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 아해의 시간
W.전라도사투리
세상의 만물이 피어나는 생명의 계절 봄. 하지만 그 해의 봄은 나에게 한 없이 잔인하고 모질기만 했다.
03.
부모의 이혼은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를 낳아준 여자와 결혼을 해서도 여자가 있던 아버지. 아버지와 결혼을 하고도 남자가 있던 여자. 그들은 단지 나를 가졌단 이유로 결혼을 한 것이므로 그들의 관계에는 사랑이 없었다. 어린 나는 친척들을 만나는 것을 무서워했다. 당연지사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다는 것을 어린 나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이유는 시간이 흘러 알게되었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을 이해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나 또한 원망스러웠다. 내가 이세상의 빛을 보고싶다고 그들에게 주장한 것이 아니였으니까. 그저 그들의 한 순간의 실수로 나를 만든 것이니까 말이다. 이해해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사랑을 얻기 위해 나를 버린 그들을 나는 아마 평생토록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나를 원망하는 것은 이해 하되 그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평생의 숙제로 남을 것이다. 나의 숨이 멎는 날까지. 사랑이라는 것을 나는 이해하지 못할것이다.
*
녀석의 말에 그저 웃음이 흘러 나왔다. 녀석은 그런 나를 보고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불쾌하다는 시선을 던졌다. 녀석의 모습에 다시 웃음이 세어 나왔다. 다른 녀석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녀석이 조금은 마음에 들었다.
"이름이 뭐야?"
나의 물음에 녀석은 구겨진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그러고는 '김성규.' 라고 짤막하게 내뱉었다. 알려주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대답은 꼬박해주는 것이 귀엽기도 하였다. 녀석에 대한 이상한 호기심.
"난 남우현."
"알아. 그러니까 이제 그만 쳐다봐. 그리고 말 시키지마. 상대하기 싫어."
김성규의 말에 그저 웃음을 짓고는 나 또한 김성규 처럼 시선을 칠판으로 돌려 버렸다. 녀석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지만 괜한 호기심을 더욱 더 키우고 싶지는 않아서 였다. 그리고 녀석은 나를 상대하기 썩 좋아하않는 것 같으니 나는 그의 대한 호기심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괜한 호기심은 상대방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점심시간. 점심을 같이 먹자며 다가온 몇 몇 아이들과 함게 식당으로 내려왔다.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시덥지 않고 뻔한 질문만 해댄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그들의 물음에 웃으며 성의껏 대답을 해 주었다.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였다. 여려개의 가면을 바꾸어 쓰면서 타인을 대하고 나를 방어한다. 더 이상의 불필요한 상처를 줄이기 위해. 이이상의 상처는 나를 나락으로 몰아갈 것 같아서. 그게 무서워서. 언제부터인가 나만의 방식으로 타인을 대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이 무서웠다.
"야. 김성규다."
"아 저 새끼 정말 재수없어. 존나 입 맛 떨어지네."
내 앞에 앉은 녀석들의 말이였다. 녀석들의 말에 자연스럽게 녀석들이 시선을 둔 곳으로 나 또한 시선을 돌렸다. 내 뒤 쪽으로 살짝 몸을 돌려보니 김성규 혼자서 묵묵히 밥을 먹고 앉아 있었다. 녀석을 보니 또 다시 알 수 없는 호기심이 온 몸을 자극하고 있었다.
"왜?"
"몰라. 저 새끼만 보면 그냥 이유없이 죽여버고 싶어. 지 혼자 잘난척은 다하고 앉아 있어. 씨발."
"쟤에 대해 잘 알아?"
"몰라. 그냥 하는 것 마다 재수가없어."
내 앞에 앉아 정말 김성규가 싫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그저 작은 비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김성규를 잘 모르면서 그를 싫어한다. 말이 맞지가 않았다. 잘 모르면서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것은. 순간 토기가 밀려오는 듯 싶었다. 김성규를 욕하는 녀석들의 모습과 지난 날 나를 죄인으로 만들어 버린 그들의 모습과 함께 겹쳐보여서.
"나 먼저 올라간다. 너희끼리 먹고 와."
"뭐? 야 남우현!"
나를 부르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저 그들에게서 멀어져 왔다. 아직 수북히 남은 음식들을 잔반통에 미련없이 쏟아 붇고는 식당을 나왔다. 날씨가 조금 풀어졌나 싶었는 데 또 다시 추위가 기승이다. 이놈의 겨울은 언제 쯤 미련없이 떠날련지.
다음 수업시간 까지는 꽤나 시간이 남아있어 학교 근처를 배회하다 반으로 돌아왔다. 점심시간 거기다 남학생들만 우글거리는 반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한 명도 반에 남아있지 않았다. 단 한명 김성규를 제외하고는. 김성규는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를 한 번 힐긋 쳐다보고는 미련없다는 듯이 다시 시선을 두꺼운 문제집으로 향하였다. 느린 걸음으로 자리로 돌아가 앉아 창문을 통해 푸른하늘을 감상하였다. 김성규의 슥슥 거리는 샤프소리와 간간히 복도와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뿐이였다. 그리고.
"너는 왜 아파보여?"
김성규의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내 귓가를 맴돌았다.
