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Me If You Can
05
w.슈크림붕어빵
주말인 게 참 다행이다.
눈을 뜬 준면이 한 첫 생각이었다. 어젯밤 딸기와 포도, 복숭아를 차례로 다 쓴 후에야 놓아준 세훈 때문에 허리가 끊어질 거 같았다. 눈을 슬쩍 돌려 옆에 잠든 세훈을 보니 폭력을 행사하고 싶은 욕구가 물씬 피어올랐다. 일요일 낮, 창문 가득 들어오는 햇살과 지나치게 푹신한 퀸 사이즈의 침대. 그리고,
“벌써 깼어?”
잠에 취한 듯 웅얼대며 자신을 끌어안는 개새끼. 평소 같으면 주먹이나 발이 날아올 타이밍을 지나고서도 잠잠한 준면의 반응에 세훈이 슬쩍 눈을 떴다.
“허리 아파?”
“응. 그래서 그런데, 있잖아….”
힘없는 얼굴로 자신의 뺨을 매만지는 준면의 행동에 세훈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실룩 실룩 입가가 움찔 거렸다. 매일 뺨을 쳐대기만 했지 부드럽게 매만진 적이 없던 준면이었다. 역시 몸을 부대끼면 마음이 동한다는 말이 틀린 것이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는 살을 때리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 별이 번쩍였다.
“꼴보기 싫은 면상 좀 치워, 이 개새끼야!”
매만지던 손으로 철썩, 하고 뺨을 날린 준면이 침대 밖으로 세훈을 걷어찼다. 억 소리와 함께 굴러 떨어진 세훈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올 기미가 보이자 준면이 다시 한 번 발을 들었다.
“어허, 부인. 손버릇, 아니 발 버릇도 나쁘오.”
“부, 부인? 이 미친, 이, 이….”
버둥대는 반항이 무색하게 순식간에 잡아채진 발목은 세훈이 당기는 대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침대아래의 세훈의 품에 들어온 준면이 입을 뻐끔대는 사이 쪽 하고 도둑 뽀뽀를 마친 세훈이 준면의 맨 몸에 이불을 감싸 침대로 내려놓았다. 커다란 이불에 둘둘 감겨 온 몸을 묶인 준면의 위로 올라탄 세훈의 눈이 장난기로 반짝였다.
“김 팀장, 혹시 간지럼 타?”
대답대신 새하얗게 질리는 준면의 표정으로 대신 답을 들은 세훈이 이불위로 준면의 몸을 간질였다. 아, 하지 마, 하지, 아, 하지, 마!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세훈의 손을 피하던 준면이 헐거워진 이불속에서 팔을 쭉 뻗었다. 자신을 짓누르며 간지럼을 태우는 세훈을 밀어내려 팔을 휘적대던 준면의 팔이 침대 옆 협탁에 놓여있던 액자를 쳤다.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지는 파열음에 두 사람의 움직임이 순간 멈추었다. 동시에 시선은 침대 아래로 향했다.
“비켜.”
자신을 밀어내는 손에 순순히 물러난 세훈이 바닥에 내려가 깨진 유리조각을 정리하는 준면의 뒷모습을 보며 우물댔다.
“미안.”
“됐어.”
나름대로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 중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일요일 낮의 평화가 깨어졌다. 유리조각을 치운 후 틀만 남은 액자를 다시 협탁 위에 올려놓은 준면이 한숨을 쉬었다. 액자를 친 것은 준면의 손이라 해도 일단은 자신의 장난에서 시작 된 일이라 눈치만 보던 세훈이 분위기 전환을 꾀하여 입을 열었다.
“아버님이랑 찍은 사진이야?”
“응.”
“아버님도 잘생기셨다. 물론 나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친 개그에도 준면의 반응이 냉랭하자 입맛을 다신 세훈이 머리를 긁적였다.
“부모님은 어디서 사셔? 자주 찾아뵙긴 해?”
“아니.”
자식이란 자고로 부모님을 찾아뵈는 거라며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으려던 세훈의 말은 준면의 한 마디에 목구멍 속으로 쑥 들어갔다.
“돌아가셨어.”
“어?”
“우리 아빠, 죽었다고.”
탁, 소리와 함께 세워져있던 액자를 덮은 준면이 바닥에 흩어져있던 옷을 몸에 꿰었다. 밥 먹자, 배고프다.
