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연예계를 쥐락펴락하고 팩트만을 보도하지만 무자비한 파파라치짓으로 악명 높은 '디스패치'에 나는 신입기자로 이번 달 초에 입사했다. 내 첫 출근을 환영해주는 사람은 지금 내 유일한 말동무인 정호석 밖에 없었다. 아마 자신이 하던 막내 역할을 맡아줄 또 다른 막내가 나타나서 반가워했던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를 부려먹지만 그만큼 잘 챙겨주기 때문에 나는 호석을 믿고 따랐다. 10분 후에 있을 취재팀 회의를 위해 나는 분주하게 자료집을 챙기기 시작했다. 막내답게 회의하면서 마실 믹스커피도 타야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국민 배우 A군은 요즘 들어 회식 자리에 얼굴을 비추지 않기 시작했다는데 (중략) 늦은 시간 드라이브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는데 (중략) 조수석에는 여배우부터 걸그룹, 일반인까지 항상 여자가 바뀐다."
"그냥 찌라시 아니에요?"
팀장님이 자료를 천천히 읽어나가자 취재팀은 일재히 누군지 알 것 같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 배우에 대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호석은 팩트치고는 너무 소설 같다며 아닐 것 같다고 주장했지만 팀장님의 한 마디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특이하게도 이번 건은 제보자가 따로 있는데 여배우 M이야. 실제로 같이 있었으니까 이런 제보를 했겠지?"
"A군한테 차이기라도 했나봐?"
"M양 그렇게 안봤는데 구질구질하네. 제보까지 하고. 우리한테야 이득이지만."
선배들은 생전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깍아 내렸다. 실제로 이런 취재하기 어려운 얘기들은 제보를 받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대부분은 다 당했기 때문에 제보하는 것이다. 스토커라고 욕할 때는 언제고 결국 다 우리한테 털어 놓게 되있다니깐? 옆에 앉아 있던 선배가 농담식으로 말했다.
연예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순종할 수 밖에 없는 디스패치. 나는 팩트만을 보도한다는 사실에 매혹되어 입사했지만 취재팀에 있으면서 느낀건, 이 사람들은 하이에나들이다. 팩트가 확보되면 물불 가리지 않고 증거를 확보하는데 꿀같은 주말까지 헌납할 준비가 되있는 사람들이다.
"막내야."
"네?"
펜 뚜껑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멍을 때리고 있던 내게 팀장님이 말을 걸어왔다.
"일한지 한 달 다 되가지?"
"네."
"현장 나갈 때 된 것 같다."
팀장님이 사무실에서 커피만 타고 복사기 앞에만 서 있던 내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말을 해줬다.
"국민 배우 A군은 전정국이야. 데뷔한지 7년이 되 가는만큼 그동안 우리 취재팀 얼굴은 다 봤을거고 아마 디스패치니까 외웠을지도 모르지. 신입인 네가, 그러니까 김탄소 네가,"
설마, 설마. 나는 침을 꼴깍 삼키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밀착 취재 해야겠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한 마음에 고개를 꾸벅 숙일 뻔한걸 간신히 참았다. 드디어 나도 현장 투입이다, 그것도 밀착 취재! 분명 밤낮없이 쫓아다니는 일이긴 하지만 이 지긋지긋한 사무실을 벗어나는게 어디냐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번 건의 총책임자는 정호석으로 해둘게. 밀착 취재는 김탄소가/가 맡고 호석이는 자료 제공하고 돕기만 하면 돼. 총책임자를 신입으로 하기는 아직 이르니까."
총책임자가 나와 친한 호석이라는 소리에 나는 기쁨을 주최하지 못해 호석에게 웃어보였다. 호석은 나를 따라 미소 짓긴 했지만 표정이 마냥 밝아보이지는 않았다. 다른 찌라시들을 한번 읊어보고 회의를 마쳤다. 이렇게 큰 건을 나에게 맡긴건 나만 얼굴이 팔리지 않았다는 어쩔 수 없는 이유겠지만 이번 일만 잘해내면 선배들에게 믿음직한 막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내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탄소야/야. 여기 전정국에 대한 자료."
"감사합니다 선배!"
신난 목소리로 호석이 내게 건내주는 자료를 받아들고 빠른 속도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호석은 내 옆을 떠나지 않고 뭔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입술을 달싹거렸다.
"전정국이 있잖아. 그러니까, 음."
" ? "
평소와 다르게 우물쭈물거리는 호석을 올려다 봤다. 호탕한 성격에 말도 시원시원하게 하시는 분이 왜 이러지?
"여자를 밝히니까 너도 조심하라고."
"무슨 소리에요! 일단 저를 여자로 볼 일이 없는데요, 뭘."
말도 안되는 소리에 웃으면서 호석의 팔을 퍽퍽 쳤다. 이 버릇도 언젠가는 고쳐야 될텐데.
전정국의 옆에는 국민 여배우, 국민 여동생, 국민 걸그룹 등 예쁜 여자들이 얼마나 득실거리는데 나를 여자사람으로 인식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겠다고 생각하며 자료를 마저 읽었다. 주요 활동시간은 오후 8시 이후라 이거지? 나름 야행성이라고 자부하는 나에게 밤에 하는 밀착 취재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탄소야/야, 디스패치인거 들키면 안된다. 들키면 이 프로젝트에서 네가 아웃될 수도 있지만 첫 프로젝트잖아. 잘 해."
"당연하죠."
넉살 좋게 답했지만 나도 내심 걱정이 많았다. 괜히 선배에게 들키지 않으려 조금 전에 탄 녹차가 담긴 종이컵을 만지작거렸다. 호석은 내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주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 갔다.
