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이 엄마가 생겼다구요! 오늘은 마미와 제임스 병아리 - 8 [ ' 신세ㄷH Mom들의 맘맘한 육ㅇr 카페~~^^♥ ' 의 등업문제 ] 1. 자녀가 있으신가요,,,^^ㅎㅎ~~? - 예 2. 가입경로를 말해주세용,,^^~~****ㅎ - 제가 직접 찾아보고 가입했습니다. 3.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카페모임에 참여 하실 수 있나용,,,? ㅎㅎ♥♥ - 노력해보겠습니다. 4. 사용하실 닉네임을 써 주세용,,**^^ - 예쁜이 엄마 정국이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인터넷 육아카페에 가입했다. 등업이 된 이후 ' 육아 자랑 & 일화 *^^~ ㅎ ' 게시판에 신나게 글을 써 올리기 시작했다. 우리 아들은 말도 잘 듣고, 노래도 잘 부르고, 줄넘기도 잘 하고, 속도 깊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멋있고. 거의 매일, 하루에 정국이와 있었던 일을 써 올리는지라 거의 정국이와의 하루를 기록하는 육아일기 즈음으로 여겨졌다. 요즘은 제법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을 조금씩이라도 갖춰가고 있는 것 같아 괜히 제 자신이 뿌듯했다. 한참 미숙한 가짜 엄마인 저를 잘 따라주는 정국이의 공이 더 크지만.
수줍게 피기 시작하는 꽃들이 봄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정국이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을 데려다 주는 것이 이제는 당연하고도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작은 손이 제 손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느낌이 이제는 익숙해져 갔다. 같이 손을 잡고 인도를 걷는 내내 정국이는 길 곳곳에 피어나고 있는 꽃들을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까만 머리통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그 모양이 귀엽기도 웃기기도 하여 다물어진 입술 사이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제 웃음소리를 들은건지 한껏 고개를 뒤로 젖혀서 저를 올려다보던 정국이는 이내 해사하게 웃으며 말 했다. 예쁘다아 -. 꽃이들도, 엉마두. 뜬금없는 정국이의 말에 다시금 웃음이 새어나왔다. 정국이 지금 엄마한테 귀여움 떠는거야? 머리가 굵은 어른들의 입에서 나올 법 한 멘트를 어린 정국이에게서 들으니 신기했다. 어디서 그런 수준급의 능글맞은 말을 배워 온 건지. 그래도 기분은 좋으니까, 고마워. 꽃이랑 똑같은 취급해줘서. 봄 내음 나는 정국이의 말을 속으로 두세번 더 곱씹었다. 헐거워진 오른쪽 신발에 고개를 숙여 발치를 내려다보니 아침에 대충 묶어두었던 운동화 끈이 풀려있었다. 정국아 잠깐만 기다려주라. 제 말에 저보다 약간 앞서 걷던 정국이는 저에게 다시 되걸어왔다. 운동화 끈을 묶기위해 무릎을 굽혀 앉자 저를 따라 털썩- 땅에 앉으며 저가 운동화 끈을 묶어주겠다며 베시시 웃는 정국이였다. 그대로 손을 올려 조그만한 손으로 운동화 끈을 만지작거리는 정국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꺄르륵 소리를 내며 웃는 사랑스러운 정국이는 여전했다. 그런데 어떠케 묶으는거야? 걸어 걸어,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 정국이를 반기는 선생님에게 꾸벅- 인사를 드렸다.