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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무엇이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내게 인사하는 너다. 몇 번 본적도 없는데 볼 때마다 웃고있는게 신기하고 생각될 즈음에 너는 나에게 다가왔다.
"어, 안녕.."
학점취득에 미쳐 도서관에서 살듯이 박혀있는 나에게 신입생 수석인 네가 왜 다가오는걸까, 서서히 모이는 시선에 난 또 점점 움츠려든다.
"선배 오늘 같이 점심어때요? 제가 살게요!"
"아니, 난 별로.. 입맛도 없고..."
"그래요? 그럼 다음에 같이 먹어요."
내 거절에도 기분이 상하지않은건지 또 빙긋웃는다. 그 미소가 괜히 불편해 이미 눈을 덮은 앞머리를 다시 내려서 정리하고는 그 자리를 부리나케 벗어났다.
변백현. 이번 신입생 중 수석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훈훈한 외모로 동기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파다하다.
벌써 눈독들이는 이들도 여럿 보았는데 특유의 분위기때문에 말을 걸기가 힘들다고 한다.
인사정도는 받아주지만 그 이상은 더이상 다가오지못하게 벽을 막는다나? 리포터로 바쁜 내가 알 정도로 저 아이에 대한 말이 많다.
그래봤자 나와는 별개라고 생각했다.
그게 오늘로서 끝나버렸지만.
.
.
.
"선배. 오늘은 어때요?"
"어? 미안.. 영 생각이 없네. 맛있게 먹어."
그 날을 뒤로 변백현은 점심시간즈음만 되면 내게 찾아온다.
그게 벌써 일주일째.
저 아이가 찾아온 첫날부터 동기들에게 무슨 사이냐는 질문만 수십번을 받았다.
무슨 사이는 무슨 사이야. 이름이랑 얼굴만 아는 사이지. 바로 너희들처럼.
조별과제일때만 아는 척을 하는 이들이 먹이를 본 하이에나떼처럼 달려든다. 언제부터 이렇게 친한사이였다는듯 엉겨붙는게 거북하다.
유일한 안식처인 도서관마처 찾아오는 통에 결국 자리를 옮겼다.
캠퍼스 뒤 아무도 찾지않는 벤치에 앉아 간단하게 떼울겸해서 사온 샌드위치를 한 입 물자, 눅눅한 빵의 촉감이 느껴진다.
맛 없어.
입에 문체로 노트북을 두들기며 그 동안 모아놓은 자료를 정리하려는 찰나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바람은 안부는데 들고양이라도 나온건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언제온건지 벤치뒤에 서서 웃고있는 변백현이 보인다.
"너..?"
"에이~ 누나 입맛도 없는데 그런 인스턴트를 먹는거예요?"
"아, 이건.... 근데 그것보다 여긴 어떻게 알고...?"
설마 쫓아온건 아닐테고 이곳에 있을리없을 아이가 있으니 놀란 마음에 물어보자 그저 씨익 웃으며 옆자리에 털썩앉는다.
"와, 이거 되게 맛없다. 그쵸 누나?"
".....누나?"
"선배는 너무 딱딱하잖아요~ 혹시 불쾌하다거나?"
".....아니. 그런건 아니고."
강아지처럼 축 처진 눈꼬리를 곱게 휘며 싱긋 짓는 눈웃음에 고개를 돌렸다. 확실히 잘생기긴 했네...
서둘러 먹던 샌드위치를 대충 비닐포장에 다시 넣고 가지고 온 물건들을 가방에 담았다.
다른 사람이 또 올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이랑 있는걸 보게되면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둘러댄게 헛수고가 될거야.
벌떡 일어나 가려는데 오른쪽 손목에 닿은 온기와 함께 강한 힘에 당겨졌다.
"읏, 뭐하는.."
"어디 가려고. 이제 우리 둘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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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수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