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TOLS 05
w. 슈크림붕어빵
백호 박찬열 X 마르티즈 변백현
For 쌍고별
1.
"아싸 홈런!"
종인이 던진 야구공을 배트로 힘껏 후려친 백현이 멀리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며 깨춤을 춰댔다. 아이스크림을 걸고 한 내기야구에 자신의 승리를 직감한 백현은 종인에게 아이스크림을 얻어먹을 생각에 당장이라도 날아갈것만 같았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야구공에 유리창이 깨기전까지만 해도.
"헐."
하필이면 깨어진 창문이 교무실이었다. 창문밖으로 몸을 뺀 선생이 야구공을 들고 길길이 날뛰는것이 보였다. 야, 임마! 이거 누구꺼야! 야구공을 들고있는 사람은 학교에서 성격더럽기로 유명한 학생주임이었다. 누구야, 누구야! 당장이라도 찢어죽일듯한 기세로 소리를 지르는 학주를 보는 종인과 백현의 등으로 식은땀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형, 미안! 형이 깬거니까 형이 책임져!
"야, 야!"
빛의 속도로 사라지는 종인의 뒷모습을 멀거니 지켜보던 백현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다. 망했다.
2.
"이놈자식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어? 유리창이나 깨먹고. 어?"
"아니 그게…"
"마, 시끄럽고 나가있어!"
아오씨, 나보고 뭐 어쩌라는거야. 거 유리창 하나 깨먹었다고 더럽게 눈치주네. 그래도 어찌되었는 유리창을 깨먹은 잘못을 했으니 학주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인 백현이 교무실앞 벽에 기대어 섰다. 고개를 푹숙인채 애꿎은 땅을 툭툭 쳐대던 백현은 앞에 드리워지는 인영에 고개를 들었다.
"여기서 뭐해?"
뿔테안경을 쓴 찬열이 양손에 종이뭉치를 가득들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열아…! 애절한 백현의 표정과 목소리에 찬열의 한쪽눈썹이 살짝 치켜올라갔다. 왜 여기 있어? 너 또 사고쳤어? 찬열의 말에 찬열의 팔을 붙잡았던 백현의 손이 우물쭈물 아래로 내려갔다. 손을 꼼지락대며 시선을 맞추지 못하는 백현의 모습에 찬열은 직감했다. 아, 내 반려가 또 사고를 쳤구나.
3.
백현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준 찬열이 교무실로 들어갔다.
"어, 찬열이 왔냐."
학주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찬열이 책상에 종이뭉치를 올렸다. 찬열이 가져온 종이뭉치를 훑어보던 학주가 찬열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 했네. 수고했어. 역시 학생회장하나는 잘 뽑았다니까. 학생주임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찬열이 입매를 늘려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다 하는일인데요 뭘.
"저, 선생님. 근데 4반에 변백현이요."
"어, 걔가 왜."
"교무실 앞에 서있던데."
"아. 그놈이 유리창 깨먹었어. 저기 유리보이지?"
학생주임이 뻗은 손가락끝이 향한곳에는 처참하게 깨진 창문이 있었다. 보나마나 종인과 내기야구를 한답시고 깬것일 터였다. 쯧, 하고 혀를 찬 찬열이 학생주임에게 백현의 처분을 물었다. 백현이 어떡하실꺼에요? 찬열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학주가 책상아래에 있던 이면지를 건넸다. 나가는 길에 이거주고, 빡지 써오라그래.
"이거 다요?"
"그래."
알겠습니다. 안녕히계세요. 교무실에서 나온 찬열이 벽에 기대어선 백현의 손을 붙잡아 학생회실로 이끌었다. 야, 나 쌤이 서있으랬는데…! 쌤이 나보고 너 데려가래. 백현의 말에 짧게 대꾸한 찬열이 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4.
학생회실로 들어온 찬열이 의자하나를 빼내어 백현을 앉혔다. 백현의 앞에 마주앉은 찬열이 학생주임에게 받았던 종이를 내밀었다. 이게뭔데?
