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상상을 했다. 지금이 21세기가 아니라면? 내가 21세기의 말도 안되는 세자빈이 아니라 정말 그 옛날 조선의 세자빈이라면 어떨까, 그런 상상을 했었다. 그리고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면 나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때라면 정말 하루종일 한복을 입고 머리에 이상한 무거운 것을 올려놓고 살아야했을테니까. 아마 남녀칠세부동석이라던지 내외를 해야해서 전정국의 잘난 얼굴도 몇 번 보지 못 하고 죽게될지도 모른다. 신부수업을 피해 다락방에 갇혀서 전정국과 눈을 맞추고 얘기를 하다가 잠이 드는 일 같은건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었겠지. 한마디로 하자면 그냥 노잼 그 자체인 나날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은 훨씬 나은 편이다. 처음에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연리지가 싫었고 당장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았었다. 물론 지금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어젯밤을 계기로 이젠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의지할 사람 하나 없었던 이 곳도 익숙해지고 편안해지고 좋아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자빈 적응기 04 : 전정국 탐구. " 전정국! " 내 하루는 전정국으로 시작했다. 꿈길을 가르고 들려온 그 단어에 눈이 떠졌고 눈 앞에서 민윤기에게 등짝을 얻어맞는 전정국을 보았다. 민윤기는 잔뜩 화가 난건지 그 하얗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있었고 전정국은 반도 제대로 뜨지 못한 눈으로 민윤기에게 맞은 등짝을 비비적거렸다. 어제 내게 난감한 상황을 선물하며 굳게 닫혔던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 너 진짜 죽을래? 내가 다시 숨지말라고 했지! " " 아, 뭐! 내 집에서 내 마음대로도 있지도 못 하냐. " " 너만 사라지면 ' 이 새끼가 또 숨었구나. '하고 넘어갔지. 근데 어제는 다르잖아. " 몰래 민윤기의 말을 듣고있자니 곧 나에 관한 얘기가 나올 것 같아 다시 자는척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 최대한 자연스럽게 자고 있는 사람처럼 숨을 죽이고 있었다. 굳게 감긴 눈 대신에 두 귀만 쫑긋이 서서 민윤기와 전정국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 세자빈 마마가 사라지셔서 어제 얼마나 난리가 났는지 알아? " " 알리가 있나. 밤새 여기있었는데. " " 자랑이다. 어디 가신건가 연락도 안 되고 다들 얼마나 애태웠는데. 게다가 김태형도 안 보이고. " " 아아, 그만 좀 해. 아무 일 없으니까 됐잖아. " 저러다 한 대 더 맞지. 생각하기가 무섭게 민윤기의 손바닥이 전정국의 머리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으, 진짜 아프겠다. 어쩐지 평온해보이는 전정국과는 다르게 내가 아픈것 같았다. 민윤기는 전정국이 아파할 틈도 주지않고 앉아있는 전정국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런 힘은 또 어디서 난건지 민윤기는 전정국을 단번에 일으켜 세워 활짝 열린 문으로 끌고갔다. " 근데 여기 어떻게 알았어? 김태형이 알려줬지? " " 그럼 뭐, 아무도 연락이 안되는데 김태형을 탈탈 털어야지. 들켜서 어떡하냐. 너 이제 여기도 못 숨겠네. " " 아씨, 김태형 진짜. 지난번에도 그랬으면서. 이번에는 알려주는게 아니었는데. 이따 만나면 때려줘야지. " " 네가 먼저 나한테 얻어맞기 전에 얌전히 따라와. " 전정국의 투덜거림을 끝으로 두 사람이 나가고 나서야 나는 슬그머니 눈을 떴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앉으니 저절로 한숨부터 나왔다. 뒷감당을 어떻게 하지. 차라리 나도 민윤기에게 끌려나가는 전정국처럼 김태형이나 윤상궁에게 끌려나갔으면 했다. 