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분, 어디 편찮으신 곳은 없구요?"
"여기가 계속 찌르는것같이 아파요."
"이 환자 진통제 추가해 주시고, 열 오르는지 체크해주세요."
한동안 큰 사건사고는 없었다. 정국이가 발매한 곡은 당연하다는듯(?) 며칠째 1위를 달리고있다. 그 당사자가 나인걸 알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정국이에게 두번째 거절을 하고 며칠을 우울하게 지냈었다. 그 날도 다름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터덜터덜 걸어다니고 있었는데, 희연이가 나를 불렀다.
"너, 정국이 노래 나온거 알아?"
"응? 아마 알걸.."
"그거 노래 너한테 하는소린것도 알고?"
"나한테 하는소리인거도 알ㄱ,뭐?"
"인간아, 소통좀하고살아. 정국이 인터뷰한거 떴잖아."
"뭐라는데?"
"중학교부터 짝사랑하시던분이랑 있던일 쓰신거랍니다."
"..."
그래서 더 우울해졌다. 나 때문에 마음고생했을 정국이가 너무 안타까운데, 곡까지 썼다니. 전정국 넌 끝까지 착해. 왜 하필 나를 좋아해서 고생인지 모르겠다.
뭐 희연이의 말을 듣고 잡생각이 하나 둘 떠오르는걸 막기위해 더 열심히 환자 체크하느라 칭찬받긴했지만.
"선생님! 응급실에.."
"응급실에 왜. 응급환자?"
"아니요.. 김태형씨가!"
?김태형. 일단 응급실에 있다는건 어딘가 다쳐서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뛰어내려갔다. 내려가면서 봤는데 이마가 살짝 찢어지고, 다리에 몇몇의 상처가 보였다. 그 외에 외상은 확인해 봐야겠다.
"미쳤구나. 뭐하다 다쳤는데."
"장난치다가...히."
"웃음이 나오냐? 어디 부러진데는."
혀를 끌끌차며 상처 부위를 소독하며 묻자, 팔을 들어 올렸다. 지금 팔이 부러졌다고?
"김태형환자 X선 찍었어요?"
"야 내가 뭔 환자야!"
"닥쳐. 지금 바로 X선실로 올리세요."
"나 걸을수 있는데?"
"정신사나우니까 입 다물고 가만히 앉아있어."
"ㅡㅅㅡ"
왠지 너라면 다리도 같이 부러졌을 것 같아서 가만히 있으라는거야. 어쩌다 다친거냐고 묻자, 액션씬 연습하면서 장난치다가 자동차 위로 날라갔단다. 헤실헤실대면서 말하는데, 넌 지금 그게 웃겨?
"니 튼튼한 몸에 감사해. 금갔네. 니 좀만 더 무거웠으면 골절이야, 알아?"
"나 날씬하잖아."
"사내놈이 삐쩍말라가지고는. 팔 내놔."
"오. 시혁이가 나 치료해주는거야?"
"입도 같이 막아줄까?"
"=ㅡ="
내가 여기서 이렇게 한가한게 깁스하고 그럴 인재가 아니에요. 네? 너라서 특별히 깁스해주는거야. 는 일코하기위한 핑계고. 진짜 왜 다친건데ㅠㅠㅠㅠ 내 마음이 더 아프다. 액션씬 연습하려면 매트깔고해야지 그걸 진짜 아ㅠㅠㅠㅠㅠㅠ. 그래도 내가 해준다니까 좋아하는거봐..너도 나 좋아하냐. ?헐 나 미쳤나봐.
"왜?내가 그렇게 잘생겼어?"
"ㅁ,뭐래. 나는 여기서 깁스하고 그럴 인재가 아니야. 수술방에 있을 사람이거든?"
"그랬어요?"
"자식이."
바쁘지도 않은지 참 말도 많다. 이거 다 하고 주사도 놓아야하고, 아까 마저 못한 상처도 치료해야하는데 입이 가만히 있지를 않네. ㅎ..
"그나저나 정국이 노래 들어봤냐?"
"어?어.."
"뭐야. 왜 시무룩해지냐?"
"왜긴왜야. 그 노래 주인공이시니까 그러지."
"희연 하이."
"하이. 삼각관계 구경이 제일 재밌네. 난 이만.호호."
