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카페에 앉아 그와 나는 커피를 마셨다.
별거 없이 씁쓸했고 별거 없이 뜨거웠다.
속에서 끓어 넘친 감정들 만큼,
차마 뱉어내지 못한 비밀들 만큼.
꽃병의 꽂혀있는 꽃향기가
더럽게도 독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 얘기 들었어?
재미없는 말투로 그가 물었다.
무슨 얘기?
시큰둥한 건 마찬가지였다.
늦은 밤 찾아오는 남자 이야기.
응 들었어.
그래, 그 얘기.
그 재미없는 얘기.
무섭지 않아?
문득 그가 나를 돌아봤다.
커피잔에서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숨결같다고 생각했다.
별로, 그냥 소문이잖아.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 용감하네.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
너는? 너는 그 얘기 들었어?
내가 물었다.
무슨 얘기?
비 오는 날 찾아오는 여자 얘기.
아니 처음 들어보는데?
그래? 얘기 해 줄까?
됐어 무서운 이야기 싫어.
겁쟁이.
아니거든.
웃음소리. 그의 웃음소리.
메아리치듯 사리질 줄 모르는 그 소리.
마침 늦었네.
하고 내가 말했다.
마침 비도 오고.
하고 그가 말했다.
*
그 얘기 들었어?
소근소근
무슨 얘기?
소근소근
.....비오는 밤 찾아오는 연인의 이야기
Bonnie & Clyde
있잖아...
밤길 조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