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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김원식] 블라인드 25 | 인스티즈 

 

 


 

 

 

Damien Rice - Accidental Babies 

 


 

25 


 

이렇게 당신 가슴에 손을 올리고 

그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나는 다시 한 번 드는 의문과 또 파도처럼 밀려오는 작은 희망에 몸서리칠 수밖에 없었다. 


 

느껴지는 당신의 모든 것들이 나를 향하고 있는 것만 같다는 착각. 

그 착각이 진실이기를 바라면서도 두려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솔직하게 말해주기를, 당신이 그래주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만약 당신의 솔직함이 나를 아프게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아프더라도 꾹- 참고 당신의 말을 들으면 되는 걸까?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이렇게 당신에 품에 안기면 되는 걸까? 


 

당신의 말대로 당신의 침대 맡에서 책을 읽고, 

당신의 말대로 나를 잡는 손을 뿌리치지 않고, 

또 당신의 말대로 당신에게 내 사랑을 주고 나면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멀어가는 두 눈동자, 

현기증에 뒤집어지는 세상과 불현듯 흘러내리는 붉은 자국들. 

주체 없이 뛰는 심장과 유난히 추운 날씨에 새어 나오는 하얀 숨결. 

그 이외에 나는 무엇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 


 

당신의 솔직하지 못함은 매번 나에게 가장 큰 두려움이었고 또 가장 큰 기대였다. 


 

그래서 더 듣고 싶었고, 그래서 더 듣고 싶지 않았다.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하나, 

그 사슬. 


 

이미 사슬에 묶이고 난 후였다. 


 

---------- 


 

살짝 눈을 내리고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녀의 얼굴을 원식은 가만히 올려다봤다. 

검은 속눈썹이 윤설의 얼굴에 얕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머리카락이 쏟아져내리는 것을 그녀는 한쪽 손으로 쓸어넘겼다. 

그 동작 하나하나가 이상하리만큼 야릇하게 다가왔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부드러운 그녀의 움직임이. 

원식은 숨을 꾹- 내리눌렀다. 


 

입술 언저리에 살짝 닿은 그녀의 숨결, 

그리고 부드럽기만 한 그 가벼운 입맞춤. 

원식은 살짝 눈을 감았다. 

순간이 영원이었으면 하고 그는 생각했다. 

떨어지는 윤설의 입술을 알고 있으면서도. 


 

원식은 다시 눈을 뜨고는 지긋이 윤설을 바라봤다. 

아까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가만히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모습이 그는 내심 마음에 들었다. 

이대로라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러다간 정말 취해버려서 단 시도 떼어놓고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 잘 듣네" 

그가 말했다. 


 

"..." 


 

대답 없는 그녀를 응시하며 그는 몸을 일으켰다. 

다시금 흔들리는 몸에 작은 소리를 내는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잡으며 

원식은 가볍게도 윤설을 소파에 내려놓았다. 

윤설은 크게 숨을 내뱉더니 이내 자신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 천을 쓰다듬는 손길을 원식은 가만히 지켜보다 

이내 제 손을 뻗어 흘러내린 어깨 선을 끌어올려 줬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항상 손이 차요" 

윤설이 말했다. 


 

원식은 제 손을 들어 가만히 바라봤다. 

유난히도 차가운 손바닥. 

지문들이 낙인처럼 퍼져있었다. 


 

"그러게" 

별로 할 말이 없었다. 


 

"불편하지 않아요?" 

그녀가 물었다. 


 

"별로" 


 

그 대답에 윤설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한 대답에는 별로 질문을 덧붙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확실하지 않은 대답들에는, 그 공허한 질문들에는 

수 없는 밤을 지새워가며 고민하는 사람이었으면서. 

그렇게 답답하고, 그렇게 이상한 사람이었으면서. 


 

윤설은 괜히 제 코끝을 만지작거렸다. 

아까의 그 뜨겁고 찐득한 감각이 자꾸만 피부에 배어있는 것 같았다. 