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신발장에 정리하고 있는 정국이를 꼬옥 안아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잘 다녀와, 아들. 으웅! 요즘은 어린이집도 별 탈 없이 잘 다닌다. 낮 다르고 밤 다르고. 볼때마다 어른스러워져가는 정국이를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어쩔때에는 정말로 저가 제 아들을 낳아 키우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요즘은 정국이를 생각하면 같이 생각나는 윤기씨였다. 최근들어 일이 바빠 늦겠다며 정국이를 저한테 부탁하는 일이 잦아졌었는데, 언제 저녁 잠깐 마주친 윤기씨의 얼굴을 보고 깜짝놀랐다. 잔뜩 거칠어진 피부에 푹 꺼진 볼을 보며 걱정스런 마음에 말을 붙이자 그저 할아버지처럼 괜찮다며 허허 웃고만 말던 윤기씨였다. 정말 괜찮은거 맞아요? 얼굴이 이게 뭐예요, 살도 많이 빠지고. 괜찮아요. 윤기씨의 괜찮다는 말은 믿을게 못됐다. 윤기씨가 무슨 일이 있다고 회사 여직원들의 오고가는 말들 속에서 얼핏 들은 것도 같았다. 무슨일이냐며 뒤늦게 이야기에 낄려하는 저를 보며 어색하게 웃음짓던 여직원들은 단체로 맞추기라도 한 듯,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손을 내젓는 여자에 머쓱하게 웃고는 뒤를 돌아 나가던 참이였다. - 탄소씨는 윤기씨랑 만나본 적이 있으니까 알지 않을까요? 듣고 보니까 윤기씨가 직접 회사까지 전화해서 탄소씨 휴대폰 번호도 알아갔다던데. 그정도면 사적으로도 친한거 아녜요? - 낸들 아니. 하여튼 그런 일 있는거 보면 민윤기도 참 행동거지가 지저분한가봐. 정말이지. 저 들으라고 저렇게 크게 말하는건지 머릿속에 의문이 들어섰다. 여자들의 입에 제 이름이 올려지니 순간 기분이 싸 해지는게 그때 상황이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뭔지 궁금은 해서 당장이라도 옷자락을 부여잡고 무슨 이야기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빠르게 로비를 벗어났다. 그 이상 듣고 싶지 않았던 당연한 심리에서 나온 행동이였다. 들어봤자 좋은 말도 아닐게 뻔했으니까. 그 날 이후부터 윤기씨가 마음속에 턱 하니 걸려있달까. 그때문인지 요즘은 밤 늦게 집에 돌아오는 윤기씨의 얼굴을 구석구석 살피며 하루를 묻는다. 피곤하고 지쳐보이는 윤기씨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지금까지 들어본 적은 없지만. 아니, 잠깐. 지금 제가 윤기씨에게 하는 행동들이 꼭 엄마가 자주 애청하는 막장 아침드라마 속 착해 빠져서는 눈물 많고 사연 많은 여주인공이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는 남편을 대하는 장면이과 많이 닮아있었다. 아내와 남편이라니. 아차 싶었다. 저는 정국이의 엄마이지 윤기씨의 아내가 아닌데. 괜히 부끄러워졌다. 아내 행새를 하는 저를 보며 윤기씨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엄청난 오지랖쟁이 정도로 생각하려나. 아님 엄마역할에 잔뜩 심취한 김탄소? 여러가지로 엉망이였다. 일을 열심히, 잘 하겠다는 조건하에 허락받은 조기퇴근이였다. 하지만 시간과 잠에 쫓겨 겨우 해낸 결과물들이 깐깐한 차장님의 눈을 피해갈리가 없다. 이렇게 대충대충 부실하게 글자 몇 자씩 적어놓는 식으로 일 할꺼면 당장 그만 둬. 저에게 언성을 높히는 차장님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숙이고 있는 머리통이 도끼눈을 뜬 채, 저를 쏘아보고 있는 차장님의 맹렬한 시선으로 따끔거렸다.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몇 번이나 다시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다. 생각이 짧았다. 