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짝사랑 전과는 몇범 입니까? prologue
내 짝사랑이 '전과'라고 표현되는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더럽게 쪽팔린 기억이라서, 어쩌면 병일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이나이가 먹도록 제대로된 연애한번 못해보고 있는게 아닐까. 시간을 거스르고 거슬러서, 내가 짝사랑 초범 일때쯤의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면 뭐 그닥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이왕 이야기를 시작한거 한번 회포나 풀어보자 싶다.
막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였나, 같은반 반장을 열렬히 사랑하던 그때로 돌아가보자, 내가딱히 예쁜편도 아니고, 그 죽어라 소심했던 내가 누군가를 짝사랑했었다는건 정말 희한한 일이었다. 반장은 하얬고, 눈이 세모였다. 나는 왜 그 하얗디 하얀 모습에 남몰래 가슴떨려했나. 어쨌든 이 짝사랑이 범죄로 성립되기 시작한건, 내가 끊임없이 구애의 행동을 시도한데에 있었다. 허구언날 바나나 우유를 사 반장의 자리위에 올려놓는가 하면, 어떤 용기가 샘솟았는지 가끔 우유에 포스트잇을 붙여 나의 뜨거운 마음을 표현했었다.
초범의 범죄는 미흡했고, 우스웠다. 아직도 그 포스트잇만 떠올리면 뒷골이 땡겼다.
'그대의 아름다운 세모눈에.. 반했어요'
이게 뭐냐고?
그래, 내가 쓴 포스트잇의 일부다. 믿기어렵다고? 응 사실나도.(심지어 익명이 아닌 내이름을 정자로 반듯하게 적어 붙였었다. 지저스)
고등학교때 한참 솟아올라야 할 그 문과기질이, 짝사랑을 막 시작한 중학교 1학년이었던 나에게 왜그렇게 뜨겁게 샘솟았던건지, 가장 기억에 남는 저 세모눈 발언 이외에도,'당신의 새하얀 볼에 볓빛이 흐르는 것만 같아요...'라던지,'너의 길게뻗은 다리를 볼때마다 내 심장이 발광을 해'라던지 정말 지금 그때의 내가 눈앞에 있다면 뺨을 후려버릴듯한 망언들을 꾸준히 포스트잇에 적었었다. 어쨌든 다시 그 아이를 만난다면 그 포스트잇을 기억에서 지워버리라고, 흡사 맨인블랙에 나오는 기억을 지워주는 장치처럼말이다. 그렇게 소리치고싶다. 난 그짓을 3년동안이나 했다.반장은 졸업이 다 되어서야 간신히 친해졌었는데, 졸업식날 내가 써줬던 포스트잇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몇가질 손에 꼽아가며 발언해 내 면전에 쪽을 줬다. 아 그리고 이건, 걔도 모르는 비밀이겠지만.
가끔 점심을 거르는 반장이 점심시간에 잠들어 있는 틈을 타 몰래 그 새하얀 볼에 입을 맞추기도 했었다. 이것 또한, 지금 생각하면 이불을 뻥뻥 차게끔만드는 범죄 행위중 하나였다. 그냥 조용히좀 살지 김탄소. 어쨌든 나의 이 순수했던(전혀 순수하지 못했던.) 짝사랑 전과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이런 일련의 행위들이 완벽범죄라고 생각했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 범죄의 두번째 전과는 고등학생이 되어서 시작된다, 앞서 언급한 반장은 고등학교를 가면서, 어딘가로 사라졌다. 3년동안의 징한 짝사랑이 끝나는 순간이었는데, 이제는 그냥 쪽팔리고 이불킥을 자처하는 흑역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냥 그때의 내가 너무 쪽팔려서 지금와서 걔를 마주친다면 정말 미쳐 돌아가실 지경이다.
어쨌든간에 내 두번째 전과 이야기를 한번 시작해 보겠다.
나는 중학교 3년의 짝사랑을 기점으로 1년의 휴식기를 가졌다, 근데. 그녀석이 신입생으로 들어옴으로 인해 나의 범죄기질은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애 이름은 전정국이었다. 왜 여기선 이름까지 언급하느냐고? 일단 들어보라, 왜 이 아이의 이름까지 언급해가며 두번째 전과를 설명하는지는 천천히 이야기 해주겠다.
어쨌든 그아이를 처음 본 순간, 나는 느꼈다.김탄소!!! 물어!! 난 흡사 사냥감을 발견한 도베르만 마냥 흥분해 날뛰는 가슴을 진정 할 수 없었다.
그아이의 주변엔 항상 친구들이 들끓었고, 하얗고 키가컷으며, 노래를 잘하고, 운동또한 잘하고 목소리가 좋으며.... 여튼 사기캐의 집합체인 전정국에게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는건 죄와도 같았다. 그래서 시작했다 나의 짝사랑을. 나는 전과가 있는 범인답게, 나의 범행 수법을 동일시 해 치밀하게 짝사랑을 시작했다.
