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lition of his secret.
간만에 밤새 눈이 내리지 않았다. 아침 날씨도 적당히 맑았으며 오늘 역시 쉬는 날이었다. 마당으로 이어지는 거실의 큰 유리문을 가렸던 커튼을 양옆으로 제쳐놓았다. 늦은 새벽까지 드라마를 보다 소파 위에서 그대로 잠이 든 루한은 한껏 밝아진 거실에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그러던 것도 잠시 루한은 발끝까지 내려간 이불을 다시 끌어올려 머리끝까지 덮고는 소파 밖으로 튀어나온 다리까지 이불로 감싸기 위해 몸을 웅크렸다. 굳이 침대가 아니어도 잘 자는 사람인 게 틀림없었다. 가만히 허리춤에 두 손을 짚고 루한을 내려다봤다. 깨워야 할지 그대로 두어야 할지 고민하던 와중에 세탁기에서 알림 소리가 울렸다. 그대로 세탁실로 가려다 다시 소파 가까이 가서는 발가락을 잔뜩 세워 힘을 준 뒤 루한이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냈다.
“또 티비야?”
“야구.”
“꺼내라는 빨래는 꺼내지도 않고.”
안타다. 안타야! 막내야! 잠에서 제대로 깨지도 않아 이불을 몸에 두른 채 소파에 앉아 있는 루한의 졸린 눈이 단번에 크게 뜨였다. 화면 속 3루 주자가 전력으로 질주하여 홈 인을 하자 루한이 벌떡 일어나 텔레비전 앞에서 아니꼬운 시선으로 화면을 바라보며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앞치마 끈을 묶던 나를 꽉 부둥켜안고는 공중에서 이리저리 흔들었다. 안타와 내가 어떤 관계일까? 힘없이 흔들리며 생각하다 루한의 어깨를 툭툭 내리쳤다. 루한은 나를 가볍게 내려주고는 혼자 이상한 환호성을 내지르며 웃었다. 끈 좀 묶어줘. 와중에도 내 부탁에는 한동안 내 뒤에서 앞치마 끈을 묶던 루한이 됐다, 하며 내 등을 두어 번 친 뒤 떨어졌을 때 내 앞치마는 여전히 헐렁한 상태로 나풀거렸다. 이게 묶은 거야? 물으며 고개를 뒤로 돌려 루한의 고정된 시선을 따라가면 텔레비전 화면이 있었다.
“왜 이렇게 티비 좋아해? 원래 잘 안 봤잖아.”
“드라마 시즌이야.”
“그런 게 어딨어.”
“나한텐 그래.”
루한은 거실 한가운데에 서서 자신이 타자라도 된 듯 자세를 잡고는 나에게 화면이 안 보이니 옆으로 좀 비키라는 말까지 빼놓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이틀 동안 우리 집에서 지내실 루한을 위해서는 비켜 드리는 것이 당연했다. 세탁실로 가기 전 거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리모컨을 엄지발가락으로 힘껏 눌렀다. 텔레비전이 꺼지는 소리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루한이 또다시 나에게로 쿠션을 던졌다.
CAME FOR COMING 中
“봐. 통과?”
“안 통과. 저기 또 양말 안 뒤집었어.”
테라스에 앉아 두 다리를 흔들고 있는 내게 오던 루한은 고개를 돌려 건조대에 뒤집어진 채로 걸려있는 양말을 대충 확인만 한 뒤 다시 털레털레 내게 걸어와 내 무릎을 베고 누웠다. 통과 못 했는데 왜 누워? 말했을 때 루한은 눈을 감고는 내 왼손을 맞잡아왔다. 왜 잡아? 물었을 때 루한은 눈을 뜨고 내 눈을 올려다보며 맞잡은 내 손등에 자신의 입술을 짧게 갖다 대었다.
“꼴에 지랄 깝싸고 있네.”
대문 바깥에서 낮은 톤의 여성 목소리가 들려온 건, 방금 뭐했어? 루한에게 물었을 때였다. 루한도 나도 너나 할 것 없이 몸을 일으켰다. 후드 주머니에 두 손을 꽂아 넣은 채 그 자리에 서 있는 루한을 뒤로한 채 대문 앞으로 다가섰다. 멀리서 봐도 그날 아침 그 여자였다. 여자의 차림새는 그날 아침과 달라진 점 하나 없었다. 여자는 귀찮은 얼굴로 대문을 계속해서 두들겼다. 손도 아닌 발끝으로 말이다.
