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즈 - 놀이공원
제이홉 ♡ 성이름
두 사람의 가상 결혼 생활을 시작합니다.
친구 라는 이름 아래 함께하던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인만큼 지금까지 가본 적이 없는 새로운 곳으로 가 두 사람만의 추억을 만들어보세요.
미션지를 받아든 너는 그저 두 눈만 깜빡이며 가만히 서있었다.
나 역시도 너와 미션지를 번갈아바라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 그러니까 지금 너와 나는 우결 촬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유명 아이돌은 연애를 할까?
09
w. 복숭아 향기
새로운 곳으로 가서 새로운 추억을 쌓으라니.
그 전에 너와 내 이름 사이에 있는 저 하트부터가 굉장히 낯설었다.
부부라니. 부부라니. 물론 우리가 지금 예쁘게 만나고 있는 사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부부'라는 말을 들으니 굉장히 기분이 이상했다.
그건 그렇고 어디를 가기는 해야했다.
너와 내 앞에 수없이 몰려있는 저 카메라 감독님과 작가분들을 계속 이 자리에 서있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너를 힐끔 바라보았다.
다시 한 번 미션지를 바라보다 나와 눈이 마주친 너는 잠시 생각하던가 싶더니 내 손목을 그러쥐며 입을 열었다.
"가고 싶은 곳 생겼어."
"지금? 갑자기?"
"지금. 갑자기."
정말 갑자기 가고 싶은 곳이 생긴 거일까. 아니면 작가분이 여기로 가라고 미리 말을 해놓았던 거일까.
나는 잠시 미심쩍은 표정으로 너를 바라보았지만 이내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어디를 가던 별 상관없었다.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네가 나를 이상한 곳으로 데려갈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 가자."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뭐 어떠랴.
같이 가는 사람이 너인데. 나는 푸스스 웃으며 네 손을 그러쥐었다.
오랜만에 잡는 네 손은 참 따듯했다.
-
미친...
어디를 가던 별 상관이 없다고 말했던 거 취소.
네가 가고 싶다고 나를 데려간 곳은 다름 아닌 롯데월드였다.
놀이기구 가득한 바로 그 곳.
내가 넋이 나가있는 동안 표를 끊어온 너는 방글방글 웃으며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놀이기구는 너도 못타면서 왜 나를?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너를 바라보며 티켓을 받아들었다. 이 와중에 자유이용권이다. 미쳤어 진짜로...
"너 놀이기구 못타잖아."
"작가 누나가 가래..."
역시나.
갑자기 가고 싶은 곳이 생기기는 개뿔.
나는 한숨을 내쉬며 스텝들이 있는 곳을 힐끔 바라보았다.
작가분들은 뭘 그리 열심히 만드는지 스케치북을 열심히 흩날리고 있었다.
이따가 나한테도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말을 하시려나...
방글방글 웃는 줄만 알았던 네 표정은 점점 더 굳어가고 있었다.
나는 손을 내밀어 네 어깨를 탁탁 두드려주었다.
너도 고생이 많다, 많아.
문제는 나도 놀이기구를 잘 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고소공포증은 물론이요 두 발이 땅에 붙어있지 않으면 굉장히 불안해하는 그런 사람이 바로 나였다.
우리 오늘 촬영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아...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이 다시 한 번 절로 나왔다.
뭐 그리 준비할 것도 많은지 대기 시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었다.
나는 벽에 기댄 채로 팔짱을 끼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너도 그런 내 옆에서 벽에 기댄 채로 팔짱을 끼고 가만히 서있었다.
너와 내 주변을 빙 둘러싼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다.
비밀리 촬영은 무슨.
sns에 또 잔뜩 올라오려나.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너를 올려보았다.
너는 아직도 눈을 감은 채로 가만히 서있었다.
"왜 말 안했어?"
나는 까치발을 해 너에게 귓속말을 했다.
너는 그제서야 나를 돌아보았다.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너는 살짝 허리를 숙여 내 귓가에 작게 속삭여왔다.
"너도 말 안했잖아."
"그거야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말이 안나오더라."