비릿한 냄새와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 색의 오싹함. 


 

"만지지 마" 

그가 말했다. 

"또 피나면 안 되지, 한상혁도 없는데" 


 

윤설은 손을 내리고 그의 실루엣을 찾았다. 

"피나는 거랑 상혁씨랑 무슨 관계가 있어요?" 


 

"글쎄..." 


 

원식은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샹들리에 불빛에 그의 실루엣이 유난히도 짙어 보였다. 

윤설은 손을 뻗어 그의 손목을 잡았다. 

원식은 눈을 돌려 그녀에게 잡힌 제 손을 바라봤다. 


 

"질투해요?" 


 

그녀가 물었다. 

왠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만 같았다. 

원식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 손을 떼어냈다. 

괜히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아니?" 


 

"그런 것도 아니면서 왜 상관도 없는 일에 상혁씨 이야기를 해요?" 


 

"내가 언제" 


 

"전에 상혁씨 아플 때에도 이런 식으로 얘기했잖아요-" 


 

윤설이 그를 보며 돌아앉았다. 

원식은 괜히 그녀의 입꼬리가 신경 쓰여 그녀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꾹- 눌러 밀어냈다. 

작은 칭얼거림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윤설이 그의 손을 피하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이내 손을 떼고는 괜한 헛기침을 뱉어냈다. 

윤설은 어느새 가만히 앉아 테이블에 올려진 책을 집어 들었다. 

간지러운 듯 제 목을 긁적대다 이내 책을 펼쳤다. 

원식은 다시 소파에 몸을 기대고 그녀를 관찰했다. 

사락- 사락-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거 알아요?" 

문득 그녀가 물었다. 


 

"뭐" 

원식은 고개를 젖히며 물었다. 


 

"싫어하는 사람의 확실한 한 마디 보다, 좋아하는 사람의 애매한 한 마디가 더 아프데요" 


 

원식은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 

이내 그녀의 손가락이 책장을 어루만지는 소리가 났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굳이 그녀를 보지 않아도 그녀의 모습을 원식은 그릴 수 있었다. 


 

너도 그럴까? 


 

그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윤설은 눈을 깜빡이며 손을 멈췄다. 


 

"넌 말 잘 듣는 강아지 같아" 

그가 말했다. 


 

"...그게 다예요?"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가 물었다. 


 

그 질문에 불현듯 마음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원식은 그 이질감에 미간을 찌푸리며 이내 뜨거운 숨을 내리눌렀다. 

숨길 수 없는 것들을 애써 숨기며, 말할 수 있는 것들을 애써 말하지 않으며. 

이내 그가 입술을 움직였다. 


 

"뭐가 더 필요한가?" 


 

"..." 


 

윤설은 대답 없이 책을 덮었다. 

괜히 시큰거리는 기분에 눈이 아픈가 싶어 눈가를 비볐지만 별다른 차도는 없었다. 

그러다 이내 두근거리는 가슴에 손을 올렸다. 

아- 여기가 시큰거리는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여기가 아픈 거였구나. 


 

"아니"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거면 돼요" 


 

거짓말. 


 

---------- 


 

상혁은 유난히도 병원이 싫었다. 

하얀 가운은 너무 깨끗해 보여 이질감이 들었고. 

소독제의 알싸한 향도 여간 불쾌한 게 아니었다. 

텅 빈 병원의 복도라던가 엘리베이터는 괜한 스산함을 선사하기까지 했다. 

눈도 잘 보이지 않는 윤설이 혼자 매번 여기를 들락거렸다는 것이 내심 대견할 정도였다. 


 

그녀의 아버지가 도대체 무얼 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 번도 그녀와 함께 병원에 와준 적 없는 사람이라는 소리에 치가 떨렸다. 

결국 윤설을 이 나락으로 떨어뜨린 건 그녀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씁쓸했다. 

분명 마음만 먹었으면 벌써 눈을 고치 고도 남았을 텐데... 


