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 Boy!
: 연애하자.
07
06 화
Final Sentence
정국이의 입술이 내게 닿았다.
여리게 남아있는 우유향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짧게 닿았다 멀어진 정국이가
당황함에 어버버거리는 내 코 끝에 제 코 끝을닿게 만들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다시 입술이 닿을 게, 분명했다.
제발 아무 말도 하지 않기를 바라며,미친듯이 뛰어오는 심장을 진정시키는데.
심장이 진정되기도 전에,
정국이가 말을 꺼냈다.
남 따라하는 데는 취미가 없어서.
정국이 말을 이어갈 때마다, 그의 입술이 내 입술을 스쳤다.
글자를 뱉을 때마다, 간질간질하게.
이번에는 내 방식대로 귀여운짓 좀 해봤어요.
나는 말 보다는
행동이라.
제 말을 끝으로 다시 가까워지는 정국이었다.
꽤 긴 입맞춤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 사랑해 온, 연인 같은.
그런 입맞춤.
본래 가지고 있는 연애관이 자유로운 편은 아니였다. 하루, 이틀 알고 지낸 남자와 키스를 하는 쪽은 더더욱 아니고.
평소의 나와는 달랐다. 남자 역시 지금껏 만나온 남자와 달랐다. 정국이는 나한테 모든 걸 내어 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같았다. 이 남자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영원히 나를 사랑해 줄 것만 같았다. 그게 전부였다.
내게서 서서히 멀어져 가는 정국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정국이 역시 나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내가 먼저 시작한 일에 또다시 심장이 마구 뛰어왔다. 그 순간 불어온 바람이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마치 내게 '이제는 네가 용기 낼 차례야' 하고 말을 건네는 것처럼, 그렇게 나를 스쳐 지나갔다. 바람의 속삭임이 맞았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찾아온 그에게 내가 용기를 낼 차례였다.
"연애하자."
나의 갑작스러운 발언에도, 그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모든 걸 예상이나 했다는 듯이, 살풋 웃을 뿐이었다. 끝없이 예뻐 보이던 그의 미소가 미웠다. 뭐야 - 내가 얼마나 용기 낸 건데...! 그의 가벼운 웃음에 애꿎은 두 손만 만지작거렸다.
"손 피난다."
"...신경 쓰지 마."
"조금만 기다려요. 밴드 사 올게."
"됐어."
정국이는 내 손을 가리키고는 손 피난다. 하고 말했다. 지금 중요한 건, 손이 아니야. 바보야! 나는 속으로 끓는 마음을 애써 감추고, 전혀 마음에도 없는 말을 뱉었다. 신경 쓰지 마. 그러자 그는 조금만 기다려요. 하며 제 자리에서 일어섰다. 밴드를 사오겠다는 그의 말에 잠깐동안 마음이 두둥실 부풀어 올랐지만, 이내 곧 용기 내 한 고백이 허공에 사라졌다는 생각에 미운 말이 툭 하고 튀어나갔다. 됐어. 그는 좀 전과 다른 내 목소리에 내 앞에 무릎을 굽혀, 나와 시선을 맞췄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나와 있던 내 입을 제 긴 손가락으로 무심하게 툭 쳤다.
"시간 좀 두고, 기다려주지."
"..."
"선수 뺏겼네."
"..."
"고백하려고 했는데. 내가"
"...!"
"고백은 이미 뺏겼으니까, 편의점 갈 시간은 줘요."
"..."
정국이는 못 말리겠다는 듯, 제 눈을 한 번 꾹 감았다 떴다. 그리고는 시간 좀 두고 기다려주지. 하며 내 무릎 위에 얹혀진, 내 두 손을 제 손으로 감쌌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를 위해 더욱 자세를 낮춘 그가, 선수를 뺏겼네. 하고 시무룩 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의 두서없는 말에 어리둥절한 나는, 그에게 시선을 슬쩍 던졌다. 편의점 얘기하다가 무슨. 몰라. 나빴어- 진짜. 정국이는 내가 속으로 제 욕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무심하게 말을 이어갔다. 고백하려고 했는데, 내가.
그는 제 말을 끝으로 내 손을 더욱 단단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고백은 이미 뺏겼으니까, 편의점 갈 시간은 줘요. 라는, 내 모난 마음을 완벽히 녹여 버릴 대사를 남기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마주 잡은 두 손이었다. 함께 편의점을 갔던 때랑 달라진 건, 우리 사이를 꾸며주는 말뿐이었다. 우리는 이제 '우리'라는 단어가 세상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잡은 두 손은, 말도 안 될 정도로 편안했고 든든했다.
정국이는 집으로 가는 동안 내내, 자신에 대한 소개를 늘어놓았다.
나이는 말했으니까 패스. 학교는 바로 옆에 고등학교 다녀요.
