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아빠, 우리 이혼할까요?
: 냉정해져야 하는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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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아빠, 우리 이혼할까요?"
내 말을 끝으로 우리의 침묵은 이어졌다. 어느 누구하나도 눈을 피하지 않고 서로를 빤히 쳐다보며 입을 다물었다. 그 침묵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정장마이를 주워드는 민윤기의 행동으로 인해 길었던 침묵이 깨졌다. 못들은걸로,,할게요 . 툭툭 정장마이를 털어내던 민윤기가 이내 손에 턱하고 걸친 후 뒤돌아 안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항상 이런식이였어.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분노와 실망, 그리고 증오에 그의 뒤를 따랐다. "이젠 당신에게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어요" 내 말에 피곤하다는듯 걸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다시 나를 마주볼수 있게 뒤돌아 풀린 눈을 감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마를 짚어내던 민윤기가 내 어깨를 결코 약하지 않은 악력으로 쥐고는 말했다. "못들은걸로 한다고 할때 그만해요"
"윤미아빠, 나 이혼하자는말 쉽게 꺼낸게 아니라는거 윤미아빠가 더 잘알잖아요"
"내일 이야기해, 윤미엄마 나 정말 오늘은 많이 피곤해요"
"당신이 말하는 그 내일이 없다는건 내가 더 잘알구요"
"김여주"
"아까 방금 말했잖아요, 이젠 뭐가 먼저인지 모르는 당신과 사는거 너무 힘들어요 대답해줘요 이혼,,해요 우리"
"나, 두번째 부르고 있어요 김여주"
"내 이름 그만불러줄래요? 당신한테 듣고싶은건 이혼에 대한 대답이지 내 이름이 아니에요"
오늘따라 대체 왜 그러는거에요? 이상하다는듯 물어오는 민윤기의 행동에 코웃음을 치며 어깨를 쥐고 있는 민윤기의 팔을 뿌리쳤다. "대체 당신의 마음에는 저와 윤미는 어디에 있어요? 아니, 그 마음속에 나와 윤미가 있기나해요? 언제까지,,!! 언제까지!!!" 결국 펑하고 터진 눈물은 쉽사리 그칠줄을 몰랐다. 엉엉 소리내어 우는 나를 바라보던 민윤기가 또 한숨을 내쉬었다. 저 한숨은 대체 어떠한 의미일까. 나혼자서 또 여러생각에 잠겼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 한숨의 의미는 내게 좋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것은 곧이어 확신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내가 꺽꺽 거리며 숨을 참아가며 우는 동안 민윤기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않기를 바랬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말이라면 정말 이 찢어진 마음이 찢어지다못해 터져버릴것 같았으니까. "미안해요" 결국 뱉어진 말에 아랫입술이 터지도록 물었다. 결코 아니기를 아니기를 하며 바랬다. 지금 이순간 민윤기가 하는 말들은 지금 내게는 좋게 들리지 않을테니까 그가 말을 꺼내는 순간부터 나는 다시 그에 대한 실망감 분노, 그리고 절망을 맛보게 될것이라는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항상 난 당신이 들어오기 전까지 다른여자와 있는건 아닐까. 이젠 나와 윤미는 보이지 않는걸까 매일을 그런 고민으로 살아요 . 윤미가 태어나기전부터 그랬고 윤미가 크고 있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요. 항상 생각했어요 우리가 왜 당신얼굴 한번 보기 위해서 이렇게 밤낮을 기다려야하는건지 당신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길래!! 당신이 뭐가 그렇게 잘나서 우리 윤미 아빠없는애로 만들고 다녀요 !!! 윤미가 오늘 유치원에서 가족을 그려오는 순간에도 "
민윤기의 품으로 윤미가 서툴게 그린 그림을 던졌다. 민윤기의 다리를 툭하고 치던 눈물로 얼룩진 그림은 이내 바닥으로 떨어졌고 민윤기는 그림을 주워들었다.
"아빠얼굴은 본적도 별로 없어서 당신얼굴은 그리기조차 포기했어요. 지금 그 그림에 있는 비어진 얼굴의 당신이 우리 윤미가 느끼고 있는 아빠에요. 보이기나 해요? 한두번보면서 윤미기억에 남기를 바란것도 아니잖아요. 이제 더이상 윤미를 아빠얼굴도 모르는 애로 키우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제발 이혼해줘요. 나도 이제 더이상은 윤미한테 미안하고 내 자신한테 미안해서 못참을것같으니까 "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아직도 후들거리는 다리와 벌려진 입은 민윤기를 향했지만 두눈을 꼭 감고는 민윤기를 지나쳐 이번엔 내가 먼저 안방으로 문을 닫고 들어왔다. 아까와는 다르게 텅 빈 정적이 나를 휘감자 이내 침대위로 힘없이 쓰러졌다. 오늘에서야 말하고 말았다. 한참이나 참아왔던 말을 쏟아붇고 나니 힘이 쭉 하고 빠지는 느낌이다. 닫혀진 안방문을 바라봤다. 저 문이 열릴까.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열렸다 닫히는 차가운 현관문의 소리로 눈을 감았다. 끝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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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아빠는?"
아침을 먹는 순간에도 윤미는 오직 아빠의 행방을 물었다. 이제 이혼을 하고나면 묻지도 못할 말일텐데 겨우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윤미의 가방안에 물통을 챙겨넣었다. 아빠 오늘도 바빠서 먼저 나갔어. 윤미의 앞자리에 앉는 순간 나를 빤히 쳐다보던 윤미가 입을 떼려다 다시 앙 하고 굳게 다물었다. "엄마한테 무슨 할말 있어?" 내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윤미가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괜찮아. 말해봐 엄마한테 할 말 있지?"