우선 걔가 들어갔다는 동아리를 수소문해 들어갔다. 같은 반에 앉아있는것 만으로도 가슴이 설레고 펄쩍거리고, 난리도아니었다. 나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전정국의 뒤에서 옆자리를 차지해, 열심히 스도쿠를 했다. 스도쿠 동아리였으니까 당연한건가. 그아이의 손에 쥐어진 연필이 되고싶었다. 아니면 스도쿠 종이라도.
우선 나는 변태는 아니다. 그냥 연쇄짝사랑 꾼 일 뿐이다.
전정국은 내가 은근히 흘끔대는걸 눈치채지 못하는듯 싶었다. 나는 그 넓찍한 등판마저 좋았다. 가끔, 문제지를 뒤로 넘겨주면서 말을 걸어 줄 때도 있었는데. 진짜 얼굴이 새빨개지고 말을 버벅댔다. 그때쯤 이었나, 전정국은 그제서야 서서히 내 범죄를 알아채기 시작했다.
등교시간은 항상 전정국이 등교하기 10분 전이었다. 나는 일면 뚱바 (뚱뚱한 바나나우유)를 사들고 갈 일이라곤 전혀 없을 줄로만 알았던 1학년 교실, 전정국자리앞을 서성거리다, 누군가가 등교하기 전 빠르게 우유를 놓아두곤 도망쳤다. 물론 포스트잇도. 오해는 말자, 이젠 중2병 걸린 미친년의 멘트는 더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오늘도 화이팅!' 이라던지 '날씨가 추운데 따듯하게 입고다녀' 하는둥의 비타민음료 겉표지에 붙어있을법한 멘트를 쳐댔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으로썬 이게 더 쪽팔렸다.
정국은 매일 그렇게 화이팅넘치는 멘트가 붙여져있는 뚱바를 매일 받아마셨다. 포스트잇 맨 아래엔 항상 정자로 내이름을 적어 넣었으니, 내가 주는 것 인줄은 알고있었겠지만,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가끔 동아리시간이 되면, 스도쿠 종이를 넘겨주면서 나에게 "우유 잘먹었어요" 등의 샤랄라한 말을 내뱉어주며 내 안녕한 심장에 전혀 안녕하지 못한 감정을 마음대로 심어줬다. 그래 나는 솔직히 착각했다. 중학교때 그 세모눈 반장은 내가 우유를 매일 사다 바치는데에도 불구하고 고맙다느니, 맛있다느니 하는 말 따위는 내뱉지 않았는데, 이렇게 직접 눈을 바라보며 감사의 표시를 해대는데, 어떻게 착각을 하지 않을 수가 있지.
나는 소심했고, 친구가 없었으며, 찌질했고, 멍청했고.그래서 정국이 간간히 해주는 감사표시로 내 빈곤한 짝사랑을 이어갈 수가 있었다.
가끔 농구를 하곤, 땀에 젖은채로 제 친구들과 거칠게 하이파이브를 하는 정국의 모습을 보면서 베시시 웃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뭐 내가 이렇게 열렬한 짝사랑을 진행중이라는건 1학년사이에서 유명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정국이 길을 걸어갈때나, 농구를 할때 동아리활동을 할때 항상 주변에선 나를 쳐다보면서 비웃던 사람들도 있었다.
"저누나 또 니본다ㅋㅋㅋ 징하다 진짜" 뭐 대충 이런 멘트였는데, 그때는 그게 비꼬는 건 줄은 전혀 몰랐다. 그냥 내가 전정국을 쳐다보니까, 그럴 말해주는갑다 싶어서 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기 어필을했었다. 정국은 그런 친구의 말에도 나를 봐주는일이 거의 없었다. 그때는 그것마저 멋있었다. 저렇게 시크한 왕자님이...
아 그때가 전정국 생일 때 였나, 내가 큰맘먹고 많은시간을 투자해 연인들이 자주들른다는 도자기공방 카페에 홀로 찾아가, 정국의 얼굴이 새겨진 머그컵을 하나 만들었었다.
지금 전공과도 상관이 있겠지만, 나는 그림하나엔 자신있었다. 어쨌든 정국은 내가 공들여 만든 자기얼굴이 새겨진 머그컵을 받아들곤, 시니컬하게 웃으며 간단한 감사를 표했다. 묘-하게 가슴이 벅찼다. 이제 전정국은 내가만든 머그컵을 사용하면서, 내 생각을 할꺼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뭐 그런 범죄행위들을 이어가다가, 나는 3학년이 되었다. 담임이 무얼 하고싶냐 물어서, 나는 메이크업아티스트가 되고싶다고 했다.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를 꾸며주는 일에 큰 매력을 느껴 선택한 직업이었다,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와 처음으로 정국에게 관심이가는 정도와 맞먹을 정도로 관심가는 무언가가 생겼다, 바로 메이크업 이었다.
