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모범심즈
모범생 정재현 X 날라리 너심 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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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셋은 굶주린 배를 부여잡으며 급식실에 도착했다.
원래는 3, 2, 1학년 순으로 급식을 받아야했지만
우리한텐 그런건 그저 개소리일 뿐이었다.
어느 평소 때와 같이 정수정과 박수영은 '훠이,워어~ 비켜봐 애들아'라며
노련한 새치기 신공다운 모습을 보였고
그런 둘을 보고서도 나는 조용히 그 둘 뒤로 줄을 섰다.
이번 오전 수업엔 수학, 문학이 연달아 들어 계속 잤더니
아직 완전히 깨지 않은 듯 멍한 머리를 깨우려고 고개를 흔들었다.
어지러운 고개를 들자 바로 보였던 건,
정재현이다.
아직 3학년이 받고 있던 줄이라 우리가 그 줄에 서있으면
당연히 새치기 했다고 생각할테고
나는 다시 원래 서있었던 2학년 자리로 돌아가서
급식판을 들고 받으려던 정수정과 박수영을 애타게 불렀다.
"야, 야야 정수정, 박수영 빨리와, 아빨리빨리."
"야, 쟤 뭐라는 거냐?"
"화장실 급한가? 어어~ 천천히 갔다와~"
박수영은 나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짓을 하고
천천히 갔다오라고 한 후부터 철저히 내 말을 무시했다.
....저것들은 저래서 안돼...
나는 괜히 저 둘을 노려보며 정재현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여기서 아는 척 하기엔 정재현이 민망해할 것 같고...
그렇다고 안하자니 한번이라도 정재현하고 인사 나누고 싶고..
혼자 심각한 내적갈등을 하고 있을 무렵,
나는 그새 급식을 다 받고 정수정과 박수영을 눈으로 쫓았다.
그러자 착하게 살려는 나를 홀라당 버리고
지들끼리 열심히 허겁지겁 먹고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렇게나 좋을까...
나는 혹여나 맛있는 음식이 담겨져있는 식판을 들고 넘어질까
조심조심 발걸음을 한발자국, 두발자국을 떼며
아쉬운대로 고개를 돌려 정재현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고
다른 애들보다 한 뼘은 위에 있는 정재현과 그새 눈이 마주쳤다.
......헐.
인사해야하나?
그 짧은 순간 아까부터 고민했던 나는 식판을 들고있어서
손으로는 인사를 하지 못하고 어색하게나마 미소를 지어주었다.
다행히도 정재현은 그런 나를 무시하지 않고
보조개를 보여주는 훌륭한 미소로 답해왔다.
밥먹기 전 에피타이저가 너무 달콤했어..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나는 정수정과 박수영에게 자랑하기위해 신나게 발걸음을 빨리했다.
내가 그 둘에게 다가가서 옆자리에 식판을 내려놓자마자
정수정은 열심히 젓가락을 놀리며 나를 힐끔 쳐다보곤,
'어어, 화장실 잘 다녀왔어?'라며 끝까지 모른척을 해왔다.
"그래, 아주 똥 한바가지를 쌌다"
"야이, 더럽게 진짜"
맛있게 먹고 있던 박수영은 질색을 하며
들고 있던 젓가락으로 내 눈을 찌르는 흉내를 내었다.
그러니까 누가 나 버리고 먼저 가버리랬나?
메뉴로 나온 닭강정을 맛있게 먹고있는 정수정과 박수영에게
어떤 타이밍에 자랑을 해야 잘 했다고 소문이 날지 고민을 하던 중,
옆자리에서 1학년 여자애들이 약간의 큰 목소리로 나누는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정재현 존잘이지 않냐?"
"안 그래도 나 걔 번호 따려구"
"헐, 진짜?"
"응, 저 미모에 여자친구가 없는건 우리나라에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야"
"야 그럼 따고 후기좀ㅋㅋㅋ"
자기들끼리 신나게 대화를 나누는데
나만 들었나 싶어, 기분이 매우 나빠지려다가
앞에서 식판에 고개박고 열심히 식사중인 정수정이
갑자기 먹고 있던 젓가락을 소리나게 탁, 하고 내려놓았다.