집에서 일을 처리한다니 말이야. 회사에서 퇴근하면 일을 할 수가 없었다. 퇴근을 한 후의 그 때는 기자도 탄소도 아닌 그저 정국이의 엄마가 되어버리니. 정국이가 투정이 줄긴 줄었지만 여전히 제가 없어질까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이 아직도 눈에 보였다. 정국이가 내일은 아침운동을 안가면 안되냐며 제 손을 꼬옥 붙잡고 울먹거리며 말 해올 때는 집에 가기 틀린 날이다. 일하기도 틀린날이고. 정국이의 말을 같이 듣고있던 윤기씨는 눈물을 매달고 저를 안아오는 정국이를 보다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내가 누울 자리를 내어주었다. 저녁시간을 정국이에게 다 쏟아부으면 남은 시간은 정국이가 잠든 시간이 다였다. 그 시간도 있을까 말까 하지만은. 역시 무리인가. 이렇게 어정쩡하게 일처리를 해오다가는 분명 지금처럼 불려갈께 뻔하다. 인턴주제에 얼마나 일을 못 했으면 하늘같은 차장님이 저를 불러 꾸짖올까.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밀린 일을 하리라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변덕쟁이 차장님이 언제 다시 정상 퇴근을 하라는 말씀을 하실지 모르는 일이다. 저만을 기다리는 정국이를 위해서라도 정신차리고 일해야 한다. 혼나서 풀이 죽어있냐며 샐샐 웃으며 얄밉게 말하는 투와 다르게 저의 눈치를 살피던 태형이였다. 허리를 굽혀가며 기웃기웃거리며 제 얼굴을 살펴보는 김태형의 머리에 손을 올려 툭- 밀었다. "야, 김탄소. 너 우냐?" "안 울거든, 기분 안 좋으니까 건들지 마." "기분이 안 좋으면 좋아지게 해야지, 그래서 지금 내가 어떻게 해야 네가 웃어줄까 생각하고 있었어." 커피에 꽂아진 빨대를 이로 잘근잘근 씹었다. 내 등을 두어번 팡팡치며 힘내라며 요상한 자세를 잡더니 제 기운을 불어넣어준다는 김태형이였다. 어떻게 매일매일 좋을 수 있냐, 이런날도 있고 저런날도 있는거지 뭐. 기쁨보다 슬픔을 크게 생각하지마. 답지않게 멋있는 말만 하네. 내 말에 태형이는 바보같이 웃으며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내가 하니까 되게 이상한거 같아. 맞아, 어색해. 그래도 내 생각해줘서 고맙다. 최대한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을 써보자! 라고 다짐을 했는데 말이다. 초등학교 방학 때마다 그렸던 원 모양의 계획표도 그려서 오늘 할 것들을 적어놨는데 지켜지는게 하나도 없다. 하나를 시간들여 제대로 끝내면 끝내기 무섭게 제 앞으로 해야하는 일이 하나가 생겨났다. 속으로 부득부득 이를갈며 제 위치를 한탄했다. 매번 볼 때마다 지쳐보이는 현장취재조가 아니여서 그나마 다행인가 싶어도 키보드를 뚱땅거리며 이딴 한심한 기사를 집필하는 저의 모습을 보니 한숨 밖에 안나온다. 느리게 가방을 챙겼다. 정국이를 데리러 가야지, 시간이 6시를 넘어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다. 오늘은 정국이랑 가위바위보도 블럭 놀이도 숨바꼭질도 못 해주겠다. 밀린 일이 많았다. 이전처럼 느슨하게 일처리를 해서 차장님께 불려가 오늘처럼 혼 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혼나는 것도 혼나는거지만 퇴근시간이 다시 늦춰질까봐 걱정이 됐다. 8시까지 저녁도 못 먹고 저나 윤기씨를 목 빠지게 기다려야 할 정국이를 생각하니 몸에 절로 기합이 들어갔다. 그래. 오늘부터라도 밀리지 말자, 그러면 돼. 사랑스러운 정국이를 옆에 두고 일이 손에 잡힐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미! 엄마가 오셨다며 가방을 챙겨나오라는 선생님의 말에 바닥에 가방을 질질 끌며 제게로 달려와 저를 반겨오는 정국이였다. "정국이 오늘도 재미있었어?" "으웅! 마미 보고싶어떠." 