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선물.
브금을 찾긴 했지만 쓰면서 듣기에 분위기가 잡히지 않아
결국 예전에 찾았던 브금을 틀고 글을 쓰고,
그 뒤 잠시 고민했지만 최대한 제가 썼을 때의 분위기를 느껴주셨으면 싶어서 그 브금 그대로.
Dillon - Thirteen Thirtyfive
평소와 똑같은 침대 위에서 남준이는 천천히 눈을 떴으면 좋겠다.
멍한 머릿속으로 자신이 있는 곳을 떠올리다가
낮게 앓는 소리를 삼키며 몸을 일으켰으면.
아니, 몸을 일으키려 했다가
제 가슴팍을 꾹 누르는 손길에 다시 힘없이 자리에 누워버렸으면 좋겠다.
의아함에 고개를 돌려 어지러운 시선을 잡아 제 위를 바라보면
그 위에는 하얀 이불을 두르고 있는 윤기가 보였으면.
윤기 형. 뭐하는...?
멍한 남준이의 물음에 윤기는 조용히 입꼬리를 올려 웃었으면 좋겠다.
천천히 손을 펴 남준이의 가슴팍을
쓸어내렸으면 좋겠다.
곧게 뻗은 얇으면서 마디가 불거진 손가락이 간지럽히는 감촉에 어깨를 움츠린 남준이가
그 손목을 잡으면
살짝 붉은 기가 도는 것 같은 윤기의 눈이 마주쳐왔으면 좋겠다.
제 손목을 잡은 남준이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술을 내려
남준이의 손가락에 짧게 입을 맞췄으면.
그 감촉에 또 놀란 남준이가 손을 풀어내면 기다렸다는 듯
윤기가 남준이의 아랫배에 손을 짚고
허벅지를 벌려 남준이의 아랫배에 편하게 자리잡아 앉았으면 좋겠다.
아슬하게 윤기의 몸을 감싸고 있던 이불이
스륵
내려갔으면 좋겠다.
얇은 목덜미,
남자답게 벌어졌으면서도 뼈가 불거져 마른 어깨,
툭 튀어나온 쇄골,
이불보다 더 하얀 살결.
남준이가 절로 마른 침을 삼켰으면.
옅게 울렁이는 목울대를 본 윤기가 마치 뭐에 홀린 것 마냥 허리를 숙여
남준이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가
살짝 얇은 입술을 벌려 툭 불거진 목젖을 감쳐물었으면.
자신의 골반과 허리께를 스치는 허벅지의 감촉에서부터
아랫배를 은근히 쓸어내리는 손,
그리고 목에 닿은 입술의 감각까지
소름이 끼칠정도로 남준이의 몸을, 감각을 일깨웠으면 좋겠다.
뭐해, 지금. 잠깐. 윤기 형. 형?
아무리 남준이가 뭐하냐면서 이상하게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을 움직여도 결국 돌아오는 것은
윤기의 웃음과 짙은 손길뿐이었으면.
아, 씨발.
기어코 남준이의 입에서 낮은 욕설이 튀어나오면
늘어져있던 하얀 귀를 잠시 바짝 세운 윤기가 키득이면서
손목과 허벅지에 감겨진 이불을 천천히 풀어내었으면 좋겠다.
움직이기 불편했는지 이불을 풀어내는 그 몸짓마저 제 눈으로 담기에는 너무 패색이 짙어
남준이가 고개를 돌렸으면.
눈을 꾹 감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멈춘 것 같은 머릿속을 굴리다가
제 입술을 누르는 손가락의 감촉에 숨을 들이 삼켰으면 좋겠다.
그대로 턱이 쥐어 고개가 돌려지고
어느새 가까워진 윤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사이
두 입술이 맞닿았으면 좋겠다.
어떠한 체온도 없는 것 같은 물컹한 혀가 남준이의 아랫입술을 쓸어내리고
조금 벌려진 입술을 감쳐물면서 조금씩 그 틈을 벌려내었으면.
고개를 돌려 온전히 입술을 맞대어 부비다가
윤기가 먼저 가만히 있는 남준이의 혀를 건들였으면 좋겠다.
마치 저와 키스해달라는 듯,
혀를 굴리며 남준이의 입 안을 예민하게 일깨우면
결국 남준이가 거칠게 혀를 놀려 윤기의 혀를 빨아당겼으면.
그렇게 두 혀가 맞붙으며 얽혔으면 좋겠다.
질척하고 음란한 소리를 잔뜩 내다가
천천히 떨어졌으면 좋겠다.
기분 좋다. 이거.
멍한 시야, 멍한 머릿속, 멍한 감각.
유일하게 선명한 윤기의 목소리.
더 해줘, 남준아.
어깨를 감싸오는 마른 팔.
다시 입술이 맞닿을 즈음에
헉, 하고 숨을 들이삼키며
남준이가 눈을 떴으면 좋겠다.
새벽빛을 받아 푸른 빛을 띄는 방 안,
바로 얼굴 옆에 들리는 고른 숨소리,
그리고 언제나와 같은 침대 위 누워있는 자신.
남준이는 욕을 짓씹으며 마른 세수를 연신 했으면 좋겠다.
뭐 이딴...
제가 그렇게 욕구불만이었던가. 스스로 오는 자기 혐오와도 비슷한 자책감에 머리를 헝클였으면.
그리고 몸을 일으키고 나서
축축한 불쾌스러운 감각이 느껴지면
다시 한 번 욕을 작게 읊조렸으면 좋겠다.
미친 새끼.
제 상태를 뒤늦게 깨닫고 또 한 번 튀어나오려는 욕을 겨우 삼켰으면 좋겠다.
아랫배가 당길 정도로 모인 열기에 화장실로 들어가 차가운 타올 벽에 몸을 기대고
머리속으로 아직 선명한 꿈 속의 하얀 토끼를,
하얀
민윤기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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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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