자료에 따르면 전정국은 본인이 출연한 드라마인 <잭과 산나물>의 종방연 회식 자리에 참석한다. 다음 주 수요일 저녁, 마포구에 있는 한 고깃집에서. 나는 전정국이 얼굴만 비췄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지 파악하고, 만약 그렇다면 뒤를 쫓으면 된다.
***
6시 35분. 회식은 7시부터라고 들었다. 나는 고깃집 입구에서 약 두 가게정도 떨어진 곳에 차를 대놓고 지켜봤다. 두껍게 선팅했기 때문에 다른 연예인들의 차량이 도착하면 파묻혀서 눈에 띄지도 않을 거다. 근처 편의점에서 사온 삼각김밥을 우걱우걱 씹으면서 초록창을 켰다.
'꽃미남 전정국, SNS에 <잭과 산나물> 종방에 아쉬움 가득 표정으로 셀카 업데이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를 수 없는 그 얼굴을 클릭했더니 화면이 전정국의 얼굴로 채워졌다. 언제봐도 참 잘생겼단 말이지. 그런데 왜 이렇게 여자를 밝힌데. 복사하기 붙이기를 시전한 듯한 기사 여러 개를 읽으면서 시간을 떼웠다. 관심도 없는 스포츠 기사까지 읽으니 어느새 7시 5분이 됐다.
"어디 보자..."
가게 앞에는 작은 외제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선팅이 되지 않은걸 보니 제작진의 차량 같았다. 나는 초코에몽을 홀짝거리면서 지켜봤다. 잠시 후 낯 익은 BMW 차가 가게 앞에 도착했다.
"어, 저 차라면."
자료를 급하게 뒤적거렸더니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전정국의 차 BMW i8이다.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린 전정국을 봤다. 무지 후드티에 청바지. 저건 우리 오빠 패션인데 왜 이렇게 느낌이 달라. 역시 배우는 다르다고 생각한 나는 취재의 필요성보다는 개인의 욕구 때문에 가게에 들어서는 전정국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았다.
두 시간 가량이 지나자 전정국은 회식 도중에 빠져나왔다. 가게 문을 닫기 전까지도 제작진들과 인사를 나누고 급히 갈 곳이 있는지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 디스패치 기사의 특징인 스토리식 전개를 위해 나는 그 모습까지 빠짐없이 찍었다. 하얀 BMW가 골목 귀퉁이에서 사라지려하자 나도 시동을 켰다.
"어딜 가려나..."
전정국의 차를 꽤 먼 거리에서 쫓아갔다. 점점 수도권으로 빠지는 모습에 오늘의 퇴근 시간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집은 잠실이라면서 일산은 왜 가는거야. 그러고보니 아까 전부터 알게 모르게 길을 자꾸 돌아 가는 것 같았다. 설마 벌써 들킨건가?
40분정도 운전만 했다. 누구의 집이나, 커피숍 같은 곳 앞에서 여자를 픽업할거라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편의점 앞에 전정국은 차를 댔다. 나는 그 반대편 차선으로 차를 옮기고 편의점의 맞은 편에 주차했다. 이게 다 들키지 않겠다는 내 의지다.
전정국은 마스크와 모자를 푹 눌러쓴채로 편의점에 들어갔다. 컵라면 하나를 계산하더니 갑자기 편의점 식탁에 앉아서 먹기 시작한다. 뭐지 저 새끼? 일단 카메라를 들어서 그 모습을 촬영했다. 먹기 위해 내려진 마스크 탓에 편의점 알바생한테 얼굴이 들켰는데도 당당하게 국물까지 삼킨다. 알바생이 다가가 음료수를 건내며 사인을 요청해도 웃는 얼굴로 사인해주고 사진까지 찍어준다.
여자 밝히는 젊은 배우라는 이미지 때문에 나는 전정국을 전형적인 싸가지 없고 능글거리는 잘생긴 놈 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 너무 인간적이잖아. 예상치 못했던 취재의 전개에 나는 멍하니 전정국이 쓰레기까지 치우고 편의점을 나오는 장면을 지켜봤다. 전정국은 차에 타기 전에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내 차가 세워진 반대편을 바라봤다.
"뭐야."
유리 넘어로 전정국이랑 눈이 마주친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그런데 아니었다. 전정국은 이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전정국은 스윽 손을 올려 이 쪽을 향해 흔들었다.
사담 허헣 글 처음 올려보는 옴뫄야입니다 배우 전정국 어떠신지요.. 매일 저 혼자 망상하면서 누텔라됐었는데 제 망상을 텍스트화 해봅니다 물론 디스패치 ㅂㄷㅂㄷ한 신문사지만 빙의글에 소재로 쓰기엔 넘나 재미진 것!^^* 김칫국원샷일수도 있지만 혹..혹시나 암호닉 신청하겠다는 분들 있을 수도 있으니 미리 말씀드립니다 암호닉 신청은 반드시 대괄호 [] 안에 해주세요!! 그냥 쓰면 제가 못보고 지나칠 수도 있거등요ㅠㅠ 아 그리고 전 댓글을 사랑합니다.. 짧게라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ㅠ 그럼 끝에는 정국이가 몰고 다니는 차 BMW i8 사진만 첨부하고 전 떠나겠어요 총총 시가 2억원짜리ㄷㄷ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는 독자분들 요거 도끼님이 사신 차에요 날개처럼 문 열리는..겁나 멋진... 보자마자 이건 정꾸꾸가 타면 어울리겠다 싶었어욯ㅎㅎ 감춰둘 내용을 여기에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