전화가..! 혹시 김미영 팀장이면 어쩌지 하는 마음 반, 누굴까 하는 마음 반으로 살며시 전화를 받았다. 물론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귀찮아서.
“여, 여보세요…….”
- 아, 이름아.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는 소리에 홀드 키를 눌러 상대방을 확인했다. 라뿌몬스타다.
“웬일로 전화여.”
- 카톡 하면 안 보잖아.
“정답. 근데 왜.”
- 아는 선배님이 너랑 연결 좀 시켜달라고 해서.
“뭣이. 나를 왜…….”
- 저번에 네가 우리 앨범 수록 곡 작사했었잖아. 근데 그 곡 가사가 맘에 들었었나 봐. 같이 한 번 작업하고 싶다 그러시더라고.
“오……, 세상에나.”
- 카톡 아이디 보내둬. 내가 전해줄 테니까.
“넴. 즐거운 4월 되세여.”
- 그래.
라뿌몬스타의 말에 빠르게 카톡으로 아이디를 남기고 톡이 오길 기다렸다. 도키도키하다. 매우! 한 2분 정도 지났을까, 화면에 처음 보는 이름의 상대방이 떴다.
[이지은] 저.. 이름 씨 맞으시죠..? 오후 1:25
오후 1:25 아,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이름이.. 이지은.. 이지은.. 이지......... 아이유다!!!!!!!!!!!!!!!!!!!!!
뭐야. 아이유야. 나 아이유랑 카톡 한 거야. 아냐, 아이유 아니고 동명인일지도 몰라.... 하지만 나의 바람을 아는지 이지은 씨의 프사는 아이유였다. 아이유.. 마이 아이유....!
[이지은] 안녕하세요! 카톡 이름은 본명으로 돼 있지만 아이유입니다!
알져.. 알다마다..! 내가 얼마나 덕후인데.. 그걸 모르겠어..!
[이지은] 원래 이게 회사에서 연락을 넣어야 하는 건데, 개인적으로 이름 씨와 알고 지내고 싶어서 랩몬스터 씨에게 약간 무리한 부탁을 했습니다. 부담스러우시다면 회사를 통해 다시 연락을 넣도록 하겠습니다. 오후 1:27
오후 1:27 어휴 부담스럽기는요... 저는 겁나게 환영이에여... 사랑해요 아이유...
넘나 예쁜 것... 징쨩.. 사랑해....... 나는 오늘부로 성공한 더쿠가 되는 것이다...
10.
- 그래서 아이유 선배님이랑 같이 작업하게 된 거야?
“응……. 나 지금 완전 행복해서 죽을 거 같아…….”
- 자기야, 죽는 건 안 돼…….
“안 죽어.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 그래도 성공한 덕후 됐네?
“응응응응!”
- 자기……, 나랑 만날 때 보다 아이유 선배님이랑 작업한다고 하니까 목소리가 더 밝아…….
“기분 탓이야, 기분 탓.”
- 정말?
“당연하지. 나는 네가 2순위니까!”
- 2순위? 그럼 1순위는!?
“부모님이지.”
- 아하.
11.
야심한 새벽, 오랜만에 드라마나 정주행할까 생각하며 웹 사이트를 뒤졌다. 좋아. 오늘은 육룡이 나르샤를 보겠다. 정주행하면서 느낀 거지만 길태미는 너무나 예쁘다. 진짜.. 너는... 태쁘.. 크.......... 태쁘의 미모에 한참 동안 감탄하며 드라마에 집중했다. 그리고 내가 한때 오열을 했던 장면, 길태미가 죽는 장면이 나왔다. 이게 모얏... 태쁘.. 죽디마........ 그러던 와중에도 전화는 울렸다. 이 시간에 전화하는 사람은 김태형밖에 없다.
“으헝, 흑, 허어흑, 윽, 여, 여보세여, 으헉, 흐윽, 허극, 흑…….”
- 자, 자기야, 울어? 뭐야, 왜 울어. 이름아, 왜 울어.
“죽, 죽었, 으헉, 흑, 흐윽, 흐어엉…….”
- 누, 누가 죽었는데. 응? 진정하고 말 좀 해봐.
“태쁘가, 죽, 죽었, 으허으어어으어엉…….”
- 태쁘가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 길태미지흐어으거윽어으엉…….”
한참 동안 눈물 콧물을 쏙 빼내고 다시 김태형의 전화를 받았다. 몹시 쪽팔린다. 이거슨 자살각.
- 자기야, 다 울었어?
“응. 다 울었어.”
- 태쁘가, 그 육룡이 나르샤?에 나오는 그 길태미야?
“응. 우리 태쁘 죽음…….”
- 난 또 뭐라고…….
“아, 울었더니 배고파.”
- 집에 먹을 거 있어?
“엉. 빵 있네. 빵 먹어야겠다.”
- 꼭꼭 씹어서 삼키고, 목 막히지 않게 우유도 마시고. 우유 없으면 물 마시고!
“내가 무슨 유치원생이여.”
- 혹시 모르잖아.
“알겠네요. 아, 맞아. 태태, 지금 숙소야?”
- 응.
“그래. 잘 자. 아이유 꿈꾸고.”
- 네 꿈꾸면 안 돼?
“응. 안 됨. 그러니까 꼭 아이유 꿈꿔.”
- 힝.
“아, 내 꿈꾸든가 말든가!”
- 알았어, 자기. 자기 꿈꿀게!
-
안녕하세여.. 오랜만인듯 오랜만이 아닌 나궈느꽃임니다..
솔직히 이것은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적는 글이여서 그냥 그냥 그냥........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그냥 자연스러운 일상물..이라고 생각...함...니다.......ㅎ.....
맞아여. 아이유랑 친해지는.. 그러니까 카톡을 하는 건 순전히 제 사심이었슴다.. 원래 예정에 없던 부분이지만 내가 아이유랑 친하지 않으니까 썰에서라도 친하게 해야겠어!!!! 라는 겁나게 큰 사심.. 헷....
다음 화에서는 이름? 호환?을 안 쓰고 탄소라는 호칭을 한 번 써보려고 함니다. 저 탄소 호칭 꼭 써보고 싶었어..!!! 그리고 서술 방식도 조금 다를 거라고 예상합니다. 나도 그런.. 썰을.. 써보고 싶었다..........라는 작가의 욕시므...
못난 글 봐주신 독자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 저는 이만 답글 달러 떠나야겠숨당. 모두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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