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의 캐릭터는 <안녕 나 엑소 코디인데> 와 동일합니다
지난 5개월과 앞으로의 7일의 상관관계를 알아내야만 했다.
“예수님 믿으세요. 믿고 천국 가세요. 기도합시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테이블 너머 맞은편에 앉아 계시는 생전 처음 뵙는 아줌마, 그니까 이 전도사님은 테이블 위에서 멋대로 놀고 있던 내 두 손을 꼭 잡아 눈을 감고 주기도문을 외웠다. 입술 사이로 비집고 나오려던 한숨을 지그시 눈을 감고 입이 아닌 코로 소리 없이 내보냈다. 누구세요? 물어놓고선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맨발로 달려나가 무턱대고 문을 벌컥 열어 22년 무교의 길을 걷고 있는 이 집안으로 교회에서 오신 아줌마를 들인 건 모두 변백현과의 정신없는 전화통화 덕이었다.
“아가씨. 부모님 잘 계시고, 아까 통화하던 사람은?”
“아, 네. 남자 친구요.”
“그럼. 아가씨만 예수님 믿으면 부모님도 남정네도 천국 가. 주일에 교회 나오는 거지?”
“시간 내서 갈게요.”
그래, 그래. 진작에 교회 좀 나오지 그랬어. 주일에도 눈 많이 온다니까 조심해서 오고. 어머머, 아버지. 밖에 추운 것 좀 보세요. 나 간다? 검은 부츠에 간신히 두 발을 끼워 넣은 아줌마는 현관문을 열기 무섭게 들어오는 거센 바람 속으로 발을 내디뎠고 나는 아줌마도 바람도 더는 맞이하고 싶지 않았기에 웃는 얼굴로 발을 동동 굴렀다. 갈 게! 간다는 말을 천국 간다는 말만큼 반복해서 내뱉은 아줌마는 드디어 현관 앞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고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리며 현관문 문고리를 잡은 채 아줌마가 대문을 통과해 나갈 때까지 서 있어야 했다.
- 갔어?
“어. 니가 준 철관음차 내드렸어.”
그건 또 왜 내주는데? 아 존나 비싼 거! 그걸 왜 줘! 설거지를 위해 앞치마를 끈도 묶지 않은 채 목에만 대충 걸치고 테이블 위 빈 접시들을 옮겼다. 테이블 구석에 놓인 핸드폰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변백현의 성난 목소리는 마치 핸드폰이 테이블 위 제자리에서 저 혼자 미쳐 날뛰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있다가 만나. 냉장고 검사 좀 하게. 꾀를 쓰는 변백현에게 인상을 확 구기며 싫다는 당연한 대답을 하려는 찰나에 현관에서부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나는 아줌마가 다시 오셨음을 곧장 인식하며 누구 왔어? 묻는 변백현에게 아줌마 다시 오신 것 같아. 이따 전화할게, 말하고 우선으로 통화를 종료했다. 시간을 끄는 사이에 초인종 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렸다. 눈으로 테이블 근처에 아줌마가 깜빡하고 두고 갈만한 낯선 물건을 찾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아줌마?”
“오랜만에 보는 사람한테 아줌마? 문 다시 닫아라.”
CAME FOR COMING 上
“오빠.”
불러도 제집인 양 소파에 누워 발가락을 꼼지락대며 무려 몇 달 전에나 종영한 드라마를 보내주는 텔레비전에 온 신경을 쏟아내고 있는 루한은 답이 없었다.
“오빠. 루한.”
그게 두 시간 째. 소파 밑에 앉아 얼굴로 시야를 가리며 말해도, 조금 꺼림칙했지만 꼼지락대는 발가락을 손으로 잡아 저지해도, 텔레비전 앞에서 양팔을 벌린 채 꽃게처럼 이리저리 움직여도 비키라는 성난 목소리와 함께 루한이 던진 쿠션만 날아올 뿐 여전히 그랬다. 답이 없었다는 말이다. 5개월 사이에 벙어리라도 된 건가? 싶었어도 텔레비전을 보기 전까지는 무지막지하게 혼잣말을 내뱉었으니 그건 또 아닌 것이다.
“오빠. 밥은 먹었어?”