그 말에 윤미가 슬쩍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나를 바라봤다. 엄마랑 아빠랑 싸웠어? 그 말에 심장이 또 다시 한번 쿵 하고 내려앉았다. "아냐- 엄마아빠 안싸웠어" 내 말에도 윤미가 울상을 지었다. 어제 엄마가 아빠한테 이혼해달라고 했잖아. 그거 나쁜말이야. 머리가 띵해졌다. 윤미가 새벽에 우리 이야기를 들었구나. 새하얘진 머릿속에서 비상벨이 울렸다.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데 순수하게 나를 쳐다보며 묻는 윤미의 말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그리고 입을 떼서 윤미를 달래려고 하는순간 윤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메고는 내 앞에 섰다.
"철민이엄마아빠가 이혼했다 그랬는데 철민이는 아빠랑 산다그랬어. 이혼은 엄마랑 아빠랑 헤어지게 하는거래 . 엄마랑 살면 아빠를못보고 아빠랑 살면 엄마랑 못보게 되는거라고 우리 전부 헤어지는거랬어 철민이가"
엄마아빠는 안그럴꺼지? 윤미의 말에 어떠한 대답도 낼수가 없게 됐다. 이혼이란 의미를 받아들인 아이에게 어떠한 대답을 던져줘야 할까. 한참이나 고민하던 순간에도 윤미가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엄마 , 아빠는 바쁘잖아. 그러니까 윤미랑 못놀아줘도 괜찮아. 정말 나 괜찮아 엄마" 그말에 윤미를 끌어안고 울어버릴수 밖에 없었다. 지금 이순간에도 윤미 너에게 어떠한 대답도 할수가 없어서 미안해.
유치원 통원차를 타는 순간에도 내 손을 꼭 잡고 있던 윤미가 이내 손을 들어 내게 흔들어보였다. "엄마 빠빠이" 윤미의 온기를 잃어버린 손이 불안했다. 이대로 윤미를 놓치게 될까. 하지만 이내 온기를 잃어버린 손으로 윤미에게 손을 흔들었다. 응. 조심해서 다녀와 민윤미. "그럼 가보겠습니다" 인사를 꾸벅하던 선생님이 차에 올라타자 통원차가 문을 닫고 출발했다. 한참이나 멍하니 그 자리에 멈춰서 사라지는 통원차를 바라보고있었을까. 징하고 울리는 휴대폰진동에 멍해졌던 정신이 돌아왔다.
[윤미아빠]
-저녁에 윤미 맡겨두고 만나서 이야기좀 해요.
짧게 적혀있는 메세지에서 그의 말투가 묻어나오는것 같았다. 딱딱하고 무심한듯한 그의 말투는 여전히 익숙해지지를 못했다. 익숙해질수가 없겠지. 언제 한번 나에게 따뜻한 말 건낸적이 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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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오고 난후에도 몇시간이 흘렀다. 그 순간 눈에 들어온 쇼파위로 널려진 민윤기의 정장마이와 가방에 한숨을 내쉬었다. 치워야겠지 하고 정장마이를 주워드는순간 민윤기의 향이 화악 하고 내 코를 찔렀다. 아니 술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언제부터 이게 민윤기의 향이 된거지 . 술냄새가 가득베인 정장마이를 털어내며 탈취제를 뿌리고는 가방과 함께 옷장안으로 집어넣었다. 옷장문을 닫으려는순간 툭하고 밀려난 상자가 발아래로 떨어졌다. 아주 작은 상자였다. 무언가가 익숙해보이는게 아. 하고 상자를 주워들었다.
"결혼반지"
결혼반지 상자라는걸 안 순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반지상자를 열어젖혔다. 혹시나
"..."
혹시나가 역시나. 이미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과는 달리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아니 무너지는 느낌보다는 아.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비참한 기분이였다.
내 손에 반지가 끼워져있는걸 보니 이건 민윤기의 반지에 틀림이없었다. 끼지 않았다는것 조차 알 수가 없었구나. 얼굴보기도 힘이든데 그 작은 손을 어떻게 보겠어. 내가 비참해지는 기분이였다. 나는 이렇게 민윤기 생각에 반지라도 끼며 항상 민윤기를 기다렸는데 내 손에 끼여있는 반지가 초라하고 비참했다. 조심스럽게 반지를 빼낸 내 손가락에는 작은 반지자국이 새겨져있었다. 다시는 이 손에 무언가를 끼울일은 없을것 같아 민윤기의 반지위로 내 반지를 겹쳐 얹고는 뚜껑을 닫아 옷장안으로 깊숙히 집어넣었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바라보지 못할정도로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었어. 민윤기. 이젠 망설일 필요는 없어진것같아. 더이상 내가 초라해지기전에 마음을 다잡고 너에게 말해야겠어.
그러니까 너도 지금처럼 우리에게 건낸 그마음 그대로 간직하고 받아들여줘 . 이젠 너의 그 마음에 대한 대답 냉정해져야하는 선택에 답을 내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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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 아닌것같아요 ㅠㅠ |
이야기를 질질 끌어버렸네요. 늦게온것도 모자라서 이야기까지 재미없다니이쒸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거에요ㅠㅠ 다들 많이 기다리셨을텐데 이런 진부한 이야기로 찾아와서 미안해요.
다음 화부터는 다시 정신차리고 쓸게요 알러뷰 신알신 또는 암호닉 정말 감사해요 .
앞으로는 더 좋은 이야기로 만나요. 짧게 줄일게요 감사합니다. ㅠㅠ 알러뷰 다음화는 21일 저녁에 올라옵니다. |