내 두 발로 비바람이 몰아치는 폭풍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그래서 조심조심, 아주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왔다. " 마마! " 그리고 마지막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들려오는 매서운 윤상궁의 목소리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 난 이제 망했구나. " 으아- " 한참이나 길게 이어진 윤상궁의 폭풍 잔소리 덕분에 벌써 하루가 다 지난 것처럼 온 몸이 피곤했다. 축 늘어진 몸을 간신히 움직여 입고있던 한복을 벗어 내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침대 위로 엎어졌다. 귓가에 방금 전에 들은 윤상궁의 목소리가 울렸다. ' 다음부터는 절대 이러시면 안됩니다. 그리고 마마께서 힘들어하시니 오늘 수업은 쉬겠습니다. ' 그래도 윤상궁도 이런 내가 불쌍하긴 했는지. 일단 오늘은 수업이 없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오늘은 하루종일 늘어지게 잠이나 자야지. 오랜만에 주어진 꿀같은 자유시간이었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 연리지에서 특별하게 할 수 있는게 없어서. 다른 상궁들은 다 바쁘게 제 일을 하고 그래서 나는 같이 얘기할 그 흔한 말동무 하나 없었다. " ...아. " 축 늘어져있던 고개를 들어 문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내 문을 넘어 그 반대편에 있는 전정국의 방을. 같이 얘기하고 말할 사람을 찾자면 그 방의 주인이 있었다. 어떡하지. 찾아갈까 말까. 두 눈으로 애처롭게 방문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뒤로 젖혔다. 혹시 찾아갔다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 게임 중이니까 나가. '라는 말과 함께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그런 찬밥신세는 같이 놀 사람이 없어서 방에 박혀서 잠이나 자는 것보다 더 비참하니까. 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큰 문이 단숨에 열렸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는 절로 침을 꼴깍 삼켰다. 전정국? 내 방에는 왜 왔지? 뭐 할 말이 있나. 어제는 잘 잤냐고 먼저 물어볼까? 아니다, 잘 자는거 봤으면서 괜히 오지랖이야. 혼자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다가 결국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처음부터 혼자 판단하고 결론 지은건 나였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그 예상과 결론은 잘못된 것이었다. 그냥 혼자 착각하고 오해한건데도 작은 실망감이 찾아왔다. 내가 왜 아쉬워하고 실망했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전정국이 아니라 김태형이라서, 나는 조금 속이 상했다. " 나 들어간다? " " ...이미 들어왔잖아요. " 활짝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몸을 반도 넘게 넣고있으면서. 장난스럽게 웃으며 들어간다고 말하는 김태형에게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심술이 가득한 그 대답도 김태형에게는 긍정의 뜻으로 들렸는지 김태형은 어느새 문을 닫고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축 늘어져있는 내 앞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 왜 그러고 있어? " " ...그냥요. " " 윤상궁님한테 많이 혼났어? " 김태형은 걱정이 담긴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물끄러미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자세를 고쳐 앉으니 우뚝 서있던 김태형도 바닥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얼굴에 괜히 장난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심심했는데 잘됐다. " 해고할 거예요. " " ...어? 어? 뭐,뭐라고? " " 그 쪽 내가 해고할 거라고요. " " 아니 왜! " " 어제 나 다락방에 갇혔을 때, 밖에 나갔다면서요? 지켜야하는 사람은 안 지키고... 