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K - Reflection (mirror night) (게임 Deemo 수록곡)
첫 외출 이후 남준이에게 거리를 두는 윤기를 보고 싶다. 아무래도 그 때 느꼈던 순간의 설렘때문이었으면.
처음은 아니지만 너무 오랜만의 그 강한 여운을 이기지 못하고 눈에 띄게 남준이와의 스킨십도, 대화하는 시간도, 눈을 마주하는 시간까지도
모두 줄었들었으면.
남준이는 그걸 어렴풋이 눈치챘어도 윤기가 그저 바쁜 줄 알고 마냥 그 시간들을 품어버렸으면 좋겠다.
언제나와 같이 윤기가 작업실에서 나오면 윤기의 다리에 몸을 부비며 반기고,
윤기가 자다 일어나서 남준이를 밀어내면서 피곤하다고 중얼거리면 정말 피곤한가 싶어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밥은 잘 챙겨줘도 잘 먹지 않는 윤기때문에 좋아하는 간식들을 몰래 윤기의 작업실에 가져다놓고.
항상 그 다정하고도 낮은 목소리로, 약간의 들뜸을 담은 채로 윤기를 불러줬으면 좋겠다.
윤기는 그 올곧고 한결같은 감정에 더 휩쓸려 버렸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온전한 사람이 아닌 반인반수여도 상관없고,
나랑 생이 다르다고 해도 괘념치않아질정도로. 그렇게 깊어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윤기가 조금씩 마음을 추스리는 동안 반대로 남준이가 조금씩 외로움을 느꼈으면.
항상 텅 빈 거실, 벽 하나로 막힌 인기척, 언제나 같은 풍경, 같은 시간들을 보내면서 조금씩 조금씩.
어느날은 윤기가 작업한 결과물을 들고 직접 조금 먼 회사까지 다녀와야 하는 날이 되어서 윤기가 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 늦게 들어왔으면 좋겠다. 미팅이나 그런 것도 몰아서 하느라 더욱.
남준이는 불안함에 어느새 윤기를 닮아 손톱을 물어뜯으며 거실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가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에 바로
현관으로 뛰어갔으면 좋겠다.
윤기를 보고 안도하면서도 예전처럼 바깥내음을 잔뜩 묻힌 채 들어온 마른 몸을 껴안자마자 은근슬쩍 밀쳐졌을 때
처음으로 남준이가 방에 들어가려는 윤기 앞을 막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