그 빈도가 줄었어도, 나는 여전히 정국이를 좋아했다, 가끔 복도를 거닐다가 마주치면 바보같이 웃기도 했었고, 바나나우유를 사 책상위에 올려두었으며, 화이팅 넘치는 포스트잇도 그대로였다. 어쨋든 3학년에 들어서 나는 내 진로에 대해 열심히 노력했다. 수능까지 열과 성을 다해 풀어냈으며, 결국엔 내가 원하는 대학에 붙어 졸업만을 기다리는 흔한 고3의 시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여전히 정국을 짝사랑하는채로. 여기서 아직까지도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점 하나는, 잠든 정국의 볼에 내 입술을 무턱대고 비비지 않았다는것, 바로 그건다. 하마터면 밤새 이불을 찰 요소를 하나 더 추가할뻔 했다.
졸업식 날이었다. 정국이 졸업장과 여러 서류들을 들고 학교 밖을 나서는 나를 불러세웠다.
"누나" 나는 그 굵직하다면 굵직한, 그리고 미성이라면 미성인 그 목소리가 가슴을 설레게 했다. 뭐지? 뭐지! 싶어 돌아봤는데, 뒤에는 정국과, 그 친구들 몇명이 서 있었다.
"누나 나 좋아하죠?" 정국이 해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주인을 오랜만에 만난 개새끼마냥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2년간의 범죄같던 짝사랑이 드디어 맞사랑이 되는건가 싶어 설레는 맘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근데 웬걸, 정국이 똥씹은 표정을 지으며 제 주머니에서 오만원권을 꺼내 친구에게 넘기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아 진짜 좋다고 고개 끄덕일줄은 몰랐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국의 옆에서 오만원권을 받아든 친구가 배가 찢어질듯하게 웃으면서 정국의 어깨를 툭툭 쳤다.
삽시간에 얼굴이 붉어지며 상황파악이 됐다. 그니까.. 내기를 한거지 지금? 정국은 그렇게 표정을 굳히며,(아마 오만원권이 아까워서 일거다) 친구들과 학교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그게 정국의 마지막 모습이자, 내 두번째 짝사랑 전과의 마지막이었다. 이날은 짝사랑전력 처음으로 엄청난 눈물을 쏟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도, 그저 지나간 흑역사일 뿐이다. 정국이 보고싶다거나. 상상하며 혼자 가슴이 설렌다거나 하는일은 없었다. 두번의 전과끝에 알아챈 사실은, 내 짝사랑은 뒤끝이 없다는거였다.
그리고 25세의 지금, 나는 세번째 짝사랑의 시작점에 마악 도달했다. 그러니까, 대학시절 만난 경영학과 선배인데. 사실 뭐 대학을 다니면서도 계속 좋아해왔지만, 나도 이제 약간의 자존심이란게 생겨서, 짝사랑에 마악 도달했다고 표현했다. 어쨋든, 그 선배는 경영학과를 다니면서 나에게 누누히 졸업을 하면 꼭 엔터테인먼트를 하나 차리고 싶다고 말했었다, 나는 그런 선배가 너무 멋있어 보였다, 쨋든 선배는 정말 졸업과 동시에 보란듯이 기획사 하나를 차려냈다. 또 하나 내가 짝사랑에서 빠져 나올 수 없던 포인트는, 그 기획사가 기똥차게 잘되었다는거다. 연예인에는 관심이 그닥 많지 않아서, 그냥 그런 회사하나를 운영한다는 선배가 너무 멋있어서, 그래서 그 매력에 한참을 허우적대는 중이다.
정말 운이좋게도, 그런 선배의 회사에서 내가 필요하다 도움을 요청해왔다, 뭐 일하던 스타일리스트 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임신을 해 휴직을 했다나, 선배는 염치불구하고 부탁을 하나 하자며 나에게 기획사 아이돌하나를 맡아, 메이크업과 코디네이션을 한달만 해줄수는 없냐고 물었다. 졸업 후 접점이 없던 선배와 썸띵이 생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나는 열과 성을 다해 하겠다고 했다, 꼭 하고싶다고 했다.
그리곤 만났다.
중학교 시절 3년의 시간을 모조리 투자해, 열렬한 짝사랑을 표현했던 세모눈 반장 민윤기와,
고등학교 2년의 시간을 모조리 투자해, 열렬한 짝사랑을 표현했던 만인의 남자 전정국을.
현재 열렬히 짝사랑하고 있는 나의 선배의 기획사, 그 기획사가 이끄는 방탄소년단 이라는 그룹에서 말이다.
지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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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땡깡입니다.
그냥 갑자기 학교끝나고 집오는 길에 생각난 소재라 무턱대고 적기 시작했는데, 미친 이런 글쓰기에 신명나는 소재가!
어쨋든... 이거 어떻게 할까요ㅎㅎㅎㅎ
연재 한다 쳐도 텀이 엄청 느릴것 같지만.. 일단 사랑합니다 독자님 이거 다쓰고 메일링하러 가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