꺼내고싶지 않던 정국이의 얘기에 대답을 못하고 눈동자만 굴리고있었는데, 지나가던희연이가 한마디를 뱉고 지나간다. 덕분에 나만 더 곤란해짐. 안희연 김태형 가고봐^^
"뭔소리야."
"..정국이한테 두번째로 고백받았었는데.."
"언제."
"고2때랑 저번주.."
"그래서. 뭐랬는데."
"..."
"말 못하는거 보니까 좋은쪽인가보네?"
"좋은쪽이면 정국이가 곡을 냈겠냐?"
"좋았겠네. 맨날 잘생겼다는말을 입에 달고살았는데. 고백받으니까."
"안좋았거든."
"뻔하지. 그저 잘생긴애가 좋다고하면 너도 좋다고하잖아."
"누가 좋았대?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듣기도 싫지 넌?"
"뭐라고 대답했는ㄷ-."
"김태형환자, 이마랑 다리 상처 소독하고, 주사 놓아주고 보내세요. 야 김민규!"
"오, 시혁쓰 하이. 헐 지금 저기 있는거 김태형이야?"
"닥쳐. 앞이나 보고 걸어."
표정을 굳히면서 언성을 높히는 김태형에 화가나서 간호사분께 부탁드리고 김민규랑 같이 처치실을 나갔다. 정국이가 잘생겼다는건 사실인데, 입에 달고살지는 않았다. 속으로만 열심히 말했지. 그리고 내가 뭐 잘생긴애가 고백하면 다 좋아하는줄알아? 정국이한테 일부러 더 치댄건 니생각나는거 떨치려고했던거고, 고백 거절한건. 너때문인데. 나는 너때문에 정국이한테 상처도 줬는데, 내 말 듣지도 않고 그러면 안돼는거지. 너무해.
*
"시혁아..저기.."
"닥쳐."
"너 핸드폰..김태형.."
"다물라고했어."
"..시혁ㅇ-."
"왜!!!왜!!!썅 왜!!!"
"응급실호출!!!!!!!!!!!!!"
"..미안."
"..나도미안. 가자!"
"이건 놓고, 새끼야."
처치실을 박차고 나온 후부터, 김태형한테 전화가 오질나게 오고있다. 1차는 카톡테러. 답이 없자 전화질이다. 싫다니까? 나는 지금 삐진게 아니라 화난상태야. 내가 무려 화가 났다고. 그 의미는 너를 보지 않겠다는 얘기야. 물론 한동안만. ..이래놓고 내 폰안에 너를 열심히 앓겠지. 괜히 김민규한테 짜증낸것같아. 흥 김민규 미안하다 뭐.
"트랜스퍼 (transfer)온 환자에요!"
"위급환자야?"
"네. 경막하 출혈 (subdural hemorrhage)도 있구요, 장천공 (bowel perforation)도있고 난리도 아닙니다."
[출처] 골든타임 의학용어 3|작성자 한숟가락
"가지가지네. 우선 기도삽관하고, 신경외과 흉부외과 콜해."
역시 응급실은 평화로우면 이상한 곳이다. 서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 총 집합소가 우리병원 응급실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그래서 방금까지 김태형때문에 화났던것들은 잊어버리고 환자 받기에 급급했다. 다른생각하기 싫을땐 일하는게 최고다. 교수님을 따라 응급수술을 마치고 수술방에서 나오자, 김민규가 내 폰을 들고 뛰어왔다.
"왜, 뭔데."
"그, 헉. 김태 흐어 형씨가 학.."
"숨좀 쉬고 말해. 숨좀. 김태형얘기 하지 말랬을 텐데?"
"김태형씨가 전화 안받으면 병원찾아온다고 했어."
한번에 다다다다말하는 김민규에 '뭐라고?'되묻자, 문자를 보여줬다. '계속 내 연락 무시하면 병원 찾아갈거야. 전화 받아.'. 급한대로 자기가 받아서 수술실 들어갔다고 나오면 전해주겠다고했다. 그러면서 김태형이랑 통화했다며 기뻐한다. 일기에 쓰려고?
"..왜."
"내가 오해한거같아. 미안해."
"뭘 오해했는데."
"전정국한테 대답한거 듣지도않고 혼자 생각한거."
"잘 아네."
"미안해. 전정국이 너한테 고백했다니까 괜히.."
"괜히 뭐. 질투라도 났냐?"
"응."
"..뭐?"
"질투났어. 나도 못해본건데 전정국은 두번이나 했잖아."