무슨 경호원이 그래? " " 아니, 그게 일부러 나간게 아니고 내가 일이 있어ㅅ, " " 이것도 일이잖아요. " 내가 말을 이렇게 잘 했나. 쉴새없이 쏟아지는 내 공격에 ' 그건 그런데... ' 하고 중얼거리던 김태형이 입을 꾹 다물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신이 나있던 입꼬리와 눈꼬리가 축 쳐졌다. 바닥에 앉아 한없이 쳐져있는 김태형을 보고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전에도 느꼈지만 우리 깜둥이랑 닮아도 너무 닮았다. 깜둥이도 내가 혼내면 꼭 구석에 가서 혼자 시무룩해져있는데. 그러면 나는 그 작은 뒷모습에 금새 베시시 풀려버렸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고. " 알았어요. " " ...뭐가? " " 이번 한번만 넘어갈게요. 해고 안 해요. " " 진짜? " 언제 그랬냐는듯 눈꼬리가 곡선을 그리며 웃었다. 진짜 뒤에 꼬리 하나를 붙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딱 그만큼 너무 강아지같았다. 금새 좋다고 헤헤 웃고있는 김태형을 보다가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곧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고 진지한 얼굴로 김태형에게 물었다. " 그래서 어디 갔는데요. " " 어? " " 나 버리고 어제 어디 갔다왔냐고. " 씨알도 안 먹힐 진지한 척이었지만 그게 김태형에게는 통한 모양이었다. 그건 말할 수 없다며 동공에 지진을 일으키는 김태형에게 조금 더 무서운 표정을 지으니 김태형은 안그래도 낮은 목소리를 더 낮추며 대답했다. " 어차피 곧 알게 되니까 말해주는거야. 대신 전정국한테는 아직 말하면 안돼. " " 뭔데요? " " 누가 너 좀 보자고 하셔. 전정국이랑 같이. " " 누가? " " 누구긴 누구야. " " ... " " 곧 네 시부모님 되실 분들이지. " ...시부모님? 내 두 귀로 듣는 그 말은 내 머리를 거쳐 나도 모르게 입으로 중얼거리게 될 때까지도 낯설기만 했다. 내가 지금 잘 못 들은게 아니라면 시부모님이라고 했다. 시부모님을 만난다는 것은 두가지의 의미가 있었다. 하나는 대한민국의 왕을 만난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정국의 부모님 곧 만난다는 것이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미 TV를 통해 지겹도록 봤었던 분들인데도 막상 만나게 된다니 저절로 긴장이 되었다. 게다가 아주아주 특별한 호칭인 시부모님까지 붙어서 들으니 새삼 또 실감이 났다. 내가 전정국이랑 결혼...을 하게 될 사람이라는 것을. 그냥 너무 편하게 지내서 잊고있었는데 사실이 그랬다. " 어, 언제 가는데요? " " 이따가. 저녁에. " " 에? 오늘? " " 응. 전정국한테는 말 하지마. 걔 거기 가는거 알면 또 언제 튈지 몰라. " 김태형은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눈 앞에서 김태형의 움직임이 보였지만 나는 쉽게 집 나간 정신을 데려올 수가 없었다. 혼자 멍을 때리고 있던 나는 김태형이 나를 세번째 불렀을 때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김태형을 쳐다볼 수 있었다. " 너무 걱정하지마. 그냥 밥만 먹고 오면 돼. " " ...네. " " 혼자도 아니고, 전정국도 있잖아. " 나름대로 위로의 말을 던진 김태형은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전정국이 같이 있다고? 그게 다행인건가. 그 앞에서도 대놓고 나를 갈구면 어떡하지. 아 몰라, 다 모르겠다. 그대로 몸을 뒤로 눕혀 참대 위로 누웠다. 이대로 잠이나 잘까. 복잡한 속내에 두 눈을 꾹 감았다가 곧바로 떴다. 바로 다시 몸을 일으켰다. 언제 가자고 할지도 모르는데 미리 준비 해야겠다. 그리고 우울한 표정과 울적한 마음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세수만 하고 나와서 준비하려고 했는데 거울을 보니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러기에는 꼴이 말이 아니라서. 거울로 비친 떡진 머리와 꼬질꼬질해보이는 내 모습에 결국은 샤워까지 하게 되었다. 샤워를 끝내고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었다. 뚝뚝 떨어지는 물기만 대충 수습하고 수건을 머리에 덮은 채로 화장실을 나왔다. 머리에 놓인 수건이 앞을 가렸지만 딱히 시야를 확보하려고하진 않았다. 뭐 방까지 얼마나 된다고. 