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준이가 대형견인 썰 10과 이어집니다.
V.K - Reflection (mirror night) (게임 Deemo 수록곡)
윤기는 처음에 당황하겠다. 자신이 어딜가도 몸을 부벼오며 껴안아오던 남준이가 도리어 제 앞을 막아버렸으니까.
자신보다 조금 더 높은 눈높이, 조금 더 넓은 어깨, 조금 더 짙은 눈빛까지.
그 모든 것을 견딜 수 없던 윤기가 다시 몸을 틀어 애써 외면하려고 해도 남준이가 그 앞을 다시 단단히 막았으면 좋겠다.
"주인아."
"..."
"주인."
"..."
"민윤기."
처음으로 들은 그 이름 석 자가 생각보다 너무 색이 짙어서 윤기가 놀랐으면.
그제야 눈을 들어 남준이와 시선을 마주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손을 뻗어 윤기의 소매 끝을 잡아서
한 번, 쥐었다가 놓고 그 다음은 손가락 끝을.
또 다시 한 번. 쥐었다가 놓고 그 다음은 손바닥을.
마지막으로 한 번, 쥐었다가 놓고 손목을 잡았으면.
"내가 미워?"
"..."
"내가 시끄럽게 굴어서 밉다면 조용히 있을게. 내가 자꾸 물건을 망가뜨려서 밉다면 아무것도 손 대지 않을게. 내가 억지로 주인에게 밥을 먹게 만들어서 밉다면 나 혼자 먹을게. 내가 아침마다 깨워서 밉다면 이제 깨우지 않을게."
"준아."
"그러니까, 주인아."
"..."
"옆에 있게만 해줘."
남준이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으로 웃었으면. 그대로 조심히, 윤기를 다시 껴안고 그 마른 어깨에 얼굴을 묻었으면.
억지로 울음을 참아 뜨거워진 몸을, 내내 자신을 향한 벅찬 감정을,
참지 못한 윤기가 먼저 남준이 볼을 쥐어잡고 입을 맞췄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