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대학 후배 전정국 X 시각장애 너탄 05
"야 즌증국이 니 뭐뿌리는데? 탄소 임마가 니 냄새 좋다고 킁킁대면서 졸졸 쫓아다닌다이가 내도쫌 뿌리보자!"
분명히 김태형은 전생에 나와 악연이었을꺼다.
화났겠지? 아, 아니 애초에 김태형이 묻는 질문에 바보같이 대답을 하는게 아니었다.
얼굴에 부끄러움으로 피가 몰리는 느낌이 여실히 느껴졌다.
"좀 꺼져 시끄러워."
몇일동안 김태형을 좀 지켜본 결과, 지켜본다는 말이 시각장애인인 나에겐 좀 웃기다,
뭐 그렇게 나쁜아이같진 않아서, 그냥 곁에서 이렇게 치대주는게 고마운 마음도 가끔 들었지만.
오늘처럼이렇게 당황스러운 행동을 할때면 진짜 밉살스러워서, 눈이 보이기라도 한다면 머리칼을 쥐고 짤짤흔들며 눈물콧물 흘려대는 김태형의 얼굴을 보고 승리의 미소를 짓고싶어진다.
막말로, 내가 졸졸쫓아다닌적은 없지..
왜냐면 무섭거든 전정국이.
-
"아 왜에!!!!! 니는 친구생일에 편지하나 못써주나! 뭔데!! 쫌생이야!!!"
"아아아!!!! 쫌!! 편지쓰면 누나라 불러줄께!!"
"그건 원래 불러야 되는거잖아...!"
어제부터 계속 생일편지를 써달라 졸라대는 탓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 지경이다.
퍽이나 웃기게, 전정국이나 김태형 둘,다 제게 누구하나 제대로 누나라 부르는 꼴을 보지 못했다, 편지를 쓰면 누나라 불러준다니 어린아이 같은 발상에 웃음이 절로 난다.
그래도 편지를 쓰는게 꺼려지는게,
어릴때, 딱한번 생일 편지를 누군가에게 써준적이 있었다.
눈이 보이질 않으니 글씨며 줄이며, 엉망으로 뒤엉켜 있었겠지.
친구는 냅다 편지를 열자마자 '까막눈이가 준 생일편지 보래요~'
놀림성 발언을 던지며 반아이들과 편지를 돌려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이후론 편지를 쓰는일이 없었다.
그래도 고마운게 정말 많은 아이인데,
눈한번 딱감고, 한번 써주자 마음먹는 나였다.
오늘은 전정국이 사정이 있다고 조별과제활동을 잠시 스킵해두기로 했다.
하루종일 말한번 못섞는 정국을 볼 수 있는 하루중 유일한 기회인데, 김탄소(은)는 절로 기분이 상한다.
시간도 생겼겠다, 큰 결심끝에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꺼내들고 시내에 나선다.
편지하나 써주겠다고 하니까, 얼마나 치대면서 기뻐하던지, 보이지 않아도 감정을 참 잘드러내는 아이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편지지는 무슨색이에요?"
어떤색인지 알아도 그색을 본적이 없으니 들으나 마나였지만,
상쾌한 분위기를 낸다고 주워들은 노란색,
그게 김태형한테 퍽이나 어울릴것 같아서.
기분좋게 비닐에 쌓인 편지지를 한손에 쥐곤 지팡이를 연신 짚어대며 집으로 돌아왔다.
평일이라 사람이 없어 다행이지, 주말에 시내에 나갔다면 장애인용 지팡이를 보곤 숙덕거릴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밖으로 나갈 생각 조차 못했을테다.
비닐을 뜯는데서 부터 입구를 찾지못해 몇분을 버벅이다 겨우 편지지를 꺼낸다.
바닥에 업드려 절대 쓸일없을것같던 가방 모투리의 볼펜을 한참을 뒤적거려 찾아내,
그렇게 긴장된 손으로 편지를 써내려간다.
분명히 줄이 어긋나있겠지.
분명히 글씨가 더럽겠지.
최대한 반듯하게 접으려해도 지저분하게 접히겠지.
여러 불안한 요소들을 접어두고, 김태형의 생일을 축하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편지를 써 내려간다.
-
정국은 아침부터 저기압이었다.
괜시리 축축 처지는 몸에 전공강의가 끝난 후에도 건물밖을 빠져나가지 않고 그저 뒷쪽으로 자리를 옮긴채 앉아있을 뿐이었다.
저 비글같은 김태형과 김탄소(이)가 아침부터 시끄럽게 옹알대는 꼴을 보자니 안그래도 안좋던 기분이 더욱 저조해진다.
그래도 김태형이 편입해 들어온 이후로 김탄소(이)가 비록 작은 목소리지만,
조잘조잘이야기도 하고, 발끈하며 화도내고 하는 모습은 정말 의외였다.
보아하니 김탄소가 김태형한테 뭔가를 써준모양인데, 김태형이 자꾸만 소리를 내어 읽으려하니
김태형이 어디에 서 있는지도 모르는 김탄소(이)가 이리저리로 눈가린 술래마냥 손을 뻗어대는 꼴이 엽기적이었다.