방까지 가는 그 길에도 복잡한 마음 뿐이었다. 도대체 왜 갑자기 전정국의 부모님을 만나야하는 이렇게 당황스러운 상황이 되었는지, 그것도 오늘 당장. 답답한 마음에 푹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는데 수건 아래로 곱게 모인 발 두개가 빼꼼 나타났다. 내 발과는 다르게 큼지막한 발. 저건 누가봐도 남자발인데. 혹시하는 기대 반, 그리고 설마하는 긴장 반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내 시야를 가리고 있던 수건을 살짝 들춰서 앞을 보았다. 가려져있던 눈이 빛을 마주하는 순간, 정말 단번에 내 앞에 서있는 전정국과 눈이 마주쳤다. 너무나도 빠르게 마주친 눈에 나는 당황하고 있는데 전정국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나를 한번 내 머리 위에 놓인 수건을 한번 쳐다보더니 나에게 물었다. " 어디 가냐? " " ...어? " " 너 어디 가냐고. " " 응. 이따 너랑 같이 밥 머, " ' 전정국한테는 말 하지마. 걔 거기 가는거 알면 또 언제 튈지 몰라. ' 미친. 나도 모르게 말할 뻔 했다. 김태형이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놀란 내가 하던 말을 단번에 끊어버리자 우리 주위가 조용했다. 그리고 그 적막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정국이 내 얼굴을 가리던 수건을 치우고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 이따가 나랑 뭐. ' 전정국이 물었다. 내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저으며 입을 꾹 다물자 전정국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 말해. " " ...아니야. " " 뭐가 아닌데. " " 아,아니, 진짜 아무것도 아니라고. " " 너 거짓말은 하면 안되겠다. " " ... " " 다 티나. 그러니까 빨리 솔직하게 말해. " 연기같은건 애초부터 소질이 없었다. 뭐뭐하는 척도 주위 사람들에게 하나도 먹히질 않았다. 그래서 아까 김태형이 내 진지한 척에 속아 넘어가 안절부절했을 때, 더 웃겼던 것 같았다. 그런데 전정국은 아니었다. 마치 나를 다 꿰뚫어보고 있는듯이 내 허술한 가림막들을 다 치워버렸다. 아까 수건부터 지금 이 어설픈 거짓말까지. 이게 다 어쩌면 내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전정국의 눈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너랑 밥 먹는다고. " " 밥? " " 응. " " 밥은 맨날 먹잖아. 뭘 새삼스럽게. "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의아해하는 전정국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지. 맨날 먹지. 이따가도 먹자.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피하려고 하니 전정국이 내 어깨를 돌려세운다. 한순간에 다시 정면으로 마주한 전정국의 눈빛에 나는 조금씩 작아져만 갔다. 쫄아도 아주 단단히 쫄았다. " 그거 아니잖아. 뭔데. " " ...부모님 만나러 간대. 저녁식사. " " ...아, 너? " " 아니. 너. " " ...내 부모님? " " 응. " " ...김태형이 그래? " 전정국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내 부모님? '이라고 묻는 목소리가 떨렸던 것 같기도 하고, 두 눈이 흔들렸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지금 전정국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얼굴에 짜증과 어이없음이 묻어있었다. 전정국의 표정이 왜 그런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모님이랑 같이 밥 한끼 먹으러 간다는데 그게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받아드릴 일인지. " 밥 먹으러? " " 응. " " 너보고 오래? 나랑 같이? " " ...응. " " 그래도 부모는 부모라고. " 날카로운 말이었다. 분명 차갑고 날카로운 말이긴 했지만 어딘가는 조금 먹먹하고 애처롭게 들리는 말이기도 했다. 작게 실소를 내뱉은 전정국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슨 생각을 하고있냐고 묻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한참이나 그런 전정국을 쳐다만 보고있다가 전정국에게 대신에 다른 질문을 했다. " ...