"그치... 나도 말 안나오더라."
"그나저나 괜찮아?"
"뭐가?"
"너 아직도 호텔 옮기고 있다며. 새 숙소는 어떻게 된거야?"
"다음주에 들어갈 거 같아."
"조심해."
"으응..."
너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나는 푸스스 웃으며 그런 네 손목을 잡아 아래로 내렸다.
사람들 많거든.
부부잖아.
뭐래니...
촬영 들어갈게요.
드디어 준비가 끝났나보다.
저 멀리서 작가분이 이 쪽으로 오라고 우리에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
-
촬영 컨셉은 '서프라이즈로 놀이공원 데이트를 준비한 너와 그런 너에게 감동을 받아 완전 신이 난 나'였다.
여기서 포인트는 '놀이기구를 잘 타지 못하는데도 나를 위해 놀이공원으로 놀러온 너' 였고 '오랜 스케줄로 인해 그토록 가고 싶었던 놀이공원에 드디어 놀러오게 된 나' 였다.
고로 나는 놀이기구를 굉장히 매우 잘타는 것처럼 행동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미쳤어...
작가 언니의 말은 끝난지 오래였지만 나는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있었다.
내가 그나마 잘타는 놀이기구는 회전목마가 다인데...
너는 그런 내 어깨를 주물주물 안마해줄 뿐이었다.
나름 네가 건네주는 위로인 것 같았다.
"괜찮아?"
"아니."
"고생이 많다..."
"너도 고생이 많아..."
데이트 하러 와서 지금 이게 무슨 극기훈련이야...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작가 언니가 주었던 머리띠를 머리 위에 썼다.
이거로 기분이나 내야지.
너는 내 머리띠에 달린 리본을 만지작거리며 작게 웃어보였다.
평소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그런 아기자기한 장식들이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나는 옆에 있던 머리띠 하나를 집어들어 네 머리 위에도 씌워주었다.
"너도 써."
"저거 한 번 타면 그냥 날아갈 거 같은데..."
"나만 쓰기 싫어."
"평소에도 쓰고 다녀봐."
"네가 쓰고 다니면."
"싫으면 그냥 싫다고 말하는 거야. 복잡하게 돌려서 말하지 말고."
머리띠 하나 가지고 티격태격하고 있는데 작가 언니가 스케치북을 들어올렸다.
진짜 촬영 들어가요. 처음 타는 건 바이킹.
아.
이제 진짜 정말로 시작이었다.
-
"놀이공원 얼마만이야."
"그렇게 좋아?"
"어. 데뷔하고 놀이공원은 거의 처음이니까."
"그치. 너도 나도 연습하느라 바쁘잖아."
말 조금만 자연스럽게 할게요.
저 말만 지금 몇번째 보는 걸까.
나는 속으로 울상을 지으며 억지로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아. 놀. 이. 공. 원. 얼. 마. 만. 이. 지.
젠장...
난 앞으로 연기하면 안되겠다. 도저히 이건 답도 안나오는 발꼬락 연기야.
너는 그런 내가 안쓰러운지 계속해서 내 손을 주물주물 해주고 있었다.
진짜 너 아니었으면... 난 기절해버렸을지도 몰라.
나는 속으로 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다시 한 번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한걸음 한걸음 바이킹이 가까워질 때마다 내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져만 갔다.
젠장. 젠장.
저딴 거는 누가 만든 거야...
그냥 안전하게 땅 위에서 두 발로 걸으면서 살 수는 없는 거냐고.
이름도 모르는 바이킹을 처음 만든 사람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워지는 나였다.
그 와중에도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만 가고 있었다.
목격담이 많이 나올수록 좋은 건 제작진이었다. 나름 홍보 효과도 있고 그럴테니까.
근데 여기서 내가 ng를 많이 냈다는 걸 들켜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안그래도 진정성이네 뭐네로 논란이 많은 프로그램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럼 출연자에 대한 정보 좀 적당히 알아보고 계획을 짜던지 해야지...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어보았다.
아.
어느새 내 눈 앞에는 커다란 바이킹이 자리잡고 있었다.
