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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쿱부/솔부] 범화(虎花) | 인스티즈 


 

 


 


 


 

쿱부솔/범화(虎花) 


 


 


 

늘 그렇듯 궐은 평안하다. 궐이 평안하기 까진 왕의 노릇이 컸으리라. 왕은 어리지만 공과 사를 똑 부러지게 구별하고 누구의 도움 없이도 앞가림이란 길을 스스로 닦아낼 줄 알았다. 또한, 어질지 못한 이들을 냉정하게 내치며, 반면에 재능이 있고 관직에 등용할 만큼의 지식이나 노련함이 크다면 거르지 않고 관직에 등용한 왕의 노릇이 아니겠는가. 만 백성들은 입을 모아 왕을 향해 칭송을 거두지 않았다. 백성들 일이라면 친히 발 벗고 나서주시는 왕에 어느 누가 반심을 품으리오. 입으로 딱딱한 나무 등껍질을 벗겨먹으며 간간이 풀칠을 하던 이들은 왕에게 원조를 받아, 거에 입천장이 다 까지지도, 씹어지지도 않는 걸 꿀꺽 삼켜낼 이유가 없게 되었다. 도움을 받은 이들은 아침저녁 거를 거 없이 궐을 향하여 큰 절을 올리며 소박한 위안을 얻기도 했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안정된 날들이었다. 


 


 

챙- 


 


 

칼끼리 맞부딪히며 튕겨 나오는 소리가 요란했다. 두 남자가 엉켜 서로에게 칼을 들이대곤 싸움에 여를 이 없다. 서로에게 집중하며 상대의 눈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다, 두터운 갑옷으로 무장한 자에게 다시금 칼을 내리친 한 사내의 모습이, 그래, 범 같았다. 이 내 몇 번의 손짓이 오간 후에야 둘의 움직임이 사그라들었다. 무장한 자의 검이 손에서 벗어난 탓이다. 거친 숨을 내쉬던 사내가 목에 가져다 댄 칼을 떨어트리곤, 제 앞에 무릎 꿇은 자에게 손을 뻗었다. 장난스러운 행동이지만 쉬이 잡을 수 없는 손을 정중히 거절한 그가 땅을 짚고 벌떡 일어섰다. 애써 건넨 손이 건만.. 무색하게도 남겨진 손을 천천히 말아 쥔 사내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애 같지만 구는 사내의 행동에 구겨진 옷을 추스르던 남자가 맑게 웃음을 지었다. 


 


 

"더러운 손입니다." 

"허어.. 누군 때묻지 않았더냐." 

"그렇다고 쉬이 잡을 순 없지 않습니까." 

"내가 괜찮다는 들." 

"소인도 괜찮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범을 닮은 사내의 행동거지나 입고 있는 옷은 감히 쳐다보지 못할 인물이란 것이 태가 나는 모습이었다. 무를 배우며 입는 옷가지마저도 제 고운 결을 자랑하며 발갛게 윤기가 흐르니 말할 나위 없는 짓이었다. 이 사내는, 최한솔. 현왕의 동생. 후궁의 자식으로, 왕권은 그에게 머나먼 자리였다. 그 때문인지 어느 정도 형에 대한 투기에 형이 눈에 났다, 싶으면 고갤 돌려 눈을 피하는 일이 다분 수다. 어린애 같은 맘도 있지만은, 제 어머니가 마음으로 길러 키우신 승관에게 치근덕 대는 그 꼬락서니 -순전히 한솔의 생각- 가 신경을 건드리는 것도 그 때문이기도 했다. 암만 그래 봐도 혈연은 혈연인지라, 형을 닮은 건 싫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일에 눈을 똑바로 뜨며 집중하거나 그릇된 점을 흐지부지 넘어가지 않는 것으론 형과 닮은 꼴이 많은 아우지만은, 흠이라면 흠인 것이, 아직 남아있는 소년 끼이어라. 제 아래 아우인 승관을 바라보는 눈빛이나 말투는 한없이 다정해지다가도 때 타지 않은 웃음을 마주할 때면 저도 모르게 이를 가득 드러내며 웃기 바빴다. 예를 가르치던 한 상궁의 말 -자고로 궐 안에선 치아를 보이며 웃으시면 안되옵니다. 마마의 권위와 품격이..- 따윈 귓등으로 넘겨버리며. 유독 제 호위무사인 원우와 승관 앞만큼은 오랜 벗 보아오듯, 연모하는 여인을 보아오듯, 그렇게 어리고 작은 소년으로 변하기 일수였다. 그의 오래된 벗인 원우에겐 맘을 탁 터놓고 말동무 삼아 심심치 않은 말장난을 치며 하루를 달래곤 하였다. 넘어지며 묻은 흙먼지에 옷소매를 털던 자에게 사내가 능청스럽게 말을 건넸다. 