안 갈거야? " " 너는. " " 어? " " 나 안 가면 너도 안 갈거야? " 전정국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전정국이 나에게 원하는 대답은 정해져있었을 것이다. 나도 그것을 빤히 알고있었지만 전정국이 만족할 만한 대답을 들려주지는 못 했다. 그래도 초대해주셨는데, 첫만남부터 이렇게 약속을 펑크내면 앞으로는 어떻게 얼굴을 보고 살까. 쓸데없는 걱정이라면 그럴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내 나름대로의 예의이기도 했다. " 그래. " " ... " " 같이 가, 그러면. " " 어? " " 너랑 같이 간다고. 그러니까 준비하고 이따 봐. " 내게 말 한마디만 달랑 남겨놓고 제 방으로 사라져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전정국은 우리가 타고 갈 검은 차가 연리지의 큰 문 앞에 서자마자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가자며 전정국을 독촉하려던 나는 전정국의 모습을 보자마자 할 말을 잃었다. 연리지에서 처음 만난 이후로 지금까지 내가 봤던 전정국은 늘 큰 티에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상하거나 후줄근해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니까. 그런데 저기서 걸어오는 전정국은, 그것도 검은 수트를 쫙 빼입은 전정국은 내가 보았던 그 어느 때보다 더 잘생기고 또 잘생겼다. 훨씬 더.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 굳어 전정국이 내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멀리서부터 시작된 전정국과 김태형이 투닥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다 들릴 때까지도. " 안 튀니까 이제 들어가라, 좀. " " 알지 알지. 너 안 도망가는거. 물론 나는 너 믿는데 그냥 배웅하는거지. " " ....아무튼 다음부터는 하지마. 아무리 네가 한 말이어도 다신 안 가. " " 야, 나도 그러고 싶지. 근데 부르시는걸 어떡하냐. " " 내가 너한테 약하니까 자꾸 너 이용하는거 아니야. 그니까 다음부터는 그냥 전화오면 씹으라고. " 꽤나 신경질적으로 내뱉는 전정국의 말에 김태형은 못 이기는척 고개를 끄덕였다. 의미없는 말다툼의 승자가 결정되자 전정국이 그제야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멍하게 전정국을 바라보고 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미친. 얼굴보니까 더 잘생겼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저녁 때라서 날이 어두운게 다행이었다. 전정국과 눈이 마주치고 나 혼자 어쩌지 고민하다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 ...안녕! " 차라리 이런 인사같은건 하지 않은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정말로 어색하기 짝이 없어서 전정국도 김태형도 나도, 그 누구도 그 어떤 반응이 없었다. 한참 이어진 적막을 깨고 그 중에서도 제일 무반응이던 전정국이 내 앞으로 걸어왔다. 나 혼자 바짝 쫄아서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그에 비해 전정국은 너무나도 평온한 얼굴로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나를 차 쪽으로 끌고가길래 김태형에게 빨리 작은 인사를 했다. 나는 아무 저항도 못 하고 전정국에 의해 차에 탔고 전정국 또한 차에 올라타 문을 닫았다. 우리를 태운 검은 차가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 안이 바싹 마르는 느낌이었다. 몇 번을 타도 늘 무겁게만 느껴지는 검은 차 안에 있어서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전정국의 영향이 더 컸다. 정확히 말하자면 차에 날 태울 때부터 지금까지 꽉 잡고 있는 손 때문이고. 차에 타면 바로 놓을 줄 알았는데 아까부터 한번도 놓지 않고 잡고 있다. 손에 땀이 날까봐 슬쩍 빼려고 해봐도 안그래도 큰 손이 꽤 강한 힘으로 잡고 있어서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어색한 공간에서 벌어진 어색한 일에 전전긍긍하고 있는건 나뿐인 것 같았다. 