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 Out Loud-I Can't Stop
남준이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거나 예전에 차마 말로 형용하지 못해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깨닫게 해주는 표현이 있으면
윤기에게 부탁해 얻었던 펜으로 공책에 삐뚜름하게 써내려 갔으면 좋겠다.
쓰는 것이 아직 마냥 익숙치 않아 조금 서툴게 펜을 움켜쥔 채로 천천히 책의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어 조금씩
그 표현들을 쓰며 공책이 채워지는만큼 배워나갔으면 좋겠다.
윤기가 짧은 낮잠을 끝내고 산책이나 나갈까 싶어 거실로 나왔을 때도
남준이는 책의 한 구절을 공책에 옮기는 중이었으면.
윤기가 다가가 옆에 앉아 턱을 괴고 그 모습을 빤히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럼 시선을 느낀 남준이가 고개를 돌려 윤기와 시선을 마주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용건을 묻고
윤기는 고개를 저으며 마저 할 일 하라는 듯 눈짓을 했으면.
조금 읽기 힘들지만 아예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닌 남준이의 글씨를 읽어내려갔으면.
구절들이 모두 하나같이 사랑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고 입꼬리를 올렸으면 좋겠다.
다 왜 이렇게 낯간지러운 것만 써.
그런가?
어. 보는 내가 몸이 꼬여.
말은 그렇게 하면서 글귀를 옮기는 것에 집중하는 남준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윤기가 갑자기 일어나 제 옆으로 다가와 앉는 남준이를 놀란 얼굴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최대한 표현하려고. 말이 서툴러서 표현이 안 되는 게 많아, 아직.
근데 왜 다 저런 내용이야.
표현이 안 되는게 다 이런 것 뿐이니까.
주인을 좋아하는 마음을 더 표현하고 싶은데, 여전히 부족한 것 같아. 남준이의 말에 윤기가 손을 뻗어 남준이의 공책을 가져왔으면.
공책 모서리를 매만지면서 작게 중얼거렸으면.
좋아한다는 말이면, 충분하잖아.
시선을 올리지도 못 한 채 들릴 듯 말듯 작게 중얼거리면 그 말의 뒤로 남준이의 낮은 웃음소리가 흩어졌으면.
윤기의 귀는 금방 붉게 물들여졌으면.
그럼 주인아.
...
말로 아닌 다른 걸로 표현해도 돼?
남준이의 말에 눈치 빠른 윤기가 입술을 벌려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바로 남준이가 다가가 입을 맞춰버렸으면.
그 사이 또 놀라서 꾹 다물린 입술을 느끼고 먼저 제 입술을 살짝 벌려 윤기의 아랫입술을 머금고
혀로 부드럽게 그 틈새를 쓸어 입을 열어주기를 조급하지 않게 재촉했으면.
아직 저를 빤히 보고 있는 윤기의 시선을 따라서 마주치면서
둘의 그렇게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입술을 맞대었으면 좋겠다.
시선과 입술로부터의 온기를 나누는 입맞춤이 끝나면 둘의 호흡이 짤막하게 울렸으면.
준아.
응, 주인아.
아직 조금
덜 표현된 것 같아. 아슬하게 서로 닿아있던 아랫입술을 움직이던 윤기의 말이 끝나면 남준이의 입꼬리를 다시 올라가고
또 다시 금방 두 입술은 맞닿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