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 -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윤기는 마감이 다가와서... 그나저나 직업 뭘로 하지?
그냥 작가라던가, 건축 디자이너라던가, 그냥 음악을 한다던가.
집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며 작업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줘.
다시 돌아와서, 마감이 다가오면 항상 진한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셨으면. 카페에 나가서 사오는 것도 번거롭다고
집에 작은 개인용 구스또를 구입해서 원두까지 직접 갈아서 커피를 직접 내려 마셨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그래서 항상 윤기가 가장 힘이 없어하고 작업실에서 제일 안 나올 즈음에 항상 집 안을 부유하는 커피향을 신기해했으면.
강아지 모습으로 꼬리를 흔들며 슬쩍 달라고 애교를 부리듯 커피를 내리는 윤기의 다리에 얼굴을 부볐으면.
윤기는 강아지 모습일 때는 죽어도 안 주다가 사람의 모습으로 구스또를 건들이는 남준이를 보고
저걸 부시면 어떡하나...
싶어서 한 모금만이라며 단단히 말한 뒤 겨우 아메리카노가 담긴 머그잔을 줄 것 같다.
남준이는 처음에 코를 가져다대어 가만히 향을 맡았다가 벌컥 들이마시고
그 쓰고 오묘한 맛에 울상을 지으며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고 윤기 눈치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굴렀으면 좋겠다.
그러면 윤기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보다가 점점 남준이 얼굴이 꾸깃꾸깃해지자 웃으며 싱크대에 데려가 뱉으라고 할 것 같다.
바로 커피를 뱉어내고 윤기가 건네주는 달큰한 과일 주스를 벌컥이며 마신 남준이가
맛 없다고 칭얼칭얼 거리는 게 보고 싶다. 왜 먹냐고도 고개를 저으면서.
윤기가 옅게 웃으면서 사탕이라도 까서 주려는데 남준이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다가와서
아무렇지 않게
윤기의 입술에 입을 먼저 짧게 맞추고
이렇게 맛보면 맛있는데 왜 직접 저 까만 물을 마시면 맛이 없냐고 순수하게 의아해했으면 좋겠다.
윤기가 까준 사탕을 먹는 남준이 옆에서, 윤기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커피만 홀짝이며 마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