"뭐라냐. 됐고-."
"왜 말을 하다말아?"
"야, 나 지금 응급환자와서 가봐야되거든? 이마찢어진거는 내일와서 소독또받아.이따 연락할게."
"어? 그래."
역시 좋아하는사람이 지는게 맞다. 분명 아까까지는 화가 엄청나서 삼일은 연락 씹으려고했는데. ..망한것같아. 전화도중에 응급환자 들어와서 상황듣고 대충 전화 마무리하고 바로 뛰어 들어갔다. 직업만족도를 물어보신다면 저는 100이라고 답하고싶네여. 바쁘게사는거 재밌잖아!
*
그 말 취소.
지금 3일째, 아니 오늘까지하면 4일째지. 눈도 제대로 못붙이고 다크써클은 색이 진해지고있다. 길이도 길어지고. 교통사고가 너무 많이 난다. 거기까진 그래도 다른병원있으니까 괜찮은데. 자꾸 병원들이 우리쪽으로 트랜스퍼를 보낸다. 안받으면 그만이긴한데, 환자 살려야한다고 다 받으시니까..인턴+레지1년차만 죽어나는거지. 교수님들은 수술만하시면 거의 끝이지만, 인턴+레지는 1차로 환자받고 응급처치하고, 2차는 수술실 따라들어가고, 3차로 환자 케어관리. 위중한 환자들 관리하느라 밤새 두눈 뜨고있었다. 밥은 무슨. 입에 뭐라도 들어가는 날은 그나마 양호한날.
"김시혁 너 꼴이.."
"으응? 내 꼴이 왜?"
"와..야 너 여기 앉아."
"으어? 나 김나영환자 보러가야되는데.."
"니가 환자같은데 뭔 환자를본다고. 3시간동안 내가 콜받을테니까. 쉬어."
"아니이.."
"움직이면 수면제 꽂는다."
".."
"그럼 난 간다~"
똥고발랄하게 나가는 김민규를 마지막으로 진짜 쓰러지듯 잠들었다. 며칠 눈을 거의 못감았더니 눈꺼풀이 너무 무겁다. 김나영환자 말고도 체크해야 할 환자들 많은데.. 오늘 김태형 X선 재촬영날인데.. 거기까지 생각하고 잠에 빠졌다.
"..야!!!"
"...?"
"와 심장. 나 너 쓰러진줄알고. 와."
"왜.."
"깨워도 안일어나니까 그렇지."
"몇신데?"
"지금 5시간 지났ㅇ-"
"야! 빨리 깨웠어야지!"
"좀더 자라고.."
"김태형 X선 예약있단말이야."
"그건 내가 가도 되는데, 너 밥 안먹냐?"
"밥이 중요해?"
"너 지금 며칠째 밥도 제대로 못먹었잖아."
"괜찮아. 이따 먹자."
"이거 일단 마셔. 올라가면서 마저 얘기해."
"고마워. 차트에있던 환자들은?"
"다 체크했지. 짜식."
김민규가 아이스커피를 손에 쥐어줬다. 올라가면서 차트에 있는 환자들 다 체크했는지, 콜도 제대로 받았는지 하나하나 물었고. 김민규는 당연히 했다며 칭찬해 달라는식의 말을 하길래 우쭈쭈하면서 머리를 쓰담어줬다. 약간 개같아. 대형견. 성격도 순한게, 여자친구사귀면 잘해줄것같네.
"뭐하냐."
"안녕. 소독은 했어?"
"쟨 뭐냐."
"우리 민규한테 쟤라니."
"..우리민규?"
"김태형..?"
김민규한테 우쭈쭈를 해주고 있었는데 앞에 김태형이 있었다. 이마 윗쪽엔 거즈를 붙이고있고, 한쪽팔은 깁스를 한채. 연예인이 꼴이 저게 뭐야, 꼴이. 진짜. 그래도 우리민규라고 하는거 보고 표정 굳는거보니까. ㄱ, 귀엽. 닥쳐 나년. 이와중에 김민규는 진짜 김태형이냐며 내 어깨를 치고있다.
"왜 우리 시혁이 때리세요?"
"우리 시혁이..?"
"시혁아 나 여기 아푸."
"미쳤나. 김쌤. 김태형환자 X선이요~"
몇마디 하다보니까 김태형 차례가왔고, X선 촬영을 하고 다시 내려왔다. 준 약은 꼬박꼬박 잘 먹었는지, 빠르게 회복중이다. 젊은것들은 회복속도가 너무 신기해.