저거 올라가는 거 봐. 미쳤어. 저걸 어떻게 타라는 거지?
"재밌겠다."
"놀이기구 잘 타?"
"잘타는 건 아니고... 좋아해."
차마 잘탄다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거야말로 정말 대국민사기극이니까.
"넌 괜찮아?"
"응? 뭐가?"
"너 잘못탄다며."
"이 정도는 껌이지."
그렇게 말을 하는 네 손도 어느새 땀으로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그래... 나도 나지만 너도 참 고생이다...
평일이라 그런지 줄이 막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많이 안기다려도 될 것 같았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불행이라고 해야할까.
"우리 끝에 탈까?"
"끝?"
"바이킹은 끝이지!"
끝은 무슨.
나 중간에 앉고 싶은데요.
마음만 같아서는 작가 언니의 펜을 뺏어오고 싶었다.
작가 언니가 써주는 대로 말을 하는 내 입도 손바닥으로 찰싹 때려버리고 싶었다.
마음이 이러면 뭐해.
이미 우리가 오늘 해야할 거는 미리 정해져있고 우리는 그렇게 행동만 하면 되는 건데.
내 입에서 끝 이라는 말이 나오자 네 동공이 순간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미안해. 사실 나도 놀이공원 와서 바아킹 끝에 앉아본 적 한 번도 없어. 내가 굳이 바이킹을 타자고 말했던 적도 없어.
"그래. 끝에 앉자."
아.
오케이라고 말을 하는 네 입도 손바닥으로 찰싹 때려버리고 싶었다.
-
"신이시여. 나무 관세음보살. 아멘. 아씨..."
"이름아."
"응."
"우리 지금 여기 왜 있는 걸까."
"나도 그게 의문이야."
결국 끝에 앉은 우리였다.
우리 대화소리가 오디오 감독님께 들릴 거라는 건 이미 걱정에서 벗어난지 오래였다.
알아서 편집하시겠지.
바이킹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네 손을 꼭 그러쥐었다.
너는 그런 내 손에 깍지를 껴 잡으며 더욱 세게 그러쥐었다.
바이킹은 점점 더 빨라졌다.
눈을 떠야 하는데... 신나는 것처럼 해야하는데...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나는 실눈을 떠보았다.
씨발...
욕이 절로 나왔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굳게 다물려 있던 입이 벌어졌다. 나는 평소라면 절대 지르지 못했을 그런 소리를 지르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자연스레 깍지를 껴 잡고 있던 네 손도 같이 위로 올라갔다.
으어어어억.
네 입에서도 내 입에서도 이상한 괴성이 흘러나왔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이 드디어 끝이 났다.
안전바가 위로 올라가고 나서야 나는 온 몸에 잔뜩 주고 있던 힘을 풀었다.
사우나에 갔다온 것마냥 온 몸이 노곤노곤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네 얼굴은 이미 하얗게 질려있었다.
고생 많았어... 나는 여러가지의 말을 함축해서 네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네 어깨 위에 이마를 기댔다.
"이름아."
"응..."
"우리 앞으로 놀이공원은 절대 오지 말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였다.
나는 비몽사몽한 머리를 애써 수습하며 주머니 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어. 민윤기한테 카톡이 와있었다.
씹새끼
- 공개연애
- ㅊㅋ
- (사진)
sns에 올라온 듯한 바이킹을 타고 있는 너와 내 사진이었다.
아. 이 씹새끼를 어떻게 죽여아 잘 죽였다고 소문이 날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네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아 너도 사진을 본 모양이었다.
다시 내가 놀이공원에 오나 봐라.
나는 이렇게 다짐을 하며 네 손을 그러쥐었다.
다행히 네 손은 아직도 따듯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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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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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아이돌 암호닉은 다음에 받겠습니다. 지금은 마감합니다.
저 놀이기구 진짜 못타요.
제일 좋아하는게 관람차고 제일 무서워하는 것도 관람차입니다. 고소공포증이 좀 있거든요.
근데... 내일... 친구들이랑... 네... 하아...
오늘도 제 글 사랑해주시는 분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