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모범심즈
모범생 정재현 X 날라리 너심 썰 8
-
지난 일주일간 정재현을 단 하루도 못 본건 아니었다.
애석하게도 정재현과 사이 좋던 그 날들은
만나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어도 그렇게 안 마주치더니
나에게만 차가운 표정을 한 정재현을
이제는 하루도 빠짐 없이 봐야만 했다.
급식실에서도,
복도에서도,
교무실 앞에서도,
강당에서도,
떠올리기도 싫은 그 날에 그렇게 헤어져서
나는 아무 연락 없는 정재현에게 먼저 연락을 하려고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것 같아
나 혼자 계속 폰을 들었다, 놨다만 반복적으로 행동하였다.
오죽하면 박수영이 안 그래도 낡은 폰 닳겠다며
이제 그만 가만히 좀 있으라 구박했고
박수영 옆에있던 정수정은 그저 내 눈치만 보며
박수영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찌르는 것으로 눈치를 주었다.
그것 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우울한 나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정수정도 어지간히 신경쓰여
언제 한번은 괜찮다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어주었지만
그 행동은 오히려 정수정이 나에게 느끼는 미안함을
백배 더 플러스하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그만큼 일주일 내내
나는 오빠에게 꾸중듣고 용돈 끊긴 때보다 더 우울한 모습을
보이며 내 주위 사람 여럿이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다정한 정재현을 이제 보지 못한다는 것,
이제는 정재현이 날 떠올렸을 때 첫만남보다 더
좋은 생각을 떠올리지 못할것이리라는 것 등등
날 우울하게 만드는 모든 복합적인 요인들이
내 머릿속에서 둥둥 떠올라 다니며 나를 괴롭혔는데,
오늘도 역시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은 우울감은
하늘에 있는 구름들도 뚫고 갈 것처럼 높이 치솟았지만
그래도 그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왜냐면 오늘은 2주에 한 번있는 수학 동아리가 든 날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말 우연이라기도 뭐한 정재현을 셀수없이 자주 마주쳤지만
수학 동아리에서 만나는 정재현을 기대하는 이유는
만약 운좋게 우리 둘이 짝꿍이 된다면
정말 어쩌면 오해를 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정재현이 봐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과외 때 쓰던 문제집을 숙제까지 다 해
일부러 가방에 넣지도 않고 옆구리에 끼고선
치마도 끝단을 잡아 최대한 밑으로 내리려 애썼다.
평소같았으면 옆에서 이런 내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차면서 비아냥댈 정수정도
내 주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직접 자기 손으로 내 머릿결을 정돈해주면서
마치 시집보내는 딸을 걱정하는 엄마 마냥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동아리 가기 전 내내 신경써주었다.
"여주야. 혹시나 그 연필잡이가 너한테 뭐라고 하면
바로 나한테 달려와. 내가 그 자식 다시는 연필 못잡게 만들거야."
"ㅇ..야... 그런 말 하지마."
나는 걱정해주는 정수정의 말에 깜짝 놀라 경악하며
고개를 돌리면서 정수정을 빤히 쳐다보자
정수정은 그런 나를 보고 입을 삐죽이며 한쪽 손을 들어
다시 한번 내 옷깃을 천천히 정리해주었다.
"미안해서 그러지. 내가 그날 클럽 가자 소리 하지도 않았으면
니들 둘이 지금쯤 지지고 볶고 난리 났을텐데.."
"또 그런다, 정수정. 따라간 내 잘못이 더 커. 나 간다."
정말 미안한지 이번엔 내 눈도 못쳐다보는게
괜히 맘이 아파져 괜찮은 척 정수정에게 인사를 건네고
뒤를 돌아 곧바로 교실을 나섰다.
*
5반에 도착하자마자 누구 먼저랄것도 없이
재빠르게 자리를 잡고
목만 길게 빼 반을 천천히 둘러보니
정재현은 아직 오지도 않았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난 괜히 정재현이 들어올 뒷문만 힐끔힐끔 쳐다보며
하나 둘씩 들어오는 1학년 아이들의 인사를
손도 들어주면서 계속 받아주니 점점 인사도 받아주기 귀찮아져서
어느 순간 폰을 들어 정재현과 나눴던 카톡 대화를 다시 읽어보았다.
그렇게 의미없는 시간이 얼마큼 흘렀는지 몰랐을 때,
순간 어떤 1학년 남자애의 큰 목소리가 귀에 박혀 들어왔다.
"재현아! 여기 자리 비었다!"
정재현을 부르는 듯 나도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뒷문을 쳐다보자
그제서야 뒷문을 통해 환하게 웃으면서 들어오고 있는 정재현이 보였다.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표정으로 정재현을 봐야할지 수많은 생각들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정재현은 애초에 나랑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을 모양이었는지
그대로 쌩, 지나치며
그 1학년 남자애가 맡아놓은 자리에 가방을 올려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물론 몇몇 보이는 2학년 선배들한테
사람좋게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은 채.