“대문 아작내러 또 왔어? 루한 여기 없다고 했잖아.”
“쟤 불러와.”
“어?”
“루한인가 뭔가 하는 애 데려오라고. 한 번만 더 말하게 하면 죽여 버린다.”
여자와 대문을 눈앞에 둔 채 머뭇거리던 나를 순식간에 지나친 루한이 망설임 없이 대문을 열고 나갔다. 말없이 비켜서서 계단을 내려가는 루한을 바라보던 여자는 멀리 안 가도 돼, 루한에게 말하며 뒤늦게 루한을 따라 나섰다. 활짝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은 모양으로 옅은 바람에 가벼운 나뭇잎 마냥 힘없이 흔들리고 있는 대문을 가만히 쳐다보다 팔을 뻗어 세게 닫아버렸다. 또다시 가만히 대문을 바라본 후엔 한 발짝 다가서서 이미 닫힐 대로 닫힌 대문임에도 두 손으로 손잡이를 잡아 온 힘을 다해 당겼다. 다시 대문에서 한 발자국 떨어졌을 때 두 볼과 코끝 그리고 두 손이 모두 발개져 있었다. 눈앞에 어지럽게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면 대문 너머로 계단을 내려가는 루한의 뒷모습이 눈앞에서 재생 테이프처럼 반복되고 있었다. 두 손이 발개지도록 굳게 닫은 대문을 다시 열었다.
* * *
그 여자와 아는 사이냐 물었다. 집으로 돌아온 루한은 이불을 몸에 꽁꽁 두르고는 소파에 드러누우며 무시해, 하고 대답했다. 이상하다. 소파 옆 거울 앞에서 목도리를 목에 두르며 말했을 때 루한은 뒤척거리며 베개를 자신에게 가져다 달라 말했다. 빤히 내려다보다가 소파 밑을 발로 확 차버렸다. 안 아파? 묻는 루한에게는 손목에 시계를 차며 아파, 하고 말했으며 어디 가? 묻는 루한에게는 데이트, 말하고는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베개를 거실 바닥으로 내리꽂아 던졌다. 미끄러운 바닥 덕에 마찰력을 통한 바닥과의 호흡을 발휘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소파 앞에 정착한 베개가 루한의 손에 의해 소파 위로 올라갔다.
“나 왔어.”
당차게 대문을 열고 나간 뒤에 계단을 온전히 다 밟지 못하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던 건 공중전화를 사용할 동전조차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머니 어딘가에 짧은 통화를 할 수 있을 만큼의 동전이 있었다면 앞치마를 매고 있었다 한들 그대로 집 주변 공중전화 박스로 갈 셈이었다. 화장대 위에 앞치마를 벗어 던져놓고는 지갑만 챙겨 들었다가 옷장 문을 열어 두꺼운 패딩도 꺼내 입었다.
“옷 구리게 입고 나올 줄은 알았는데.”
“…….”
“딴생각 하느라 인사도 안 해줄 줄은 몰랐네.”
공중전화를 꼭 사용해야 했다. 내가 모르는 것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을 만나야 했다.
* * *
변백현이 특이한 건 사람이 없는 장소를 싫어하며 특히 가을과 겨울의 메타세콰이어길을 좋아한다. 억새축제가 끝나면서 비교적 한적해진 11월 초부터는 하늘공원을 자주 찾았다. 어린애처럼 좋아하던 변백현은 겨울이 깊어질수록 적막해지는 숲처럼 차분해졌다. 적당히 눌러 쓴 모자 속 두 눈은 오늘따라 부쩍 더 집요하게 나를 향해 있었다. 닷새째 남몰래 동거하는 루한이 자꾸만 턱 끝까지 차올라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임을 알았다.
“기분 별로야?”
“좋아.”
“눈 다 녹았다고 청승은.”
