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대학 후배 전정국 X 시각장애 너탄 07
오늘 같은 밤이면
이 거대한 우주속에
너와나 둘만이 남았으면
복잡할 필요없이 헤매일 필요없이
너와나 둘이서 빛났으면
이어폰에서 작은귀를 간지럽게 울리며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다가, 떠오르는 어제의 기억에 눈을 감는다.
보잘것 없는 제 마음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했다는사실이,
아니 그 누군가가 전정국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싫었다.
내자신이 싫었다.
그저 생각난다고, 네가 시도때도 없이 생각난다고, 이감정이 도대체 뭐냐고 물으려했었다.
정국아, 이제 뭔가 알것만같다.
너를 바라보는 내마음이 너무 보잘것없어서,
아니 그마음을 소유한 앞못보는 내가 너무 하찮아서..
니가 많이 불쾌했겠구나, 그냥 쓰게 웃는다.
멍하니 동아리실에서 너를 기다린다.
동아리실 문이열리고 꽃내음이 퍼지면.
정국아 나는 보잘것 없는 내마음을 사과하려고 해.
한없이 부끄럽고 작은 이 마음이 너에게 향하는걸 사과하려고.
- 드르륵
"뭐야."
사람도 없는 동아리실에 홀로 앉아있는 나를 발견했는지, 정국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어.. 정국아.."
분위기완 너무도 이질적인 향긋한 꽃내음이 오히려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난 언제부터 너에게 빠져들었던 걸까.
언제부터 이 죄가 성립되기 시작한 걸까.
"설명해봐."
단조로운 말투로 짧게 말을 내뱉곤 근처의 의자를 하나 끌어당겨 앉았는지 잠깐의 소음이 지속되고,
또다시 차가운 말투가 뱉어진다.
"설명 해보세요. 할 이야기 있을텐데."
그말에 정국의 시선에 비치는 탄소의 손이 떨려온다. 눈으로 봐도 보일정도로, 그렇게 애처롭게 떨어댄다.
무슨이야기부터 뱉어내야 할지 고민하는 표정, 분명 할말이 있어서, 사과하고싶어서 찾아온건 김탄소 저였지만 정국의 기에 눌려,
어떤이야기부터 꺼내야 할지 고민하는 그 멍청한 표정.
정국은 또 대답없는 김탄소의 태도에 기분이 상한다.
왜 이런 덜떨어진 년이 가진 애정의 대상이 제가 되어야 하는지, 정국은 저를 찾아와 눈앞에서 우물쭈물거리는 김탄소를 바라보고 있는 이 상황이 몹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미안해...정국아, 내가 응, 내가 실수로...."
"실수?"
"어.. 어 그러니까 내가 술을 마셨었잖아... 그래서 응..."
"술마시면 앞으로 다 고백하겠네요 누나, 아 진짜 거지같네."
"아..아니 그런건 아니고.. 어쨋든 정국아.. 그런거 아냐.."
"그런거?"
끊임없이 정국이 되묻는다. 탄소의 마음을 몰라서 저리 몰아 붙이는건 아니다.
그냥, 초점도 맞지않는 멍한 눈으로 제 질문이 되돌아 올때마다 눈에띄게 당황하는 꼴이 웃겨서,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그얼굴에 눈물이라도 자아내고 싶어서.
"좋아해서.. 좋아해서 생각난다고 한거 아니야..."
'정국아 나는 니가 너무 좋아' 한 감정이 얼굴에 가득한 채로 퍽이나 믿을 거짓말을 뱉어낸다,
정국은 그 꼴도 너무 웃기게만 받아들여졌다.
"그럼 싫어해?"
정국은 그냥 실컷 놀려주자 싶었다.
이미 김탄소의 얼굴에선 닭똥같은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댄다.
"아냐! 좋아해.. 어, 그러니까 남자로써 좋아하는게 아니구..으으"
"...."
정국은 그냥 팔짱을 끼고 그 뭉게지는 발음으로 내뱉는 소리를 한번 들어나 보자 싶어 대답을 삼간다.
"내가 어떻게.. 너같은애를 ...흐으,,, 미안해 정국아.."
그래, 제 주젤 잘 파악하는듯한 말이 나오자 괜한 만족감이 얼굴에 스민다.
"누나, 그만울고. 다신 마주치지말자, 응? 조별과제도 잘 해내 놓고 학교에 불편한사람 생기기 싫어요 나도."
정국이 할말이 끝났다는듯 미련없이 일어나 동아리 방을 나서면,
그렇게 상처받은 마음이 남아 숨죽여 운다.
-
"야!!!! 탄소누나!!!! 태형이왔다 이야~ 오늘도 얼굴이 고마 절구에 빻은 메주마냥 그냥~....어?"
"뭔데 니 우나?"
편지를 써 준 이후로 제 무릎을 다치게 한게 퍽이나 신경 쓰였는지, 낮부터 우물쭈물 거리던 김태형이 탄소를 발견했는지 격하게 반기며 다가오다 붕어마냥 부은 얼굴을 보곤 화들짝 놀란다.
소매로 비벼닦아댄 눈가가 발갛게 열이 오른게 눈에 띄였는지 크고 따듯한 손으로 눈가를 꾸욱꾸욱 고양이 꾹꾹이 하듯 눌러주는 태형이었다.
"집에 가자 누나야"
대중교통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몇정거장씩 되는 거리를 그냥 걸어다니는 나였지만, 오늘은 도저히 맨정신으로 걸어갈 기분이 아니였기도 하고,
쨍알 거리는 김태형이 같이 버스를 타자 성화였기 때문에 못이기는척 버스에 올라선다.
"대학생 두명이요!"
버스에 오르기 전 내 지팡이를 착착 접어선 내 가방안에 넣곤 큰손으로 내손을 잡곤 성큼성큼 버스에 올라탄다.
"기대라 누나야 오늘은 하루만내가 태형이 오빠한다!"
억지로 제 어깨에 기대게끔하는 김태형에 웃음이 샐샐 나와 마음이 편해진다.
태형이가 정국이였으면..
그렇게 말도안되는 바램을 속으로 꾹꾹누르면서,
"태형아..."
"응?"
"나... 정국이 목소리가 너무 듣고싶어.. 정국이 향기도 맡고싶어...정국이가 너무..."
"누나야... 쉿 남자가 큰맘먹고 어깨빌려주는데 딴남자 이야기 하기 있나,"
또 눈시울이 붉어져 소매로 눈물을 닦아내려 하자,
조용히 또 그 큰손으로 눈가를 덮어주는 태형이다.
그렇게 집앞 정류장에 도착할때까지, 그 따뜻한 손바닥에 내 눈물을 모두 쏟아냈다.
"누나! 집으로 바로가! 전화해서 확인한다?"
묘하게 어린것 같으면서도, 한참을 성장해버린, 그런 피터팬같은 김태형의 목소리가 점점작아지면.
가방을 한참을 뒤적거려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꺼내든다.
탁탁탁 차가운 바닥을 짚어가며 걸어가는 지팡이가 오늘따라 불쌍해서 또 울컥한다.
제 눈으론 담을수 없는 정국이 또 듣고싶어진다, 그 향기가 그리워진다.
제 모자라고 하찮은 마음이 밤기운에 또 욕심을 내는구나 싶어 한없이 서럽다.
달빛은 그런 처량한 김탄소를 비추어주기에도 벅찬지, 몇겹의 구름뒤로 자꾸만 숨는다.
오늘은 김탄소에게도 김태형에게도, 정국에게도 너무도 무거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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