 


 

"어째, 실력이 좀 는 것 같으냐." 

"많이 늘으셨습니다. 검 하나 쥐시지도 못하시던 때가 보름도 채 되지 않으셨습니다." 

".. 그땐 내, 내가 다쳐서 그런 것이다." 

"승관 군을 따라나가는 걸 보았습니다." 

"웃기는 소," 

"승관 군에게 꾸중을 듣곤 닷새 동안 누워만 계셨다는 소문도 들리옵니다." 

".. 크흠, 원우. 아무튼, 검 다루는 게 소질이 있지 않느냐." 

"배우셔야 할 게 많다지만.. 충분하시옵니다." 


 


 

승관,이라는 어가 나오기가 무섭게 고갤 돌려 목을 가다듬은 한솔이 빠르게 말의 두서를 돌렸다. 그런 한솔의 모습에 원우,라 불린 자가 눈썹을 들어 올렸다. 대답을 원하는 말에 뼈가 단단히 박혀있다. 소질이라.. 소질보단 거의 완벽했다. 한 평생 검을 쥐고 살아온 저를 보름 만에, 몇 가지 기술만으로 검을 손에서 떨어뜨리셨다. 순전히 운이 아닌 실력이다.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한솔에게 말을 건넨 원우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대답을 얻은 듯 뿌듯한 표정을 지은 한솔이 이내 표정을 바꿔 원우를 제게로 손짓했다. 저를 부르는 손에 의아한 표정으로 한솔에게로 가까이 다가선 원우가 저의 귀로 다가가는 입에 목소리 하나 놓치지 않으려, 몸을 더욱 빼었다. 무슨 중요한 얘길 하시려 드시길래.. 말 하나 꺼내지 않은 채 입을 달싹 거리기만 하는 한솔에 원우의 미간이 좁아졌다. 


 


 

".. 중요한 말씀이십니까?" 

"흐음.. 중요하다 말고." 

"무엇이길래 뜸을 이리도 들이십니까." 

"어허, 재촉하지 말 거래도." 

"말씀하시지요." 

".. 이거, 승관에게 알려주면 좋아할 것 같으냐?" 

".. 예?" 


 


 

아니, 온종일 책만 읽고 사니 뭐가 있겠는가. 선심 쓰는 꼴로 가르쳐주면 검에 관심이라도 가지지 않겠나. 


 


 

당황한 표정이 원우의 얼굴을 스치자 한솔이 손을 들어 올리며 양옆으로 손사랠 쳐 보였다. 이어, 긴 말을 늘어놓으며 떨어뜨렸던 칼을 주워 허리춤에 집어넣었다. 작게 발을 구르며 헛기침을 하다 말을 끊은 한솔이 고개를 들어, 원우와 눈을 마주했다. 제 대답을 바라는 눈에 원우가 손을 들어 제 턱을 슬슬 쓸어 보였다. 


 


 

"아마,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참으로?" 

"대군께서 알려드린다 하시면 쉽게 나서실 분이십니다." 

"그렇지? 암, 형이 아우를 위해 알려준다는데." 


 


 

고민하며 대답한 원우의 말에 한솔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의심 가는 목소리로 어깰 으쓱였다. 후에, 나오는 목소리는 충분히 그의 입가에 호선을 그리기 충분했다. 애쓰며 덤덤한 척 눈썹을 움직인 한솔의 어깨에 흥이 얹힌 듯했다. 


 


 


 


 

햇볕이 따스한 날이다. 만물이 소생하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한다는 계절 사이는, 유난히 길었던 추위를 이기고 제 자태를 맘껏 뽐내며 자랑케한다. 두터웠던 옷들은 벗겨져 후년에 있을 추위를 위해 기다리고, 거셌던 바람에 움츠러들던 아이들은 어느새 바깥에 나와 뛰놀아 다닌다. 


