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치노 - 316
조카 데리러 온 삼촌 윤기 x 유치원선생님
01. 참 안닮은 삼촌과 조카
꽃잎유치원의 개나리반은 오늘도 정신이 없다. 얘들아, 너흰 지치지도 않니-
낮잠시간이 되었는데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려는 아이들때문에
이마에 손을 올리고 서 있다가 동화책을 하나 들자 아이들이 앞에 모여앉았다.
"자리에 가서 누워야 선생님이 읽어주죠오. 개나리반에서 제일 착한친구가 누구지이?"
지미니여!!- 아니야!태태야!- 아이들은 누가 제일 착한지 다퉈가며 제자리에 가 누웠다.
만족스럽게 미소지은 나는 천천히 동화책을 읽어주었고 반페이지정도 읽었을 때 아이들은 모두 잠이 들었다.
"성생닌"
고 생각했으나, 한 아이가 한쪽 눈을 비비며 이불을 걷어내고 앉았다. 평소에 애교가 많고 잘 웃는 지민이였다.
아이의 고사리같은 손을 잡고 놀이방으로 데려왔다. 마침 튤립반 선생님이 쉬고 계셨기에 방안의 아이들을 부탁드리고 지민이에게 코코아를 미지근하게 한잔 타 주었다.
"지민아. 왜 잠을 못 자. 잠이 안와?"
뜨거울까봐 미지근하게 타준 코코아를 호오호오- 불어가며 마신 지민이는 평소답지않게 포옥-하고 작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더니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슬퍼서 자미 안오자나여어"
응? 지민이가 왜? 왜 슬펐을까아?- 하고 묻자,
"오느른 지미니가 종일반인데두 엄마가 못온다구해서여."
응. 선생님도 들었어. 엄마가 많이 바쁘신가보다. 많이 서운했겠네에- 하고 머리를 쓸어주고 등을 토닥이며 달래주었다. 그랬더니,
엄마가 지미니때무네 바쁜거니까여. 지미니 맛있능거 사줄라고. 맞쪄? 지미니 자러갈게여어- 그런소리는 어디서 누구한테 들은건지.
지민이는 제법 어른스러운 소리를 하더니 씩씩하게 이불이 깔려진 방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뒤돌아보면서
"선새미. 토닥이 해주세여어"
어,그래. 선생님 갈게- 그럼 그렇지, 웃으면서 따라들어가 지민이를 재웠다.
*
대부분의 아이들이 집에 가고 종일반 아이 여섯명이 남았다. 아이들의 손에 크레파스를 쥐어주고 그림을 그리고 놀게 했다.
곧 다섯명의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데려가시고, 마지막으로 혼자 남은 지민이가 입이 댓발 나와있었다.
튤립반, 장미반, 민들레반 아이들 모두 가고, 다른반 선생님들도 나에게 정리를 맡기고 간 상황이었다.
나도 점점 걱정이 되고 있었다. 전화를 해봐야하나- 하고 지민이를 보는데,
"삼촌은 맨날 뻥쳐! 거진말쟁이야."
눈물이 고인채로 노란색 크레파스를 쥐고 마구 낙서하던 지민이는 이내, 삼촌 미어!- 하더니 엉엉 울면서 내게 안겼다.
등을 토닥이며 달래보았지만 소용없었다. 5시까지오셔야하는데 5시30분이 되도록 오지않는 삼촌때문이었다.
달랜지 5분쯤 되어갈 때 유치원 초인종이 울려서 아이를 안고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문을 여니 지민이의 삼촌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죄송해요. 좀 늦었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하고 나도 같이 인사를 했다. 남자는 나와 지민이를 번갈아보더니 이젠 나를 아주 빤히 쳐다보았다.
꼭 내가 지민이를 울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아니, 제가 울린거 아닌데요.
"지민아, 이리와."
"시져!"
남자의 표정은 당황 그 자체 였다. 그러나 애써 태연한척 하더니, 지민아, 왜그래, 삼촌이야- 하며 내품에서 지민이를 데려가 안아들었다.
"많이 바쁘셨나봐요. 지민이가 삼촌 많이 기다렸어요."
"선생님도 많이 기다리셨죠.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얼른 데리고 가 보세요. 아, 지민이가방 가지고 나올게요."
부랴부랴 지민이 가방을 다시 챙기고 유치원 현관으로 나갔다. 내가 건네는 가방을 받아 든 남자는
지민이를 안지 않은 다른 어깨에 가방을 걸치고 내게 목례를 했다.