 

담당의를 만나고 온 상혁은 다시 한 번 느껴지는 두통에 발걸음을 멈췄다. 

왜 항상 최상의 바람들의 최악의 결과를 가져다주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참 야속한 삶이라 생각하면서도 아직 말하지 못할 것 같았다. 

아직 말할 용기가 없었다. 

아마 욕심 때문인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지켜주고 싶다는 그 욕심. 

그 이상으로는 피워나가지 못할 꽃. 


 

상혁은 제 이마를 짚으며 차에 올라탔다. 

그녀를 조금만 더 오래 바라보고 싶었다. 

하지만 무정하게도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은 체 운전하던 상혁은 문득 드는 불쾌한 감정에 얼굴을 구겼다. 

짜증 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 사실 짜증 낼 일은 아니었지만... 화가 나기는 했다. 


 

윤설이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매번 빨갛게 충혈되던 눈과 피곤한 눈물자국들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매번 원식의 방문을 열고 나오는 그녀를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방 넘어에서, 매일 밤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고, 

또 그녀의 말대로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고 해도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마음을 비우고 원식과 윤설의 이어주려 억지로라도 애를 쓰고 있었지만, 

그도 사람은 사람인지라 쉽게 마음을 저버릴 수 없었다. 

매번 원식에 방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불쾌한 상상들을 생각하며 그는 뒤척였다. 

그런 자신에 죄책감이 들기도 했고, 질투가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를. 


 

어느샌가부터 집 안에서 신을 신지 않는 원식과, 

조금이나마 걷혀져 있는 커튼과, 갑자기 밝아진 실내. 

작은 소음을 참지 못하던 원식의 취향을 깨부수는 그녀의 목소리와, 

매번 울려 퍼지던 웅장한 음악의 부재가 그의 변화를 알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진실되지 못한 원식이 상혁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수 없는 부분이었다. 

트라우마는 극복되었고 그건 다 그녀 덕이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얻는 것은 뭐지? 


 

사랑하는 사람의 애매한 한 마디가 더 마음 아프다는 말과는 다르게, 

상혁은 사랑하는 윤설의 확실한 애정의 눈빛이 더 마음 아팠다. 

매번 그를 궁금해하고, 매번 그를 고민하고, 매번 그와 함께하는 그녀의 시간들이, 

그것들이 더 마음에 아팠다. 

무의식적인 그녀의 원식을 향한 마음이. 

사실 그녀가 눈치채기 전부터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나쁜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정말 헤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가도 그녀가 눈이 보였다면, 

그녀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과연 그를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씁쓸한 무언가일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했었다. 

하지만 윤설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사랑할 거면 제대로 사랑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다고, 

말해주지 않으면 쓸데없는 상상들로 걱정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그러다 혼자 아파하고 그러다 혼자 울기까지 하는 여린 사람인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제발 그녀에게 사랑한다 말해 주라고,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걸지도 모른다던 의사의 말이 생각났다. 

이상 현상이 생기면 꼭 찾아오라던 그 말이. 

괜히, 자꾸 맴돌았다. 


 

---------- 


 

저녁이 되어도 상혁이 돌아오지 않았기에 

윤설은 책을 정리하고 제 방으로 올라갔다. 

원식은 서재에 앉아 책을 읽다가 창문으로 눈을 돌렸다. 

거대한 암막 커튼이 방패처럼 가리어진 창가. 


 

문득 그녀의 얼굴을 가로지르던 금색 달빛이 생각나 원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는 그 빛줄기를 따라 흘러내리던 윤설의 머리카락, 

검은 두 눈동자에 자석처럼 끌러들어가던 자신의 감정들. 

주제할 수 없는 심장소리와 때마침 흘러들어오던 달빛. 

자신을 향하던 그 덤덤한 눈빛. 

분명히 자신을 향하던 그 눈빛. 


 

원식은 머뭇대며 자신의 손을 뻗었다. 

단 한 번도 제 손으로는 걷어본 적 없었다. 