 


 

바깥과 다를 것 하나 없이, 추위가 가시기가 무섭게 궐 안의 움직임들이 빨라졌다. 겨우내 미뤘던 골칫덩어리들을 하나 둘씩 꺼내어 처리하기 바빴고, 왕의 숙제는 쌓여만 갔다. 조정의 업무가 이리도 많단 말이냐. 책상 위 쌓여있는 것들로 시선을 옮긴 승철이 미간을 좁혔다. 거의 두 시진 가까이 앉아, 일을 처리했건만 바닥을 보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탓에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끈 하게 아려오는 머리가 바깥공기를 원하는 것도 같아 애써 꼿꼿이 허릴 폈다. 피곤한 건 둘째치고, 날씨가 좋아 보여 당장이라도 다 치워두고 나가 구경이나 할까 란 생각에 빠진 승철이 제 머릴 톡톡 두드리며 환관에게 말을 건냈다. 


 


 

".. 너무 많구나." 

"황공하옵니다, 전하." 

"잠시 쉬며 산책이나 다녀와야겠구나." 

"아직 날씨가 다 풀리지 않았사옵니다." 

"괜찮다. 온종일 앉아만 있으라니 답답하지 않겠느냐." 

"허나.." 


 


 

갑작스레 말을 건넨 승철에 환관의 고개가 아래로 떨궈졌다. 결정했단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승철을 눈을 올려 힐끗 쳐다보다, 염려한 단어를 꺼냈다. 그런 환관의 반응에도 개의치 않아 하는 손짓을 해 보인 승철이 제 옷을 툭툭 털었다.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라." 

"사람을 시켜 나갈 채비를," 

"됐다. 아우들과 함께 걷고 싶구나." 


 


 

승철이 말을 끝내자마자, 문을 향해 발을 옮겼다. 갑작스러운 승철의 행동에 놀란 눈을 떠 보인 환관이 저, 전하- 와 같은 멍청한 소릴 내보였다. 발을 놀려 궁을 나선 승철이 한솔과 승관이 묵고 있을 별궁으로 향하자, 그 뒤를 따라나서려 환관이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그런 환관의 행동 뒤로 여러 명이 따라붙자, 질린단 표정을 해 보인 승철이 빠른 걸음을 했다. 해가 뜬 것이, 승관에게 가보라 얘기하는 것 같았다. 분명히 제가 말하면 좋아라- 하고 나설 것이겠지. 맑은 승관의 모습을 생각해내던 승철의 입꼬리가 예쁘게 접혀 올라갔다. 오늘은 모란이나 살펴야겠구나. 승철의 다리가 큰 보폭으로 움직였다. 


 


 

조금은 큰,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 곁으로 향긋한 꽃내음이 뒤를 따랐다. 길게 늘어진 꽃밭 위로 지나간 바람에 형형색색의 잎들이 살랑이며 바람이 가는 대로 머릴 뉘었다. 겨울은 완전히 지나갔다. 봄이 오고, 모든 게 살아움직인다. 꽃들이 앞다투어 제 머릴 들이밀며 피어난다. 제가 그동안 열심히 가꾸어온 꽃밭인 만큼 누구도 손을 거쳐선 안되는 것이었다. 집착이라면 집착일 테지. 흐뭇하게 밭을 바라본 승철이 별궁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서자, 보이는 한솔에 승철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곱게 보이지는 않던 아이다. 고갤 빼어 이리저리 둘러본 승철의 입이 꾹 다물러졌다.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는 승관에 어쩔 수 없단 생각에 한솔에게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긴 승철이 흙바닥에 앉아 사색에 잠겨있던 한솔의 뒤로 작게 헛기침을 했다. 그 주인공이 누군가 하고 천천히 고갤 돌린 한솔이 놀란 눈을 하고 벌떡 일어서 고갤 바닥으로 향해 허릴 숙였다. 


 


 

"전하, 이곳까지 어인 일이십니까." 

"햇빛이 좋아 함께 산책이나 해볼까 하여 나왔네." 

"함께.. 말이십니까." 

