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아빠, 우리 이혼할까요?
: 지쳐버린 기다림
시침이 몇번이나 돌았는지 모르겠다. 아까까지만해도 8을 가르키던 시침은 벌써 3을 가르키고 있었고 아빠를 기다리던 윤미도 잠든 새벽이였다. 이번이 벌써 몇번째일까 지끈거리며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오지 않는 윤미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이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말거야 하는 다짐과 동시에 비밀번호를 두드리는 소리와 윤미아빠. 아니 민윤기가 들어왔다.
"술냄새, 또 술 마신거에요?"
식탁에서 일어나 민윤기를 맞이하러 현관문까지 걸어나가자 나를 흘깃 쳐다보던 민윤기가 자신의 손에 쥐어진 정장마이를 건냈다. "윤미아빠 이야기좀 해요"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거실안으로 걸어가던 민윤기가 쇼파위로 쓰러졌다. 윤미아빠, 한번더 낮은 목소리로 민윤기를 불렀다. 눈을 감은체로 아무런 반응이없는 민윤기의 모습에 꾹꾹 참아왔던 화가 터졌다.
"언제까지 이럴거에요? 윤미는 아빠보고싶다고 자야할시간을 훨씬 넘겨서 새벽 12시가 다되서야 잠이드는데 당신은 어떻게 우리 생각은 안하,,!"
"내일 이야기 하면 안될까 "
내 말은 거기서 끝이였다. 피곤함으로 무마시키려는 민윤기의 행동에 더이상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윤미아빠"
"나 오늘 정말 피곤해요. 내일 이야기 하고 싶어. 내일은 정말 일찍 올게요. 약속해 내일은 정말 윤미랑 외식하러가요"
그 말을 끝으로 쇼파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키던 민윤기는 안방 문을 닫고 들어갔다. 아 , 오늘도 이렇게 끝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미랑 외식하러가요' 그 말에 조금이나마 부풀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이 사람이 표현은 못해도 자신의 딸만큼은 항상 생각하고 있었구나 굳게 닫혀진 안방문을 바라보다가 쇼파위에 누워 옆에있던 담요를 펼쳤다. 방금까지만 해도 누워있던 윤기의 온기와 그리고 비록 술냄새에 묻혔지만 느낄수 있는 윤기의 향기 항상 그리웠던 그의 품을 이렇게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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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배고파-"
식탁위로 엎어지던 윤미의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웃었다. 많이 배고파? 조금만 기다려보자 . 내말에도 찡찡거리며 보채는 윤미의 목소리에 나도 짜증이 솟구쳐올랐다. 어찌 외식하자던 사람은 연락한번이 없지 벌써 윤미아빠가 퇴근할 8시를 넘긴 9시를 가르키는 시계를 신경질적으로 엎었다. 예쁘게 원피스를 입고 식탁위로 엎어진 윤미는 결국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내며 자신의 방으로 문을 닫고 들어갔다. "아빠 미워!!"하는 짜증과 함께.
그런 윤미를 쳐다보다 휴대폰을 들어 다시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윤미아빠] 신호음은 끊기지 않았고 결국은 윤기의 목소리가 아닌 기계음으로 끝을 내고야 말았다. 화장을 했던 얼굴은 일그러져갔고 입고 있던 원피스를 벗어던지고는 평소에 집에서 입던 츄리닝으로 갈아입었다. 그래 기대를 했던 내가 바보였지. "윤미야 밥먹자" 윤미를 불러냈지만 한참동안이나 답이없던 윤미가 문을 열고 얼굴을 빼꼼 내밀어 물었다. 아빠 왔어? 그 말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을것만 같았다. 저 어린것은 아빠가 오기를 저렇게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빠라는 사람은 정말
"엄마, 아빠는 많이 바빠?"