“아. 좀 줄래?”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엌으로 갔지만 의자 등받이에 걸쳐두었던 앞치마를 목에만 훌렁 걸치고, 냄비에 물을 받아 가스레인지 위에 올리고,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다듬고, 냄비 안에 넣어 간을 맞추고 상을 차리는 이 모든 준비 과정에서는 루한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도마 위에서 칼질을 할 때도 좀 줄래? 영혼 없이 국을 휘저을 때도 좀 줄래? 컵에 물을 따라 한 입 마신 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때도 좀 줄래? 맴돌았다.
‘좀 줄래?’
“지금 밥 달라는 말이 나와?”
‘좀 줄래?’
“나랑 무슨 말이라도 좀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좀 줄래?’
“싫거든.”
이렇게 말이다.
* * *
“내가 전화할 게.”
“안 해도 돼.”
“왜? 내가 멤버들한테만 할 게.”
“밥 맛있다.”
8월과 12월 사이, 지난 5개월 내내 그리고 지금도 루한이 무대에 서지 않는 이유를 몸이 조금 좋지 않아 병원에 있다는 것으로 덮고 있지만 사실 진짜 이유는 루한을 제외한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루한이 돌연 사라진 것은 멤버들과 아주 소수의 사람만 알고 있는데, 나는 운 좋게도 혹은 불행하게도 소수의 사람에 속해 있었다. 사라진 루한을 두고 무대에 선다는 것은 멤버들 스스로 끔찍한 일이라고 판단하였기에 두 달 전부터는 어떠한 공적인 스케줄도 없다. 그로 말미암아 멤버들의 생활 루트는 함부로 외출조차 할 수가 없어 숙소에서 연습실, 또 연습실에서 숙소로 가는 것과 가끔 녹음실에 가는 것이 전부였고 우리 의상팀의 생활 루트는 물론 각기 다르겠지만 루한이 돌아올 때까지만 짬짬이 다른 가수팀을 맡게 되어 거의 백수나 다름없다. 잘 흐르던 강물이 갑작스레 얼어붙어 루한이 올 때까지 흘러가지 못하고 멈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과 같았다.
“밥이 맛있어? 지금?”
“너 밥 잘한다. 막내야.”
우리는 그 여름 루한을 병원에 가둬놓은 적이 없다.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어 온갖 추측들 속에서도 한없이 기다리기만 했거늘 정작 장본인은 우리가 바로 어제 보고 헤어진 사이인 것처럼 5개월 만에 만나서는 편하게 입을 옷 좀 달라며 소파에 드러누워 아랫배나 긁으며 밀린 드라마를 보는 것이다. 게다가 숙소도 아닌 내 집에서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는 것도 기가 막힌 일이었다. 내 앞에는 나타나 놓고 회사에는 연락하지 말라는 심보는 또 무슨 심보인지 통 알 수가 없다. 어떤 험악한 조직에게서 가수 관두라는 협박을 받고 온 건 아닌지, 하는 몹쓸 드라마틱한 생각도 들었다.
“어디 있다 왔어?”
“좋은 데에.”
“중국 갔다 온 거야?”
“며칠 정도?”
부모님은 아셔? 회사에 연락은 하셨대? 오빠 보고 뭐라셔? 쏟아지는 질문 중 루한은 단 하나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숟가락질만 했다. 내 말에 마치 골라 먹는 재미 같은 게 있는지 꼭 저에게 손해 가지 않는 질문만 골라 대답했다. 맘 같아선 나는 궁금해서 밥 한 숟갈도 안 넘어가는데 밥이 넘어 가냐며 내 집이 통째로 떠나가라 따지고 싶었지만 루한에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건 분명했다. 굳이 숙소도 중국 집도 아닌 내 집에 온 것과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강조해서 말하는 것은 분명 특별한 이유 같은 무언가 있기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들 있어?”
“잘 있겠냐?”
“…….”
“…잘 있어.”
그 무언가를 내가 정확히 알아내야 하는 것도 분명했다. 결국 루한이 돌아온 것을 나만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몇 달째 끙끙 앓고 있는 매니저 오빠들과 기다림에 지쳐가는 멤버들을 생각하면 마냥 모르쇠로 있을 순 없었다. 어찌 됐던 루한은 공인이고, 루한이 병원에 있다는 것만 믿고 온 병원을 다 쏘다니는 사람들이 아직도 수두룩이 많다.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 생각하면 괜히 불같이 활활 타오르는 정의감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알았다니까. 일단 나만 알고 있을게.”