"산책이 싫은 모양이로구나." 

"아, 아니. 아니 옵니다. 가시지요." 

"흠, 승관 군은?" 


 


 

아. 박 터지는 소릴 낸 한솔이 고갤 들어 승철의 표정을 살폈다. 의도가 분명히 있는 말투다. 승관을 찾는 소리에 보이지 않게 눈썹을 찡그린 한솔이 다시 고개를 내렸다. 잘 모르겠사옵니다. 한솔의 대답에 승철의 얼굴이 알 수 없게 변했다. 조용해진 분위기 사이로 한솔의 얼굴이 더욱 수그러졌다. 


 


 

".. 그래. 그래도 한 번 여쭙는 게 어떨까 싶구나." 

"그럼, 소인이 다녀오겠나이다." 

"그러도록 하여라." 

"예, 전하." 


 


 


 


 

"날씨가 좋구나." 

"..." 

"승관 군도 함께 걸었담 좋았을걸.." 

"보고 오니, 서를 읽기에 내버려 두었습니다." 

"무엇을?" 

"무엇인진 잘 모르겠으나," 


 


 

서를 읽는 모습이 어여뻐 혼자 나왔습니다.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 한 말이 꾹 다물어진 입술에 막혀 입안을 맴돌았다. 고작, 고작 저 한마디건만, 이미 굳게 닫혀 버린 입에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승관의 얼굴 하나 보지 못하고 한솔과 걷게 된 승철이 아쉬운 표정으로 별궁을 스쳐바라보다, 끝맺어지지 않은 대화에 고갤 돌려 한솔을 힐끗 바라보곤 입에 호선을 그렸다. 한솔의 아우 사랑이 유별나는구나. 속으로 작게 생각한 승철이 얼굴에 띈 미소를 지우고 한솔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잘 모르겠으나?" 

"...집중하여 읽는 것이 괜한 방해가 될까 싶어 나왔습니다." 

"잘하였네." 

"황공하옵니다." 

"..." 

"..." 


 


 

짧은 담화가 끝나고, 다시 조용해진 분위기에 뒤에 서 졸졸 따라오던 시녀들과 환관만 난처한 입장에 휩싸였다. 승관으로 간신히 살아난 이야깃거리가 금세 아래로 푹 꺼지고 말았다. 승철의 물음에 단호히 말을 끊어버리니 더 나아갈 기미는 보이지도 않고, 처음 보았을 때 보다 차갑게 식어가는 한솔의 표정에 환관은 몰래 이마에 뭉친 식은땀을 떨쳐냈다. 


 


 

"꽃이 아름답구나." 

"..." 

"대군은 무슨 꽃을 좋아하는가?" 

".. 서양화에 관심이 있사옵니다." 

"호오, 무슨?" 

"꽃 명은.. 잘 모르옵니다." 

"다음에 그 꽃이 뭔지 알려주게나." 


 


 

승철의 눈이 한솔을 향하며 곱게 휘어졌다. 말을 끝낸 승철의 이질감에 그의 눈을 피한 한솔이 작게 대답을 건넸다. 예, 전하. 그런 한솔의 모습에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뜬 승철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꼭. 알려주게나. 


 


 


 


 

"와-! 왕을 찾아라!" 


 


 

평화롭던 궐이 깨졌다. 깨지고 찢어지는 비명 소리들이 궐 안에 울리고, 칼이 맞닿는 살벌한 소리들이 이곳저곳에서 오갔다. 환관들과 궁녀들을 붙잡고 왕의 행방을 추궁하던 군사가 입을 열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다, 싶으면 칼을 들어 사정없이 목을 내리쳤다. 궐 안은, 사라진 왕을 찾아 헤매기에 혈안이 되었다. 궐 뿐만이 아니었다. 밖 백성들이 먼저 들고일어난 것이 안으로까지 확산된 반란이라면 반란이었다. 왕을 믿고 따르던 백성들은 이미 맘을 돌린지 오래였다. 늘 백성들에게 최우선이었던 왕은 언제부턴지, 관심을 줄여 놀아나기 바빴고, 나랏일에 힘쓰던 그 예전 모습은 없어지고 남은 거라곤 하루하루 술독에 빠져 남긴 껍데기뿐이란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때 탄 왕이라는 말을 타고 백성들의 귀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왕을 칭송하던 입들은 다시금 변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들리는 바로는, 왕의 덕으로 간신히 살아남았던 몇몇들은 또다시 전과 같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게 됐다 하여 다시 돌아올 날만을 기다리며 넘어갈 일만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남자와 놀아나며 나라 정사를 쳐다보지도 않는단 말도 자자했기에, 백성들의 언성이 더욱 커져 결국, 범 잡을 거 없이 커져버리고 말았다. 백성들은 하나 둘 궐 문 앞에 모여, 쌓인 불만을 소리쳤다. 