"너 유리창 깼다며."
"어? 그거 어떻게 알았어?"
"선생님한테 들었어. 너한테 빡지 써오래."
"이거 전부다?"
"어."
헐! 로 말문을 튼 백현이 억울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쏟아냈다. 아니, 내가 공을 쳤거든. 근데 그게 홈런이었어! 김종인한테 공짜로 아이스트림 얻어먹을수 있었는데…! 주절주절 이어지는 백현의 말을 가만히 듣던 찬열이 안경을 벗어 책상에 올려두고 피곤한 표정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백현아.
"어, 어?"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찬열의 시선에 백현의 입이 꾹 다물렸다. 딱딱하게 굳은 찬열의 얼굴이 낯설었다. 항상 어화둥둥 내새끼 해주던 찬열이었는데, 오늘은 백현의 버릇을 단단히 고치기로 마음먹은듯 했다. 말한마디 없이 한참동안 이어지는 찬열의 시선에 백현이 앞에 놓인 이면지뭉치를 끌어왔다. 하하, 그럼! 내가 잘못했지. 빨리 빡지나 써볼까? 하하. 어색한 웃음을 흘린 백현이 샤프를 쥐고 이면지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5.
"아아, 힘들다."
빡지를 쓰기 시작한지도 2시간째였다. 백현의 옆엔 까만 글씨로 빡빡하게 채워진 종이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오랜시간동안 샤프를 쥐고있어 손이 저린건지 백현은 중간중간 샤프를 놓고 손을 주물렀다. 백현의 앞에 마주앉은 찬열은 책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런 찬열의 눈치를 흘끔흘끔 보던 백현이 슬그머니 기지개를 펴며 중얼거렸다. 아… 힘들다아. 일부러 말꼬리를 늘였는데도, 앞에 앉은 찬열은 미동도 없었다. 그 모습에 금새 시무룩해진 백현이 다시 샤프를 쥐고 빡지를 쓰기 시작했다.
"힘들어?"
찬열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백현이 울상을 지었다. 힘들어. 손도 저리고. 이젠 더 쓸말도 없어. 찬열의 반응에 꿍얼꿍얼 투정을 부리던 백현이 찬열이 쥐고있던 책을 슬쩍 뺏어들었다. 찬열이 읽은부분까지 표시를 한 백현이 책을 덮어 책상한구성에 올려두었다. 니가 뭘 하려는지 지켜나 보자, 하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찬열을 흘끔 본 백현이 더듬더듬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있잖아.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는 유리창도 안깨고, 야구는… 조심해서 할께."
"알았어."
조금은 누그러진듯한 찬열의 목소리에 손을 꼼지락대던 백현이 슬쩍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치자 찬열이 입매를 늘려 미소를 지었다. 백현이 항상 봐왔던 찬열의 미소였다. 어서 빨리 써. 가는길에 아이스크림 사줄께. 머리를 쓰다듬는 다정한 손길과, 따뜻한 목소리에 백현이 다시 샤프를 잡았다. 응, 빨리 할께!
6.
"쌤, 저 이거."
"너 인마, 다시는 그러지마."
"네, 잘못했어요."
"가봐라."
"안녕히 계세요."
3시간에 걸쳐 쓴 빡지를 학생주임에게 제출한 백현이 교무실앞에 서서 저를 기다리는 찬열의 곁에 섰다. 선생님이 뭐래? 다시는 그러지 말래. 백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찬열이 백현의 손을 잡아 이리저리 살폈다. 오랜시간동안 샤프를 쥐고있던 손가락이 살짝 부어있었다.
"손 안아파?"
"아프진 않은데, 좀 저려."
가늘게 떨리는 백현의 손을 쥔 찬열이 백현의 손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그러게 왜 유리창을 깨서 사서 고생을 해. 이맛살을 찌푸린채 자신의 손을 주무르는 찬열을 바라보던 백현이 베시시 미소를 지었다. 뭐가 웃겨. 짐짓 화가난듯한 목소리에도 백현은 겁먹지 않았다. 짙게 찌푸려진 미간과, 퉁명스러운 목소리도 모두 저를 걱정한 탓이리라.