밥을 먹고 있는 윤미의 뒤에서 머리칼을 쓸어 묶었다. 응, 아빠가 많이 바쁜가봐 내 말에 시무룩해진 윤미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나를 쳐다봤다. "오늘도 꼭 전해줘 엄마 윤미는 아빠가 바빠서 정말정말 밉지만 그래도 많이 사랑한다고" 예쁘게 말을 하는 윤미를 한참이나 바라보며 웃었다. 그런 내 웃음에 보답하듯 윤미도 활짝 웃어보였다. 자신과 놀아주지도 못하고 매일 술을 먹고 들어오는 자신의 아빠가 그리 좋을까 싶어 오늘은 꼭 하고 다짐하며 윤미의 손에 숟가락을 다시 쥐어줬다. 응 엄마가 꼭 전해줄게 고개를 끄덕이던 윤미는 다시 식어버린 밥을 떠먹기 시작했다. 아빠와 놀러가게 되면 꼭 입겠다고 다짐했던 원피스를 입고선
12시를 훨씬 넘긴시간에 결국은 내 화가 다해 전화하지 않겠다 다짐했던 윤미아빠의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네 형수님-" 하고 전화를 받는 상사의 목소리에 조심스레 입을 뗐다. "네, 안녕하세요. 집사람이 아직 집에 안들어와서 혹시나 옆에 있나해서요,, 연락을 안받아서 폐끼치는걸 알면서도 연락드렸어요 죄송합니다" 그런 내 말에 남준씨가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뇨아뇨 괜찮아요 죄송하긴 형수님이 뭐가 죄송하세요 잠시만요 하고 한참이나 길어지는 텀에 무엇을 하고 있었나 싶었지만 다시 들려오는 남준씨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해요 형수님, 윤기가 나중에 다시 전화를 주겠다는데요" 아 그래요,,? 네 알겠습니다. 분명히 술잔이 부딪히고 시끌벅적한 공간속에서 윤기의 목소리가 들리는데도 윤기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분명히 내 전화인것을 알고 있었을텐데도 윤기는 누군지 확인조차 하지않은체 연락을 거부했다. 오늘은 꼭 윤미 데리고 외식하자고 그래놓고 약속한다고 그래놓고는 결국은 지쳐버린 기다림에 휴대폰을 닫고 불을 껐다. 이젠 더이상 이 공간에선 민윤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윤미의 방안으로 들어갔다. 아빠가 오기까지 기다리겠다던 윤미는 자신이 소중하게 아끼던 원피스를 입은체 잠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오늘 유치원에서 가져온 가족을 그린 그림과 함께. 그 모습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숨을 참으며 혹여나 윤미가 깰까. 윤미의 방문을 닫고는 급히 베란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엉엉 윤미의 그림을 손에 쥔채로 베란다에서 눈물을 쏟았다. 정말 좋은 아빠가 되줄줄 알았다. 윤미에게 외로움을 주지 않고 주말마다 윤미와 함께 해주는 그런 좋은 아빠가 되줄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무참히도 무너졌다. 윤미와 함께 해주는 시간은 물론 나와 얼굴을 마주하고 밥을 먹을 시간조차 부족했다. 그런 윤기의 모습에 이런 사람과 살아도 될까. 하는생각이 눈물과 함께 쏟아져 내렸다. 이젠 이 기다림이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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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에서 한참이나 눈을 감고 있었을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눈앞이 밝아왔다. 몸을 일으켜 현관문을 쳐다보자 비틀비틀 또 술에 취한것인지 얼굴이 붉어진 민윤기가 신발을 벗어던지고 현관앞에 주저 앉아 몸을 뉘이고 있었다. "윤미아빠 " 잠긴 내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던 윤기가 또 다시 입을 떼냈다. "어 미안해" 그 무심한 사과가 왜 그리 가슴이 아픈건지 또 울컥 눈물이 쏟아질것 같았다. 아랫입술을 물며 눈물을 참아내는 나를 바라보던 윤기가 정장마이를 건내고 일어나 쇼파에 앉아 넥타이를 풀어내며 또 다시 내게 말했다. 정말 미안해 오늘 외식하자그래놓고 연락못해줘서 미안해 그 말에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당신은 알고 있었음에도 연락한번 하지 않고 그렇게 술을 마시고 들어온거였어. 숨을 참아내며 우는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민윤기가 비틀비틀 힘든 걸음으로 내 앞으로 다가와 술냄새로 가득한 몸으로 나를 안으며 말했다.
"정말 미안해 윤미엄마"
찢어진 아랫입술을 풀어내며 윤기를 밀어냈다. 더이상 우선순위는 내가 아니였다. 아니 그것까지는 괜찮았다. 우선순위에 나는 벗어나있어도 괜찮았다. 하지만 우리 윤미만큼은 당신의 우선순위에 있어야 하는거잖아. 윤미만큼은 당신의 그 술자리보다 먼저 우선순위에 있어야하는거잖아. 그게 당연해야 하는게 맞는거잖아 당신은 윤미아빠니까. 내가 뭘 그렇게 큰걸 바란걸까. 주말에 윤미와 한번 놀러가주는게 퇴근시간에 맞춰와서 윤미와 따뜻한 밥한번 먹으며 윤미의 유치원생활 이야기를 물어주는게 윤미를 안아주며 그려온 가족사진을 칭찬해주는게 그렇게 당신에겐 힘이든거였을까. 건내받은 정장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한참이나 주고오는말은 없었다. 그러다 먼저 내가 입을 먼저 떼냈다. 이렇게 된다면 윤미를 위해서도 맞는 질문을 해야 했다.
"윤미아빠, 우리 이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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