“일단? 나 다시 가.”
“거 참. 진짜. 알았어. 그냥 나만 알고 있을게.”
“폰.”
* * *
- 갑자기 폰 왜?
“수리 맡겨야 돼서.”
루한은 딱 일주일 동안만 내 핸드폰을 자신이 갖고 있겠다고 말했다. 5개월 만에 만나서 하는 게 고작 관리냐며 박박 대들어도 딴청을 부리며 못 알아듣는 척하는 루한에겐 무소용이었다. 머리 좋은 건 여전했다. 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내게 빌려 입은 고무줄 바지 주머니 안으로 내 핸드폰을 집어넣으려던 루한의 손을 잽싸게 고무장갑을 싱크대에 벗어 던지고 와서는 저지했다. 그럼 나 전화 한 통만. 루한은 내게 순순히 핸드폰을 내줬음에도 변백현과의 통화 중에는 탐탁지 않은 시선을 여러 번 보내왔다. 그 시선을 이기지 못해 결국 방으로 들어가 내 거짓말로 시작된 통화를 끝내고 나왔을 때 루한은 두 귀에 익숙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두 손에 고무장갑을 낀 채 내가 하다 만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오빠.”
“통화 다 했어?”
응. 근데 오빠 방금 부르던 노래 뭐였지? 살균기 안에 일목요연하게 그릇을 넣어 정리하는 루한의 옆에 가서 물었을 때 루한은 나도 몰라, 하며 살균기 문을 닫고는 바지에 젖은 손을 대충 문질렀다. 저기 수건 있어. 싱크대 밑 서랍 손잡이를 가리키는 나에게 루한은 닦았어, 짧게 말하고는 거실로 향했다. 저녁 식사를 하느라 미처 보지 못한 드라마를 마저 볼 게 불 보듯 뻔했다. 루한에게 노래 제목을 물었을 때 모른다고 답한 건 머릿속에 온통 드라마 생각밖에 없으니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분명 노래 제목을 알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티비 그만 보고 집에 가.”
“…….”
“어?”
“백현이…”
“아! 백현이? 그럼. 백현이도 오빠 보고 싶어 하지. 그리고 아주 잘 지내고 있어. 밥도 잘 먹고. 됐지?”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루한의 말을 가로막으며 랩을 읊조리듯 내뱉은 내 말에 폭풍이 지나간 듯 집 안이 고요했다. 루한은 소파 가운데에 반듯하게 앉아 어색하게 웃는 내 얼굴을 캐치했을 것이다. 루한의 헛웃음 소리가 분명 들려왔기에 그랬다. 루한에게서 황급히 등을 돌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찾는 민망한 손을 거두었다. 자꾸만 핸드폰이 없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루한의 시선 범위 안에서 당장에라도 벗어나고 싶은 두 발이 루한이 있는 거실을 제외한 온 집안을 돌아다니도록 재촉했다. 괜히 먼지 하나 없는 거울에 입김을 불어 닦기도 하고 딱히 꼭 해야 할 필요까진 없는 탁자 위 장식품들을 재배치하기도 했다. 마지막 코스로 화장실 안에 들어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을 땐 막내야.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거실에서 들려왔다.
“불렀어?”
“다 알아.”
언젠가 이렇게 될 줄도 알고 있었어. 단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말한 루한이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보며 살짝 웃고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리모컨을 손에 쥔 뒤 텔레비전을 켜 저녁 식사를 하기 전으로 돌아간 듯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드라마 속으로 들어갔다. 다 알고 있는 그게 뭐냐며 묻기에도 뭐했다. 그게 무엇인지 다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텔레비전과 루한 사이에서 시선 둘 곳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차라리 비키라는 한 마디라도 해주면 좋을 것을 루한은 아무런 말도 없이 화면 정 가운데를 가리고 서 있는 나 덕에 보이지도 않을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오빠.”
“응.”
“옆에 앉아도 돼?”
