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08
w. 예하
"이름아. 나 데뷔해. 너한테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었어."
정적이 흘렀다.
잠깐 뒤 축하한다는 말 외에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이창섭을 잊고 잘 지낸 시간동안
혼자 외로웠을 이창섭이 자꾸만 눈 앞에 그려져서
감히 어떤 말도 쉽게 건넬 수 없었다.
"솔로로 데뷔하는거야. 곧 쇼케이스도 한대. 아참 쇼케이스에 내 지인들 부를 수 있다고 했거든, 그러니까 너도 꼭 와."
"...응."
"너무 놀라서 말이 안나오냐? 이창섭이 이런 사람이야."
이창섭은 변함이 없다.
예전 모습 그대로, 그는 변하지 않았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그에게 물었다.
"왜 그동안 연락 안했어?"
"아. 연락 진짜 하고싶었는데. 너무 바쁘더라고... 미안해."
"...그랬구나..."
"너는 왜 연락 안했어?"
괘씸해서.
연락 한 번 없는 니가 미워서 그랬어.
"...여보세요? 이름아 자는거 아니지?"
"..응 듣고있어."
"너 목소리가 완전 잠겼네. 빨리 끊고 자자."
"응."
"나중에 부모님편으로 쇼케이스 날짜랑 시간이랑 위치 알려줄게. 그날 꼭 와야해. 알았지?"
"응."
"성이름. 잘자."
"너도."
전화를 끊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 정말 편하게 잘 지냈는데.
현식오빠한테 사랑받으면서, 외롭지 않게 지냈는데.
너는
너는
그래도 내 생각하면서 지냈구나 넌.
나한테 제일 먼저 알려주려고 했구나.
넌 아마 연습이 필요했을거야.
그래서 내가 잘 가능성이 높은 새벽에 전화를 걸었고.
너의 예상과는 다르게 내가 전화를 받았을거야. 그지?
분명 그 긴시간동안 나한테 수백번도 넘게 연락하고싶었을거야.
니가 없는 첫 1년동안 내가 수백번도 넘게 통화버튼을 누르고 싶었던 것 처럼.
바빠서?
아니 그건 변명이야.
있잖아 창섭아, 나는 생각보다 너를 너무 잘 알고있어.
그리고 생각보다 너를 너무 많이 기억하고 있고.
어쩜 하나도 안 변했니.
조금만 변하지. 내가 실망하게.
잠에 들지 못 했다.
예전에 내가 이창섭에게 써준 가사를 다시 꺼내보았다.
오랫동안 꺼내보지 않아서 종이가 빳빳하다.
이 가사를 쓸 때의 감정이 떠오르고
성이름 작사 이창섭 작곡의 노래를 불러주던 이창섭의 모습이 선명히 생각났다.
단지 추억이라 생각했는데...
그건 아직 추억이 아니었다.
너는 아직 나를 추억으로 보내지 않았는데
나는 너를 억지로 추억 속으로 밀어넣고 잊은 척 하고.
나 너무 이기적이다 창섭아.
그런데 그렇게 너 힘들동안 혼자 잘 살았으면서, 지금도 잘 살고 있으면서
니 목소리 들으니까 다시 떨리는 내가 싫어.
그동안 너무 잘 지내서, 그래서... 그래서 너무 미안하다.
나 조금만 못 지낼걸.
길고 긴 외로움 틈에서 빛나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많이 외로웠지.
쇼케이스 꼭 갈게.
꿈 이뤄줘서 고마워 이창섭.
그렇게 밤을 샜다.
이창섭에 대한 죄책감과
스스로의 뻔뻔함에 감탄하며.
아침 8시가 다 되서 잠이 들었지만
그마저도 오래 잠을 자진 못했다.
"여보세요? 오빠 지금 바빠?"
"아니 안바쁜데? 왜?"
"나 지금 오빠 잠깐 볼 수 있어?"
"응. 어디서 볼까."
"내가 오빠 학원으로 갈게."
현식오빠한테 위로받고 싶었다.
너는 이창섭을 모른 척 한게 아니라고.
이창섭을 외면하고 혼자 잘 지낸 그런 이기적인 아이가 아니라고.
다른 사람이었어도 나처럼 행동했을 거라는 그런 위로를 받고 싶었다.
"어 이름아 왔.."
오빠의 모습을 보자마자 무작정 품에 안겼다.
"오빠."
"이름아 무슨 일 있어?"