이 너머에 무엇이 존재할지가 두려웠다기 보다, 

매번 눈앞에 징그럽게도 아른거리던 어머니와 창가의 상관관계가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었다. 

결국 어머니를 매몰차게도 외면한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었고, 그녀의 가식을 증오하던 자신에 대한 경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끝나버린 이야기였다. 

재가 되어 사라진 그 지겨운 감정들. 

이미 무덤에 묻혀버린 어머니의 이름. 

다 늦어버린 이야기였다. 


 

그리고 시작되는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너. 


 

윤설. 


 

그 이름을 생각하며 원식은 커튼을 걷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쏟아져내리는 겨울의 달빛에 원식은 눈을 찌푸렸다. 

이내 올려다 본 하늘은 보석이라도 박아놓은 듯 빛나고 있었다. 

진흙 속의 진주처럼 어두운 밤 하늘에 유난히도 밝은 달만 그 빛을 바라고 있었다. 

차갑고, 시리고, 음산하면서도 따뜻하고, 아름답고, 요염하기까지 했다. 


 

달빛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는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제는 모든 생각들이 너로 이어졌다. 

충분히 미친 것 같은 얘기였다. 


 

너 때문에. 


 

"lunatic" 


 

숨길 수 없는 발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머리 아파. 


 

---------- 


 

말 잘 듣는 강아지. 


 

마치 소유물처럼 그에게 다루어지고. 

마치 사랑의 노예처럼 그에게 길들여지고. 

 

그걸로 나는 충분할까? 


 

분명히 스탠드를 켰는데도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윤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돌아오는 시야가 변덕스러워 짜증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그것뿐만 아니었다. 평소에는 잘 흘리지도 않던 코피를 쏟고, 어지러워 이마에 손을 얹는 일도 잦았다. 

하루 이틀로 끝날 것만 같았던 일들이 자꾸만 이어지자 이제는 슬슬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약을 너무 많이 먹어 부작용이 생긴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에 관한 걱정들도 다 잠시 지나가는 바람처럼 금방 흩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녀에게는 그가 더 큰 고민거리였고, 그가 더 큰 현실의 파편이었다. 

자신이 오롯이 진실될 수 있도록 그녀는 커튼을 걷고 기도를 올렸다. 

달빛이 창문을 넘어 방으로 들어왔다. 


 

침대에 앉아있던 윤설은 땅거미의 어둠처럼 자기주장 뚜렷한 그의 발소리를 들었다. 

문득 그 소리가 버릇처럼 자신의 문 앞에 멈춰 서자 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잠들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늦은 시간이었다. 

그는 매번 방 문턱까지 다다른 후에야 고민하는 듯 쉽게 문을 열지 못했고, 

그녀는 그가 그럴 때마다 듣지 않으려 해도 들을 수밖에 없는 그의 숨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들어와요" 

그녀가 말했다. 


 

문득 그가 숨을 멈춘 듯 그의 숨소리도 멎었다. 

그러고 얼마 안 있다 이내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열리는 그 오래된 나무 문의 삐걱거림이 방 안을 채웠다. 

윤설은 여전히 벽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고, 

원식은 방 안에 가득 깔린 달빛을 응시하다 이내 그 빛에 흠뻑 젖어있는 윤설을 바라봤다. 

달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그림처럼 벽에 그려졌다. 

그는 책상 앞의 의자를 끌어내서 앉고는 긴 다리를 꼬았다. 

그제야 그녀는 눈을 떴다. 


 

"저녁에 보자던 놈이 안 들어와서 섭섭하겠네" 

그가 말했다. 


 

"..." 

윤설은 고개를 기울이며 숨을 들이마셨다. 

"상혁씨 참 좋아하나 봐요, 당신은" 


 

"무슨 헛소리야 그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원식이 중얼거렸다. 


 

"상혁씨 얘기만 하잖아요" 

윤설은 천장을 바라봤다. 


 

한참 지나서야 원식이 입을 열었다. 

