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 Boy!
: 결국은
15
14화
Final Sentence
"...너 커피 못 먹어?"
"..."
"...그럼 지금까지 나랑 있을 때, 마신 건 다 뭐야?"
"...못 먹는 거 아니야."
"내가 유치하게 이런 거에 화내고, 질투해야 돼?"
"...그런 거 아니라니깐."
그의 옆자리에 보기 좋게 앉은 여자는 제 입가에 손을 가져대더니 물었다.
"어머. 언니는 모르셨구나 - 정국이 쓴 거 못 먹어요."
"...야. 너 가만히 있ㅇ"
"아니! 여자친구라며어 - 알 건 알아야지. 여자친구가 전 여친보다 몰라서 되냐구... 언니. 기분 나쁘신 건 아니죠?"
"..."
"아무튼 금방 제대 할 것 같네. 제대 하면 연락해! 간다."
여자가 떠나고, 나는 그와 내 앞에 놓여진 아메리카노만 쳐다봤다. 이미 비어버린 내 잔에 비해, 그의 잔은 여전히 겉표면에 물방울들이 맺혀 있었다.
왜 이걸.
지금까지 몰랐을까. 나는
정국이와 내 사이의 긴 침묵이 흘렀다. 지금껏 만나오며 처음 느끼는 감정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그 역시 겪어본 적 없는 상황에 마른 침만 삼켜내고 있었다. 둘 사이의 시간이 지날 수록, 내 눈에 자꾸만 밟히는 건 여전히 그대로인 그의 음료였다. 이제와서 그가 그걸 다 마셔버려도 화가 날 것 같았지만, 줄어들지 않는 잔에 더욱 마음이 삐뚤어졌다. 마시지 않으면, 안 주는 게 당연한데 - 왜. 왜 이렇게 화가 나지. 그는 내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더니, 음료를 향해 손을 뻗었다.
"뭐해."
"...마시게."
"먹지마. 못 먹는다며."
"못 먹는 거 아니라니깐. 괜찮아."
"...마시지 말라고!"
"..."
"정국아."
"...응"
"네가 지금 그거 마시면."
"..."
"...내가 너무 불쌍해지잖아."
"...!"
"너가 그거 마시면, 그 여자 말이 다 맞다는 거 인정하면서도. 내가 억지부리는 게 되잖아. 그니깐."
"..."
"그러니깐 먹지마."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마시려는 그에게. 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마시지 말라고! 그는 놀란 듯, 제 입가로 가져가던 음료를 다시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런 정국이의 눈을 마주하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정국아. 그러자 그는 나와 시선을 맞추며, 응- 하고 답했다. 나는 잔뜩 모난 마음을 가라앉히고, 솔직한 내 마음을 전했다. 미친듯이 자존심이 상했지만, 정국이가 그걸 먹는 건 더욱 싫었다. 왜냐하면, 그가 그 음료를 마시는 그 순간 나는 그의 전 애인의 말을 듣고도 억지 부리는 - 철없는 여자친구가 될 테니. 차라리 자존심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상하는 게 나았다. 정국이는 그런 내 말에 짐짓 인상을 찌푸리고는, 의자에 제 등을 기댔다. 그리고는 답답한지, 연신 창 밖만 내다보았다. 변명이라도 듣고 싶은데... 나는.
그 여자가 떠난 뒤로, 내게 어떠한 변명도 없는 그였다. 이대로 그의 마지막 휴가를 끝내고 싶지 않았다. 물론 내일도 있었지만, 그는 이미 내일은 그의 친구 생일이어서 못 만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내게 전했다. 그러니. 오늘 화해를 해야 했다. 나는 묻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 말들을 다 속으로 삼켜냈다. 몇 번 되지 않는 연애경험을 되돌아보면, 전 남자친구들은 다들 그랬다. '작작 좀 따지라고.' 나는 정말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어서 물은 말들이었는데, 그들에게는 그 말들이 가시 같았던 모양이었다. 좋아했던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로, 내 목소리가 듣기 싫다는데. 내 물음이 싫다는데. 나는 그때마다 더 떨어질 때가 없을 때까지, 떨어져서 비참해졌다. 사실, 좀 전에도 그에게 왜 말을 안했냐며 따지고 나서도. 바보 같이 후회했다. 내 말이 그한테도 가시 같았으면, 어쩌지 싶어. 사과를 하기에도 웃긴 상황이었다. 물론, 정국이는 그들과 다르다는 확신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만약에. 그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아주아주 만약에, 그도. 그들과 똑같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물음들을 다 삼켜내고,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우리 산책갈까? 오랜 시간 끝에 깨진 정적이었다. 그는 뜬끔없는 내 물음에 가만히, 나의 눈만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무언가 마음에 안드는 듯, 제 뒷머리를 헝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안 물어봐."