... 쟨 또 왜 저래?
정수정은 입안에 있던 음식물을 재빠르게 씹어
그 1학년 여자애들에게 한마디 하려는 듯 그쪽으로 향해 입을 벌렸다.
난 누구보다 재빠르게 테이블 밑으로 정수정의 발을 툭, 쳤다.
나의 갑작스런 신호에 정수정은 움찔하며 나를 바라보면서
입모양으로 '왜'라고 물어보았지만 그런 정수정을 무시하고
나는 하지 말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야, 넌 그자리에서 그냥 가만히 듣기만하고있냐? 안 불안해?"
"그럼 거기서 걔 내가 좋아하니까 번호 따지마, 이러냐?"
"응, 그래야지. 그러다가 정재현인지 연필잡인지 걔가 번호라도 주면,
그땐 어떡할건데?"
"...."
밥을 다 먹고 교실로 돌아오는 중에도
정수정은 나에게 답답이, 멍충이라며 계속 쏘아댔다.
나와 정수정의 대화를 옆에서 다 듣고있었던 박수영은
갑자기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야, 아니야. 거기서 나섰으면 김여주는 그대로
정재현과 게임 끝이였어"
"...왜?"
"머리라도 달려있으면 활용해보려고 노력해봐, 수정아. 너 역지사자 알지."
"알지, 역지사자."
"니가 정재현이라고 생각해봐.
아직 사귀지도 않는 애가 막 너를 지꺼라고 말하고 다니면서
설치고 다닌다고 생각을 해봐. 너같음 좋겠니?"
"아~ 뭐야~ 존나 싫어~"
"내 말이 그 말이야, 이 등신아"
"...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 여주야. 잘했어"
나름 논리정연한 박수영의 말에 금방 넘어간 정수정은
나에게 잘했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왔다.
역지사자 아니고 역지사지. 어휴 이 등신들...
나는 역시나...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젓고선 먼저 교실로 들어갔다.
지금 이렇게 쓸데없는데 아까운 시간을 버리기엔
이따가 있을 동아리 시간을 위해서 준비할게 너무 많았다.
"너 오늘도 가냐?"
"당연하지, 이게 기회인데"
"훌륭하다, 훌륭해. 나라는 뭐하냐 정재현한테 상 안주고.
죽어가던 사람을 살렸습니다 여러분~"
옆에서 턱을 괴고 계속 비아냥 대는 정수정에게 활짝 웃어주곤
마지막으로 거울 들어 상태를 확인했다.
"예뻐, 예뻐. 거울 안봐도 돼"
"재현이한텐 송혜교보다 더 예뻐 보여야돼"
"꿈이 너무 큰거 아냐?"
"꿈은 원래 크게 가지랬어, 나 간다!"
옆에서 궁시렁대는 정수정에게 인사를 하고 신나게 교실을 나섰다.
아 벌써부터 떨린다..
1학년 교실로 올라가는 와중에도 나는 머리 정리도 하고
치마도 괜히 밑으로 잡아당겼다.
그렇게 정재현에게 조금이라도 잘보이려 노력하는데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배님!"
갑작스런 선배님이라는 부름에 나는 고개를 돌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고
그 끝엔 환한 정재현이 서있었다.
내가 이래서 동아리를 가는 거라니깐.
나는 손을 들어 인사를 하는 동안,
정재현은 그새 내 옆으로 다가와 나란히 같이 걸었다.
그 날 번호를 교환하고 2주간, 매일 카톡을 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간간이 몇 개정도는 주고 받아 나름 처음보단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에
너무 설레어 혼자 잠 못이루었던 적도 있었다.
내가 그랬던 걸 정재현은 아는 지 모르는 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오늘도 오셨네요?"
"나? 나야 맨날 오지. 나 수학 되게 좋아한다니깐"
내 말에 정재현은 이를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그런 정재현에게 나도 환하게 웃어주는 것도 잊지않고.