“어, 어어.”
앞서 방을 나서는 준면을 따라 몸을 일으키던 세훈의 시선이 엎어진 액자에 잠시 닿았다 떨어졌다. 액자 속에서 미소 짓던, 누가 봐도 부자지간이라 생각 될 쏙 빼닮은 두 사람. 사진속의 사내가 묘하게 낯이 익는 듯 한 기분은 단지 준면과 닮은 얼굴 때문이라 생각한 세훈이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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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 HERMES
똑똑, 짧은 노크 소리가 끊긴 후 천천히 문이 열렸다. 헤르메스의 숨겨진 왕 링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크리스 하나가 아니었다.
“누나.”
크리스의 뒤를 따라 온 남자는 왕 링의 동생, 루한이었다. 크리스가 들어온 문으로 되돌아 나간 후 루한은 책상에 앉아 자료를 훑어보는 왕 링의 앞에 섰다.
“오랜만이야, 누나.”
그때까지만 해도 큰 표정의 변화 없이 서류를 읽어 내리던 왕 링은 보고 싶었어, 링링. 이라는 속 편한 루한의 말에 결국 손에 쥐었던 서류를 던졌다. 루한에게 부딪힌 후 팔랑이며 바닥에 떨어지는 종잇장에 어깨를 으쓱인 루한이 바닥에 흩어진 종이를 하나 씩 주웠다.
“너, 도대체 어디서 무슨 일을…!”
주먹을 쥔 채 부들부들 떨며 자신을 보는 왕 링의 모습에 미소를 지은 루한이 책상위에 자신이 주은 서류뭉치를 올려놓았다.
“일단 진정하고.”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히치콕의 데이비드 그 작자가 너를…!”
다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루한이 왕 링의 양 어깨를 은근히 내리눌렀다. 일단 앉아서 얘기하자, 누나.
***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데.”
“흠……. 일단 데이비드가 날 먼저 찾기도 했으니 그 쪽으로 스며들까 생각 중이야.”
“위험 부담이 커. 죽을지도 몰라, 루.”
진심으로 자신의 생명을 걱정하는 왕 링의 말에 루한은 잠시 입을 다문 채 제 앞에 앉은 누이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자신을 어릴 적부터 거둬준 고마운 누이.
“링링.”
“응?”
“눈가에 잔주름이 늘었네. 못생겼어.”
너, 이…! 심각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루한의 농에 왕 링이 자리를 또다시 박차고 일어나려 하자 루한이 웃으며 항복하는 시늉을 했다. 왕 링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 이마에 입을 맞춘 루한이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럼 데이비드와 접선 날짜가 정해지면 연락 줘.”
“…그래.”
“걱정 하지 마, 링링.”
“그래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나한테 와.”
자신의 손을 꼭 부여잡은 채 어린 저를 대하 듯 머리를 쓰다듬는 왕 링의 행동에 루한이 왕 링을 꼭 끌어안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줘, 누나.”
짧고 빠르게 읊조린 루한이 품에 안았던 왕 링을 떼어냈다. 나중에 봐, 라는 말과 함께 사무실을 나가는 루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왕 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끈거리는 듯한 머리를 꾹꾹 눌러가며 왕 링은 루한과의 대화를 곰씹었다.
‘누나, 데이비드가 히치콕 보스의 양자라는 건 알고 있지?’
‘이 바닥에서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맞아, 그런데 그 양자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그게 왜. 의리니 뭐니 해도 결국은 제 밥그릇 챙기기 바쁜 작자들이 모인 곳이 갱단이야. 보스를 죽이고 그 자리를 꿰차는 게 흔하지 않은 일은 아니잖아.’
‘그래, 그렇지. 근데 데이비드의 행보가 수상해.’
‘수상하다고?’
‘응, 표면적으론 보스의 자리를 위협하려는 거처럼 보이지만 내가 보기엔 꼭… 히치콕이라는 조직 자체를 없애려는 거처럼 보여.’
루한이 아무런 근거 없이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란 것은 누이인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이유는 아직 말해주지 못한다고 했지만 데이비드의 행보가 자신들에게 큰 해를 입히진 않을 거 같다는 것이 루한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왕 링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 것은 루한이 말미에 덧붙인 한 마디였다.