나는 괜한 아쉬움에 입맛만 다시며 가방에서 필통을 꺼내
수학 동아리가 얼른 시작하길 기다렸다.
*
"그럼 y값이 이거니깐 그래프는 어떤 모양으로 될까?"
앞에서 설명하는 2학년이 지나가듯 물어보는 말투에
저번 과외에서 정재현이 설명해줬던 아는 문제가 드디어 나왔고
이때다 싶어 나는 바로 손을 들어 나나나나!!!!, 하면서
반에 있던 모든 아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알다시피 내가 원한 이목은 정재현 뿐이었지만,
수업을 진행하던 2학년은 깜짝 놀랐는지 움찔, 하다가
분필을 집고있던 자신의 손을 나에게로 향해 뻗어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래프는 아래로 볼록한 모양이 돼!"
"응, 맞았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설명을 이어가는 2학년을 두고
난 세상에서 가장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정재현 쪽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정재현은 그저 턱을 괴고 자신의 연습장에만 끄적이는 모습을 보였고
그런 정재현에 나는 괜히 민망함을 느끼며 뻘쭘하게 자리에 다시 앉았다.
평소같았으면 아주 잘했다고 눈빛으로 어떠한 메세지를 보냈을텐데
역시나 그날 이후로부터 일주일이나 지난 오늘의 정재현도
맘아프게 싸늘하기 그지 없었다.
역시나 내 뜻대로 모든 상황이 수월하게 돌아갈리가 없었고
이번엔 1학년 여자애랑 짝꿍이 되어 자리에 앉아
문제집을 당당히 펼쳤다.
그래도 꼴에 1학년 전교 1등한테 과외 한번 받았다고
수학 문제에 대한 공포심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아직 풀지는 못한다는 거지. 그것도 고등학교 문제를.
조용히 문제만 바라만보고 있는 나를
1학년 여자애는 내 눈치를 보며 조용히 샤프를 드는데
아는 문제인가 싶어 문제집을 그 여자애쪽으로 쓱, 밀어주었다.
내 예상대로 막힘없이 술술 푸는 여자애가 신기해서,
"야, 너 되게 잘 푼다. 공부 잘해?"
라고 신기하게 물으니,
그저 눈도 못 마주치며 우물쭈물하고는 어색하게 웃음만 보였다.
난 미소만 짓고는 턱을 괴어
문제를 열심히 푸는 여자애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슬쩍 정재현을 쳐다보았다.
정재현은 이번에도 어떤 2학년 여자애랑 나란히 앉았는데
그 모습을 보니까 어딘가 모르게 심란한 마음이 들었다.
2학년 여자애는 꽤나 예쁜 얼굴,
아니, 예쁜 얼굴보다도 그 여자애가 공부를 잘하는 편이어서 그런지
둘이 평소보다 뭔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불편한 짜증이 밀려왔다.
더군다나 일주일동안 나에게 싸늘한 표정을 지어주는 정재현분께서
지금은 2학년 여자애와 이를 보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얄밉다는 생각도 들게 만들었다.
괜히 둘만 보고있다 팔자에도 없는 홧병이 도질 것 같아
다시 고개를 돌려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1학년 여자애를 바라보았다.
여자애는 처음의 문제를 언제 다 풀었는지
그 옆에있던 문제도 손을 댔는데
꼬부랑 글씨로 여러가지 공식을 써가며 푸는게
꼭 나한테 수학을 가르쳐주는 정재현 모습과 겹쳐보여
난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그 모습을 내쫓으려
동아리 시간 내내 애써야만 했다.
*
얼른 끝났으면 했던 동아리 시간은 어느새 시간이 다 되었고
거의 반에 있던 모든 아이들은 교실을 빠져나간 상태였다.
교실엔 동아리 반장, 정재현, 그리고 나 뿐이었는데
저번처럼 반장과 정재현이 할 얘기가 있었는지
교탁 앞에서 둘이 꽤나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나는 이리저리 끼지도 못한 채 그저 맨 뒷 책상에서
심각한 그 둘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쓸데없이 문제집만 뒤적뒤적 거렸다.
자신의 생각을 막힘없이 말하는 정재현과
그런 정재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장구를 쳐주던 반장이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다가
반장은 알겠다며 정재현의 어깨를 두어번 치고선 작별인사를 건넸다.
"안녕히가세요, 선배님"
정중하게 목례로 인사한 정재현은
반장이 교실을 나갈때까지 쳐다보다가
자신의 가방을 가지러 몸을 돌려 자신이 앉았던 책상 쪽으로 걸어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내 쪽을 쳐다보지 않은 채
자신의 가방만 들어 망설임 없이 반을 나섰다.
