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이 둘의 계절은 여름이지만
여러분과 제 계절은 겨울입니다.
와, 계곡가고 싶다! 라고 그런 곳에 가서 물에 발을 담그면
얼어죽어요.
이거 쓰다가 계절감 상실하고 옥상에 올라갔다가
찬바람에 추워죽을 뻔했습니다.
그래도 이런 짓하는 거 저 밖에 없을거라 믿어요. 하하하하...
오늘 대형견은 여기까지. 둘의 여름 여행은 계속 이어집니다.
남준이가 대형견인 썰 138과 이어집니다.
Shizuko Mori - Sunny
바람이 불어 나뭇잎을 건들이며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섞여오는,
그 사이 틈으로 빼꼼 고개를 내민 햇빛이 내리 쬐어 물에 닿아 반짝임을 터뜨리는,
위에서부터 울리는 물소리와 물내음까지 시원해 절로 웃음이 나오는,
한적한 산 속의 계곡에 남준이와 윤기가 도착했으면.
가져온 짐과 돗자리를 얼추 펼쳐놓고 윤기가 품에 안고온 수박을 돌을 움직여 이리저리 구상을 하다가 딱 수박끈을 걸어놓았으면.
그 옆에 이미 미적지근해버린 음료수 페트병을 넣어두고,
돌 위에 두 다리를 올린 채 허리를 숙여 떠내려가나, 잘 고정되었나 살피는 윤기가 보고 싶다.
그리고 남준아, 너는 몰래 그 뒤를 살금살금 걸어갔다가
윤기의 등을 확 밀었다가 바로 허리를 감싸 네 품으로 윤기를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순간 놀라서 억 소리를 낸 윤기가 놀란 얼굴 그대로 남준이의 얼굴을 올려보다가 허리를 숙이고,
손을 물에 담근 뒤에
한가득 물을 퍼 남준이의 얼굴에 뿌려버렸으면 좋겠다.
갑자기 얼굴을 잔뜩 적신 물폭탄에 남준이가 퍼드득 뒤로 물러나 손으로 얼굴을 부벼 물을 닦아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입동굴을 내보이며 기분 좋게 웃고있는 윤기를 바라보다가
똑같이 손에 한 가득 물을 퍼 윤기에게 뿌렸으면.
얼른 팔을 들어올려 막았지만 바로 뒤이어 잔뜩 쏟아지는 물세례에 윤기가 몸을 돌려 옅은 계곡물 안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울퉁불퉁한 돌에 이리저리 휘청이면서 조금 도망을 치다가
어느 순간 몸을 돌려 아예 양 손으로 물을 퍼올려 남준이에게 쏟아냈으면.
풍덩거리는 물소리가 울리면서
둘 사이에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다 흩어졌으면 좋겠다.
반바지의 끝단과 티셔츠가 잔뜩 젖어들어가고,
얼굴과 머리는 더 흠뻑 물을 머금었으면 좋겠다.
먼저 체력이 딸린 윤기가 항복이라며 두 손을 들어올리고, 숨을 몰아쉬면
그제야 첨벙거리던 물소리가 멎었으면 좋겠다.
윤기가 널찍한 바위를 찾아 누우면
남준이는 바로 따라와 윤기의 옆에 서서 손으로 젖은 머리를 털어줬으면.
그리고 자신의 머리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물기를 털어냈으면 좋겠다.
고개를 두리번 거리던 남준이가 좀 더 놀고 와도 되냐고 물으면
윤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신에 너무 멀리만 가지 말라고 말했으면.
내 시선 안에 머무르면 된다고 말했으면.
그 말에 바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남준이가 계곡의 한 군데로 가
가만히 제 발을 건들이고 지나치는 작은 민물고기를 구경하고,
손을 조심히 모아 물고기를 잡아보려다 재빠른 작은 몸짓에 번번히 실패해 울상을 지었으면.
종아리 아래부터 무릎까지 올라오는 수심을 느끼며 조금씩 걸음을 옮기다가
계단식마냥 돌이 쌓여 흘러오는 좁은 물길을 발견하고 그 앞에 앉았으면.
어깨부터 시원하게 쏟아내져내리는 물살에 기분좋게 웃으며 발장구를 치며 혼자만의 물놀이를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윤기는 바위에 누워 그런 남준이를 빤히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려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
신났네, 내 강아지.
핸드폰을 어디에 뒀나 싶어 돗자리 근처로 가 짐을 뒤적이다가
챙겨온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발견하고 아차, 싶었으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윤기가 주섬주섬 생수도 꺼내어 작은 냄비에 붓고,
라면을 꺼내어 끓이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물놀이에는 라면이지.
기분을 내보겠다고 따로 챙긴 종이컵과 나무젓가락까지 꺼낸 윤기가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라면이 얼추 끓여지자 그 사이 냄새를 맡고 첨벙거리며 자신의 쪽으로 오고 있는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먼저 핸드폰을 들어
남준이를 찍었으면 좋겠다.
준아, 브이.
어? 브이!
한 번 찍은 다음에 다시 울리는 윤기의 말에 남준이는 오던 자세 그대로 뚝 멈춰서는
환하게 웃으며 두 손가락을 펴 애교있는 자세를 취했으면.
그 모습에 발을 동동 구르며 크게 웃던 윤기가 사진을 저장하고 제 맞은편을 가리켰으면 좋겠다.
앉아.
같은 물, 같은 라면이지만 장소가 달라졌다는 이유로 라면이 더 맛있게 느껴져 금방 끓였던 라면이 동이 났으면 좋겠다.
인터넷에서 찾아봤던대로 음식물 쓰레기를 주섬주섬 처리하고 냄비도 비닐에 싸놓는 사이
또 물에 들어갔던 남준이가 다가와 윤기의 옆에 앉았으면 좋겠다.
주인아, 이거 예쁘지.
그리고 가져온 조약돌을 윤기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게 그렇게 예뻐보여서 소중히 꼭 쥐고 왔었나. 아까부터 남준이를 보던 윤기가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집에 가져갈까, 이거.
그래도 돼?
응. 모처럼 여행이니까. 기념으로.
남준이가 그 말에 좋아서 고개를 크게 끄덕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윤기의 허리를 감싸안고 목덜미에 얼굴을 부볐으면 좋겠다.
윤기는 조약돌을 들어 햇빛에 반짝이는 맑은 색의 돌을 이리저리 비춰봤으면.
여고생이나 할 짓을 내가 하고 있다며 속으로 중얼거리다가도 조약돌 하나에 큼직한 함박웃음을 짓는 남준이를 보며
아무렴 어떠냐는 생각이 들어 따라서 웃었으면 좋겠다.
물에 온 몸이 젖어도 전혀 춥지 않은,
딱 서늘한 여름의 오후.
남준이와 윤기는 소화가 되는 사이 쉰다며 각자 종이컵에 음료수를 담은 채
바위 위로 올라가 발만 계곡물에 담궜으면 좋겠다.
햇빛을 담아 흘러가는 물이 제 발목을 간질이고 지나가고,
서로의 어깨와 팔뚝에서 전해져오는 체온이 간지럽게 느껴지면
조용히 눈을 마주치다가
씩 웃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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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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