‘그리고 어쩌면…. 찾을 수 있을 거 같아.’
‘누구, 설마….’
‘샤오.’
‘루, 너 샤오 때문에 이 일에 발을 담그려는 거야?’
자신의 다그침에도 끝내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미소만 짓던 루한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의 루한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 곁에 서있던 조그만 여자아이. 잠시 허공을 헤매던 왕 링의 눈이 꾹 감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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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
힘없는 월급쟁이의 위치는 국정원 요원이라고 다를 바 없다. 그리고 힘없는 월급쟁이인 준면의 팀원들은 상사인 준면의 부름에 꿀 같은 주말에도 사무실로 끌려 나와야했다.
“팀장님 또 왜 저러셔?”
“몰라, 주말에 데이트 안 하고 뭐하시는지. 애인이랑 싸웠…”
“변백현, 박찬열!”
쨍하는 준면의 고함에 자라목이 된 백현과 찬열이 다시 제 노트북에 머리를 박았다. 팀장님은 맨날 우리한테만 저러신다? 내 말이. 죽이 잘 맡는 단짝답게 궁시렁 대는 대에도 손발이 착착 맡았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한심한 표정을 지은 영채가 서류를 정리해 준면의 자리로 다가갔다.
“팀장님, 브리핑 준비 끝났는데요.”
“지금 바로 할 수 있어?”
“네, 그렇게 큰 사건이 아니라서 지금 바로 가능합니다.”
“그럼 시작해.”
준면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인 영채가 찬열에게 눈짓을 했다. 또 준면의 불호령이 떨어질 새라 찬열이 후다닥 빔 프로젝터를 켜 자료를 띄웠다. 스크린 옆으로 간 영채가 레이저 포인터를 쏘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사건번호 R 21508865 인천항 무기 밀매 및 밀매 된 무기 수거 관련 브리핑 시작 하겠습니다.”
준면의 고개가 살짝 끄덕여진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브리핑이 시작됐다.
“큰 조직은 아닙니다. 신생 조직인 거 같구요,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인 적은 이번 무기 밀매가 처음입니다.”
“무기 거래의 루트는?”
“러시아입니다.”
“무기의 위치는 정확히 알 수 있나?”
“아뇨, 그건 불가능 합니다. 일일이 뒤지는 수밖에 없죠.”
영채가 곧이어 다음 화면을 띄웠다. 인청항의 컨테이너 구역들이 그려진 화면이었다.
“저희가 뒤질 곳은 K 구역입니다. 러시아에서 온 물류들은 모두 이곳에 머문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K 구역에 없다면?”
“C 구역입니다. 중국에서 온 물류들이 보관되는 곳입니다.”
“근거는?”
“브로커가 중국인이라는 정보가 있습니다.”
“중국인? 우리 쪽에 자료가 있는 사람이야?”
“아뇨, 검색 해 봤는데 저희 쪽 서버에는 없습니다. 다른 쪽에 확인 요청 해놓은 상태이고, 늦어도 다음 주 까지는 답 주기로 했습니다.”
“좋아. 다음.”
영채가 작전 계획서를 스크린에 띄웠다.
“2주 뒤에 작전 실행 하겠습니다. 저희팀 작전 투입 요원은 찬열 씨, 백현 씨. 작전 당일 도움을 줄 요원들 3명. 상황에 따라 경찰 쪽에 도움을 요청 할 생각입니다.”
“투입 명단에 내 이름이 없는데.”
“팀장님은 다리에 상처가 아물지 않으셔서 이번 작전은 뺐습니다.”
“아니, 괜찮아. 나도 작전에 참가한다.”
“하지만 팀장님.”
“깊은 상처도 아니고, 컨테이너에 얌전히 있는 무기만 수거 해오는 일인데 위험할 거 없어.”
생각을 번복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준면의 단호한 말투에 영채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세부 계획은 모레까지 올리도록.”
“네, 알겠습니다.”
시간은 어느새 오후 6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금 같은 일요일, 자신의 부름에 끌려나와 팔자에도 없는 주말 특근을 한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슬그머니 올라온 준면이 헛기침을 했다. 큼, 크흠, 하는 소리에 사무실에 있던 팀원들의 시선이 준면에게 모아졌다.
“오랜만에 회식 할…”
준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팀원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팀장님, 얼른 가요! 오늘 하루 내내 죽상이던 얼굴이 확 피는 것을 보며 준면도 픽, 웃음을 지었다.