아마 지금 우리가 진흙이 잔뜩 섞여 질척한 눈길 위를 걷고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할 것이다. 변백현은 내 손을 잡고 빠르게 하늘공원을 빠져나갔다. 횡단보도 앞에서 맞잡은 손에 의지하며 서로가 신발을 바닥에 털었다. 어느 정도 흙이 떨어져 나간 신발을 확인하고 고개를 들어도 여전히 신호등에는 파란불이 꺼져있었다. 집으로 갈까?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느낀 변백현이 내 눈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 눈을 마주하다 차도 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손님을 태우지 않은 택시가 오지 않는지 살폈다. 그리고 바로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졌다.
“택시 왔는데.”
“타자.”
“먼저 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덕에 정지선 앞에 멈춰선 택시 앞으로 내 손을 잡은 채로 앞장서서 걷던 변백현이 고개를 돌리며 걸음을 멈춰 나를 바라봤다. 왜냐는 얼굴이었다.
“얼굴 보고 싶어서 잠깐 보자고 한 거야.”
내 집에 있는 루한을 모르는 변백현과 만난 것은 내가 루한과 함께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루한은 내가 모르는 것 투성이였고 나는 변백현이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껌벅이는 파란불을 보고는 잡고 있던 손을 뗀 뒤 택시 앞으로 가 뒷문 손잡이를 잡았다. 변백현이 허탈한 얼굴로 다가왔다. 뒷문을 열어 변백현의 등을 밀어 넣었다. 다리를 굽히고 허리를 숙여 택시에 탑승하는 것까지 본 뒤 잡고 있던 뒷문을 닫았다. 택시는 곧장 출발하지 않았고 창문이 열렸다.
“야.”
“못 이긴 척 탔어도 오늘은 봐줄게.”
“…….”
“폰도 없고, 요즘 이상해서 미안해.”
잘 가. 허리를 숙여 택시 안의 변백현에게 오른손을 흔들어 보였고 기사 아저씨가 백미러를 통해 기다리기 싫다는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꿋꿋이 창문을 닫지 않는 것인지 창밖으로 손을 뻗어 허리춤에 가만히 있던 내 왼손을 잡아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꽉 잡은 손을 제 앞에서 흔들며 웃는 변백현을 따라 웃어 보였을 때 그제야 변백현은 내 손을 다시 원위치로 놔준 뒤 창문을 닫으려다 말고 손목시계를 힐끔 보고는 내게 말했다.
“저녁 일곱 시 삼십 분.”
“…….”
“폰 같은 건 그냥 기다릴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로 창문이 닫히고 사라져가는 변백현의 머리끝밖에 보이지 않을 때 택시가 빠르게 출발했고 다시 빨간불이 들어온 신호등 옆에 서서 내가 타야 할 택시를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빈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날이 계속 추워진당께, 거시기 가까운디 택시는 왜 타셨는가? 요즘 택시비 비싼디, 노래도 이상한 것이 뉴스로 돌려야겄네잉… 시끄러운 라디오 소리 위로 기사 아저씨는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노래가 이상하게 축 처진다며 라디오 주파수를 변경한 기사 아저씨는 내 눈치를 살핀 뒤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제야 조금 조용해진 택시 안에서 딱딱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두 귀 안으로 가득 흘러들어왔다.
「 인기 그룹 엑소의 중국인 멤버 루한 씨가 오늘 아침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
“누구요?”
“거시기 엑소 말이여. 모르는가?”
「 현재 사망 원인은 알 수 없으며 루한 씨는 근 오 개월간 잠적했던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
“죄송한데요. 전화기 좀 빌려주세요.”
기사 아저씨는 거리낌 없이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내게 건넸다. 핸드폰을 건네받는 손이 떨려왔다. 하염없이 아랫입술을 물고 뜯은 지는 오래, 라디오 속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더이상 집중할 수 없었다. 내 손이 직접 화면에 입력할 수 있는 숫자 열한 개는 오로지 변백현의 번호밖에 없었다. 분명 소식을 전해 받았을 것인데도 신호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여러 번 전화를 걸어도 들리는 것은 신호음뿐이었다. 핸드폰을 다시 돌려드렸다. 택시는 본래대로 죽은 루한이 닷새째 머무르고 있는 내 집으로 향했다.
