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넌 정의라는 말을 믿냐?
그런 말이 세상에 존재는 하는 거 같아? 아니지. 존재는 해. 존재는 하는데 정의는 절대 약자를 위한 것이 아니야. 강자를 위한 거지.
너는 그런 의미에서 약자잖아. 돈이 있냐, 지위가 있냐. 솔직히 지금까지 네가 누린 모든 건 네 돈이 아니라 네 부모 돈이지. 안그래?
그렇게 본다고 해서 달라질 거 없어.
너는 나이를 먹을 거고 너도 어른이 될 거야. 혹시 모르지. 지금 죽는다면 영영 어른이 되지 않을지.
근데 그것보다도 더 비겁한 현실 도피가 또 있을까. 네가 아까 말했잖아.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도 또다른 살인이라고.
그니까 이상한 생각하지 말라는 말이야. 내 말은.
어린 아이들만 살아간다는 네버랜드는 절대 행복하지 않아.
그 아이들은 자신이 어른이 된다는 걸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책임'을 지기 싫어서 그런 거거든.
지네들이 일 벌여놓고 그냥 가만히 보고 있는 거야. 너는 적어도 그런 멍청한 아이들은 아니라고 믿는다.
지금 나도 내가 벌인 일에 책임을 지려고 여기 온 거잖아. 근데 또 웃긴 건 뭔지 알아? 그 책임을 지는 어른이 있고 그 책임을 미루는 어른도 있다는 거야.
책임을 미루는 법은 간단해. 돈을 주거나 아니면 지위를 이용하면 되거든.
어린 나이에 현실을 너무 빨리 깨닫게 하는 것도 좋지는 않지만 선행학습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잖아?
미적분 풀 시간에 이런 거 하나라도 더 알아두는게 사회생활할 때는 좋으니까 그냥 알아둬.
맞아. 나도 어른이야.
네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그런 어른. 근데 나도 이런 내가 끔찍하게 싫어.
꼭 너를 봐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기도 해. 현실이라는 걸 아는 건 항상 쉬운 일이 아니거든.
경찰을 할 때 나는 어른이 아니었어. 무슨 말이냐고? 나이만 처먹는다고 어른이냐. 절대 아니거든.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 그 때가 바로 어른이야. 지금 나는 어른이지. 별 개같은 꼴 다 봤으니까 어른인거야.
이렇게 생각하면 넌 어른이 되고 싶어, 안되고 싶어? 어른이 되면 적어도 납득이 안가는 일로 손해보지는 않을 거야.
피해가면 되는 거니까. 근데 세상 사는게 하루하루가 힙겨울 거야. 지금 내가 그렇거든.
어른이 되지 않는다면 세상이 아름다워보이겠지. 하지만 언제 어른들에게 뒤통수를 맞을지 몰라.
나는 모르겠다.
너에게 어른이 되라 말아라 말할 자신이 없어.
네가 선택하는 거잖아. 지금 이것도 책임을 미루는 거야. 너한테 물어봐놓고 내가 모르겠다고 말을 하고 있잖아.
그니까 난 어른인거지.
그래도 죽지는 마.
죽는다고 해서 해결될 거 하나도 없으니까. 네 말마따나 너는 살인자가 되고 싶지는 않잖아. 그치?
지금 살아있으니까 나랑 이렇게 말도 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안그래?
아저씨랑 말하는게 그렇게 좋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죽고 싶지는 않네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보면 저도 마냥 어린애는 아닌가봐요.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