다리께에 매달려있는 정국이의 머리를 쓰다듬다 안아달라고 두 손을 뻗어오는 정국이였다. 윤기씨가 애 버릇든다며 어리광부려도 받아주지 말라고 당부를 했었다, 했었지만 사르르 웃으며 잔뜩 애교를 부려오는 정국이에게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으쌰- 정국이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단숨에 제 품으로 안아들었다. 가방은 정국이가 들께! 라며 작은 두 손으로 유치원 가방을 꼬옥 붙들고 있는 정국이였다. 항상 수고가 많으세요, 어린이집 선생님께 꾸벅 인사를 드린 후 어린이집을 나왔다. 추운건지 제 목을 꼬옥 안아 오는 정국이의 엉덩이를 토닥거렸다. "정국이 춥지, 빨리 집에 가자." "집에 가면 쿠키가 오늘 배운 노래 불러주께, 마미!" "정국아." "웅?" "오늘은 왜 엄마라고 안하고 마미라고 해?" "쿠키 오늘 영어 배워써! 쿠키 이름은 제임스야 제임스-." "정국이 영어 이름도 생겼어? 우와-, 멋있다 제임스." "영어로 엉마는 마미래! 토끼반 선생님이 그래써. 엉마는 쿠키엉마니까 쿠키마미야." "정국이 영어도 잘 하네. 이야 멋있어, 제임스." "마미이- 쿠키 멋이써?" 아까부터 마미 마미 거리더니 오늘 어린이집에서 영어를 배웠나보다. 제 이름은 제임스라며 말해오는 양 볼이 빵실하게 부풀어있다. 칭찬을 바라는건지 반짝반짝, 두 눈을 빛내며 저를 올려다보는 정국이의 이마에 짧게 뽀뽀를 했다. 그럼, 우리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로 멋있지, 제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건지 짝짝- 박수까지 치며 꺄르르 웃는 정국이였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정국이의 목소리가 가득 울렸다. 방싯방싯 웃으며 재잘거리는 정국이의 얼굴이 꼭 삐약거리는 병아리 같았다. 꼼지락거리며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정국이에 어깨도 손목도 아려오기 시작했다. 정국아 엄마 힘든데. 마미가 힘들다구? 정국이 이제 걸어가면 안될까? 웅, 걸어가께. 내려죠요. 손을 잡고 걷는 중간중간 정국이는 이제 안 힘드냐며 몇 번을 물어왔다. 엄마가 힘든게 싫은거냐고 묻는 제 말에 정국이는 베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특해라 우리 아들, 사랑스러워 죽겠네. "오늘은 그래도 일찍 왔네요? 많이 피곤하죠. 밥은 챙겨먹었어요? 저랑 정국이는 먹었는데." "먹고 왔어요. 밥은 걱정하지마요, 굶고다니진 않아요." 살기위해 조금 먹는게 다지만. 윤기씨의 뒷말에 그저 입을 암 다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평소 같으면 저를 보며 웃고있는 윤기씨를 흘겨보며 핀잔을 줬을텐데 저는 윤기씨의 아내는 아니니까. 진짜 아내도, 가짜 아내도. 그저 윤기씨를 따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늘은 잔소리 안 하네." "잔소리 해 봤자 잖아요. 듣지도 않고 대답도 안하고."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무말 없이 물끄러미 저를 쳐다봐오는 윤기씨의 눈을 마주하면 제 생각이 읽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실로 윤기씨는 제 사소한 변화도 잘 캐치해 냈다. 제가 단순한건지 윤기씨가 섬세한건지. 저를 파악해오는 윤기씨를 보면 신가하기도, 묘하게 가슴이 떨리기도 했다. 무슨 생각을 하든 윤기씨 앞에서는 다 들켜버리는 것 같았다. 급하게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정국이는? 