* * *
집 앞 골목 앞에서 택시를 보내자마자 무작정 집으로 뛰어갔다. 빨리 루한을 만나야 했다. 뉴스에선 오늘 아침 루한이 죽었다 말했고 오늘 낮에도 루한은 내 집에서 나와 함께 있었다. 택시 안에서 내내 생각했지만 ‘루한이 죽었다’는 사실이 아닌 ‘루한이 죽었음에도 왜 살아있나?’라는 문제가 중점이 되고야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닷새 동안 내가 귀신과 함께 산 것이 아닌 이상 세상 진리에 맞지도 않는 것을 나 스스로 해결할 리가 만무했다. 항상 집 앞에 나타나던 여자가 루한을 보고 루한과 이야기를 나눈 것을 보아서는 루한이 귀신일 리도 만무했다. 내 머릿속 어떠한 경우의 모든 것이 마냥 만무했기 때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선 내 집에 있는 루한을 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너…….”
뉴스 듣고 뛰어왔어? 길고 긴 골목길을 지나서 계단까지 모두 올라가 드디어 대문 앞에 도착했거늘 무릎을 잡고 숨을 몰아쉬는 내 앞에서 또다시 나타난 그 여자는 대문을 막아섰다. 여자가 가리고 있는 대문 너머 내 집 거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루한이 있는 게 분명했다. 여자는 자신이 대문을 지키는 문지기라도 되는 듯 그 자리에서 절대 움직이지 않았다. 언제나 변함없이 여유로운 그 태도에 벌컥 화가 났다.
“뉴스 듣고 온 거 알면서 안 비키는 건 뭔데?”
“기다리라는 소리지.”
“뭘 기다려. 루한을? 걔 죽었다며. 죽은 사람이 내 집에 있다잖아, 지금!”
그러니까 기다리라고. 걔 죽었는데도 니 집에 있는 거 알면 마음 좀 차분히 먹을 순 없어? 언성을 높이며 말하는 여자에 금세 붉어진 두 눈을 내리고 마저 숨을 몰아쉬었다. 여자는 팔짱을 낀 채 한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자의 발끝이 내 발끝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숨 좀 작작 쉬고 고개 들어봐.
“간단히 상황 파악시켜줄 테니까 대답 필요 없고, 질문도 필요 없는 대신 귀 가까이 대고 들어.”
여자가 거센 손길로 내 어깨를 잡아 굽히고 있던 허리를 펴게 한 뒤 다시 팔짱을 끼고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질질 짜면 죽여 버릴 거야. 그런 건 걔 앞에서나 해.
“걔 죽은 거 맞아. 근데 지금 니 집에 있는 건 내가 일주일 동안 살린 거고.”
“…….”
“걔가 집밖에 단 한 번도 안 나가고 내가 찾아온 건, 니 눈에만 걔가 보여.”
“미친년.”
“드디어 입 밖으로 꺼내네. 아, 그리고 내 눈에도 걔 보이는 건 덤으로 이해한 거 맞지?”
“비켜.”
꽤 오랜 시간 대문 앞에서 말도 안 되는 소설을 쓰고 있는 여자와 더이상 마주할 필요가 없었다. 루한을 빨리 봐야 했다. 행여 루한에게도 미친놈이라고 칭할지언정 루한의 말을 들어야 했다. 여자는 말없이 기지개를 켜며 그대로 나를 지나쳐 계단을 내려갔다. 여자가 지나간 자리에 잔뜩 떨리는 한숨을 뱉고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 여자를 잡았다.
“야.”
골목으로 막 걸음을 꺾은 여자가 내 부름에 멈춰 섰고,
“왜. 말해.”
가로등 하나 없는 골목길 여자의 뒷모습은 희미했다.
“내가 말하길 바래?”
“…….”
“그래. 오 개월 기다렸다. 걔.”
* * *
‘영안실 팔 호실. 아까 숙소 도착했을 때 알았어. 지금 올 거야?’
현관문이 본래 이렇게 어렵게 열리는 것이 아니었다. 문고리를 잡은 이 손에 힘을 주어 내리기만 하는 것만을 못한 채 망설인 지 벌써 한참이 지났다. 루한이 집안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루한을 본다면 도저히 어떤 마음으로 두 눈을 마주하고 루한의 변명이나 혹은 설명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를 몰랐다. 루한의 일주일이 어떤 의미였는지 알게 되었음에도 난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루한을 마주할 것 같아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형들이랑 누나들이랑 마음 잘 추스르시게 많이 도와드려. 멤버들? 괜찮아. 다들 정신이 없어서….’