나이 얘기를 패스해준 데에 고마움을 전할까, 잠시 고민했다. '열아홉'이라는 단어가 내게 얼마나 큰 부담감을 주는지, 정국이는 알 수 없겠지. 하지만 정국이는 이런 나를 알고 있었는지, 바로 제 고등학교를 설명했다. '학교는 바로 옆에 고등학교 다녀요.' ...고등학교. 그래. 학생은 학교를 다녀야지. 요즘 세상에 네 살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야. 탄소야.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뭐- 학생이 학교 다니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고.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네네, 동네 사람들 저 고등학생이랑 사귑니다! 그나저나 바로 옆에 고등학교면... 아! 사랑여자고등학ㄱ...! 여자고등학교? 나는 우뚝 멈춰 섰다.
"사랑여자고등학교?"
"...네?"
"아니...! 옆에 학교면 여자고등학굔데?"
"내가 그렇게 예쁜가. 벌써부터."
"그게 아니고!"
"큰일났다. 누나"
"이씨, 야!"
그는 '사랑여자고등학교'를 다니냐는 내 물음에, 기가 찬다는 듯 네? 하고 되물었다. 옆에 학교면 여고 맞는데... 정국이에게 다시금 물어보려 그를 향해 고개를 들자, 그는 내가 생각했던 방향의 반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곳 끝에는 - '행복고등학교'. 아주 지극히도 평범한 공학의 고등학교 간판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나는 이번에도 고개를 푹 숙였다. 오늘 왜 이러니. 진짜 -. 그는 제 고개를 숙여 나에게 말했다. 내가 그렇게 예쁜가. 벌써부터. 정국이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지만, 뭐 - 정확했지만. 그래도 대놓고 자신이 그렇게 예쁘냐고 물어오는 그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괜히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게 아니고! 그러자 그는 내 이마에 제 이마를 마주댔다. 그리고는 '큰일났다. 누나' 하며 나를 향해 해사하게 웃어왔다. 십 센티도 벌어지지 않는 거리에서 바라본 정국이의 웃음은, 이 밤을 더욱 완벽하게 해주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를 와 - 하고 바라보다, 이내 곧 이것도 나를 놀리는 행동이라는 생각에 야! 하고 그를 밀쳐냈다. 그러나 그는 밀쳐내는 내 손을 제 허리에 두르고는, 말을 이었다.
"근데"
"뭐, 뭐야-"
"내가 더 큰일 났다."
"..."
"...아니거든"
"맞는데."
"아니라구"
"뭐가 아닌데-"
"내가 더 큰일 났어"
"왜?"
나를 제 품에 끌어안고는 내 뒤통수를 소중하게 쓸어내리는 그였다. 으아. 심장아. 정국이의 투박하지만 여린 손길에, 그의 허리에 얹어진 손이 굳어버렸다. 괜시리 뭐냐고 묻는 나에 정국이는 자신이 더 큰일 났다며, 한숨을 내뱉는 시늉을 했다. 참나. 아직 어려서 그런가 뭘 잘 모르네- 내가 더 큰일 났는데. 고백도 내가 했구만! 나는 다시 한 번, 용기내어 그의 허리에 둘러진 손에 힘을 주고 말했다. 아니라구. 정국이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뭐가 아닌데 하며 나와 눈을 맞춰온다. 그의 예쁜 눈을 보자 나도 모르는 사이 진심이 툭- 그에게 닿았다. 내가 더 큰일났어. 내 진심 어린 투정에 왜? 하고 반문을 제기했다. 왜긴 뭐가 왜야! 당연히,
"내가 널 더 좋아하니까."
나는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넓은 가슴팍에 내 얼굴을 묻었다. 제정신 아니야. 김탄소. 미쳤어... 진짜! 나는 돌릴 수 없는 시간에 그를 마주 할수 없었다. 정국이는 그런 내 머리를 또다시 쓸어왔다. 좀 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좀 전은 아주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를 대하는 것 같았다면 이번은... 개구쟁이 사촌 동생을 달래주는 듯한 느낌? 뭐, 딱 그런 것이었다. 스스로 '망했다.'를 몇 번 외쳤을까. 정국이는 웃음을 참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더 좋아해서 큰일 났다고 한 거 아닌데."
"...뭐?"
정국이의 말은 나의 심장을 발끝까지 쿵-하고 떨어트리기에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국이는 큰일 났다고 했지... 나를 더 좋아해서 큰일 났다고는 안 했으니까... 이건 진짜 수습이 안 된다. 나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창피함에 휩싸여 그에게서 떨어졌다. 나 하루도 안돼서, 차이는 거 아니야?
"이렇게 누구를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어."
"..."
"그래서 큰일 난 건데."
"..."
"그렇게 또 고백하면"
"...못 들은 걸로 해줘."
"또, 또. 이렇게 치고 빠지면"
"..."
"아직 어린 정국이는"
"...우리 집에 좀 ㄱ."
"정신을 못 차려요. 누나"
세상 모든 신님.
제가 진짜 잘할게요. 앞으로
그렇게 세상세상 그렇게 달달 할 수 없게, 길을 걸어왔다. 이게 바로 요즘 아이들이 말하는 꽃길... 뭐 그런 건가? 정국이는 내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저도 가겠다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고, 그에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그는 주택 현관문을 넘으려는 내게, 거긴 넘지 마요. 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 뭐야.
"왜?"
"우리 거기. 일 층 현관문. 거기로 정해요."