 


 

왕은 폐위하라! 


 


 

작은 시위가 어느새 반란이 되었다. 궐 안의 반란 주도자는, 한솔이였다. 한솔은 이 일이 올 거란 사실을 알았단 양 계획된 행동에 따르기 시작했다. 반군을 피해 도망쳐 숨은 왕을 찾으라 명령하며, 왕이 버리고 도망간 왕좌에 앉아 귀에 들려올 소식만을 기다렸다. 기다림이 지루한 듯 손가락을 움직여 무릎에 얹었다. 피곤한 눈을 홉뜬 한솔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 왜 이리 늦는단 말이냐." 

"황공하옵니다. 곧 소식이 올 터이니," 


 


 

잡았다-, 왕을 잡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한솔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왔구나. 열리지 않을 것만 같던 문이 열리고, 열린 틈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달빛이 한솔을 밝게 비췄다. 두 군사들에게 팔을 잡혀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오던 승철이 제 앞에 서있는 한솔을 향해 소리치며 무릎을 꿇었다. 


 


 

"대, 대군! 이.. 게 무슨 일이란 말이오!" 

"글쎄- 그건 자네가 더 잘 알지 않겠는가." 

".. 자, 자네?" 

"왜. 싫은가?" 

"니, 가 정녕 죽고 싶은 게로구나!" 

"허어.. 입을 막아 놀 걸 그랬구나." 


 


 

쯧쯧 혀를 차며 안쓰러운 얼굴을 하고 승철을 바라본 한솔이 작게 헛웃음 지었다. 그런 태도에 승철이 언성을 높이려 들자, 허리춤에 있던 칼을 빼어 그의 목 끝에 칼끝을 들이민 한솔의 표정이 얼어갔다. 절 내리깔아 보는 한솔에 마주했던 시선을 고갤 돌려 피한 승철이 잔뜩 날 선 칼이 제 목에 닿자 흠칫하며 얼굴을 뒤로 빼어 피했다. 오한에 주먹이 알 수 없게 떨리고 있자, 한솔이 칼을 내리곤 승철 앞에 자리 잡아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차갑게 식은 바닥이 몸을 가득 끌어당겼다. 


 


 

"왕은, 고달픈 거라 하였지?" 

"..." 

"지루하게 반복되는 나날들. 늘 귀찮기만 한 시선. 처리해야 하는 일. 백성들의.." 

"... 소리." 

"그래, 지금 밖 백성들의 소리가 들리는가?" 

"..." 

"다- 당신을 원한다네. 아, 당연 예전처럼이 아닌." 

".. 무슨," 

"한 마디로," 


 


 

당신, 왕 알베르토가 저- 의자에서 내려오는 걸세. 


 


 

한 글자마다 씹어내듯 내뱉는 한솔의 입을 쳐다보던 승철이 멍한 표정으로 한솔과 마주했다. 마지막 말과 동시에 왕좌를 가리킨 한솔이 싱긋 웃어 보였다. 한솔과 상반되어 가는 승철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아우 앞에서 모욕을 당한 탓인지, 제 폐위를 원하는 백성들에 대한 미안함 탓인지, 모를 기분이었다. 분명한 것이라면 최승철, 제 자신의 앞가림조차 제대로 처신하지 못한 채 왕의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하는 것이었다.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 마냥 애 같아 보이기만 했던 저 얼굴을, 왜 의심조차 하지 않았을까. 결국, 이렇게 난.. 세게 문 입술이 힘을 이기지 못하고 톡 터지며 비린 피가 천천히 새어들어와 혀에 와 닿는 느낌이 쓰다. 밑을 향해 고갤 떨군 승철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치욕스러움에 온몸이 파들파들 떨려왔다. 