간신히 도어락을 푼 뒤 다시 잠기지 않도록 현관문을 살짝 열었다. 문틈 사이로 거실 형광등의 빛이 곧장 현관문 옆 벽을 비추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을 때 현관문 사이로 발소리가 거실 빛처럼 튀어나와 귀에 꽂혔다. 문을 조금만 더 열면 루한이 보인다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눈을 조심스레 뜨자마자 열린 문틈 사이로 루한이 내 팔을 잡아 빠르게 안으로 나를 들였다. 순식간에 루한을 두 눈으로 보게 됐다. 재빨리 다시금 눈을 감고 두 팔로 눈을 가리며 현관문 앞에 서서 오랫동안 고민하던 그 순간들이 다 날아가는 것을 그렸다. 자꾸만 숨이 거칠게 나오고 깨문 입술이 떨렸다.
“나 봐줘.”
내 뒤로 팔을 뻗어 현관문을 닫은 루한이 내 눈을 가리고 있는 내 두 팔을 잡아 내렸다. 두 눈이 갈 곳 없이 루한 주위를 천천히 맴돌았다. 만약 애처로운 루한의 두 눈을 마주한다면 내 중점이 ‘루한이 죽었다’는 사실로 바뀌어 죽은 루한이 왜 내 집에 내 앞에 있는지를 모두 무시한 채로 루한에게 안겨 엉엉 울지도 모른다.
“영안실 갔다 온 거야?”
루한은 자꾸만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내가 자신의 두 눈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봐 마주하길 바랐다. 고작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려 죽은 루한을 이렇게 마주하고 있는 건가? 지난 오전과 이른 오후에 나누었던 대화처럼 그렇게 입을 열어 말을 꺼내야 하는 건가? 신경질적으로 루한을 올려다봤을 때 루한이 저에게 꽂힌 내 시선을 놓치지 않고 살며시 웃어 보였다. 그 모습에 비로소 또다시 내가 화가 난 것이다.
“나 영안실 안 갔어.”
“왜 안 갔어.”
아마 루한이 자신의 두 눈으로 나를 잡으며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줄 때, 내가 그렇게 화가 났을 때에서야 알아챈 것 같다.
“오빠가 여기 있는데 어딜 가.”
“…….”
“왜 나한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해?”
그래도 루한은 죽었고, 루한이 고개를 힘없이 숙일 때도 알 수 있었다.
“니가 듣고 온 거 다 맞아.”
“맞아? 왜 갑자기 나한테 온 건지, 왜 다짜고짜 일주일 타령만 해댄 건지 그런 것들, 오빠.”
“…….”
“나한테 하나라도 제대로 못 말해줘도 이상한 거짓말 같은 건 하지 말아야 될 거 아니야….”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되는 시간 속에 녹아있는 내 결점이 너무나 많지만, 일주일만 살아 있는 사람이 침묵 속에서 안아오면 그 사람이 지금 살아있는 것이 느낄 수 있다. 나와 비교해도 충분히 안정적이고 심장 소리와 고른 숨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오면 그가 죽은 사람임을 도저히 감지할 수가 없다. 그것들이 세상에서 오로지 나 하나만 위한 것이라면 그에게 안겨 있는 그 순간이 황홀하다. 나를 위한 루한의 2일이 남아 살아 있는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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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상편 찾아와주신
문어 / 금요일 / 고백 / 오리꽥꽥 / 오레오 / 빠삐코 / 탄자니아 / 우리쪼꼬미 / 바베큐 / 둠칫 / 뚜시뚜시 / 호두 / 경짱 / 하이 / 크림치즈 / 비타민 / 됴륵 / 준짱맨 / 웨하스 / 됴민대 / 치즈 / 핫초코 / 쟈냐쟈냐 / 낫닝겐 / 복숭 / sos / 칸쵸 님 감사드려요♡
제가 글을 쓰면 이러케 늦게 와여ㅠㅅㅠ뎨둉합니다♡
제발 뒷부분 미리보기 나오지 않기ㅡㄹ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