“근데 저희 뭐 먹어요?”
“회식하면 역시 고기지.”
“삼겹살?”
“미친, 이빨부자 새끼. 우리 팀장님 스케일이 그거 밖에 안 되겠어?”
“그럼 소고기?”
투닥투닥 말을 주고받는 팀원들을 한 칼에 정리한 준면이 앞장서 걸어 나갔다.
“초밥.”
아, 저 초밥 싫은데요! 그냥 주는 대로 처먹어. 준면이 메뉴를 정한 후에도 투닥임이 멈추질 않는 두 사람의 머리위로 꿀밥을 내린 영채가 준면의 뒤를 따랐다.
“아, 배부르다.”
“모처럼 포식했네.”
“언제는 초밥 싫다며.”
“지는 소고기 타령이나 하더니.”
“제발, 좀! 둘 다 입 좀 다물어요!”
찬열과 백현의 투닥임과 두 사람을 향한 영채의 면박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닌지라 준면은 아무렇지 않게 계산을 마쳤다.
“손님, 아까 주문하셨던.”
“아, 예. 감사합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준면을 본 팀원들이 꾸벅 인사를 했다. 잘 먹었습니다, 팀장님.
“오늘 수고했어, 들어가서 쉬어. 오늘은 이만 해산.”
“내일 봬요, 팀장님.”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팀원들과의 인사를 끝마친 준면이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집 앞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기 전 준면은 조수석에 놓인 초밥 상자를 수없이 들었다 놓았다 했다. 결국 사온 음식을 놔두는 것도 아닌 거 같아 초밥 상자를 든 준면이 집으로 향했다.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에 집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우당탕거리는 소리도 밉지는 않았다.
“다녀왔어?”
여전히 뺀질한 얼굴을 들이밀며 제 집인 냥 자신을 맞이하는 세훈의 품에 초밥 상자를 떠넘긴 준면이 현관 앞에 선 세훈을 지나쳐 방으로 들어갔다.
“어, 초밥? 이거 나 먹으라고 사온 거야?”
내가 초밥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알았대? 국정원 팀장님이 설마 내 식성도 조사한 건 아니지? 방문을 타고 들어오는 시덥잖은 말들을 싸그리 무시한 준면은 아침에 개어두었던 홈웨어를 몸에 걸쳤다. 찌부등한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방을 나가려던 준면의 발걸음이 침대 옆 협탁 앞에 멈추어 섰다. 아침에 깨어진 액자가 새것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액자 옆에 놓아져 있는 작은 포스트잇을 본 준면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빈 말로도 잘 그렸다고 할 수 없는 졸라맨이 무릎을 꿇고 손을 들고 있었고, 그 옆엔 ‘잘 못했어 ㅠㅠ’ 라는 글귀가 적혀져 있었다. 포스트 잇을 제 자리에 둔 준면은 방을 나서 부엌으로 향했다.
“어, 야. 준면아. 여기 초밥 맛있다.”
그래, 맛있으시겠지. 그게 얼마짜린데. 속으로 중얼 댄 준면은 냉장고 문을 열어 물 한잔을 들이켰다. 깨끗하게 비워 진 잔에 물을 한 잔 더 따른 준면이 식탁에 앉아 쩝쩝대는 세훈의 앞에 컵을 내려놓았다.
“누가 보면 굶기는 줄 알겠다? 천천히 먹지?”
“오늘 하루 종일 굶었어.”
“맛있냐?”
“어, 하나 줄까?”
입 앞으로 들이밀어진 초밥을 손으로 집으려 하자 세훈이 어허, 하며 소리를 냈다.
“입 벌려 봐. 아- 해.”
“안 먹을래, 그냥.”
“그냥 한번 좀 해줘라, 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 같은 세훈의 표정에 준면의 결국 입을 벌렸다. 작게 벌려진 입에 초밥을 쏙 집어넣은 세훈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잘 먹네.”
“너나 다 먹어.”
퉁명스러운 대꾸와 함께 수건을 들고 욕실로 들어가는 준면의 뒤꼭지를 향해 꽂힌 세훈의 말에 그날 저녁, 욕실 문은 유난히 큰 소리를 내며 닫혀야 했다.
“잘 먹을게, 자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