"야, 박찬열."
"왜."
"난 니가 참 좋다."
"뭐?"
백현의 뜬금없는 고백에 찬열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찬열의 얼굴을 붙잡아 아래로 끌어내려 입술에 쪽 하고 뽀뽀까지 마친 백현이 벙쪄있는 찬열을 뒤로하고 휘적휘적 걸어나갔다. 히죽히죽 웃으며 앞서 걸어나가던 백현이 그 자리에 못박힌듯 서있는 찬열을 향해 소릴 질렀다. 야! 안올꺼야? 나 아이스크림 사준다며!
7.
"딸기하나랑 초코하나요."
직원이 건넨 아이스크림을 받아든 찬열이 백현에게 딸기맛을 건네었다. 학교근처에 있는 수제아이스크림집의 딸기아이스크림은 백현이 좋아하는 음식중의 하나였다. 찬열이 건넨 아이스크림을 냉큼 받아든 백현이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물었다. 끄으- 맛있다- 정체모를 감탄사를 뱉어가며 아이스크림을 우물거리던 백현이 찬열이 쥐고있던 아이스크림에 시선을 고정했다. 금방이라도 아이스크림을 녹여버릴듯한 뜨거운 시선에 찬열이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 먹을래?
"응."
찬열의 아이스크림을 한입 먹은 백현이 찬열에게 자신의 것을 내밀었다. 자, 내꺼도 한입 먹어. 자신에게 내밀어진 아이스크림과 백현을 번갈아보던 찬열이 백현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짧게 붙었다 떨어진 입술에 이번엔 백현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딸기맛 맛있네."
능글거리는 찬열의 말에 백현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야이씨, 박찬열! 얼굴을 붉게 물들인채 방방뛰는 백현의 앞으로 찬열이 제 얼굴을 내밀었다. 자, 내꺼도 한입먹어. 이게 진짜 돌았나… 백현이 찬열의 얼굴을 밀어냈다.
"씁, 변백현."
"뭐, 뭐."
이맛살을 찌푸린채 슬금슬금 다가오는 찬열을 보며 백현이 뒷걸음질 쳤다. 뒷걸음질을 치던 백현이 제 다리에 꼬여 몸을 휘청거렸다. 억! 아이스크림은 바닥으로 추락하고, 기어코 뒤로 넘어가는 몸에 백현이 눈을 질끈 감았다. 한참이 지나도 느껴지지 않는 아픔에 백현이 한쪽눈을 슬쩍 떴다. 엉덩이에 느껴져야할 아픔대신, 백현은 찬열의 품에 쏙 들어와 있었다. 헤헤.. 멋쩍은 미소를 지은 백현이 찬열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바르작댔다.
"이, 이것좀 놓지?"
"싫은데."
백현을 내려다보는 찬열의 얼굴에 싱글싱글 장난기가 가득했다. 쯧쯧, 아이스크림 다 버렸네. 뜬금없이 찬열이 말을 돌리며 백현이 바닥에 떨어뜨린 아이스크림을 가르켰다. 왠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에 백현이 버둥거리자 찬열이 히죽 웃으며 백현의 볼을 꾹 눌렀다. 절로 벌어진 입에 백현의 몸부림이 더욱 심해졌다. 천천히 다가오는 찬열의 얼굴에 백현이 눈을 감았다.
"너 뭐하냐?"
찬열의 목소리에 눈을 뜬 백현은 자신의 앞에서 웃음을 참고있는 찬열의 얼굴을 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런 썅, 나 안해! 찬열의 뒤로한채 백현이 앞서걸어갔다. 아, 변백현. 눈은 왜감냐 진짜. 낄낄대는 찬열의 웃음소리가 뒷통수에 따갑게 박혔다.
"아, 웃지 말라고!"
