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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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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쁘게 뛰던 심장박동이 점차 규칙적이기 시작했다.
흘러내리던 땀줄기가 함께 식으므로 인해 살결에는 소름이 돋았다.
여기가 어디쯤이더라.
무서움에 두 눈을 질 끈 감아버린 내가 이 길을 알 턱이 없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그저 깜깜한 산 속 일 뿐이다.
답답하고 막막하다.
먹통이 된 휴대폰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던져버린 탓에 액정이 금가버렸고,
터치가 먹지 않는 손은 홀드키를 눌러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밤9시1분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가을에 막 접어들었음에도 꽤 두꺼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얇은 기모의 맨투맨과 스타디움자켓이 흘러내리는 콧물까지 막지는 못했다.
그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해가 떠 있을 때
누군가가 살려주지 않을까 하고 바락바락 고함을 질러댔는데
무슨 뿔 달린 짐승이 내소리를 듣고 재빠르게 움직여댔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엉엉 울면서 부터는 소리지르기를 포기해 버렸더랬다.
젠장할 그 교수님에게 잘 보이겠다고 이 먼 산장까지 따라와버렸다.
레포트 정리를 도와주라던 그 교수.
아니 그 개새끼는 산장문이 닫히자 마자 날 강간하려 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면서
이 외진 곳에서 나는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옆에있는 파일을 하나 잡아들고 모서리로 그의 머리를 수차례 찍어댔다.
성이 난 교수는 내 뺨을 쳤다.
되게 아팠는데...
고통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눈물한방울이 떨어지기 무섭게 뒤에 전시되어 있던 와인병으로 다시한번 그의 머리를 쳤다.
눈물을 보이기 싫어하는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라면 그럴 수 있다.
와인 안에 내용물들과 그의 피가 섞여서 이상한 냄새와 함께 바닥을 적셨다.
겁이 난 나는 밖을 달려나갔다.
그리고 이 지경까지 왔더랬지.
그사람 ... 죽었을까 ?
경찰서에 가면 뭐라고 말해야하지 ?
내말을 믿어주기는 할까 ?
이제 학교는 그만둬야겠지 ?
나무밑에 앉아서 하루를 정리하고 있으려니 피곤해 죽을 참이다.
삼일내내 겨우 7시간 밖에 자지 못했고,
내일 당장도 알바를 나가야 하는 상황에 적절한지 아닌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바스락 바스락-
눈을 감고 잠들려던 참에 바닥에 있는 나뭇잎들이 밟히는소리가 들렸다.
살았다.
분명 사람 발자국 소리이다.
하지만 저 발걸음이 혹시라도 그 개새끼라면 어떡하지 ?
불안한 마음에 눈을 서서히 뜨고 앞을 바라 보았다.
굉장하게도 한 앳된 소년이 날 바라보고 있다.
"...살려주세요."
날 보고도 그 소년은 가만히 서 있을 뿐 이었다.
"..."
"..."
그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있노라면
확실히 그 소년을 찾는 음성이 들린다.
"야, 전정국! 내일 같이 가준다니까... 어...? "
그시선이 곧이어 나를 보면 나는 또다시 소리내었다.
"살려주세요 ..."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