수학동아리가 진행되는 1학년 5반까지 정재현과 나란히 걷는 도중에도
한창 자라는 나이답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1학년들이
혹여 나하고 부딪칠까,
"어, 선배, 조심." 이라며 어깨를 잡고 보호해주는
정재현에게 부끄러워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1학년 복도를 5km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떨칠 수 없었다.
이 지루한 수학동아리를 어떻게 견디냐 하면
바로 정재현의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힐링한다 이말이지..
2학년 선배들이 앞으로 나가 어떤 한 문제에 대해서 1학년에게 가르치는 형식으로
수학동아리는 진행되었다.
나야 수학은 무슨 중학교때 배웠던것도 기억 하나도 안나는데
나는 그저 턱을 괴고 열심히 필기하고 문제를 푸는 정재현만 바라보았다.
2학년 동아리 반장이 앞에서 X는 뭐고 Y는 뭐고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지만
2학년 한번, 정재현 한번, 한마디로 전혀 집중을 안 하고 있었다.
"어? 잠깐만, 내가 잘 못 설명을 했네...
이게..... 잠깐만, 미안. 이게 어떻게 되야되는거지?"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던 2학년은 푸는 도중 문제가 생긴듯
칠판에서 몸을 약간 떨어뜨려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급히 살피고 있었다.
쯧쯧, 그러니까 모르면 가만히 있어야지. 나처럼.
"저, 선배님! 저기 k값을 구하는 부분에서 잘못되었습니다.
저기서는 실근을 갖는 범위가 반대로 되었습니다."
"아아, 그렇네. 미안. 애들아"
정재현은 바로 손을 들어 잘못된 부분을 매끄럽게 짚었다.
자신이 수정해야할 곳을 짚어주면서 혹여나 2학년이 민망해할까
살짝 웃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정재현은 몸에 항상 매너란게 녹아있는 듯 보였다.
역시...
나는 속으로 연신 감탄하며 조용히 박수를 쳤다.
동아리는 총 2시간으로 구성되어있는데
한 시간은 아까처럼 2학년이 앞에서 가르치는 시간이었고
나머지 한 시간은 1학년, 2학년이 짝지어 함께 문제를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난 당연히 정재현과 하기를 희망했지만 내 간절한 바램은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르는 1학년 남자애와 같이 앉아서 애꿏은 문제만 노려보고 있는데
내가 뭘 알아야 풀든지 말든지 하지...
이 1학년도 모르는 듯 괜히 답지만 만지작대며
아까부터 계속 내 눈치만 보고 있었다.
정작 내가 같이 하고 싶어했던 정재현은
2학년 여자애랑 짝지어서는 뭐가 저렇게 즐거운지
둘 다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가질 않는다.
정재현은 그 하얗고 긴 손가락으로 책 속의 문제를 가르키며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쟤는 2학년이 되서는 왜 1학년한테 가르침을 받고있어?
난 괜히 짜증이 나서 신경질적으로 답지를 집었다.
"너도 이 문제 모르지?"
"아...네..."
"나도 몰라. 우리 그냥 답지 보자"
문제집의 페이지수를 보고 답지를 펴 해설을 보고 있었는데,
"여주야! 답지 보면 안돼!"
라는 동아리 반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그 교실에 있던 애들은 모두 우리를 향해 바라보았고
순식간에 나는 고1문제도 못 푸는 무능력한 2학년이 되어있었다.
"여주야! 문제 몰라서 그러는거야?"
"...."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눈만 깜빡이며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내가 제일 걱정했던 정재현은
고개를 들어 나만 보고 있었는데
어떤 표정인지 나는 감도 잡지 못했고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한 채 정재현과 시선을 마주쳤다.
"나 잠깐 화장실 좀."
결국 난 먼저 시선을 피하고 이 상황만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
그나마 제일 만만한 화장실로 도피하자는 생각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로 교실을 나섰다.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재빠르게 화장실에 도착해서도 나는 화가난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애들 앞에서 대놓고 나에게 망신을 준 동아리 반장에게 화가난건지
아니면 고 1수학도 풀지 못한 멍청한 나에게 화가난건지
분간이 안 갈만큼 새빨개진 얼굴을 식히려 찬물로 세수를 했다.