전정국은 오히려 편안하게, 눈을 감은 채 아무 미동도 없었다. " 가서 밥만 먹어. " " ...어? " " 너한테 뭐라고 물어보면 그냥 네하고 대답하고 밥만 먹으면 돼. " " ... " " 너 곤란한 질문 있으면 내가 해. 넌 하지마. " 고개를 끄덕이다가 아차 싶었다. 눈을 감고있는데 이러면 보일리가 있나. 그래서 알겠다고 대답을 하려는데 전정국이 먼저 눈을 떠 나를 쳐다봤다.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고 내 대답을 확인한 전정국은 다시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그런 전정국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손을 잡고있다는 것을 잊은건 아닐까? 어쩌면, 전정국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근데, " " ... " " 손... 계속 자, 잡고 있을거야? " 아, 멍청하게 말은 왜 더듬니. 가뜩이나 목소리도 개미만한데. 전정국에게 잡히지 않은 다른 손으로 내 머리에 꿀밤이라도 선물하고싶은 심정이었다. 내 물음에 전정국이 눈을 떠 나를 바라봤다. ' 왜? 싫어? ' 아니, 싫다기보다는 갑자기 왜 이러냐는거지. 왜 갑자기 손을 꼭 잡고있냐고. " 음... 그런건 아닌데... " " 잡고싶어서, " " ...어? " " 는 아니고. 나도 잡고싶어서 잡은거 아니야. 그 앞에 가면 사람들 많을거야. 보는 눈도 많고 카메라도 있을거고. " " ... " " 이왕이면 다정한 모습 보여주면 좋잖아. " 이따가 잡고있어야 하니까 지금 미리 적응해둬라, 뭐 이런건가... 전정국의 말이 뭐 나름대로는 그럴듯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더니 전정국은 의자 앞에 있는 서랍을 열어 안에서 모자 하나를 꺼냈다. " 이거 써. " " ... " " 난 이미 얼굴 다 팔렸지만 넌 아직 아니잖아. 혹시 모르니까 이거 써. 안 그랬다가 나중에 괜히 귀찮아지니까. " 그리고는 모자를 내 머리 위에 얹어 푹 눌렀다. 모자가 챙은 또 얼마나 넓은지 금새 시야가 가려졌다. 할 말을 마친 전정국은 다시 눈을 감았다. 금새 차 안이 조용해졌다. 나는 모자 안에서 도르륵 눈만 굴리다가 한 손으로 슬쩍 모자를 들어 전정국을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표정이 복잡했다. 전정국은 가끔씩 내게 여러가지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정말 싸가지 없는 차가운 표정이었다가 또 어딘가는 텅 비어있는 표정을. 또 아무렇지도 않은 무심한 표정이었다가도 금새 슬퍼보이고 외로워보이는 표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표정을 나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전정국의 표정 하나, 말 하나, 행동 하나가 신경쓰였다. 언제부터인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부턴가 내 관심은 온통 전정국이었다. 차에서 내렸을 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전정국의 말대로 카메라도 있었다. 전정국은 여유롭게 그 인파 속을 걸어나갔고 나는 모자 속에 얼굴을 파묻은 채 전정국에게 이끌려가기 바빴다. 큰 대문이 열리고 그 안에 들어서자 그제야 그 많던 사람들이 사라졌다. 일반인은 출입이 불가능한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 다시 태어난 대한민국의 궁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 곳에 내가 들어왔다. 대한민국의 단 하나뿐인 세자와 함께. 현대식으로 다시 디자인된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었다. 사람 사는 집이 이렇게 클 수가 있나. 저긴 또 뭐하는 곳인가, 생각하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여기서 어디가 전정국의 방이었을까. 전정국이 어디서 먹고 자고 생활했을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마지막에는 조금 다른 류의 질문에 이르렀다. 전정국은 왜 이 곳을 두고 연리지에서 지내고 있을까. 연리지에는 원래 아무도 살지 않았었다고 한다. 왕과 부인의 휴식을 위해 지어진 곳이었으니까. 