"...뭐를."
"그 여자애가 누군지. 나랑 어떤 사이였는지. 걔 말이 다 사실인지."
"...너 믿으니까."
예상치 못하게 내게 되려, 질문을 해오는 그였다. 나는 정국이의 시선을 피하며, 답을 이었다. 뭐를. 그러자 그는 내 시선을 끝까지 따라오며, 그 여자애가 누군지. 나랑 어떤 사이였는지. 걔 말이 다 사실인지. 하고, 내가 묻고 싶은 질문들을 내뱉었다.
...나도 물어보고 싶어. 정국아. 근데 - 그러기엔 내가 생각보다 용기가 너무 없다. 정국이의 제법 날이 선 말투에 속으로 그에게 닿지 못 할, 대답을 했다. 그리고는 그에게 너 믿으니까. 하고 속마음을 대신 할 대답을 전했다.
"믿어도."
"..."
"믿어도 물어봐야지."
"..."
"물어보는 게 맞잖아."
"..."
"누나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는데, 왜."
"..."
"왜 누나가 내 눈치를 봐."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내 예상범주 안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 아이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고. 믿어도 제게 물어보는 게 당연하다며, 왜 제 눈치를 보냐며. 비꼬는 게 아니라, 정말 진실되게 물어오는 그였다.
그 여자애, 중학교 삼 학년부터 고등학교 일 학년 때까지 만났었어. 좋게 헤어진 것도 아니고, 나쁘게 헤어진 것도 아니야. 그냥 그 나이때의 연애처럼, 애들처럼 그렇게 헤어졌어. 별 이유없이. 그 뒤로는 처음 만나는 거야. 감자기 저렇게 나와서 나도 당황했고. 그래서 대처를 잘 못했어.
정국이의 서툴지만 또 담담한 목소리가 내게 전해졌다. 그 여자애와의 기억을 더듬는지, 중간중간 말을 이어가지 못 할 때도 있었지만. 정국이는 제 오래된 기억을 헤집어 놓을 만큼, 나한테 하나도 숨기고 싶지 않아했다.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였지만, 정국이는 자꾸만 제 뒷머리칼을 헝클이며 말을 뱉었다.
그리고 - 어... 사실 커피는 못마셔. 아니. 못 마셨었어.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마시는 누나 보니까. 나도 마셔야지, 싶더라. ...안 그래도 내가 너보다 더 어린데... 이런 것도 못 마시면, ... 더 어리게 볼까봐. 그래서 말 못했어. 또 누나는 모르겠지만. 그게 누나하고 내 첫 공통점이었어. ...내가 커피 마실 줄 안다니까, 누나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이 아이는 나와 있었던 모든 순간을 정말 소중하다는 듯, 담아두고 있었다. 나조차도 기억 못하는 호루라기부터 커피까지. 작은 것에도 저와 나를 엮어냈다. 평소 그한테 눈치채지 못했던, 고민까지 엿듣고 나니 되려 미안해지는 건 나였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자꾸만 애 취급을 했구나. 사실을 듣고 나니, 그의 눈을 마주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의 차분한 눈을. 하지만 처음에 당당하게 눈을 맞춰오던 그는 어디가고, 내 앞에는 시선을 피하느라 바쁜 정국이가 앞에 있었다. 그는 제 머리를 얼마나 머리를 헝클였는지, 그의 뒷머리가 부산스러웠다.
커피. 지금은 그래도 마실 줄 알아. ...가끔 누나 몰래 시럽 조금씩 넣어서, 마시는데. 오늘은 급하게 올라오느라 까먹었어. 시럽을.
말을 하면서도 자꾸만 내게 눈을 맞췄다 피하기를 반복하는 정국이다. 나 몰래 시럽을 넣어 먹는 다는 말이, 왜 그렇게 사랑스러운지. 좀 전의 모난 마음은 이미 녹아버리고 없었다.