"뭘 정해애애애..."
"결계"
"...무슨 결계를 정해!"
"안돼. 정해야 돼."
"무슨!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잠ㄲ.'
"남자는 다 늑대라서"
"...ㅇ,야!"
"아. 물론 나는 빼고."
"..."
"뭐, 이런 대사는 안해요."
"..."
"나를 왜 빼. 내가 제일 위험한데."
"너... 빨리 가."
"갈 거예요. 결계 앞에 오래 있으니까 기빨려."
제게로 걸어오는 내게 현관문이 결계라며 더 이상 오지 말라는 정국이었다. 나는 그런 정국이에게 무슨 소리냐며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드라마나 영화, 아니면 친구들의 연애 이야기 속에서나 들어봤던, 그런 대사였다. 남자는 다 늑대라서. 하마터면 육성으로 소리 지를 뻔했다. 정국이는 그런 말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은지, 어깨를 두어 번 으쓱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다음 대사는 안 들어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꼭 드라마에서는 바닷가에서 배 놓치고 하던데- 남자는 다 늑대지만, 나는 아니다. 오빠 믿지? 이런 식의. 거의 공식이지 공식. 나는 열아홉 정국이의 귀여운 다음 대사를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입에서 물론 자기는 제외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으이구. 역시 애는 애다 싶었다. 우리 정국이 이런 거 엄마 옆에서 드라마로 봤구나? 진짜 뛰어가서 부둥부둥 해주고 싶다. 나도 모르게 지어지는 미소에 입꼬리에 힘을 주었다. 웃지 마. 웃지 말자. 우리 정국이 귀여운 짓 하는데...!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우리 정국이의 오빠 놀이에 동참해 줄 수 있을까 싶어 잠깐동안 고민에 빠졌는데, 내가 간과했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는 언제나 내 범주를 벗어난다는 것. 정국이는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다잡고 있는 나를 향해 말했다. 뭐, 이런 대사는 안해요. 나를 왜 빼. 내가 제일 위험한데.
내일 만나면 민증 확인 해야지... 아. 아직 민증 없으려나. 그럼...
"너 내일 재학증명서 가지고 와..."
"무슨 소리ㄹ"
"나 간다! 안녕!"
누구보다 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Today Behind.
"핸드폰 줘요."
"왜?"
"뭐가 왜야. 누나 내 전화번호 있어요?"
"아... 맞다! 전화번호."
"남자친구 전화번호도 모르는 여자친구가 어딨어."
"미ㅇ...야! 너도 없잖아- 내 번호!"
"난 있는데?"
"엥...? 어떻게 있어. 알려준 적이 없는데."
"다 아는 수가 있어요."
-
"안녕하세요."
"누구ㅅ...아! 아침에 여성분 보호자? 그... 머리카락!"
"네. 기억하시네요. 다행이에요-"
"무슨 일로 다시 왔어요?"
"여쭤볼 게 있어서요."
"물어봐요. 그나저나 학생이었나 봐요. 교복이네"
"고 삼이요."
석식시간이 끝나자마자 찾은 경찰서는 한가했다. 다행이다. 아침에 나와 여자를 담당했던 경찰분은 바로 나를 알아보셨다. 이건 더 다행이다. 나는 경찰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며, 여쭤볼 게 있다며 본론을 꺼냈다. 경찰아저씨는 내게 자판기 커피 한 잔을 건네셨다. 아... 나 커피 못 먹는데. 나는 잘 마시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꾸벅였다. 경찰 아저씨는 내 교복을 보시더니 학생이냐고 물었고, 나는 학생이지만 학생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고 삼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대한민국은 고 삼이 벼슬이라던데. 그러자 경찰아저씨는 고생한다며 내 등을 툭툭- 두드려주셨다.
"저, 아침에 저랑 같이 오셨던 여자분 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왜. 아 사례받게? 그런 거면 우리가 알아서 합ㅇ."
"아니요. 그, 어... 아! 제 교복 넥타이가 그 분한테 있어서요."
"하복에도 넥타이를 해?"
"올해부터 하라고 하더라구요."
"허 참. 학생들 답답하겠네."
"뭐, 조금요."
"잠시만 기다려요. 그럼"
"네."
죄송해요. 아저씨.
*
오늘도 안녕하세요. 겨울소녀입니다. 대학생인 저는 계속해서 기말고사 주에 살고 있어요ㅜㅜ 그래서 어제 하루 못오게 되었습니다. 미안해요.
오늘 한 편 더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제 글을 함께 나눠주시는 분들께 할 수 있는게, 좋은 글을 많이 보여드리는 것 뿐이니...ㅎㅎ 다음 화부터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빨리 흘러가지 않을까 싶어요. 더 긴 이야기는 다음화에서 나눌게요! 벌써 7화네요. 행운의 숫자...! 여러분 모두 소소한 행복이 찾아오는 밤 되시길 -
암호닉
미미 / 미스터 / 윤기윤기 / 뉸뉴냔냐냔☆ / 낮누 / 인연 / 청보리청 / 꺙 / 지민이랑 / chouchou / 둘리여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