그런데 김태형의 말에 따르면 몇 년전부터 전정국이 연리지에서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파격적인 독립선언을 했다고. 하지만 혼자 살겠다는 그의 의지는 전정국이 대한민국의 세자라는 사실앞에 무너졌다. 결론적으론 나도 김태형도 민윤기도, 게다가 다른 상궁들까지도 연리지에 같이 살고 있으니까. " 도착했습니다. " 전정국과 나를 안내하던 머리를 단정하게 묶어 하나로 말아올린 여자분의 말과 함께 딱 봐도 엄청 기품있고 웅장해보이는 건물 앞에 도착했다. 큰 문의 위엄이 내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잡고있던 전정국의 손에 힘을 주었다. 내 힘에 잠깐 움찔하던 전정국은 이내 심호흡을 하고 우리 앞에 큰 문을 열었다. 전정국과 나, 그리고 전정국의 부모님, 이렇게 딱 네 사람만이 있을 공간인줄 알았다. 하지만 내 눈 앞에 보이는 사람은 TV에서 몇 번 보았던 아저씨 두 분, 생전 처음 뵙는 아저씨 두 분, 그리고 단번에 알 수 있는 전정국의 부모님, 총 이렇게 6명이었다. 이렇게 다른 분들이 계실줄은 몰랐는데. 나는 당황하여 전정국을 쳐다봤고 전정국은 미리 예상을 했는지 의연한 얼굴로 나를 미리 준비된 자리에 앉히고 자기는 내 옆에 앉았다. " 네가 세자빈이구나. " " ...네. " " 어른들께 인사하렴. " 화려하게 한복을 입은 여자분, 그러니까 전정국의 어머니가 내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 웃음이 마냥 따뜻해보이지는 않았지만 나도 따라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나를 올려다보는 눈빛에는 호기심과 함께 경계심도 같이 섞여 있었다. 부담스러운 그 눈빛들을 피하며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세, 세자빈입니다. " " 그래. 어서 와라. " 전정국의 아버지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어릴때부터 자라며 주위에서 어른들이 말하는 것을 많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왕이라는 말도, 전하라는 호칭도 어색했다. 그냥 차라리 아저씨, 아저씨가 더 편하겠다. 자리에 앉으며 슬쩍 전정국의 눈치를 보니 표정이 굳어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을 수도 없었기에 나는 모른척 다시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역대급으로 불편했던 식사는 생각보다 더 빨리 끝났다. 음식은 맛있어보였지만 먹고싶은 마음도 없었고 먹어지지도 않았다. 아마 먹었으면 체했을 것이 분명하기에 차라리 다행이었다. 나와 전정국을 제외한 어른들 사이에는 웃음꽃과 이야기꽃이 피었다. 얼떨결에 소외가 된 전정국과 나는 앞에 놓인 차만 홀짝 들이켰다. 이럴거면 왜 부르셨냐는 질문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애써 꾹 삼켰다. " 세자빈. " " ...네? " " 세자빈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아주 중요한 사람이야. 세자와 함께 말이다. " " ... " " 그러니까 이제 앞으로 세자빈을 지켜보고 관찰하고 주시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너의 행동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생길거야. " " ...네. " " 그래. 앞으로 세자빈이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얼만큼 조심 또 조심해야하는지는 알겠지. 주위 사람들에게 흠 잡히지 않도, " " 저희 그만 가볼게요. " 부드럽게 미소와 함께 말하셨지만 그 말에는 상당한 무게감이 실려있었다. 그래서 죄인마냥 그 말을 들으며 위축되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전정국에 끼어들어 말을 싹뚝 잘라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을 잡고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놀란 내가 바라본 전정국의 얼굴은 웃음기 하나없이 차가웠고 전정국이 마주하는 아버지의 얼굴 역시 마찬가지로 차가웠다. " 저녁도 다 먹었고 차도 다 마셨고. 이제 그만 가볼게요. " " ... " "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전정국. " 전정국이 나를 끌고 뒤돌아서자마자 낮지만 무겁고 강한 목소리가 전정국을 불러세웠다. 