"태형아. 생일 축하해. 나는 니친구 김탄소(이)라고해. 푸하하하 초딩이냐!"
기어코 그 손짓을 피해가며 한줄을 읽어낸 태형이 배를잡고 웃어댄다.
그럼 또 김탄소 표정이 울그락 불그락, 퍽이나 볼만해 자리를 잡고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기로 마음먹는 정국이었다.
강의실이 시끌벅적한 탓인지 제법 더위가 느껴져 정국이 입고왔던 남방을 벗어 책상위에 올려두곤 팔짱을 킨채 소음의 근원지를 의미없이 쳐다보고 있을 때 였다.
"아...."
결국 김탄소(이)가 저를 놀려대는 김태형을 한번 잡아보겠다 설치다, 강의실 책상의 날카롭게 튀어나온 못에 무릎께를 베이고 만다.
'어휴 멍청이들 내가 저럴줄 알았지.'
따끈하게 흐르는 액체의 감각, 김탄소의 무릎이 제법 심하게 다친건지 흘러나오는 피의 양이 제법 많았다.
결국, 양말에 신발까지 피가 흘러내리는 광경을 목격한 전정국이 귀찮음을 온얼굴에 드리우곤 천천히 김탄소에게 다가선다.
"진짜 쪼끄만한게 더럽게 시끄럽네."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김태형의 어깰 짜증난다는 듯 밀어내곤 정국이 무릎을 구부려 앉아 제 남방을 허벅지께에 꽉 묶는다.
"어...김탄소 미안.."
"어..어 괜찮아.."0
김태형도 김탄소도, 적잖이 놀랬는지 유치원생 싸우고 화해하듯 대화를 주고받는다.
무릎이 찢어진것같아 걷는게 무리라고 판단된 정국이 김탄소를 어깨에 들쳐메곤 강의실을 빠져나간다.
-삐빅
제 차에 김탄소(을)를 밀어넣곤 운전석에 오르는데 , 제 피가 시트에 묻을세라 무릎을 자꾸만 굽히는 김탄소를 보며
정국이 환장하겠단 표정을 짓는다.
"아주그냥 무릎이 다 벌어지길 원하나봐?"
정국이 피가 시트에 묻던말던 탄소의 다리를 조심스레 펴 자리에 앉힌다.
"고마워..."
"하여튼 이래가지곤 조별과제를 언제 다해, 오늘도 보나마나 못하겠구만."
정국이 시선이 제 무릎으로 가는게 부끄럽고 미안했는지 또 무릎을 굽히며 제쪽으로 앙당기려하는 탄소의 손을
- 탁
쳐내며 정국이 말한다.
"씁- 쫌 가만히좀 있어라."
"내가... 조별과제는 PPT만들 수 있게 정리해서 적어올게.."
"그러던지,"
-
정국이 제집 가까운 도로가에 절 내려주곤 쌩하니 가버린다.
제몸에도 은근한 꽃냄새가 베인것 같아 기분이 좋아져서는 또 은근한 웃음이 떨어질 줄을 모른다.
아! 빨리 집가서 조별과제 해야지.
지팡이를 탁탁 짚어가며 향하는 발걸음이 묘하게 경쾌해, 뒷모습이 퍽이나 귀엽다.
-
"형 김탄소가 써온 아이디어 카톡으로 찍어서 전송해 놓을테니까 보고 도안좀 그려와 줘요."
정국이 카톡을 전송하곤 PPT제작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김탄소(이)가 적어온 글들을 읽어내리기 시작한다.
삐뚤빼뚤한 글씨체와 올라갔다 내려갔다, 제멋대로인 글씨들,
줄을 잘못찾아적어 겹쳐져 버린 글씨들이 즐비했지만 그닥 알아보기 힘든편이 아니라 그냥 넘기기로한다.
정국이 탄소의 글을 기초로 PPT자료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얼굴엔 저도모르는 장난기 가득한 웃음이 가득하다.
암호닉(2016.9.25기준)
차차/췸췸맘/비회원/그레이프/고룡/침구/연꾹/남준의 꽃게/윤기이즈마인/난나누우
호석이두마리치킨/쿙쿙/거창아들/청보리청/나무야/스케일은 전국/그 겨울/베개
레드불1일1캔/청포도/이월십잏일/슈슙/설/복숭아젤리
+사담
(암호닉의 오타, 독자님들이 신청한 암호닉이 없을땐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떙깡입니다.
주말에 결혼식에 참석할 일이 생겨서 연재시간대가 엉망이었네요!
항상 글읽어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에 글을쓰는데 힘이 납니다,
보잘것 없는 글 읽어주시고 관심가져주시고, 몰입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암호닉을 처음 받아봐서 모르는게 너무 많습니다.
혹시나 제가 번외나 조각글(부끄럽지만 수위글...등)을 쓰면 어떻게 독자님들에게 메일링해주어야하는지,
암호닉을 신청하신 독자님들의 메일주소를 어떻게 여쭤봐야하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기준, 일교차가 심해서 감기가 걸리진 않으실지 걱정이 됩니다.
감기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