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09
w.예하
어제 티비를 보는데
이창섭의 데뷔 티저가 나왔다.
흠흠거리는 허밍소리와 이창섭의 뒷모습.
진짜 창섭이가 데뷔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꽃다발을 샀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이 플라워를 구입했다.
혹시나 따로 만나게 되면 전해주려고.
쇼케이스장에 들어가자 이창섭이 진짜 데뷔를 한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졌다.
무대 화면에 크게 이창섭의 사진과 데뷔 날짜가 적혀있었다.
기자들과 큰 카메라들.
지인석은 무대 약간 옆 쪽에 따로 마련되어있었다.
어수선함 사이에 현식오빠와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지 얼마 되지 않아 쇼케이스장의 불이 꺼졌고
곧 쇼케이스를 시작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조명이 무대 위를 비춘다.
"오빠, 떨려요 저."
"니가 왜 떨려."
"모르겠어요... 이창섭 저 알아볼까요?"
"그러게...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너 찾기 힘들거 같은데."
"그래요?"
곧 화면에는 공개된 티저가 나오고
티저가 끝나자 잔잔한 반주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조명은 무대 위의 이창섭을 비췄다.
눈을 감고 음미하는 듯한 표정.
5년만의 이창섭은
나를 눈물나게 한다.
이창섭이 저기 무대 위에 서있구나.
나랑 한 약속을 지켰구나.
알 수 없는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며 잔여물을 남긴다.
어릴 적 촌스럽고 서툰 모습에서 벗어나
약간의 무게감을 주는 창섭이는 낯설었다.
예쁜 목소리는 그대로구나.
이창섭의 목소리가 내 마음을 후벼판다.
나만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목소리는 이제
MP3 파일에 담겨 저마다의 귓가에서 흐르겠지.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는 너를 따라
나도 눈을 감았다.
그 때 우리 같이 있었던 연습실이,
졸린 눈을 비비며 함께 걷던 등교길이,
서로 집을 자기 집인양 마구 드나들고,
너무 편했었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을 하지 않아도 할 말이 생기고
아무 말을 하고있지 않아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고
연락이 없으면 누구랄거 없이 먼저 연락하고
서로의 눈치를 보지 않았던 그때가
너무 그립다 창섭아.
우리 매일 같이 있었는데.
매일 서로 웃고 장난치고 그랬는데.
근데 이제 그렇게 못 하겠지?
우리 왜 자꾸만 멀어질까.
우린 언제부터 멀어진걸까.
객석과 무대의 거리는 이리 멀까.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그러면
그러면 우리
우리 같이 갈 수 있을까.
지금도 서로의 곁에 있을까.
울지 않으려 아랫입술을 자꾸만 깨물었다.
창섭이의 노래가 끝나고
눈을 살며시 떴다.
눈을 뜨는 순간 이창섭과 눈이 마주쳤다.
당황해서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여전히 나를 보는듯한 눈빛이 느껴져 다시 이창섭을 보자
계속해서 나를 주시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신인가수 이창섭입니다."
그리곤 가볍게 웃어보인다.
슬쩍 눈인사를 하는 창섭이에게 조심스레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쇼케이스 MC는 창섭이가 자작곡으로 주로 활동할 계획이며, 음악에 천부적 재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곤 창섭이의 타이틀곡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고
뮤직비디오가 끝나자 마자 수록곡 공개가 이어졌다.
창섭이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 느낀건
우리 다시 예전 그때로, 그때 처럼 그런 사이로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다는걸 느꼈다.
우린 너무 자랐고,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몰랐으면 좋았던 것을.
혹시 그런 사이로 돌아간다하더라도
친구사이는 아니라는 걸.
친구, 그 이상
혹은 그 이하.
"이름아. 쟤 진짜 노래 잘한다. 목소리가 너무 곱네."
"그쵸? 창섭이 잘해요."
"나도 빨리 저런 자리에 서야할텐데."
"오빠도 금방 할 수 있을거에요."
쇼케이스는 점점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었다.
"오늘 제 데뷔 쇼케이스에 참석해주신 기자분들, 스탭분들, 그리고 저의 지인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첫 자작곡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익숙한 반주가 흘러나왔다.
아 이노래는.
이창섭은 다시 나를 주시했다.
약간의 미소를 머금은 표정 아래에는 알 수 없는 먹먹함이 있다.
그리고 입을 열어 가사를 읊조린다.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어
서로의 모습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금이 난 지금이 좋아
그때 시간이 멈췄더라면
여전히 우리는 서로를 잘 아는 사이일까
지금처럼 이렇게 되지는 않았겠지.
맑은 미소와 햇살 머금은 눈빛을 기억할게
그냥 이 모습 그대로 변치않음 좋겠다
언젠가 다른 삶을, 다른 사람과
살아가게 되겠지
너의 미소와 눈빛을 이따금 추억하곤 했지.
앞으로도 그 미소, 눈빛 간직해줘.
이미 서로 너무 다른 삶 속에 들어와버렸다 창섭아.
그 애매함 속에 담긴 애틋함 그걸 느껴
꺼내지 말고 담아두자 부탁해
이렇게 담아두기만 하면
그러면 괜찮은거니.
담아두고 모른척 하면 다 없던 일이 되는걸까.
가끔 너의 목소릴 들으며
이 순간을 추억할게
내가 니 목소리 듣고 싶을때마다 들을 수 있게.
계속 노래해줘.
더이상 너를 추억이라는 상자 안에 가두긴 싫다.
이 넓은 공간 안에, 객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 틈에
너랑 나만 존재하는 것 같은 그 느낌.
이창섭의 눈빛이 나를 그리워했음을 말해준다.
이창섭의 목소리가 젖어가고
내 눈가도 젖어갔다.
꽃다발을 전해주지 못했다.
대기실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쇼케이스가 끝나자 마자 그 곳을 빠져나왔다.
현식오빠는 나에게 왜그렇게 급하냐고 물었고
난 그냥 빨리 집에 가고싶다 했다.
창섭이 만나러 안가냐, 꽃다발 전해줘야지 하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 이거 웃으면서 전해줄 자신이 없어.
집에 도착해 그냥 침대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엉엉 울다 잠이 들었고
참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예전 우리가 있던 그 연습실에서 이창섭이 떠난다고 말하던 그 때가 꿈에 나왔다.
나는 창섭이를 안고 가지 말라 울었다.
가지 말라고, 가면 안된다고
그리고 이창섭에게 떠나지 말라고 잡는 나를 꿈꾸는 꿈 속의 나를 이창섭이 깨웠다.
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무서운 꿈을 꾸었냐고 묻는 창섭이의 모습.
창섭아 가면 안돼. 여기 있어야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며 웃는 창섭이는 말했다.
내가 가긴 어딜가. 여기 항상 있는데.
*
안녕하세요 예하입니다!
ㅎ 여주가 드라마 주인공이었다면
욕먹었을거 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그런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제가 엄청 사랑하는데 표현을 잘 못해섷ㅎㅎㅎㅎㅎㅎ
진짜 좋아해옇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읽어주는분들 내 최앻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댓글은 작가의 (창섭이급) 에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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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초록글에 올랐네요!
독자분들 비루한 글인데도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