 


 

잠시 승철의 모습을 바라보던 한솔이 이내 다릴 펴고 곧게 고쳐 섰다. 더 이상 지체해선 안 된다. 짧은 한숨을 내뱉은 한솔이 칼을 꽉 쥐어잡았다. 제가 뭘 하든, 승철의 눈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마주했던 텅 비어버린 눈동자가 보기 거북했다고 생각하곤, 천천히 칼을 들어 올리려던 한솔의 손이 잠시 멈췄다. 마지막 길에 심심찮은 위안이나 해주려 위함이었다. 잘 들으려나 모르겠지만. 


 


 

"아참, 내 정신 좀 보게나. 거기, 내가 할 말이 있는데." 

"..." 

"승관 말일세. 내가," 

"승, 승관이라?" 


 


 

아프지 않게 이마를 툭 쳐 보이며 승철을 향해 말을 이은 한솔이 승관,을 꺼내기가 무섭게 승철이 고갤 가득 쳐들었다. 빠르기도 해라. 승관에 대한 반사 정신에 놀란 한솔이 속으로 비아냥거리다, 승철의 물음을 무시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승관을 모란 밭에 흩뿌려주려 하는데-" 

"뭐라..!" 

"쉿. 목소리가 울려 머리가 아프구나." 

"..." 

"전하께선 어찌 생각하시는지." 

"그, 입 닥치거라! 내 너를 가만두지 않으리라!" 

"... 크게 하지 말라 하였건만.." 


 


 

나름 정중히 말한다고 했던 게 아무래도 잘 못 알아들은 것 같은 느낌에 한솔이 머릴 옆으로 내저었다. 이내, 말을 끝내자마자 벌떡 일어난 승철이 한솔응 손가락질하자 한솔 옆으로 서 있던 환관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런 환관을 향해 가만히 있으란 눈빛을 내보이자, 다시 뒤로 물러선 환관이 한솔을 향해 허릴 숙였다. 


 


 

이.. 이, 이런! 환관의 행동에 핏발이 잔뜩 선 두 눈을 크게 뜬 승철이 한솔에게 다가서려 발을 뗀 순간, 한솔이 두 손으로 꽉 쥐었던 칼이 승철을 꿰뚫었다. 그대로 손목을 이용해 칼을 돌려 더 깊숙이 찌른 후, 그대로 빼낸 한솔의 숨이 거칠었다. 한솔의 앞으로 승철이 배를 잡고 쓰러졌다. 기침할 때마다 승철의 입에서 핏물이 왈칵 쏟아졌다. 묽은 핏덩이들이 고운 용포를 뒤덮었다. 붉은 용포에  얼마 안 가 그 자리에서 쓰러진 승철이 감겨오는 두 눈을 작게 감아 떴다. 피가 씐 칼을 들고 큰 숨을 내쉬는 한솔에게 피 묻은 이를 가득 드러내며 웃어 보인 승철의 눈이 감기고, 숨을 멈추었다. 승철이 떠났음에도 한참 동안이나 자리를 지킨 한솔이 조금은 진정된 숨을 쉬었다. 떨려오는 손에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짧은 파열음이 넓은 실내를 타고 울렸다. 그렇게, 왕은 생을 끝냈다. 


 


 

"...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이제, 승관에게 가봐야겠구나." 

"예, 전하." 


 


 

환관이 한솔의 명을 들어 옆으로 비켰다. 잠시 피곤한 듯 몸을 비틀거리던 한솔이 이내, 몸을 다잡아 문을 향해 걸어 나섰다. 누구의 배웅 없이, 홀로 안을 나선 한솔의 등이 애달 팠다. 


 


 

"게 아무도 없느냐! 왜.. 왜 날 내보내 주지 않는 거냐!" 

"조용히 하십시오. 곧 오실 터이니." 

"전하께선 어디," 

"아우." 