"네가 좋아하는 거겠지" 


 

그 목소리에 윤설은 달빛에 젖은 그의 실루엣을 바라봤다. 

매번 그녀가 자신을 응시할 때마다 원식은 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절대 모르겠지만 항상 그들의 눈빛은 엉키고 있었다. 

어렴풋이 짐작하는 그녀의 눈동자는 정확하게도 그의 눈을 바라봤고, 

그녀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는 원식은 그 눈맞춤이 미칠듯 뜨겁기 마련이었다. 

무엇이, 어디가, 어떻게 뜨거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질투 아니라면서요" 


 

"..." 


 

"아니면 또 듣고싶어 그래요?" 


 

"..." 


 

"또 듣고 싶어 그러는 거예요?" 


 

"뭘..." 


 

윤설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원식은 달빛을 바라봤고, 

그녀는 이불을 걷어냈다. 


 

"사랑한다는 말" 

나긋나긋한 그 목소리. 


 

그는 그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이렌의 노랫소리처럼, 홀려버린 뱃사람처럼. 

어쩌면 달이 너무 밝아서 그런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아니, 달이 너무 밝아서 그랬다. 

그 빛에 네가 너무 젖어있어서. 


 

"..." 

원식은 입을 꾹 다물고 윤설을 응시했다. 


 

"사랑해요" 

그녀가 말했다. 


 

"..." 


 

"사랑해" 


 

"...그만" 


 

"사랑해요" 


 

"그만해" 


 

문득 그가 그렇게 말했기에 윤설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눈을 감았다. 

원식은 마른 세수를 하다가 이내 두 손바닥에 제 얼굴을 파묻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를 보면 볼수록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참을 수 없는 것들이 소용돌이 쳤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를 반긴 건 구름에 가리어진 어스름한 달빛이었다. 

그 오묘함, 그 오묘하고 위험한 빛. 


 

원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밀어 넣었다. 

그 소리에 윤설은 눈을 뜨고 커다란 그의 실루엣을 바라봤다. 

그러다 갑자기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참 이상한 남자였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사랑한다 말을 하라 그럴 때는 언제고 오늘은 하지 말라는 말이나 하고, 

마음대로 입을 맞출 때는 언제고 안된다는 말에 꾹 참아내리는 당신은. 

도무지 예측할 수 없게 나를 흔드는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이 맞는지도 몰랐다. 


 

침대 매트리스 위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원식은 손을 뻗었다. 

오늘따라 빠르게 뛰는 심장은 정말 달빛의 주문에라도 걸린 것만 같았다. 

매번 들려오던 무언가가 떨어져 깨지는 그 파열음도 더 크게만 들렸다. 

이번엔 진짜였다. 진짜 네가 없으면 못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말하지 마" 

그가 말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목 언저리를 쓰다듬었다. 


 

"변덕쟁이네요, 사랑해달라 그럴 땐 언제고" 

그녀가 말했다. 


 

"너무 많이 들으면..." 

그녀의 목을 지분대던 손을 내리고 원식은 이내 침대 위로 올라왔다. 

"위험해-" 


 

"뭐가요" 


 

벽에 바싹 붙으며 윤설은 물었다. 

이 분위기를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도망칠 수 없는 분위기를. 

숨 막히게 떨리고 또 두려운. 


 

"내가요" 

불현듯 그가 낮게 웃었다. 

입꼬리가 보기 좋게 올라가있었다. 

"내가 위험하다고요" 


 

그 웃음기 섞인 목소리에, 

전에 들어보지 못 했던 그 존댓말에 윤설은 아까 대담하게 사랑한다 말하던 그 입술을 꼭 다물고는 고개를 돌렸다. 

도무지 이기려고 들어도 이길 수가 없는 남자였다. 

검은 뱀처럼 자신을 홀리다 못해 영원히 묶어둘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쓴 잔을 삼켜야 하는 사람이 왠지 자신이 될 것만 같다고 윤설은 생각했다. 