윤기씨가 정국이를 찾자 그제서야 잔뜩 입을 내민채 일부러 발에 힘을 실어 쿵쾅쿵쾅 걸어오는 정국이였다. "우리 아들은 왜 화난 얼굴이야?" "아빠야, 엉마가 쿠키랑 안 놀아죠-" 먼저 저녁을 먹으라는 윤기씨의 연락을 받고 정국이와 저녁을 먹고 난 뒤였다. 설거지까지 하니 시간이 꽤 지나있었다. 이제 일을 해볼까 하며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고무장갑을 벗고 소파에 앉아 챙겨온 노트북을 켰다. 마미 모해? 엄마 일 해요. 오늘은 일을 해야 한다며 차근차근 정국이를 앉혀두고 설명을 해주었다. 기특하게도 일이 끝날 때까지 엄마를 기다릴꺼라며 제 옆에 착 달라붙어 앉아있던 정국이였다. 빼꼼히 고개를 내밀며 제가 하는 모양을 찬찬히 보고 있던 정국이는 제 소매를 잡아 살살 흔들며 물어왔다. 이거는 모야? 벌써 아홉번째다. 정국이 나이 때 아이들은 하루에 이백개씩이나 질문을 한다던데 정말로 맞는 말인가보다. 이제 끝나써? 아직이야. 지금은? 안 끝났어. 이제는? 아직이라니까. 언제 끝나는거야? 엄마도 모르겠어. 에휴-, 엉마랑 놀구시픈데. 혼자 한숨을 쉬며 작게 꿍얼거리던 정국이는 제 옆에서 온 갖 몸부림을 치며 저가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파에 누워 노래를 흥얼거리던 정국이는 이내 입을 쭈욱 내밀고는 뽀르르 자기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방에 들어가버린 정국이를 부르자 이제 끝난거냐며 싱글벙글 웃으며 제게로 달려왔다. 아직이라는 말에 금세 시무룩해져서는 바닥에 들어눕는 정국이를 안아들었다. "심심하면 TV라도 틀어서 봐, 정국아." "시러. 엉마랑 놀구 시픈데 엉마가 안 놀아주자나-. TV는 엉마가 아니야아." "엄마도 정국이랑 놀고싶지, 그런데 이게 다 정국이를 위한거야. 엄마가 얼른 끝낼께. 응?" "몰라" 볼을 부풀리며 잔뜩 삐진 티를 내는 정국이였다. 하기야, 지금까지 저와 놀아주기만 했던 엄마가 오늘은 일을 한다며 저가 아닌 전자덩어리랑 붙어있는데 삐질만도 하겠다 싶었다. 정국이 나이를 생각하면 짧지 않은 시간동안 잘 기다려준거지 뭐. 정국이한테 미안하기도 했지만 이제부터는 안된다. 입을 삐죽거리며 제 옆에 앉아있는 정국이를 꼬옥 안아주었다. 또래보다 조숙하지만 아직 한참은 어린애 였다. 아빠에게 안겨서 쫑알쫑알 있었던 일을 말하는 정국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손을 뻗어 통통하게 살이 오른 볼을 쓸어내렸다. 정국이의 말을 가만히 듣고있던 윤기씨는 아빠가 엄마 혼내줄까? 라며 정국이에게 물었다. 아니야! 엄마 때찌 아니야! 윤기씨의 말에 놀라서 고개를 든 정국이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윤기씨를 끌어 안았다. "으이구. 엄마 속상하게 그러는거 아니야, 아들. 엄마도 정국이랑 놀고 싶을꺼야. 그만 삐져있어 아들, 응?" "알아떠어- " "엄마한테 빨리 미안해요, 하고 와." 윤기씨 품에서 쪼르르 내려와 제 손을 잡아오던 정국이는 엉마 쿠키가 미안해요, 엉마랑 놀구싶어서 그래써-. 라며 저에게 띄엄띄엄 말을 전했다. 아니야 정국아, 엄마도 미안해. 엄마에 대해서 상처를 남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쉽지가 않다. '엄마' 라는 두 글자에 담긴 수 많은 의미를 정국이에게 조금이라도 알려주고 싶었다. 얼마의 시간이 남았는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 시간들 속에서 정국이가 느끼길 바랬다. 영원한 네 편이자 너를 무한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빠말고 또 있다고. - 항상 감사합니다 -♡ 7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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