 


 

별궁 안에 갇혀있던 승관이 주먹을 쥐어 굳게 닫힌 문을 세게 두드리며 소리치자, 방 밖에 있던 원우가 승관에게만 들리게끔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원우의 말에 조금은 누그러든 목소리로 승철의  행방을 묻던 승관이 말을 멈추곤 벌떡 일어섰다. 굳게 닫힌 문이 열린 건 둘째였고, 그 주인이 왕이 아닌 한솔이였음에 였다. 승관의 이름을 작게 부른 한솔에 승관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제게로 한 걸음씩 다가오는 한솔을 겁에 질린 눈동자로 바라본 승관이 한 발씩 뒤로 내디뎠다. 결국 거의 벽 끝에 다다랐을 때 뒤, 턱에 걸려 넘어진 승관에 토끼눈을 뜬 한솔이 빠르게 발을 옮겨 승관 앞에 두 무릎을 꿇어앉았다. 


 


 

"괜찮으냐! 왜, 나를 피하는 게야.." 

"전하께선 어디 계십니까." 

"... 손에 상처가 났구나." 

"어디 계시냐 물었사옵니다." 

"다른 데는 괜찮으냐." 

"전하는, 어디, 계십니까." 

"알 필요 없다." 


 


 

승관의 말이 쓸모없다 생각했는지, 그저 손을 잡아 이리저리 돌리며 살펴보던 한솔이 작게 난 상처에 인상을 찌푸렸다. 지겹게도 승철을 찾는 승관에 한솔의 미간이 더욱 좁아졌다. 끝끝내 제 말에 질문을 하던 승관이 강단 있게 말을 끊어 물었다. 고집 있는 승관이 조금은 거슬린 듯 차갑게 말을 뱉은 한솔이 승관의 손을 꽈악 붙들었다. 


 


 

".. 알 필요 없다는 게 무슨.." 

"넌 빠지거라. 전하와 나와의 문제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말 그대로다." 

"전하, 전하는 도대체..!" 

"닥쳐라." 

"..." 

"빠지라 하지 않았느냐." 


 


 

한솔의 말에 목소릴 높인 승관이 제 손을 붙들고 있던 손을 뿌리쳤다. 불안감이 온몸을 휩싸는 느낌에 오한이 들었다. 떠는 입술로 전하를 부르던 승관이 한솔을 바라봤다. 또다시 언성을 높이려 할 때, 나지막하게 승관을 경고하는 소릴 한 한솔이 내리깔았던 눈을 똑바로 떠 승관과 마주했다. 한 번도 승관에게 보여준 적 없는 표정이었다. 


 


 

범, 범의 눈. 처음 보는 느낌의 헌솔에 승관이 엉덩이를 붙인 상태로 뒤로 더 물러섰다. 제정신이 아닌 것만 같은 한솔이 승관을 가만 쳐다봤다. 노골적인 한솔의 시선에 흘러내린 도포를 추스른 승관이 달달 떨리는 발을 잡아 앞으로 끌어당겼다. 맞닿은 시선을 누구 하나 피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몸을 동글게 말은 승관이 먼저 시선을 피했다. 한솔의 두 눈에 살짝 핏기가 돌았다. 이내, 몸을 일으킨 한솔이 칼을 꺼내 승관에게 향했다. 날이 든 칼이 낮은 조명에 맞아 반짝 빛이 났다. 이미 승철의 피를 뒤집어쓴 칼은 딱딱히 굳어 비린내를 풍기고 있었다. 겁에 질린 눈동자를 바라보던 승철이 칼끝을 승관의 흰 목에 들이댔다. 


 


 

".. 무서우냐?" 

"..." 

"너도 내가 싫은 게지." 

"..." 

"..나를, 나를. 사랑해라." 

"..." 

"나를 사랑하라, 하였다!" 


 


 

말을 끝낸 한솔의 칼끝이 승관의 목을 살짝 스쳤다. 발간 피가 목을 타고 줄기를 그리며 떨어졌지만, 승관의 얼굴은 미동조차 없다. 화가 단단히 난 한솔이 그대로 칼을 머리 위로 번쩍 들었다. 내리치기 위함이었을까. 잠시 뜸을 들이던 한솔에 승관이 고갤 돌려 입을 열었다. 


 


 

"사랑하라.. 하셨지요." 

"..." 

"사랑합니다." 

".. 무슨 생각이냐." 