전정국은 자신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전정국이 자신과 다시 얼굴을 마주하자 아저씨는 아까보다는 조금 힘이 풀린 목소리로 전정국에게 말하셨다. " 듣자하니 너 또 아무도 모르는 곳에 몰래 숨어있었다던데. " " ... " " 어린 애도 아니고. 주위 사람들 걱정하는 그런 일은 이제 그만 해라. 어차피 숨어봤자 금ㅂ, " " 들키죠. 숨어봤자 들키고 그래서 다시 끌려나오고. " " ... " " 숨어있다가 돌아와도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는거, 알아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도 알고. " " ... " " 그래서 혼자 숨어있다가 돌아왔잖아요. 그 때처럼. " 그 말을 끝으로 전정국이 문을 열고 나를 끌고 나왔다. 크고 넓고 웅장하지만 그 무엇보다 전정국과 나를 작게 만들었던 곳으로부터 전정국과 나는 함께 도망쳐나왔다. 차가운 밤공기가 두 볼에 닿았지만 차라리 이게 더 마음이 편했다. 그건 전정국도 마찬가지였는지 아까보다는 더 가볍고 편해진 얼굴이었다. " 나 체할뻔했어. " " ...나도. " " 그치. " " 응. " " 다신 오지 말자, 우리. " 나에게 말하며 고개를 돌린 전정국이 나를 보고 웃었다. 그리고는 여전히 꼭 잡은 내 손을 잡아끌어 걸어나갔다. 조금은 급한 발걸음이었다. 벗어나려고 애를 쓰는 듯한 그런 발걸음. 전정국을 위해서 나도 걸음을 빨리했고 아까 들어왔던 큰 대문을 걸어나왔다. 우리를 기다린건지 여전히 그 앞을 지키고있는 인파를 지나쳐 타고왔던 차에 몸을 실었다. 검은 차가 밤을 가르고 출발했고 나는 아까 건물을 빠져나와 다시 썼던 모자를 벗었다. 무심결에 모자를 벗느라 전정국과 잡고있던 손을 놓게되었다. 나는 아차싶어서 놓아진 내 손과 전정국의 손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리고는 전정국을 봤는데 그는 아까처럼 몸을 기댄채 눈을 감고있었다. 아까보다 더, 훨씬 더 피곤해보이는 얼굴이었다. 사람들에게 치여 구겨진 옷도, 흩뜨러지는 머리도, 찌푸려진 인상도 전정국의 피곤함을 증명해주었다. 손을 뻗어 전정국의 손을 잡았다. 나도 모르게, 내 머리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벌어진 일에 나도 놀랐다. 전정국이 눈을 떠 나를 바라보았다. 전정국의 두 눈이 흔들렸다. 한참이나 나를 바라보던 전정국은 나에게 작게 웃어보이며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내 손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잡은 전정국의 손에서 애처로움과 간절함이 느껴졌다. 묻고싶은 말이 많았다. 왜 그 집에 살지 않는지, 왜 그렇게 가기 싫어했는지, 혹시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건지. 그리고 아까 했던 그 대화는, 그 말들은 무엇인지. 다 묻고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직은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네가 마음을 열어줄 때까지, 너와 내가 한걸음씩 더 가까워질 때까지, 내가 네가 마음 속 그 어떤 것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될 때까지. 그렇게 되기까지 느려도 좋고 오래 걸리더라도 괜찮았다. 기다릴 수 있었다. 나는 전정국, 너를 알고싶으니까.
태꿍쓰꿍쓰 |
이게 얼마만인지... 면목이 없습니다(무릎을 꿇는다) 그래도 오늘 분량 많지 않나요...? 내세울건 분량뿐인데ㅎ 글 맨 위에 있는 정국이 사진 보셨나요? 그 사진이 진짜 딱 제가 생각한 세자 정국이의 이미지랑 똑같아요. 뭔가 차가운데 아련해보이고 카메라 앞에서도 의연한 모습...(발린다) 전에 고민했던 서브남주와의 삼각관계는 안 들어갈 수도 있을거 같아요. 쓰다보니 정국이만으로도 짠내가 충분해서...ㅠㅠㅠㅠㅠㅠ 너무 늦게와서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부족해서 다른 멋진 작가님들처럼 빠른 연재는 힘들것 같아요ㅠㅠㅠㅠ 댓글에 화를 내셔도 되고 투정부리셔도 됩니다. 다 받아드릴게요!!! 너무너무 보고싶었어요. 항상 기다려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내 사랑 독자님들 굿나잇하세요:) |
내 사랑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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