나는 그의 옆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제 옆에 앉는 나를 보고는 다시 돌아가라며 손을 저었다.
"...왜?"
"다시 자리로 가."
"그니깐... 왜."
"...여기 걔가 앉았잖아."
"...?"
"너가 그대로 앉아있어."
"...고작 그거 때문에 그러는 거야?"
"고작 아니야. 빨리 가. 내가 갈게. 그쪽으로."
"..."
이 아이는 정말로. 조금의 거짓도 없이.
참 저 답게 나를 배려하는구나.
자리로 돌아가는 중에도 자꾸만 흘러나오는 웃음이었다.
*
내 옆자리에 앉은 그는 여전히 내 눈치를 보며, 누가봐도 어색하게 행동했다. 나는 그런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정국이는 먼저 뻗어온 내 손길에 마음이 편해졌는지, 제 고개를 내 어깨에 기대온다. 그리고는 마주 잡은 손을 단단히, 고쳐 잡는다.
"...미안해."
"아니야. 너가 뭐가 미안ㅎ."
"아무도 만나지 말고, 너 기다릴 걸. 가만히."
"...푸흐. 그게 뭐야."
"진심이야."
그는 제법 진지하게, 아무도 만나지 말고 - 너 기다릴 걸, 가만히. 하고 말을 뱉었다. 나는 정국이의 터무늬 없으면서도 귀여운 말에 고개를 돌려, 그의 이마에 입맞췄다. 나도 모르게 살풋 터진 웃음에 그는 제 이마가 간지러운지, 옅게 웃는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묻는다.
"우리 지금 화해한거지?"
"그럼요 -"
"그럼 나 뭐 물어봐도 돼?"
그의 물음에 장난스레 존댓말로 그럼요 - 하고 대답했다. 그러니 그는 자세까지 고쳐 앉아, 나를 향해 시선을 마주하고 질문을 할 모양새를 갖췄다. 뭔가... 안 된다고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내 본능이 그랬다.
"안 ㄷ."
"된다고? 고맙습니다."
"내가 언ㅈ."
"자 - 우리 누나의 연애는 몇 번이었을까요?"
"...누나 졸려."
절대적으로 불리한 질문이었다. 그는 좀 전의 그 여자 한 명인 것 같은데... 나는 애써 그의 시선을 피하며, 삼인칭으로 '누나 졸려.'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그런 내 양 볼을 제 손으로 약하게 잡고는, 입을 맞춰왔다.
"이제 안 졸리지?"
"..."
"얼굴 빨개졌어. 빨리 대답하세요. 이제 -"
"..."
그의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그를 쳐다보기만 했는데 - 그는 뻔뻔스럽게도 이제 안 졸리지? 하고 물어온다. ...졸릴 수가 없잖아. 그는 붉어진 내 얼굴을 보고는 빨리 대답하세요. 하고 나를 채근해온다. 으아. 왜 그래. 나한테!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창 밖을 바라봤다. 그러자 이번엔 얼굴 대신, 내 목덜미에 입을 맞추는 그다. 아 진짜! 나는 고개를 돌려 - 그에게 말을 꺼냈다.
"간지러워! 그만해!"
"그니깐."
"뭐가!"
"몇 번."
대답을 안 해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눈빛의 그였다. ...아 몰라.
"ㅅ, 세 번."
"...나 더해서 아니면 빼서."
"...더ㅎ."
"거짓말 하면 혼나."
"빼서."
제법 애교스럽게 붙어오던 그가, 빼서 - 라는 내 말을 끝으로 의자의 끝까지 제 몸을 뺐다. 뭔가... 잘못되고 있구나.
*
그가 나를 데려다 주는 길이었다. 나름 감정소비가 심했던 하루라 마음이 지쳤다. 나는 그의 팔뚝을 내 두손으로 잡고는, 기대 걸었다. 평소 같았으면, 나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만져주었을 그였는데...! 그는 나의 숫자를 듣고 난 뒤로, 뭐에 뿔이 났는지 - 내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정꾸야아."
"왜."
"...세 명이 그... 막 그런 세 명이 아니야."
"...숫자가 다 똑같지 뭐."
"..."
틀리지 않은 그의 말에 괜히 미안해졌다. 왜 세 명이나 만났지. 나는? 나는 토라진 그의 목소리에 마주잡은 손을 놓았다. 정국이 나한테 삐져서 손도 잡기 싫겠지?