"허나," 


 


 

소인은 대군께 더 이상 맘을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칼이 스친 상처에도 아랑곳 않던 승관이 한솔을 날카롭게 바라보며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의 날에, 남아있지 않을 것만 같던 마음이 갈가리 찢어졌다. 하하.. 작은 실소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왔다. 두 손을 내린 한솔이 간신히 잡은 칼을 떨어뜨렸다. 이내, 두 눈 위로 손바닥을 얹은 한솔의 손 밑으로 물방울이 맺혔다. 넓은 어깨가 들썩였다. 


 


 

제 어미가 왕의 손에 죽임을 당했을 때, 눈에서 물기 하나 나오지 않았었다. 작은 아이였을 때부터 아프게 무뎌진 가슴을 다독여주며 왕의 총애를 받으란 어미의 말이 듣기 싫어 귀를 꼬옥 막아 내곤 했었다. 영원한 나의 편. 그렇게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조용히 장례를 치르며 간신히 마음을 다잡았었다. 후로, 옆에 남은 건 승관과 원우였다. 잃을 것도 없는 생이라 하면 아쉬움이 뒤에 남았다. 한동안 사무치는 그리움에 밤을 틈타 궐이나 돌고 올까 했던 날, 모란 밭 앞에서 사랑을 다짐하며 겹쳐지던 두 그림자는 남몰래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었고, 끝끝내 난 구렁이 같던 그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이로써 영원할 것 같던 사랑 이야기는 막을 내리고 이제 난 왕이 되었다. 직접 그 빌어먹을 목을 치고 당당히 자리에 올라섰다. 당연히 내 것일 것만 같던 승관은, 애초부터 왕의 총애를 사 마음을 나누고 몸을 나눴다. 왕이 죽으면 내 품으로 돌아올 줄 알았던 그는 존재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대체 널 어찌해야 하나.. 더욱 왈칵 쏟아지는 눈물에 입술을 꽉 깨문 한솔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간신히 마음을 다스린 한솔이 고갤 내려 승관을 보았다. 독기 찬 눈은 끝까지 실망시키고, 또 실망시켰다. 멍든 마음이 요동쳤다. 애써 승관 눈을 피한 한솔이 떨어진 칼을 주워 들었다. 


 


 

".. 쉬거라." 

"..." 

"나중에 사람을 보낼 터이니." 

"..." 

"그리고.. 범화(虎花)를 놓도록 시키겠다." 


 


 

마지막 구절을 내뱉고 떨려오는 다리를 무시하며 문을 나선 한솔이 머릴 잡고 비틀거렸다. 문 앞에 서 있던 원우가 놀라 한솔을  부축하자, 가볍게 그를 쳐낸 한솔이 불안한 걸음으로 길을 걸었다. 승관 혼자 남겨진 방 안엔 애처로운 울음소리만이 빈자릴 메꿨다. 


 


 


 


 

'이 꽃은 무슨 꽃이냐.' 

'범화(虎花)..라고 하옵니다.' 

'범화(虎花)라?' 

'서양화라 하여 제가 직접 딴 이름이옵니다.' 

'호오. 승관 군이 참 재능이 많구려.' 

'황공하옵니다.' 

'됐다. 여하튼, 이 꽃의 화사는 무엇이냐.' 

'사랑해 주오, 라고들 말합니다.' 

'흐음.. 대군께 하나 드려야겠구나.' 

'.. 장난이 지나치십니다.' 

'장난이 아니라면 어쩔 테야?'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쯧쯧, 사람이 저렇게나 재미없어서야. 다음에 내가 하나 구해다 줄 테니 걱정 마시게나.' 

'... 감사합니다.' 

'그래. 어, 이건 무엇이냐.' 

'이건.. 


 


 


 


 

길고 길었던 이야기. 


 

-虎花 



 

------- 

엌 부총중심으로 굴러갈 예정입니다 

글쓰는 데 영 소질은 없지만 껄껄 승관이를 위해 치얼스-☆ 

오타는 댓으로 둥글게 말해주세요8ㅅ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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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잘봤어요ㅜㅜ 사랑받는승관이좋아❤️ 비록슬프긴하지만
8년 전
부른부른
어멋 감사합니다! 사랑받는 승관이란ㅠㅠ 승관이 매력에 헤어나오지 못하는 남자들.. 좋습니다8ㅅ8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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