나는 그런 정재현을 놓치지 않으려
문제집을 가방에 넣지도 못하고 손에 들고서 그대로 빠져나왔다.
운동장을 가로지르면서 나는 정신없이
발걸음이 빠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정재현의 뒷꽁무니만 졸졸 뒤따라가기만 했다.
저기선 얼굴 모를 1학년 남자애들이 축구를 하는 소리와
운동장을 돌고 있는 체육부 남자들의 목소리 등으로
소란스럽다면 소란스러운 운동장이
그 순간만큼은 매우 정적인 것만 같던 느낌을 들 때쯤,
"선배"
"...응?"
정재현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걷다가
갑작스럽게 나를 불러오는 정재현의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으니
정재현이 걸음을 멈추어 뒤를 돌아 바로 나를 쳐다보았다.
전혀 알지 못할 표정을 짓고 있는 정재현은
천천히 나에게 다가와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어
풀린 내 신발끈을 묶어주며 입을 열었다.
"그날 클럽가서 뭐했어요?"
"...."
예상하지 못한 정재현의 행동과
예상하지 못한 정재현의 질문에
나는 아무 말도 못한 상태로 고개만 푹 숙인채
내 신발끈을 묶어주는 정재현만 바라보자
답이 없는 내가 이상했던지 정재현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치려했다.
이게 얼마만에 정재현과 눈을 맞추는 건지
나는 뭔가 모를 울컥함에 입술을 다물어 울음을 참으려고 했고
정재현은 다 묶은 내 신발끈을 톡톡, 친 다음
다시 무릎을 펴 나와 시선을 같게 했다.
"그날 다른 남자들이랑 합석같은거 했어요?"
".... 안했어.."
"거짓말."
"진짜야... 그냥 앉아만 있었어.. 아무것도 안했어."
해명하고 싶은 말은 해야겠고 눈물은 제멋대로 나올 것만 같고
절대 울지 않으려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한 문장, 한 문장 간신히 내뱉으니
정재현은 그제서야 내가 들고 있는 문제집을 가져가고는
바로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 날 일있다고 해서 되게 걱정했는데.."
"미안해.."
"그래서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전화도 걸었는데.."
"그래서 더 미안해.."
난 정말 죄인처럼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정재현의 눈도 제대로 못마주친 채 시선을 아래로 하니까
영 안되겠는지 조용히 나만 쳐다보던 정재현은
내 손을 잡고 살짝 끌어당겨
내 시선을 자신과 맞추게 하고는 말을 이었다.
"담부턴 클럽도 금지예요. 갈꺼면 나랑 같이 가."
-
역시 재현이는 달달한 복숭아여야지 제맛이겠죠?
그나저나 여러분..
엔씨티 독방에서 제 글이 언급됐다는 소문이..? (당황) (쥐구멍)
어느 천사 시민분이 제 글을 추천해주셨는지 모르겠지만...
....사랑합니다.
추천해주신 분 얼굴 먹칠 안하게 더욱 열심히 써야하겠어요.
부족한 글에 좋아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해요.
사실 아무리 댓글 다는데 10초가 안걸린다지만
되게 귀찮고 그렇잖아요.
근데 매일같이 오셔서 그대로의 생각, 또는 느낌 등
예쁘게 말해주시는 거 보니깐 정말 좋은거있죠?
댓글들 하도 봐서 닳을 지경입니다 정말.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아맞다, 7화 초록글 감사해요~!!
+) 암호닉은 매일 받고 있으니 망설임 없이 신청해주세요 :)
[ ] 가로 안에 암호닉을 넣어주시고 제일 최신글에 신청 부탁드립니다.
+) 비회원분들은 댓글이 다른 분들보다 늦게 확인 되기 때문에
제가 암호닉을 늦게 추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절대 빼먹진 않을테니 걱정말고 다음화에서 확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스엠 고등학교 학생들 |
달탤 / 달빈 / 국자 / 갓재현 / 텐용 / 꽃길 / 푸후후야 캐스퍼젼 / 윤옥 / 페파 / 오렌지 / 민트초코 / 찌뽕 / 분수 망고맘 / 2월 / 두근두근 / 구기네 / 우재우재 / 도화 / 라망 꾼고구마 / 듀도 / 꽃가람 / 문짝 / 0214 / 모찌 / 카스테라08 재현아애낀다 / 불나방 / 8ㅁ8 / 키티 / 크림치즈 / 딱풀 / 흰둥이 봄꽃 / 달꼬리 / 쟤니 / 복숭아 왕자님 / 민꾸꾸 / 지매 / 뉴욕 정쟁형 / 태몽 / 벼랑 / 과즙 / 튜윤 / 뿌우 / 녹차 크롱 / 빵빵이 / 권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