"뭐야. 손 왜 빼."
"...너가 싫어할 것 같아서."
"뭐래. 다시 손."
나의 말에 정말로 어이가 없다는 듯, 내게 손을 뻗어오는 그다.
"너한테 화난거 아니야."
"...그럼?"
"나한테 섭섭한거야."
"...그게 뭐야아."
"좀 더 일찍 만났으면 해가지고."
"지금 만났으면 됐지!"
"삼 등도 아니잖아... 사 등은 메달 없어."
"...야!"
대화를 하면 할 수록, 나를 놀리는 기질이 다분한 그였다. 이씨. 죽을래? 그는 그런 내가 재밌는지, 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서 나를 놀렸다. 나는 메달도 없어 - 하며.
*
"군대 다시 잘 들어가고! 이제 우리 맨날맨날 보자!"
"...알았어."
"잘 가. 정꾸야!"'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데, 그는 나를 제 품에 끌어안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가기 싫어?"
"응."
"나도 보내기 싫어... 근데 방법이 없잖아!"
"나도 알아요."
"금방 나오니깐, 그때까지 힘 내자!"
"..."
"알았지?"
"...응."
"착하다."
"...아."
"왜?"
"내일 비온대. 우산 챙겨서 나가."
"군인이 일기예보는 또 언제봤대?"
우산을 챙기라는 그의 말에, 군인이 일기예보는 또 언제봤대? 하고 말을 이었다. 정국이가 언제부터 이런 걸 잘 챙겼지?
그는 내 말에 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제 배경화면을 내게 보여줬다. 봐봐.
그의 배경화면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그의 핸드폰은 한 눈에 봐도 남자 핸드폰 답게 정말 정직한 어플들만이 깔려있었다. 딱 기본 어플. 하지만 화면을 넘길 수록, 같지만 다른 앱들이 여러 개 눈에 들어왔다.
'날씨앱'
'오늘의 날씨'
'하루 날씨'
'내일 날씨'
'디데이 어플'
'사랑하는 연인의 날짜 세기.'
'기념일 알림'
이게 뭐야?
"똑같은 걸 뭐 이렇게 많이 깔았어!"
"다 달라."
"뭐가?"
"날씨가 말하는 게 다 달라."
"그래?"
"응. 근데 그 '오늘 날씨'가 제일 정확해"
"너가 어떻게 알아 -"
"4년 동안 봤는데, 왜 모르냐."
"...뭘?"
"너 비오는 거 좋다고, 맨날 돌아다니는데."
"...아. 그래서 깐 거야?"
"그럼 내가 뭣하러 깔아."
"기념일도?"
"응. 혹시라도 까먹을까봐."
"..."
"왜. 감동이야?"
"...완전."
"그럼."
"..."
"키스해줘."
-
안녕하세요. 겨울 소녀입니다.
다시 달달해진 두 사람이에요. 다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암호닉
미미 / 미스터 / 윤기윤기 / 뉸뉴냔냐냔☆ / 낮누 / 인연 / 청보리청 / 꺙 / 지민이랑 / chouchou / 둘리여친 / 맙소사 / 비둘기 / 2330 / 됼됼 / 정꾸기냥 / 정연아 / 숙자 / 풀네임이즈정국오빠 / 연찌 / ㅇㅅㅇ / ㅏㅏㅏ우유 / 민트초코치약맛 / 민윤기다리털 / 윤치명 / 야꾸 / 가위바위보 / 보라괴물 / 딸기빙수 / 찐빵 / 1023 / 1234 / 뾰로롱(하트) / 공주님93 / 미니 / 쿠키오 / 핑몬핑몬핑몬업 / 쿠야 / 솔트말고슈가 / 라슈라네 / 소다 / 세젤귀모니 / 감정의 꽃 / 굥디굥디 / 아루 / 이상해씨 / 고딩정국 / 밍뿌 / 테형이 / 매직핸드 / 92꾸이 / 눈꽃ss / 쿄이쿄이 / 지민이바보 / 정국이미탈 / 고백 / 꾹블리 / 0907 / 꾸겻 / 까꽁 / 보석 / 지금당장콜라가먹고싶다 / 바우와우 / 호바리 / 퐁퐁 / 붸이붸 / 늘봄 / 강여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