*
푹신한 침대에 누워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늘도 여자와 남자는 출장으로 집을 비운상태였고 성종은 학원에 가고 집에 없었다. 그 이유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듯 하다. 눈을 조용히 감으니 아까의 김성규에 음성이 또 다시 울리는 듯 했다. '너는 왜 아파보여?' 그의 질문에 잠시 망설였다. 아니 당황했다는 것이 맞았을 것이다. 친하지도 않았고 나를 밀어내는 듯 보이는 김성규의 언벨런스한 질문에 말이다. 나는 김성규의 질문에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리고 뭐라고 말 하려는 찰나 우르르 아이들이 몰려 들어왔다. 그리고 김성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시선을 문제집으로 돌렸다. 나는 김성규에게 뭐라 답하려고 했을까 그리고 김성규는 무슨 대답을 원했던 것일까? 김성규의 말에 한참을 거울만 들여다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아파보였나? 아님... 내가 방심하던 사이 나를 보였나.
"다녀왔습니다."
한참을 혼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도중 성종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저 아무 말 없이 아무도 이 집에 없는 척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렇게 성종이의 방문 소리가 들렸고 또 다시 자신의 방에서 나오는 듯 방 문이 닫히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려왔다. 인사 정도는 해야할 지 싶어 방을 나가니 녀석은 식탁에 혼자 앉아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고 있었다.
"형 있었네? 신발은 봤는 데 아무 말 없길래 나간 줄 알았어."
"...자고 지금 일어났어."
"그래? 형도 밥 먹을래? 햄 구워줄게."
"됐어. 안 먹어. 어서 너나 먹어."
성종의 식사는 정말이지 간소하고 초라했다. 김치와 식은 국 그리고 밥. 집에 먹을 것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고 돈이 없어 못 사먹는 것도 아니였을 텐데.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랴 했지만 녀석의 턱 없이 부족한 밥상을 보고는 돌아와 성종이 식사를 하고 있는 밥 그릇을 치웠다. 녀석은 당황해하며 뭐냐는 시선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나는 그런 녀석에게 기다려라는 말만 남겨두고 부엌으로 향해 식은 국을 냄비에 도로 부어 넣고 대우고 냉장고에서 몇 가지 재료를 꺼내 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야채를 볶아 간단한 볶음밥을 해 녀석의 그릇에 보기좋게 담아 주고 데운 국을 다시 국그릇에 담아 녀석의 앞에 놓아주었다. 녀석이 멀뚱히 쳐바다보고는 곧 활짝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를 전해왔다. 나는 그저 아무 말 없이 녀석의 앞자리에 앉아 그가 먹는 것만을 지켜보았다.
"국은 데워 먹는 거야."
"귀찮아서."
"반찬도 많은 데 그렇게 먹지마. 청승맞아 보여."
"혼자먹는 건데 뭐하러 반찬이 많이 필요해."
"...자주이래?"
"자주 보다는 매일 거의 그래. 엄마랑 아빠가 바쁘니까."
"..."
"그래도 앞으로는 형이 있으니까 괜찮아."
녀석의 말에 잠시 멍하게 있다 천천히 자리에 일어났다. 그런 나를 녀석은 이상한 눈으로 올려다보며 무슨 일이냐는 듯 물어왔다. 나는 다시잘게 라는 말을 남겨두고 방으로 들어왔다. 방문에 기대어 스륵 무너져 앉았다. 이상했다. 녀석의 괜찮다는 말이. 그 말이 너무나 무서웠다. 나는 괜찮다는 말이. 나는 전혀 괜찮지가 않은데 녀석은 도데체 나로 인해 뭐가 괜찮다는 것인지. 생각을 해보면 녀석 또한 혼자였던 시간이 많았을 것이라고 예상됬다. 완벽한 가정 속에 단 하나의 오점. 관심과 사랑. 남들이 보기에 성종은 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자라왔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맞는 말이였지만 틀린 말이기도 했다. 부족할 것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있었을테니. 하지만, 그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일로 바쁜 부모들을 보기 힘들었을테니. 그 또한 나처럼 외로움에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싶지 않았다. 알고있음에도 녀석의 과거 따위는 알고싶지 않았다. 또 다시 서로에게 의지하며 기대하고 살까봐. 어린시절 그 때의 우리로 돌아갈까봐. 그러면 내가 나약해질까봐. 나는 그저 그를 동정하는 것 뿐이다. 녀석보다 더 아픈 과거를 살아온 나로서 그를 동정하는 것 뿐인 것이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운다. 나는 그를 동정한다. 나 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왔을 터이지만 나는 그냥 그를 동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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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 금방 돌아왔죠? 하하 제가 단기방학이라 이렇게 돌아왔어요. 예전에 써놓았던 픽이라 정리만 해서 빨리 온것도 맞지만요. 제가 1,2화 때 댓글을 못달아 드려서 너무 죄송합니다. 제가 단기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엄청 바빠요.ㅠㅠ 주말에는 알바 나가서 막 못 들어오고... 너그러운 이해 바랄게요! 암호닉을 보니 너무 반가운 분들도 많이 계시고 처음 본 분들도 있으시더라고요. 너무 감사드려요. 제가 댓글을 달아드릴 수 있을 때 달게요! 너무 하고싶은 말은 많은 데 제가 나가봐야해서ㅠㅠ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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