나를 한 번 올려다봤을 뿐 대답 없이 다시 화면으로 두 눈을 돌린 루한은 잠시 뒤 엉덩이를 살짝 들어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뒤 팔을 내밀어 내 손을 잡고는 자신의 옆으로 나를 끌어당겨 앉혔다. 안 그래도 가리고 있어서 불편했어. 루한의 말을 끝으로 집 안이 다시 고요해졌다. 물론 텔레비전에서 들려오는 정신없는 소리가 있었지만 그 소리가 현재 내 귀에 꽂힐 리가 만무했다. 루한의 옆에서 조금 떨어져 루한의 반대편인 휑한 거실만 둘러보고 있었을 때 루한은 말없이 내 무릎 위에 자신의 머리를 베고 누웠다.
“베개 줘?”
“아니.”
“그럼?”
“막내야.”
그 목소리에 침을 꿀꺽 삼켰다. 갑작스레 또 무슨 말을 할지 도무지 예상할 수가 없었다. 아까 집에 방문한 교회 아줌마 마냥 낯설기도 했다. 5개월 만에 돌아온 루한에게는 내가 모르는 것들이 넘칠 정도로 많아서 그런가, 싶었다. 내 무릎 위에 머리를 베고 눕는 건 모든 멤버들의 습관이며 그중에서도 김준면과 루한에게 가장 큰 습관이었음에도 지금 루한이 나에게 불편한 것이 사실이었다. 루한에게 베개를 권한 것 역시 그 이유에서 마찬가지였다.
“어?”
“일주일만 있다가 갈게.”
루한에게 일주일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 * *
“잘 자.”
소파 옆 스탠드만 남긴 채 불을 끈 후 전기장판 위에 누워 이불을 턱 끝까지 덮고는 얄밉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루한의 옆에 무릎을 굽혀 앉아 말했다. 내 집에서 침대는 내 방에 있는 침대 하나뿐이며 루한과 더불어 나 역시 침대에서 자야 편한 체질이었다. 루한은 거실에 펴놓은 전기장판 위에 눕기 직전까지도 자신이 침대에서 자겠다며 되지도 않는 주장을 펼쳤다. 나가서 매트리스를 사오거나 아니면 정말 그냥 나가서 자라며 으름장을 놓은 후에야 루한은 순순히 장판 위에 누웠다. 그것도 내 침대에 깔려있던 거 빼 와서 펴 준 거야. 나름 달래듯 건넨 내 말에 루한은 차라리 빨리 눈 감는 게 낫다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나 방문 잠그고 잔다.”
루한의 머리맡을 지나가면서 말했을 때 루한은 이불 속에서 손만 슬쩍 빼서는 내 발목을 확 잡아챘다.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는 왜! 버럭 소리를 질렀을 때 루한은 열어놔, 하고 말하며 내 발목을 놔주었다. 말로 하면 될 것을. 루한의 손을 받침대 삼아 잡고 몸을 일으켜 다시 루한의 손을 이불 속에 넣어주고는 일부러 발소리를 내며 방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루한의 부탁대로 방문을 잠그지 않고 잤지만 혹시나 하는 일 같은 게 일어날 리가 없었다. 보면 안다. 이른 아침에 핸드폰의 부재로 말미암아 알람 시계에 눈을 떴을 땐 내 방에 있어야 할 나는 거실에 누워 있었고 본래 이 자리에 누워 자고 있어야 할 루한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분명 새벽 사이에 침대에서 곤히 자던 나를 이 자리로 옮겨 눕혀놓은 뒤 자신은 내 방 침대에 누워 잤을 것이다. 벌떡 일어나 이불을 걷어찬 뒤 내 방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방문은 잠겨있었다.
“침대에서 잔 거랑 나 거실로 옮겨놓은 건 그렇다고 쳐. 문은 왜 잠가? 지금 니 방인 척? 문 안 열…”
미동이 없는 내 방 문에 대고 한참이나 열변을 토한 뒤에야 문이 벌컥 열렸다. 기쁨에 가득 차 내 방으로 발을 들일 틈도 없게 열리는 문 사이로 잔뜩 잠에 취한 루한이 힘없이 내게 기대왔다. 간신히 두 손으로 루한의 옷깃을 쥐어 하마터면 뒤로 넘어지려는 것을 막았다. 귓가에 새근새근 들려오는 루한의 숨소리가 나를 조심스레 달래는 것 같아 멍한 정신으로 침대까지 루한을 질질 끌고 가서는 침대에 다시 조심스레 눕혔다. 한바탕 소동 덕에 출근 시간이 늦어졌음에도 침대 옆에 쭈그려 앉아 열심히도 자는 루한을 올려다봤다. 하루아침에 그토록 찾던 사람이 눈앞에 멀쩡하게 자고 있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가도 5개월 속의 루한이 궁금했다. 오늘도 내 집에 온 이유가 궁금했고 오늘도 루한이 내게 무언가를 말해줬으면 했다. 뒤척이는 루한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높이 올려두었던 블라인드도 다시 내리고는 방문을 소리 없이 닫고 나와 시간을 확인했다.
