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서부터 올라오는 한숨을 깊게 한번 내쉬고는 덮고있던 이불을 걷어내고
이리저리로 몸을 틀어 자리에서 몇번 뒤척이다 결국 손을 뻗어 옆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지호]
언젠가 우리가 헤어지게 되면 바로 지워버릴꺼라 호언장담했던 니 번호가 아직도
내 핸드폰 가장 맨 윗 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건 헤어졌어도 결국 어쩔수없는 사실인듯했다
어차피 단숨에 지워버린다해도 손이 외워버려서 다시 누를께 뻔했지만
잠시 망설이다 결국 통화버튼에 손을 올리고 망설이기를 수차례 셀수없을만큼 많이 눌렀던 니 전화번호였지만
이렇게 버튼 하나 누른것도 망설이는 사이가 됐을만큼 우리가 멀어져버렸단 사실에 알수없는 슬픔이 목까지 차오르는듯 숨이 막혀온다
[ 그대의 표정도 예쁜 미소도,가끔 나를 웃게 만들었던.]
귓가에 흐르는 익숙한 컬러링에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잡고 있는 손이 떨려와 다른 한손으로 애꿏은 이불자락만 쥐고있었다
잠시후 컬러링이 끊기고 수화기를 타고 낮선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듣기만해도 머릿속으로 모습이 그려지는듯 예쁜 미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도 모르게 당황해 전화를 끊으려 통화번호를 찾았지만 이내 다시금 들려오는 니 목소리에 손이 멈춘듯 아무것도 누를수가 없었다
[ ..무슨일인데]
너 역시 아직 내 번호를 지우지 못한건지 아니면 잘못 걸려온 전화라 여기며 전화 번호 맨밑 어딘가에 낮선사람으로 남겨둔건지 단번에 나인걸 알아본듯 물었다
[ ...잘지냈어?]
마음속에서부터 끓어올라 겨우 입밖으로 내 뱉은 말이 고작해야 티비나 드라마에서 진부하게 들었던 잘 지내냐는 말뿐이였다
내 말이 끝나고나서 흐르는 수화기 너머로 흐르는 잠깐의 정적이 이렇게나 무거운건줄 너와 헤어지기 전까진 미쳐 알지 못했다
[ ..너는]
[..나도 잘 지내..갑자기 전화해서 많이 놀랐지?]
[...]
너의 어깨너머로 누구냐고 묻는 여자의 목소리가 작게나마 들려왔고 결국 마른침만 삼키다 내가 먼저 끊겠다고 말하자
깊은 한숨을 내뱉던 니가 예전처럼 입을 열어 언제나 익숙하던 걱정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술 적당히 마시고 집에 일찍 들어가고,감기 조심해라]
마지막 말을 끝으로 끊겨버린 전화기를 손에 쥐고 잠시동안 목까지 차오른 설움을 잔뜩 쏟아내고는
침대에 쓰러지듯 몸을 기대고 누워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쓴체 잔뜩 웅크린 몸을 감춰도 감춰지지 않을 어둠속으로 밀어넣었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아무것도 아닌일이 되면 참 좋을텐데 혹시라도 니 옆의 그녀가 나에 대해 묻는다면
나 같은거 아무 의미 없다고 넌 말할꺼니 진심일리 없잖아 아직.
주저리-
스릉해요 블락비 스릉해요 원더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