"오빠. 나 사랑하지?"
"그럼 사랑하지."
"나도 사랑해."
잠시후 오빠가 나에게 물었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그냥... 확인하고 싶었어."
"뭘?"
"오빠가 나를 사랑하나 안하나."
"야 그걸 말이라고 해?"
"그냥... 오빠 만약에 있지. 내가 오빠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떡할거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 이름아 오빠는 그런 걱정 안 해."
"왜?"
"그럴일이 없으니까."
"그치?"
"응."
오빠 학원 연습실에 앉아서 한참을 있다가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엄마?"
"어~ 그거 들었어? 창섭이 데뷔한댄다."
"아 그래?"
"그래서 쇼케이스인가 뭔가 한다는데, 너랑 나랑 오래는거야. 근데 엄마 그날 못가거든. 너는 그래도 오래 친구였는데 가야되지 않겠어? 누구 한 명 데리고 가. 엄마가 문자로 언제 어디서 하는지 보내줄게. 알았지?"
"엄마 왜 못 가?"
"엄마 그날 약속있어. 창섭이는 티비로 자주 보게 될꺼니까. 그래도 너는 꼭 가라. 너 안가면 얼마나 섭섭해할까."
"아 알았어..."
"어 그래 엄마 바빠 끊어."
"응 끊어."
내 떨떠름한 표정에 현식오빠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어머님이 뭐라셔?"
"아 그냥 나 뭐 좀 한다고..."
"나한테 말 못해주는 거야?"
"아니 그런건 아닌데..."
"너 아까부터 이상해. 무슨 일 있는거 맞지? 오빠한테 말 못해주는거야?"
"오빠."
"응. 뜸들이지 말고."
"내가 예전에 말했던, 창섭이 기억나?"
"아...그 연습생 친구?"
"응 걔. 걔 데뷔한대."
"드디어 데뷔하는거야? 되게 예전부터 연습생 아니었어?"
"응. 오래됐지. 한 5년 가까이 되는 거 같은데. 솔로 데뷔한대."
"오 기대된다. 만나보고 싶다 그 친구."
"걔 데뷔 쇼케이스 한다는데, 오빠 같이 갈래?"
"나? 같이 가도 돼?"
"응. 원래 엄마랑 가기로 했는데. 엄마가 못 간대."
"어머니가 못 간대서 아까 표정이 그랬던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기분이 이상해서."
"오빠. 창섭이는 사람들이 많이 사랑해 줄꺼야. 사랑스러운 애거든. 보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 있잖아. 걔는 그런 애야. 그러니까 데뷔하고 나서도 사랑받으면서 잘 지낼꺼야. 나 말고도, 주변사람들이 없어도 걔는...걔는 아마 자기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만큼 사랑받을껄."
"그래도 주변에 사람들이 없으면 외롭지 않을까?"
"그런가."
"그럼. 아무리 사랑을 많이 받아도, 자기 피부로 느껴지는 진지한 관심이 안느껴지면... 그게 외로운거래."
"...오빠 내가 그때 창섭이 좋아했던거 아니라고 했잖아."
"응."
"근데 그거 거짓말이었어. 미안해."
"괜찮아. 지금 니가 사랑하는건 나니까 괜찮아."
"어제 밤에 이창섭한테 전화가 왔었어. 데뷔한다고 나한테 제일 먼저 알려주는거라던데. 근데 오빠, 나 떨리더라... 미안해... 그래서 무서워서 오빠한테 무작정 온거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오빠라는걸 확인하고 싶어서. 내가 지금 틀린 감정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고 확신하고 싶었어."
"이름아..."
"오빠. 나 오빠 사랑해. 알지?"
"그럼 알지."
나는 헷갈린게 아니다.
나는 임현식을 사랑한다.
한순간 밀려온 이창섭에 대한 서운함 때문에 임현식을 사랑하게 된 것, 절대 아니다.
나는 임현식을 사랑한다.
그렇게 믿어야만 한다.
*
안녕하세요 예하입니다!
오늘 분량이 똥이네요...ㅎ...
제 생각일지도 모르겠는데, 제 글 되게 타임워프 심하지 않나옇...
ㅠㅠㅠ글이 좀 자연스러워야하는데 ㅠㅠ 늘 노력하는데 잘 안되네요 ㅠㅠ
늘 댓글달아주시고 신알신해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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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와 초록글에 올랐네요ㅠㅠㅠㅠㅠㅠㅠ 독자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