* * *
“뭘 봐.”
이른 아침 루한을 재워둔 채 급하게 나선 출근길에서 이상한 여자를 만났다. 그것도 내 집 대문 앞에서 말이다. 노랗고 긴 파마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다. 날씨에 걸맞게 따뜻한 야상을 입고 있는 나와는 상반되게 여름에나 입을만한 흰 반소매 티에 진청 스키니진을 입고 있었으며 신발은 또 가을에나 신을만한 심플한 갈색 로퍼를 신은 채 대문 앞 계단에 삐딱하게 앉아 있었다. 당연히 여자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을 땐 되려 내게 이상한 눈빛을 보내왔다. 거기에 사나운 눈빛을 하나 더 추가하면 여자의 눈빛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누구세요? 여자의 앞에 서서 여자를 내려다보며 물었을 때 여자는 가던 길이나 가라며 큰 길가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여기 내 집인데? 여자의 턱짓에 기분이 확 상해 날카로운 투로 말했을 때 여자는 마치 내가 귀찮다는 듯 알아, 하고 말했다. 보란 듯이 여자를 한 번 훑어내리다 여자의 말대로 나는 가던 길을 가려 걸음을 옮겼다. 딱 세 걸음 옮겼다.
“걔 갔냐?”
여자는 루한을 말하고 있었다. 나는 놀란 마음에 망설임 없이 다시 세 걸음을 뒤로 옮겨 여자의 앞에 섰다. 여자는 원하던 반응이라는 듯 여유롭게 웃었다. 걔가 누군데. 웃는 여자를 경계하며 애써 차갑게 말했을 때 여자는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단 위에 서 있는 탓인지 여자는 시선을 내리깔아 나를 한참 내려다봤다. 누구냐고! 너 루한 여기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너 신고한다? 팬인 거 다 아니까 빨리 집에 가! 루한 없어! 방방 날뛰는 나를 무시한 채 여자는 기지개를 켜며 계단을 내려와서는 나를 지나쳐 갔다.
“내일 또 봤을 때 추워 보인다고 니 옷 벗어 주지나 마.”
“뭔데 내일 또 온대?”
“아침부터 날뛰는 게 귀엽긴 하네.”
“…….”
“안 가냐? 버스 온 것 같은데.”
여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하고는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꽂아넣으며 골목길로 사라졌다. 괜한 오기가 생겨 여자의 뒤를 따라 골목길로 들어가려던 찰나에 타야 할 버스가 정류장에 멈췄다. 영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재촉하며 정류장으로 향해 버스에 올랐지만 지각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머릿속에 대문 앞 낯선 여자를 그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무래도 무언가 해결책을 내려놓아야 찜찜한 기운이 사라질 것 같아 버스에서 내려 의상실로 걸어갈 때 루한에게 전화를 걸어 대문을 포함해서 문단속 잘 하라고 전하려 주머니를 뒤지는 와중에서야 핸드폰이 없다는 게 떠올랐다. 하여간 루한 진짜! 난 그냥 집 앞 낯선 여자가 불안했다. 또한 어제저녁 뜬금없이 등장해 아무것도 모른 채 내 집에서 자고 있는 루한이 불안했으며 그가 자신의 존재를 숨겨달라며 핸드폰까지 뺏어가며 당부한 것을 과연 내가 잘 지킬 수 있을 지도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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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중하 이렇게밖에 없는데 굳이 암호닉을 새로 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페북글 때 암호닉 그대로 사용해주시면 감사드릴게요 제가 한분한분 다 기억하니까요! (자신)
보고싶었는데ㅠㅠㅠㅠ저도 제가 다시 와서 다행입니다 반가워요
궁금하거나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으시면 질문해주세요 최선을 다해 도와드릴게요♡
종교적 목적 같은 거 있는 거 아님..;ㅅ; (조마조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