지민이는 삼촌품에 꼭 숨어있다가 고개를 들고는 젖은 눈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민이 잘가. 내일만나자- 꽃잎어린이 잘가세요- 빠밤!"
뭐지. 원래 빠밤 하면 배꼽인사를 해야하는데 지민이가 인사를 안한다.
지민아, 배꼽인사, 빠밤- 다시 말해봤지만,
"선새미 가치 가."
같이 가자는 대답만 돌아왔다. 어, 지민아. 오늘 유치원차로 가는게 아니라서 같이 못가는데 어떡하지? 다음에 같이 가자-
하고 머리를 쓰다듬으니 고개를 세차게 젓는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를 보니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태워줄 기세.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자 준비하고 나오라며 현관밖으로 나갔다.
와, 지민아. 너네 삼촌 제멋대로시구나.
지민이가 어질러놓은 책상 위를 대충 정리하고 가방을 들고 나왔다.
현관문을 잠그는데 저 뒤에 흰차 앞에서 둘의 목소리가 들렸다.
"울보냐."
"지미 울보아냐!"
"웃기시네. 울었으면서."
"안니야!"
"울보네 울보."
"안냐! 삼촌때매 삐져! 어어어엉-"
하, 저 사람 애 울리기 신공인가봐- 이마에 손을 올리고 둘에게로 가니
적잖이 당황한 남자가 동공으로 팝핀을 추면서, 타세요- 한다.
지민이가 성생니이임- 하면서 삼촌이 자기를 놀렸다면서 손을 잡고 울길래 그대로 들어안아 뒷좌석에 같이 탔다.
차안에서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 남자는 한 2주정도 자기가 지민이를 데려와야한다고 했다.
심지어 다음주, 한주 동안은 지민이의 부모님 두분 다 출장을 가셔서 유치원이 끝나고도 자신이 돌보아야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남자의 직업은 음악 프로듀서였고, 아이를 오랜시간 돌본 경험이 없어 많이 서툴다고 했다.
"태워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민이 잘가. 꽃잎어린이 인사- 빠밤!"
"빠밤, 안냐히 가세여어-"
"들어가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엉겁결에 차를 얻어타고 집에 도착.
남자는 지민이가 배꼽인사 하는걸 흐뭇하게 바라보더니 차를 몰고 갔다.
지민이는 창문에 붙어서 내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정말 하나도 안닮은 삼촌과 조카구나, 싶었다.
**
그 이후로 5일동안 남자가 지민이를 데리러 왔다.
벌써 5번째 지각이었다. 그러니까, 매번 지각이었다는 소리다. 지민이는 이제 포기했는지 열심히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난 왜 포기가 안될까. 나 이제 집 일찍 가고 싶은데. 혼자 남기 싫은데. 지민아 선생님 집가구 싶어.
지민이의 고사리 손을 잡으며 슬퍼하는데 초인종이 울려서 신나게 현관으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오셨,악!- 뜻밖의 분홍머리에 겁나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날라린줄. 지민이네 삼촌이셨다.
내가 소리를 지르자 머리카락을 매만지면서 어색하게 웃은 남자는 지민이는 어딨냐고 했다.
후 식겁했네. 지미나, 삼촌오셨어- 하고 놀이방으로 가 지민이를 데리고 나오자 남자가 없다.
역시 제멋대로시구나. 지민이 손을 잡고 유치원을 나섰다.
"지민이 놀라면 안돼요. 삼촌 부농머리됐어."
"지미가 부농해주라고 해써여!"
헐. 지민이가 시킨거였어. 남자가 분홍으로 염색을 한 이유는생각보다 멋진 이유였다.
현관문을 잠그고 차로 가자 지민이삼촌이 창문을 내리고 타라고 하고 있었다.
무서워. 나 안탈래.
지민이는 신이 나서 내손을 놓고 차로 달려갔다. 삼초오오온!!-
남자는 피식웃더니 야, 멋있냐?- 했고 지민이는 고개를 마구 끄덕이며 세계채고야!- 라고 했다.
알 수 없는 집안. 나는 또 이마에 손을 올리고 그의 차에 올라탔다.
-
걍 유치원에 애기데릴러 오는 윤기가 쓰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런글을 찌게 되었네여.
[암호닉]
침벌레
난나누우
꿈틀이
낮누루눈누우
나무야
자몽해
쫑냥
모찌한찌민
꽁뇽
감사드립니다. 망상하다가 자급자족하는 글인데 암호닉도 신청해주시구ㅠㅠ
제 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