"약은 잘 챙겨먹었나보네?"
"당연하지. 누가 먹으라고한건데."
"아이고?"
"저어..김태형씨. 저 사진 한장만 찍어주시면 안돼요?"
"원래는 안돼는데, 우리 시혁이 친구니까 해줄게요^ㅁ^"
"지랄을 해요."
김태형 붕대를 다시 감아주면서 칭찬해주고있었는데, 김민규가 팬의 본능을 감추지 못하고 들이댔다. 김태형이랑 아는사이면서 왜 아무말도 안했냐고 삐진 김민규한테 김태형사진 몇장 던져주니까 금방 헤실대던대. 역시 빠돌이는 (절레절레)
"김시혁쌤! 응급이요!!"
"네?"
"응급실에 응급환자가 5명이나 몰려왔어요!"
"뭐요? 지금 갈게요. 잠깐만 기다려봐. 금방 갔다올게!"
"야 김시혁. 너 아무것도 안먹었는데 무리하면!"
김태형 붕대를 아직 덜 감았는데. 주사도 못놓았고, 이마 치료도 못했는데 응급이라니. 한가하니까 왔겠지-싶어서 조금만 기다리라하고 빨리 뛰어 내려갔다. 뒤에서 김민규가 무리하면 안됀다고 소리치는데. 지금 내가 중요하냐. 환자가 중요하지!
*
"김시혁, 내가 CPR한다니까.."
"너 다른환자 하고 왔었잖아. 한명쯤은 괜찮아."
"피 튀긴거봐. 피좀 닦고."
"어,어.. 그, 김태형은?"
"저기 앉아있..야!"
응급실에서 상황정리를 간신히 하고 김민규랑 터덜터덜 걸어오면서 김태형을 찾았다. 김태형이랑 눈 마주치는거까지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는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아마 쓰러진것 같다.
"..."
"..김민규쌤. 시혁이 일어났어요!"
"웬일이니, 진짜. 너 꼬박 세시간을 잤어. 알아?"
"..이건뭐야?"
"링겔. 너이새끼. 밥도 안먹고 무리하니까 그러지."
"그럼 어쩌냐.. 할 사람이 나밖에 없는데."
"근데 넌 여기 왜있냐?"
"왜있긴! 너 쓰러져서 얼마나 놀랐는데."
"안바쁘냐."
"어. 오늘은 한가해."
눈떠보니 침대에 누워있었다. 팔을 보니까 웬 닝겔. 옆에있는 김태형은 또 뭐고. 하나하나 상황파악을하고 나니까, 차트 환자들 돌아봐야하는데. 해야할 일들이 생각났다. 그런 나를 알았는지, 김민규가 '이미 다 돌았어' 라고 내게 말해줬다.
"링겔 다 맞았으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자 제발."
"김태형 너는 집 안가?"
"나도 밥 먹을래."
"너랑 밥 먹으면 체할것같아.으, 다시 떠올라버렸어."
"와, 김시혁 너. 김태형씨랑 밥도 먹었냐?"
"어. 고딩때."
"0ㅇ0? 고딩? 너 언, 언제부터 김태형씨랑 알던사이였어."
"중3."
"와, 이 나쁜새끼. 너, 너..!"
"우리 시혁이한테 나쁜새끼?"
"헐, 아니. 저, 저요. 제가 나쁜새끼라구요,하하. 밥먹으러가자."
둘이 너무 지랄맞아. 겨우 기운 차렸는데, 애 둘 키우는 기분이다. 얘들아 나 아픈데 좀 닥치면 안될까.
*
늦..었나요?
아 진짜 몸이 너무 안좋은데 늦었다는생각이 들어가지고 몇시간동안 아픈머리, 눈, 몸 가지고 앉아있었네요
이번화에서 터뜨릴까, 고민했는데. 그러면 분량이 너무 터무니없이 길어지길래 관뒀어요 ^ㅁ^
반배정 똥쓰레기처럼되서 기분 별로..흡
암튼 전 올리고 빨리 자러갈게요
아프면 고생이에요 8ㅁ8 아프지마요
뭐할말있었는데 잊어버려써..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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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화 답댓은 내일..달던지할게요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머리넘나아픈것..
용어해석도...원하시면..알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