인류가 아닌 그를 위해 자신이 쓴 잔을 기꺼이 삼킬 수도 있겠다고. 

아주 지독하게 홀리고 있었다. 


 

이제야 사태 파악이 된 듯 불안한 눈으로 고개를 돌리는 윤설에 원식은 눈웃음을 지었다. 

미치게 하는 달빛을 핑계삼아 미친 짓까지 해볼까 하는 나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이미 그녀가 안된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 단호하게도 안된다고 말해줬는데. 


 

그저 조금만 더 진하게.... 

조금만 더 깊숙하게.... 


 

"여기 봐봐" 

그가 말했다. 


 

"..." 


 

"설아, 나 봐봐"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 윤설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낮은 웃음소리가 그녀의 쇄골에 얹혔다.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는 당신의 향이 코끝에 아리게도 매달렸다. 


 

"말 참 잘 들어" 

그녀의 아랫입술을 만지며 원식은 말했다. 


 

"하..." 

작은 숨소리가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조금 떨고 있는 듯했다. 언제나 그랬듯. 


 

"아까는 당돌하더니" 

입술 가까이 훅- 다가온 그가 속삭였다. 

"이제 무서운가 봐?" 


 

"...안 무서워요" 

그녀가 말했다. 


 

"그럼 왜 이렇게 떠시나?" 

원식은 그녀의 입술 언저리에 입을 맞추며 웃었다. 


 

"..." 


 

한참 동안 아무 말 없던 윤설은 이내 눈을 꾹- 감았다. 

그녀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달콤한 과일처럼, 무르익은 과즙처럼. 

뚝- 뚝- 떨어지는 그 목소리. 

너의 그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가질 수만 있다면, 

너의 그 달콤하고 끈적거리는 모든 것들을 다 품 안에 안을 수만 있다면. 


 

"떨려서 그래요... 설레서" 

윤설이 말했다. 


 

원식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조금 더 진하게, 

조금 더 깊숙이. 


 

이례 없이 품에 매달리는 그녀와, 

이례 없이 그녀를 만지는 손길. 


 

이상하게 차오르는 뜨거움과, 

전과 다르게 커진 신음소리. 


 

낙인처럼 서로에게 새겨진 자국들. 


 

숨이 거칠어지는 밤. 


 

그래, 키스까지만. 


 


 


 


 

싫어하는 남자의 확실한 말보다 

좋아하는 남자의 몹시 애매한 말 한마디가 

여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라 파예트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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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글을 천천히 읽어내려가는데 분위기에 숨이 막힌다는게 이런 느낌인가봐요..같이 몰입 되는게 장난이 아니네요ㅠㅠㅠㅠㅠ오늘도 글 너무 잘 봤습니다♡
8년 전
무지개
오늘도 읽어줘서 너무 고마워요!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2
세상에.....//ㅅ//어머나 세쨩에....부끄러...하 진짜 심쿵이에요...김원식 때무네 심장이 아파요...8ㅅ8 막 갑자기 존댓말하고 그러면 보는 나마저도 쿵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리고 설이가 계속 아픈가봐요...ㅠㅠㅠㅠ병원 가야하는거 아닌가8ㅅ8아프지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식이가 설이로인해 트라우마를 극복하나봐요...멋져라..b
8년 전
무지개
오늘도 읽어주고 댓 달아줘서 정말 고마워요! 시기 최소 심장폭행범ㅋㅋ♡
8년 전
독자3
오ㅑㅠㅠ오늘도 글 분위기가 취향저격이네요ㅠㅜㅜ 그리고 항상 작가님 글 볼 때마다 마지막 부분에 적혀있는 구절들이 하나하나 예쁘고 글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ㅠㅜㅠㅠㅜ책을 많이 좋아하시나봐요 혹시 가장 인상깊게 읽으셨던 책 하나 추천 부탁드려도 될까요??
8년 전
무지개
음음!
신경숙 _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요시모토 바나나 _ 무지개
찰스 디킨스 _ 두 도시 이야기
노희경 _ 지금 사랑 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엘러리 퀸 _ Y의 비극
무라카미 하루키 _ 여자없는 남자들