그러고는 제일 구석 칸에 들어가 변기 커버를 내려 그 위에 앉은 다음,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한 모금, 한 모금을 빨아들일수록
점점 화가 가라앉는 걸 느꼈다. 그러자 점점 나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내가 뭘 얻자고 수학 동아리에 들었을까, 부터
난 지금까지 공부를 왜 안 했을까, 까지.
피는 가치가 하나, 둘 늘수록 나에대한 원망도 늘어났다.
정재현은 이런 날 어떻게 생각할까.. 매우 한심하게 생각하겠지?
그렇게 한참 담배와 함께 어지러운 머리를 정리한 후,
시계를 보니 벌써 동아리가 끝나고도 20분이 지나있었다.
차라리 잘 됐다 싶어, 담배냄새가 나가도록 창문을 활짝 열고
화장실을 나서기 전 손을 씻었다.
조용한 1학년 복도를 지나 가방을 가지러 5반으로 향해 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는 교실 안, 책상 위를 걸터 앉아 폰을 들여다보는 정재현이 보였다.
난 그런 정재현을 발견하고 당황스러워 문을 연 그 자세로 얼음이 되어버렸다.
폰을 보고있던 정재현은 문 소리에 나를 확인하자마자
들고 있던 폰을 주머니에 넣고선 일어났다.
다 갔는데 왜 안 가고 남아있는지, 혹여나 무슨 말이라도 할까.
아까까지만 해도 쪽팔림에 몸을 담궜었던 나는
정재현이 말 걸기 전에 가방을 가지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하려 정재현을 지나 내 자리로 가서 대충 짐을 챙기곤 얼른 몸을 돌렸다.
정재현은 순간 내 앞으로 다가와 나를 가로 막았다.
정재현의 의도를 알아채리려 해도 하나도 알 수가 없어서
나는 정재현을 쳐다보지 못한채 그 애의 명찰만 바라보았다.
정재현은 갑자기 오른 손을 들어 나에게 내밀었다.
"...."
이게 뭐지... 손잡자는 얘기인가....
수많은 생각들이 지나가는 도중,
정재현이 입을 열었다.
"줘요."
".... 뭘?"
"담배요."
화장실에서 연달아 핀 담배가 내 몸에 금새 배었는지
방금 정재현을 지나쳤을때 그새 맡았던 모양이었다.
난 그저 멍하니 정재현의 손만 바라보니까 정재현은,
"얼른요."
라고 재촉을 해왔다.
나는 선생님께 혼나는 학생마냥 쭈뼛주뼛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정재현의 손에 조심스럽게 건넸다.
"담배는 몸에 나쁜거니까 다른건 괜찮아도 이건 안돼요.
제가 뺏는거에요. 그러니까 이제 피지 마요."
난 아무말도 하지않고 정재현을 바라보지 못한채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정재현은 그런 나를 보고 보조개가 보이는 미소를 지어줬다.
그러다가 정재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선배님, 제가 수학을 되게 좋아하는데..
선배님도 수학 되게 좋아한다고 저한테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그런데, 같이 수학 공부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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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짝, 여러분!! 2화도 초록글에 올라갔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
그리고.. 저 부산 팬싸인회 당첨되었어요!!!!
설마 있을까싶어 명단 확인해봤는데... 깜짝놀란거 있죠!
내일 애들 볼생각에 두근두근..
내일 아직 시험 하나 남았는데 공부가 될런지 모르겠어요ㅠㅠ
+) 암호닉은 매일 받고 있으니 망설임 없이 신청해주세요 :)
[ ] 가로 안에 암호닉을 넣어주시고 제일 최신글에 신청 부탁드립니다.
+) 비회원분들은 댓글이 다른 분들보다 늦게 확인 되기 때문에
제가 암호닉을 늦게 추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절대 빼먹진 않을테니 걱정말고 다음화에서 확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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