백현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도 찬열은 배를잡고 웃어댔다. 야, 야, 그만 웃으라고! 발을 쾅쾅구르며 게거품을 물듯 날뛰어도 찬열은 그저 히죽히죽 웃기에 바빴다. 이, 이이…! 분에 찬 백현이 다시 찬열에게로 다다다다 달려갔다. 정강이라도 한대 까줘야 속이 시원할것 같았다. 목표물이 점점 가까워지고 백현이 힘껏 발을 구르는 찰나, 찬열이 몸을 한쪽으로 틀어버렸다. 덕분에 백현의 발길질은 허공을 가르고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야, 이 씨… 너 좋다는거 다 취소. 취소!! 너 싫어!"
찬열은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폐에 바람이라도 찬듯 쉴새없이 웃는 찬열을 보며 씨근덕거리던 백현이 팩 하고 고개를 돌리며 앞서나갔다.
"야, 변백현."
찬열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백현은 들리지 않는척 발걸음을 옮겼다. 백현아, 변백현, 변백, 현아. 흥, 그런다고 내가 돌아볼줄 알아? 가방끈을 고쳐 맨 백현이 발걸음을 좀더 빨리했다. 변백현. 나 화낸다. 그 말에 잠시 움찔 했지만, 너만 화났냐? 나도 화났거든? 왠지 모르게 떨리는 마음을 애써 무시하며 백현은 열심히 걸었다.
"변백현, 멍멍아. 너 나 진짜 싫어할꺼야?"
그새 축 처진 목소리에 마음이 약해졌다. 물론, 저게 찬열의 꼼수라는건 알고 있었다. 제가 이렇게 고집을 부릴때마다 일부러 불쌍한 목소리를 내는 찬열을 잘 알고있었다. 한숨을 푹 내쉰 백현이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향해 돌아섰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 찬열이 서 있었다.
"나 싫어할꺼야?"
찬열의 물음에 백현이 우물거리다 대답했다. 아니. 백현의 대답에 찬열이 이를 보이며 활짝 웃었다. 그럼 이리와. 활짝 벌려진 팔을보며 백현은 고민에 빠졌다. 이쯤에서 못이기는척 안길지, 조금더 버텨 볼지. 잠시 고민을 하던 백현은 찬열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넓게 벌려진 팔에 쏙 들어가자 찬열이 백현의 등을 끌어안았다. 품안에 안긴채 찬열의 허리를 끌어안은 백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파르르 화를 냈다가도 금방 이렇게 꼬리를 내리는 자신이 뭐랄까, 좀 단순하게 느껴졌다.
"변백현."
"왜."
"뽀뽀."
뻔뻔스러운 찬열의 행동에 헛웃음을 흘린 백현이 주변을 살폈다. 사람이 없는것을 확인한 백현이 찬열의 볼에 입을 맞췄다. 됐지? 이제 집에 가자. 찬열의 허리에 감았던 팔을 풀려하자 찬열이 백현의 팔을 붙잡아 다시 허리에 감게했다. 뭐, 뭐… 말할새도 없이 입술에 닿는 찬열의 입술에 백현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짧게 붙었다 떨어진 입술에 백현이 멍한 표정으로 서있자 찬열이 백현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어이구, 이쁘다 우리 멍멍이. 이제 집에 가자.
"으응…"
고개를 푹 숙인채 찬열의 손에 끌려가는 백현의 목덜미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 사이드커플 찬백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세준이 아니라서 실망하신건 아니죠?
찬백이들도 사랑해 주세요 데헷☆★
:) 사이드 거플로 찬백이 정해진데에는 제 친구 쌍고별양의 입김이 매우매우매우 강했답니다.
사실 제가 탑시드 세준제외하고는 다 애정해서 뭘할지 매우고민했거든요..ㅋㅋㅋ
저는 탑시드 세준> 루민=클첸=카디=찬백 요렇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어찌되었든, 제가 글을 쓰는데 큰 힘을주는 쌍고별양에게 이자리를 빌어 감사를 전합니다. 사랑한다(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