이정도 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 ㅠㅠ 다 다른 장르인데 다 재밌게 읽었어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8년 전
독자4
자까님....저두이에요....지난 번 글에 제일 좋았다고 했던 제 손을 치세요!!!!!어쩜 매번 이렇게 더 좋은 글을 가져오세요? 이렇게 몰입해서 읽을 수가ㅜㅜ분량도 많은데 스크롤 언제 다 내려온건지ㅜㅜ제가 다 간질간질하네요 혁이는 불치병인건가요? 아 미쳐버리겠어요 진짜 너무 좋아요ㅠㅠ
8년 전
무지개
두이! 너무 좋아해줘서 정말 기뻐요 ㅠㅠ 매번 고맙습니다>3 <
8년 전
독자5
오ㅜ우 아 대박 와 진짜 무지개님 글은 분위기 킹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참에 저도 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8ㅅ8 노예로 기억해주세오.. 왜냐면 전 자까님의 노예.. 8ㅅ8
8년 전
무지개
노옠ㅋㅋㅋㅋ네!! 감사합니다 저의 노예님 ♥오래봐요 우리~
8년 전
독자6
연이에요ㅜ 무겁게 착 가라앉은듯한 이 분위기도 역시 제취향저격이에요!! 작가님은 제맘을 넘나잘아시는것8ㅅ8 다음꺼도기다릴께요♡
8년 전
무지개
연이! 오랜만이에요 8ㅅ8 댓 달아주고 읽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8년 전
독자7
아니 진짜 오ㅓ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원식이 왜이렇게 섹세ㅙ여ㅠㅠㅠㅠㅠㅠ
8년 전
무지개
원시기 8ㅅ8 시기가 세젤섹이죠ㅜㅜㅜㅜㅠㅠㅠ
8년 전
독자8
이공이에요! ㅠㅠㅠㅠㅠ원식이 뭐야ㅠㅜㅜㅜ왤케 달달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상혁이는 병원에서 뭐져ㅠㅠㅠㅠㅠㅠ어디아푼거야ㅠㅠㅠㅠㅠ설이두ㅜㅜㅜ병원가봐야할거같은데ㅜㅜㅜㅜ다들 아프지마러라ㅠㅠㅠ
8년 전
무지개
이공! 읽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아프지 말기를 빌어주세요!
8년 전
독자9
ㅎㄹ...분위기 장난아니네요...말 한마디한마디가 정말 와닿는 느낌이예요...우와...
8년 전
독자10
헐...설이...눈이 많이 안 좋아진건가요?ㅠㅠ 이제서야 행복해지기 시작했는데...ㅠㅠㅠㅠ
8년 전
독자11
으 세상에... 아젭알 설이 사망플래그인가여ㅛㅠㅠㅠㅠㅠㅠ아빠란 남자는 진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잘쓴 은밀한 글 10개의 야동보다 좋다더니 그거 늑끼구 갑니다...크으으......ㅠㅠㅠㅠㅠㅠㅠ아니'!!!!!그냥 제가 변태에요!!!!!!!!!!!둘은 킷스만 햇을까//!?!?!?!아니 난변태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흑흑 블라인드 넘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2
ㅜㅜㅡㅜㅜ심장이아픈데ㅜㅜㅜ이글때문인건가요ㅜㅜㅜ
8년 전
독자13
이런 분위기 위험하고 숨막히는데 계속 읽게 돼요ㅠㅠㅠㅠ 근데 설이가 완전히 실명을 하게 되는건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 안돼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14
분위기미쳤어요...왜키스까지만이죠 더해라더해라!더가는것도보고싶습ㄴ디ㅏ!!!!!!!둘이너무갈구하는거보이는데ㅠㅜㅡ왜죠ㅜㅜ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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